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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과 눈발 그리고 우박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리는 베를린의 먹먹한 날씨만큼이나 베를린영화제의 장래는 어두웠다. 베를린의 좌파 신문 <타게스슈피겔>은 평론가 얀 슐츠 오얄라의 입을 빌려 “규모만 늘려가는 영화제, 장래가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이런 먹구름은 일찍이 예감할 수 있는 것이었다. 기성품 블록버스터를 만들던 롤랜드 에머리히 심사위원장, 할리우드 배우가 오지 않는다고 상영작을 뒤바꾸는 집행위원장 등이 맞물리며 어이없는 수상 결과를 낳았다. 코슬릭 위원장이 그토록 애원했던 할리우드 배우들조차 왕림을 거절하면서 베를린영화제의 깃발은 속절없이 바람에 나부꼈다.
그러나 숨어 있는 보석들마저 외면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수상 결과를 정리하고 베를린영화제 가운데 우뚝 빛나는 작품들을 꼽아봤다. 차이밍량의 <떠다니는 구름>을 비롯한 다섯 작품과 감독의 인터뷰를 곁들였다. 그리고 평론가 심영섭은 권력자의 최후에 주목한 영화들에 관해, 그리고 주목할 만한 젊
제 55회 베를린영화제 총결산 [1] - 수상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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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뉴욕에서도 일반 관객에게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영화, 다시 봐야 할 명작들이 제5회 <필름코멘트> 셀렉츠 시리즈를 통해 최근 링컨센터에서 소개됐다.
지난 2월9일부터 24일까지 열린 이 시리즈는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가 격월로 발행하는 학술지이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명성있는 필름 저널 중 하나인 <필름 코멘트>에서 지난 한해 동안 소개된 작품 중에서 대표작을 선정해 상영하는 것으로, 한국 관련 작품 5편을 비롯해 프랑스, 일본, 이란, 아르헨티나, 이스라엘, 호주, 독일 작품 등 총 22편의 영화를 상영했다.
한국 작품으로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클린>과 함께 시리즈 개막작으로 상영돼 매진을 기록했다. 또 박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과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도 소개돼, 한국의 세 작품 모두 <타임아웃 뉴욕> 등의
[뉴욕]<필름코멘트> 영화제, <올드보이> 등 한국영화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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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가 주연, 감독을 맡은 코믹 액션 영화 의 DVD 메뉴 화면이 공개됐다.
지난해 말 공개되자마자 중화권을 강타하고 국내에서도 홍콩 영화로서는 드물게 1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어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타이틀이다. 국내 개봉시 북경어 더빙으로 소개되어 아쉬움을 자아냈는데, DVD에서는 주성치의 오리지널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광동어 DTS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고 있다. 화면비는 2.40:1 와이드스크린. 부록으로는 극장 예고편을 수록했다.
출시 예정일은 오는 3월 17일이며, 한정판에 한해서 주성치의 친필사인이 담긴 핸드 프린팅, 북클릿, 가죽 케이스 등 특별 사은품들이 포함된다.
<쿵푸 허슬> DVD 메뉴화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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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 열성이 관료적 간섭 보다 더 중요한 영향력을 가졌던 영화제 황금시대가 과연 있었을까? 요즘 부천 국제 판타스틱영화제의 미래를 둘러싼 떠들썩한 공론이 있는 중에 한 때 있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 영화제라는 20세기 현상은 영화에 대한 열정 보다 거의 전적으로 정치와 경제의 결합의 덕택에 존재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영화제인 베니스 영화제는 1933년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부의 문화 쇼케이스로 창설됐다. 70년 이상이 지난 지금, 아직도 정치적 축구공과 같아, 우파 대통령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임명에 대한 추천을 한다.
칸느는 원래 베니스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설립됐다. - 1938년에 미국 영화가 이탈리아와 독일 정부의 배후 간섭 때문에 베니스에서 수상을 거절당하고 나서 “자유 세계”를 위한 영화제로 말이다. 아이러닉하게도 최초의 칸느는 ‘39년 9월로 예정됐으나 마지막 순간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취소됐다. 그렇지만 영화제가 드디어 1946년 - 진정
[외신기자클럽] 부천시와 PiFan, 누가 기억될 것인가 (+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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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의 스타는 단연 클린트 이스트우드이다. 1930년생인 그는 70대 중반에 만든 25번째 감독 작품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알짜배기 상 네개를 가져갔다. 지난해 그는 <미스틱 리버>로 평단의 열띤 찬사를 받으며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가 <반지의 제왕>에 안타깝게 밀려나더니 불과 1년만에 이런 영예를 안았다. 대단한 노익장이다. 배우로서 오스카 트로피를 안지는 못했지만 감독이자, 자신이 직접 차린 말파소 프로덕션의 제작자로서 93년 <용서받지 못한 자>에 이어 두번째로 아카데미 감독상, 작품상을 한꺼번에 받았다.
미국 공황기에 떠돌이 노동자 생활을 하던 부모 밑에서 자라 군복무 기간 중 로스앤젤레스 시립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그는 텔레비전 시리즈 <로하이드>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해 64년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로 일약 스
두번째 감독상받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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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 황당한 죽음의 소식 이후 자주 듣게 된 말이 있다. “은주 때문이야!” 원인 모를 우울모드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변명처럼 내뱉는 말이 ‘은주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말 은주가 우울을 가져왔는지, 은주를 빙자한 각자의 속앓이인지는 모르겠다. 차라리 우울하고 싶어라! 쯤은 아닐까. 은주가 떠난 세상에 음산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일요일 오후 홀로 두 편의 비디오를 때렸다. 과 . 나이 든, 1962년생의 미국산 이은주가 출연하는 작품으로 정말 은주가 생각나서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소설사에 영화사에 혹은 진짜 인생극장에 그리 흔치 않은 은주들, 은주류의 전통이 있다. 돌로레스의 딸 셀리나, 조지아의 여동생 새디, 또는 그녀의 다른 영화들, 그러니까 , 등등에 키 작은 이은주, 제니퍼 제이슨 리가 등장한다.
그녀들로 충분했던 세상의 스크린, 김빠진 팝콘들이 굴러다닌다
은주와 제니퍼 제이슨 리를 동일시하는 것은 억지일는지 모른다. 도대체 닮은 구석이 뭐가 있는가. 죽는 연기
[스크린 속 나의 연인] <조지아> 제니퍼 제이슨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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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리얼리즘 속은 무용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문화방송 <영웅시대>가 1일 드디어 막을 내렸다. 애초 100회 예정으로 출발했으나 70회만에 일찍 물러났다. <영웅시대>는 애초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죽음을 연상케 하는 천사국 세기그룹 회장의 투신자살로 문을 열었다. 이후 그의 선대인 천태산과 라이벌 국대호의 창업 및 성장 과정을 다룬 뒤 다시 천사국 회장의 시점으로 돌아와 끝낸다는 게 처음 구상이었다. 그러나 드라마는 결국 1970년대를 넘지 못한채, 댐 건설과 조선소 건립 등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자는 구상에 박정희 대통령과 천태산 회장이 의기투합하는 장면으로 끝났다.
현실은 낭만적 무용담에 가려져
드라마는 끝났지만, <영웅시대>를 둘러싼 세간의 의문과 호기심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조기종영 과정에서 작가 이환경씨가 제기한 ‘외압설’을 둘러싼 것이다. 이씨는 끝내 ‘외압설’의 실체는 폭로하지 않았다. 그는 종영 전 언론
말많던 MBC ‘영웅시대’ 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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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없는 남한에서 ‘백수의 왕’ 노릇을 해온 것은 삵(일명 살쾡이)이었다. 고양이처럼 생긴 삵은 성질이 사납고 거칠며 표범처럼 나무도 잘 탄다. 뚜렷한 반점이 있는 데다, 몸길이가 수컷의 경우 60~85㎝, 꼬리가 25∼32.5cm에 이르러 ‘호랑이 발견 소동’의 주인공 구실도 해왔다. 한반도에 서식하던 4종의 고양이과 동물 가운데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는 남한에서 씨가 말라 삵만이 고양이과 동물의 명맥을 지켜왔다.
1950년대까지 산간계곡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삵은 그 뒤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급격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1960년대 전국적인 쥐잡기 운동 이후 주 먹이인 쥐 등 설치류의 감소와 쥐약이나 살충제에 의한 2차 중독 탓에 삵은 멸종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나마 삵 100여마리가 현재 서산간척지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992년 3천만평 땅에 기계 농법에 의한 농사가 시작되고 곡식 낱알이 많이 떨어지면서 삵의 먹이인 새와 쥐 따위의 서식에
SBS HD 자연다큐 ‘고독한 사냥꾼, 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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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만들어진 온전한 모습의 30-40년대 한국영화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이효인)은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중국과 일본에서 발굴·수집한 극영화 4편과 기록영화 5편을 3월2일부터 4일까지 영상자료원 시사실에서 상영한다.
극영화는 <군용열차>(서광제 감독·1938) <어화>(안철영 감독·1939) <집없는 천사>(최인규 감독·1941) <지원병>(안석영 감독·1941)로 지금까지 영상자료원이 보존하고 있던 가장 오래된 완본 한국영화 <자유만세>(1946)보다 빠르게는 8년이나 앞서 제작된 영화들이다. 지난해까지 영상자료원은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극영화 5편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망루의 결사대>등 3편은 일제 말 일본어로 제작됐으며 한국어로 된 <심청전>과 <어화>등 2편은 일부만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한국어로 된 온전한 일제시대 극영화를 볼 수 있게 된
30-40년대 한국 영화 우리말 원본 9편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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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주노>에 대한 평가는 ‘어른들의 장삿속’(박평식), ‘빈곤한 상상력’(임범), ‘믿기 힘든 환상’(남다은) 등의 단어로 일갈된다. 한마디로 ‘상업적 목적하에 빈곤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비현실적인 환상을 펼친다’는 것이다. 상업적 목적이야 모든 상업영화의 숙명이므로 논외로 하고, 두개의 충돌되는 비판을 숙고해보자. 나의 의견은 첫째, 영화의 상상의 지평이 현실의 상징질서를 뛰어넘어 있기에 결코 상상력이 빈곤하지 않으며 둘째, 문제의 ‘비현실성’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현실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인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 당위의 차원이므로 정치적 논의를 요한다는 것이다.
‘다른 가능성’이 판타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영화가 던지는 화두는 분명하다. 청소년의 성이나 혼전 순결에 관한 논의도 아니고, 성교육/피임교육의 부재 역시 부차적인 이슈이다. 영화는 제니가 임신한 상태에서 출발한다. 어찌됐든 중학생들끼리 성교
정치적으로 올바른 판타지, <제니, 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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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교외 소외된 청소년들의 삶을 그린 저예산 영화 <레스키브>가 26일 프랑스 최고 영화상인 세자르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고 영국 비비시방송이 27일 보도했다. 감독상을 받은 튀니지 출신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슈는 “우리가 영화에서 대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저예산 영화인 이 작품은 배우도 대부분 아마추어들이고, 실제 촬영도 북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 수천명이 살고 있는 파리 외곽의 빈민촌에서 진행됐다. <레스키브>는 최우수 각본상과 신인 여배우상(사라 포레스티)도 받았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최우수 외국영화상을, 배우 윌 스미스는 공로상을 받았다. 남우 주연상은 <왕과 왕비>의 마티외 아말릭, 여우 주연상은 <바다가 솟아 오를 때>의 욜랑드 모로에게 돌아갔다.
소외 청소년 조명 ‘레스키브’ 세자르영화상 4개부문 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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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혈액형을 연구하는 남기남
[정훈이 만화] 혈액형을 연구하는 남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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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의 기상도는 우울했지만, 함께 열렸던 유러피안필름마켓(EFM)은 어느 때보다 부산했다. 전통적인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조용했지만 참가자들이 40% 늘어나고, 500건의 거래가 성사되면서 비영어권 상업영화와 예술영화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영화가 약진했다.
수상이나 평론가들의 호평은 물론 거래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경쟁작 가운데 평론가군에서 가장 푸대접을 받은 작품 중 하나인 개막작 <맨투맨>이 20개국에, 어린이 부문에 소개된 루이스 만도키 감독의 <순진한 목소리들>이 18개국에,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소피 숄-마지막 날들>이 일본을 비롯한 7개국에 팔렸다. 파노라마로 갔어야 옳았다는 평을 듣는 <유럽의 하루>도 7개국에 팔렸다.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활발한 거래와 높은 거래가가 단연 최대의 화제였다. 쇼이스트쪽은 허진호 감독의 <외출> 구매를 위해 일본에서 7개 회사에서 제안을 넣
<외출><친절한 금자씨> 등 한국영화 약진한 유러피안필름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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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대신 인력을 투자받은 독특한 상업영화 <썬데이 서울>이 2월13일 촬영을 시작했다. <품행제로> <S 다이어리>의 박성훈 프로듀서가 제작과 공동연출을 맡은 <썬데이 서울>은 25억원 정도가 있어야 만들 수 있는 영화. 그러나 스탭과 배우들이 영화가 개봉한 뒤에 수익이 나면 분배받는 조건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소빅창업투자가 내놓은 7억원만으로 제작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이 시나리오를 완성한 박성훈 감독은 “돈을 벌려고 하기보다는 마음을 터놓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고작 한달 사이에 인력을 정비하고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박성훈과 박지원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하는 <썬데이 서울>은 두 청년이 목격한 세 가지 사건으로 구성된 일종의 옴니버스영화다. 동족을 찾아야 하는 늑대인간 소년, 음산한 저택에 살고 있는 귀신 가족,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무공을 연마하는 청년. 제각기 장르와
[충무로는 통화중] 7억짜리 ‘상업영화’의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