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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 중에 중요한 한 남자가 있다. <적과 흑>의 주인공, 프랑스 배우 ‘제라르 필립’이다. 중학교에 입학하자, 손가락이 가늘고 섬세했던 여자 미술 선생이 소질이 보인다며 내게 미대에 갈 것을 부추겼다. 덕분에 흥분해서, 거의 매일 미술실에 홀로 남아 늦도록 그림을 그리고, 풍광이 아름다워서 외롭지만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고 느끼게 했던 중학교 교정을 터벅터벅 걸어나오던 그 시절. 순수 미술을 하는 ‘화가’는 나의 꿈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어느 봄날 토요일 밤, ‘주말의 명화’에서 제라르 필립을 만났다. 모두 잠든 안방에 숨어들어가, 17인치짜리 금성사 로고가 선명한 텔레비전을 어둠속에서 마주하고 영화 <몽빠르나스의 등불>을 보았다. 후기인상파의 한 사람이었던 모딜리아니의 삶을 다룬 전기영화였다. 고흐 이상으로 절대적 빈곤과 드라마틱한 삶을 요절로 마친, 그리고 사춘기 소녀를 단박에 사로잡을 미모의 화가 모딜리아니가 제라르 필립
[스크린 속 나의 연인] <몽빠르나스의 등불> 제라르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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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말아톤>의 ‘대박’을 예견했던 사람은 별로 없었다. 순제작비 28억원의 ‘작은’ 영화 <말아톤> 앞에는 흥행사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2>, 개봉 전부터 많은 화제를 낳았던 <그때 그사람들>, 아카데미 화제작 <에비에이터> 등 막강한 적수들이 버티고 서 있었다. 그러나 정확히 개봉 한 달 뒤(3월1일) <말아톤>은 유일하게 관객 400만명 고지를 넘어섰고 이제 5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6일 오후 첫 영화에서 얄미울 정도로 깔끔한 답안을 제출한 정윤철(34) 감독을 만났다.
200만명 이상은 예상못했는데…
좋은 영화엔 좋은 시나리오 필수,
연출 준비과정 관행 바꿔야 해요
<말아톤>의 성공요인은 단순하지만 특이하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안정된 연출력이라는 ‘정답’ 외에 다른 걸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가문의 영광>이나 <동갑내기 과외하기> 같은 신인 감독의 흥행작들이
500만 관객 눈앞 <말아톤> 정윤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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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자신이 지옥에 있음을 알게 된 두 남자 아담(리 와넬)과 고든(캐리 엘위스). 허름한 지하실 벽에 연결된 묵직한 쇠줄은 발목을 옥죄고 있고, 반대편 벽에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자신과 똑같은 상태로 묶여 있다. 방 한복판에는 머리를 총으로 쏘아 자살한 남자의 시체가 보인다. 서로의 이름도 알지 못한 채 감금된 이들은 방 안에 있는 모든 단서와 자신의 기억을 활용해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그러나 진짜 지옥은 이제부터. 둘은 각자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카세트 테이프를 재생시키고, 낯선 목소리는 일방적으로 명령한다. “8시간 안에 고든은 아담을 죽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은 물론 고든의 가족 모두 죽게 될 것이다.” 자신과 가족을 살리기 위해 남을 죽일 것인가. 아무리 애써도 상대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두 가지. 누구의 손에도 닿지 않는 위치에 있는 권총 한 자루, 그리고 쇠줄은 끊을 수 없지만 인간의 신체를 자를 만
극한의 상황에서 비롯되는 공포, <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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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질을 그만두고 착하게 살고 있는 신 사장(오달수)은 빚을 갚지 못해 가게를 빼앗기기 직전 160억원짜리 로또 1등에 당첨된다. 신 사장과 부하 재철(이정진)은 미친 듯이 기뻐하지만 아래층 다방 레지 장미가 복권을 들고 달아나버린다. 신 사장은 부패한 형사 충수(이문식)에게 30억원을 약속하면서 재철과 함께 장미를 찾아오라고 지시한다. 장미의 고향 마파도에 들어간 충수와 재철은 회장댁(여운계)과 진안댁(김수미) 등 다섯명에 불과한 주민들을 만나고, 다음 배가 들어오기까지 일주일 동안, 뜻하지 않게 노인들의 일꾼 신세가 되고 만다.
마파도는 아름다운 섬이다. 전남 영광군의 벼랑 끝에 밭을 일구고 집을 지었다는 마파도 야외세트는 한발만 나서면 녹색과 푸른색 논밭과 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지는 곳이다. 그런 섬에서 일주일 동안 머문다면 마음이 조금 순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TV도 없는 외딴섬에서 점당 10원짜리 고스톱을 치는 할머니들과 며칠 함께한다고 해서 마땅히 가
문화와 세대, 캐릭터가 충돌하는 웃음, <마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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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혁명의 풍운아 체 게바라의 젊은 날 여행담을 그린 가 KD미디어를 통해 오는 3월 15일 DVD로 발매된다. 칸 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을 비롯해, 제 77회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각국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되며 본편은 16:9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화면비에 돌비 디지털 5.1과 2.0 음향을 지원. 스페셜 피처로 제작 다큐멘터리와 제작진 인터뷰, 삭제장면 등을 담고 있다. 아래는 각 메뉴 화면 캡쳐 이미지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메뉴 화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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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윌 스미스)는 데이트 신청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소심한 뉴욕 남자들을 위한 데이트 코치다. 그는 연‘애’계의 배트맨처럼 고담시티의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은밀히 고객과 접선하는 전문 선수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히치가 늘어놓는 연애의 법칙들이 가슴에 와닿지는 않는다. “처음 다가가는 순간에는 누구나 두려움을 느낀다”, “누구에게나 상대를 매혹시킬 기회는 있다”는 당연한 일반론과 “여자들에게는 첫 키스가 앞으로의 관계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공상과학적 조언에 귀기울이는 뉴욕 남자들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 대해서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나보다. 가장 가엾은 고객은 칠칠치 못한 과체중의 회계사 알버트(케빈 제임스). 이 남자는 심지어 전략적 스토킹을 통해 신분상승을 노리는 듯하다. (슈퍼모델 ‘앰버 발레타’가 연기하는) 상속녀 알레그라를 애인으로 만드려는 이유가 “누구도 그녀의 진심을 알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니, 이런 식으로 육체적 욕망을 정당화,
알맹이 없는 교훈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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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영혼’을 다루는 영화는 수없이 많지만, 그들을 단순무식한 이분법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너무 아프고 힘들어, 라고 악쓰며 칭얼대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 <여자, 정혜>는 명백히 후자에 속하는데 이건 실패하기 쉬운 우회로를 택했다는 뜻이다. 상처의 기승전결을 직설법이 아닌 다른 대체재로 풀어가겠다는 것이고, 그 은유의 화술은 자칫 작가의 예술적 자의식 안에 갇혀 소통의 출구를 잃어버리기 쉽다. 아니면 젠체하나 실은 식상한 비유의 세계에 머물러 있거나.
<여자, 정혜>는 모험적으로 그 덫들을 피해간다. 우선, 정혜의 사적이고 공적인 공간들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거다. 조그만 아파트 안에서 식물처럼 호흡하며 물을 섭취하고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에 살아 있다는 자각을 느끼는 정혜의 사적인 일상들. 조그만 우체국 안에서 모두 바삐 움직이지만 소란스럽지도 유별나지도 않는 정혜의 공적인 일상들. 그러다가 문득 낯선 남자에게 “저희 집에서 저녁
‘상처받은 영혼’을 다루는 은유의 화술, <여자, 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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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그룹은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과 안도 쿠니타케 사장이 오는 6월 22일자로 퇴임하고 후임 회장에 하워드 스트링어 전 CBS방송 사장을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플레이스테이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쿠타라기 켄 부사장도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에 일본 게임 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의 사장을 겸하고 있는 쿠타라기 켄은 2003년 그룹의 부사장에 취임, 소니의 핵심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과 가전 사업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또한 지난해 말 휴대용 게임기 PSP를 성공적으로 런칭시켰으며, 올해 안에 고성능 ‘셀’ 프로세서를 탑재한 차세대 플레이스테이션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업계의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의 그룹 부사장 퇴임은 소니 가전 사업의 부진으로 인한 경영진 총사퇴에서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 플레이스테이션과 DVD 레코더를 통합한 ‘PSX’의 부진과 독단적인 경영 방식으로 인해 사내의 적도 많았다
쿠타라기 켄, 소니 부사장직 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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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피에르 주네가 오드리 토투와 재회했다는 소식에 반사적으로 떠오른 생각. <아멜리에> 속편을 만들려나? 그런데 잘못 짚었다. 이들이 의기투합한 신작 <인게이지먼트>는 약혼자의 전사 통보를 받은 여인이 연인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 이야기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야기를 낯선 이미지로 풀어 보이던 주네였기에, 참혹한 전쟁과 애절한 사랑이 교차하는, 너무 익숙해서 닳은 느낌이 나는 이 소재는, 그답지 않은 선택으로 보이기도 한다. 뜻밖에도 <인게이지먼트>는 주네가 무려 10년 전부터 기획하던 프로젝트로, <아멜리에>의 성공을 발판으로 현실이 되었다. 진부해 보이는 전쟁멜로에서, 주네는 어떤 미덕을 발견한 걸까.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나 반대로 모두가 보는 대로 보지 않는 눈을 지닌 마틸드의 결심, 거기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 그 역시 다른 감독이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감독인 만큼, 아주 ‘다른
전쟁과 사랑의 판타지 같은 서사, <인게이지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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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사랑이 아닌 공포에 반응한다.” 정치 고단수였던 리처드 닉슨의 이 말은 비단 매카시즘이 판치던 냉전시대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사회적 공포감 조성을 통한 표몰이는 한국이나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그 효용성을 인정받아온 전통 깊은 ‘정치기법’이다. 공포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이들은 비단 정치가뿐만이 아니다. 안보위기를 부추겨 무기를 팔아먹는 군수업자나 센세이셔널리즘으로 충격효과를 노리는 언론 등은 모두 이 ‘공포 문화’의 수혜자들이다. 이들 세력이 무서운 이유는 단지 공포를 조성함으로써 돈과 권력을 획득하기 때문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공포를 생산한다는 데 있다.
조너선 드미의 <맨츄리안 켄디데이트>가 서 있는 지점 또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보이지 않는 공포가 공공연히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미국의 정치판이다. 12년 전 걸프전에 참전했던 벤 마르코 소령(덴젤 워싱턴)과 레이먼드 쇼 상사(리브 슈라이버)의 부대는 적의 급작스런 공격을 받지만, 쇼의 영웅
미국사회의 어두움을 건드리는 <맨츄리안 켄디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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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2002)는 SF 및 공포영화 장르 안에서 기괴한 육체성과 초월적 신세계를 다뤄온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전작들과 달리 정적이지만 좀더 정교한 심리의 망을 소재로 하고 있다.
열차에서 내린 ‘미스터 클레그’(랠프 파인즈)는 윌킨슨 부인(린 레드그레이브)이 운영하는 사회 복귀 시설로 찾아든다. 한눈에도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그는 정신병원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클레그가 이곳을 찾은 뒤부터 영화는 그의 어린 시절 장면들과 병렬로 진행된다. 그 시절은 불운했다. 아버지(가브리엘 번)는 순박한 어머니(미란다 리처드슨)를 두고, 동네 술집에서 알게 된 매춘부(미란다 리처드슨)와 바람을 피운다. 게다가 어린 미스터 클레그는 어머니가 그들 손에 살해당하는 것을 봤다고 믿거나 실제 봤다. 이 장면들이 벌어지는 어린 시절의 시간과 장소를 성인이 된 클레그는 망령처럼 돌아다니며 다시 목격한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만 나오면 습관적으로 프로이트와 오이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병든 무의식을 그려낸 <스파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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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보다 불편한 존재는 없다. 영화로 담아내기엔 아버지는 코끼리처럼 너무 크고 부담스러운 존재이다. 따뜻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헛된 소망은 버리는 게 좋다. 스크린에서 아버지들은 상투적으로 둘 중 하나인데, 권력을 전횡하거나 무기력하다. 그들이 살해되거나 쫓겨나는 이유는 분명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스크린에서 부성의 목소리를 복원시키는 희귀한 감독이다. <퍼펙트 월드>에서 납치된 아이 버즈는 탈옥수 케빈 코스트너에게 잃어버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힐러리 스왱크(매기)는 클린트 이스트우드(프랭키 던)에게서 그림자처럼 자신의 뒷모습을 지켜봐주는 아버지를 발견한다. ‘클린트 월드’는 아버지가 만들어가는 세계다. 플롯의 중심에는 아버지가 서 있다.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양로원에 있어야 할 아버지 비행사들이 MIT 출신의 오만방자한 젊은 아들들을 가르치는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딸에게 대하는 태도를 본 뒤에 관객은 사형수
마음을 흔드는 무기력한 아버지의 초상, <밀리언 달러 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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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계속되는 스토킹 때문에 멜 깁슨과 할리 베리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멜 깁슨은 자신의 종교영화<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덕분에(?) 엉뚱한 광신자에게 스토킹을 두 차례나 당했다. 자크 싱클레어라는 이 스토커는 34살의 노숙자로, 신이 자신에게 멜 깁슨과 함께 기도하라는 미션을 부여했다고 믿고서 12통의 편지를 멜 깁슨에게 보냈고 2004년 9월 교회 예배에 참석한 깁슨에게 찾아가 “같이 기도하자”고 했다가 3년간 접근 금지 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10월에 또 다시 명령을 어기고 멜 깁슨에게 접근한 혐의로 이번에 법원으로부터 3년형을 선고받게 됐다. 멜 깁슨은 “그렇게 무섭거나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가족들의 안전이 걱정된다”면서 “타인에 대해 아무런 개념이 없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이 스토커는 정신치료 경험과 함께 예전에 한 여자를 스토킹해서 감옥살이를 했다고 멜 깁슨에게 편지로 털어놓았다고.
아름다운 여배우 할
스토커에 시달리는 멜 깁슨과 할리 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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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 지난주 31.4%의 높은 시청률로 1위에 등극한후 종영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고전 을 외전형식으로 현대화한 코믹 멜로로서 빠른 전개와 경쾌하고 발랄한 연출이 인기비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1위였던 KBS 은 다소 힘이 빠져 29.7%의 시청률을 기록, 3위로 내려 앉았고, KBS 는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지난주 2위 자리를 그대로 굳혔다. 이로서 주간순위 상위 3개를 모두 배출한 KBS는 한순간 MBC에 내어줬던 '드라마 왕국'으로서의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SBS의 두 간판 드라마 과 는 지난주에 이어 다소 부진한 결과로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특히 은 애초 종영 예정이었던 16부를 넘어서면서, 특별한 극적 전개를 보이지 못하고 드라마 중심 갈등구조를 답습함으로서 점점 순위가 하락하고 있는 추세이다.
연예 오락프로에서는 KBS 가 SBS의 (이후 )의 약진에 탄력을 받았는지 7위로 새롭게 진입했으며 와 시청률 차이가 아주 근
KBS <쾌걸 춘향> 1위 종영 `유종의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