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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필 감독의 세 번째 영화 <놉>은 그가 왜 지금 가장 주목받는 감독 중 한 사람인지 증명한다. 흑백 차별 문제를 건드린 <겟 아웃>(2017), 미국의 계층 모순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어스>(2019)에 이어 이번에는 할리우드영화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 쇼 비즈니스 산업의 매혹과 중독에 대해 탐색한다. 호러와 스릴러를 기반으로 다층적인 의미를 심어둔 영화는 그야말로 해석의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영화광들이 열광할 만한 이야기지만 동시에 호이터 판호이테마 촬영감독의 카메라와 아이맥스 필름 등이 더해져 영화의 원초적인 쾌감, 스펙터클의 위력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조던 필의 야심은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가. 마침내 당도한 ‘나쁜 기적’, 미확인 비행물체처럼 파고파도 여전히 미지의 매혹을 지닌 작품. 새로운 시대의 (UFO) 영화에 대한 듀나 평론가의 해석을 전한다.
UFO의 최근 공식 명칭은 UAP이다. 미 국가정보국장실에서 처음 사용한
듀나 평론가가 본 조던 필 감독 신작 ‘놉’: 새로운 시대의 (UFO)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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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개 촬영감독이 2020년 촬영한 <비상선언>과 2021년 촬영한 <헌트>가 올해 8월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했다. 사상 초유의 항공 테러를 다룬 <비상선언>과 안기부를 배경으로 한 첩보 액션 영화 <헌트>는 관객을 긴박한 상황과 특정한 공간에 몰입시켜야 한다는 공통의 과제가 있었지만 풀어나가는 과정은 달랐다.
- <비상선언>과 <헌트>는 각각 어떤 목표를 가진 작업이었나.
= 두 영화는 감독이 각자 지향하는 바가 뚜렷했다. 두 감독 다 레퍼런스를 준비해서 보여줬다. 한재림 감독의 레퍼런스는 기존의 영화 이미지가 아니라 실험영상이나 광고영상 등 파격적인 이미지가 많았다. <헌트>는 배경이 80년대 초반이라, 그 시절을 다룬 한국영화가 꽤 있는데도 이정재 감독은 그런 영화를 레퍼런스로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정재 감독이 보여준 레퍼런스는 대부분 한국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잘 만든 외국 영화의 깔끔한 이미지
'헌트' '비상선언'의 이모개 촬영감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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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여름 텐트폴 대작 4편 중 두 편 독점 공개, ‘한산’에 부분 투자…‘비상선언’ 라이선스 계약, 드라마·스포츠 중계 이어 개봉영화까지 품어 개봉관→IPTV→OTT 무너지고 다양한 협업
<비상선언>에 이어 <한산: 용의 출연>까지….
쿠팡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오티티) 쿠팡플레이가 ‘콘텐츠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드라마 <어느 날> <안나>, 예능 <에스엔엘(SNL) 코리아> 등 오리지널 콘텐츠와 토트넘 축구경기 등 스포츠 독점 중계에 이어 이번엔 극장에 아직 걸려있는 개봉영화까지 독점 공개하며 콘텐츠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를 거치며 성장한 ‘오티티의 힘’을 증명하는 사례라는 평가와 함께 대작 영화 개봉에 따른 리스크 헤지(위험 분산·회피)를 위한 영화계의 몸부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쿠팡플레이는 23일 보도자료를 내어 “올여름 극장 최대 흥행작인 <한
‘비상선언’ ‘한산’, 영화관서 쿠플로 직행…콘텐츠 블랙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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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엔 조각 구름이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다지만, 서울올림픽 개막을 앞둔 1988년 서울은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은 아니었다. 동욱(유아인), 우삼(고경표), 복남(이규형), 윤희(박주현), 준기(옹성우) 등 올림픽 개최로 인한 도시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촌으로 내몰린 상계동 슈프림팀이 검찰의 의뢰를 받고 전두환 정권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모험담은 아슬아슬하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포니, 소나타, 각그랜저 등 올드카, 패션, 대중 가요, 세트 등 1980년대 스타일을 외피로 두른 이 영화는 서사가 유턴이나 브레이크 없이 직진한다.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질주하는 이들의 자동차처럼 말이다. 특히, 상계동 슈프림팀이 전두환의 잔존 세력을 추적하는 이야기의 후반부인 ‘서울대작전’ 시퀀스는 <어젯밤 이야기>(소방차) <어쩌다 마주친 그대>(송골매) <The Victory>(코리아나) 등 당시 히트곡으로 구성된 믹스 테이프를 배
1988년 서울의 바이브가 충만한 ‘서울대작전’ 첫 시사 첫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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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신드롬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영날이면 방송 이후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그날의 에피소드로 뜨겁게 끓어오른다. 온라인에서만 보이는 현상이 아니다. 드라마에 등장한 팽나무는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전문위원이 조사를 착수했고, 해양수산부는 모든 수족관을 디지털 수족관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드라마 한편에서 시작된 다양한 사회현상을 들여다보기 위해 신지수 임상심리사, 정지우 변호사, 유선주 TV칼럼니스트를 만났다.
유선주 드라마 비평지 <드라마틱>에서 기자로 일했다. <씨네21>을 비롯한 다수의 지면에 TV드라마에 관해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다.
신지수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심리실 슈퍼바이저. 정신장애와 심리학의 젠더 편향을 다룬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를 썼다.
정지우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임상심리사, 법조인, TV칼럼니스트가 말하는 우영우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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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성적으로 아무 데도 못 가는 게 차별이고 부정이야!” 끝까지 우영우(박은빈) 곁에 서서 부당함에 맞서길 주저하지 않고 퇴근까지 반납하며 맡은 사건을 준비하는 최수연을 보며 생각했다. 저런 변호사라면 내 사건도 믿고 맡길 수 있겠다. 배우 하윤경이 연기한 최수연은 한바다 로펌 소속으로 맡은 일을 꼼꼼히 해내는 정의로운 변호사이자 사랑에 있어선 실패도, 의외의 선택도 하는 인간적인 캐릭터다. 은연중 최수연을 떠올리며 만난 하윤경은, 기사에 녹음본을 첨부하고 싶을 정도로 다부지고 단단하게 답을 이어가는 사람이었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르기까지, 배우 하윤경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았다.
- 수연은 유도리도 있고 자기 일처럼 온 힘을 다해 사건에 뛰어드는 변호사다. 변호사들이 실제 일하는 방식을 어느 정도 참고했나.
= 감독님과 작가님이 현장에서 많이 이야기해주셨고,재판 진행에 관한 영상 자료 같은 것도 보내주셔서 참고했다. 사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배우 하윤경, “좋은 사람의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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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등 뒤에 서 있다가 어느샌가 성큼 다가왔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이준호(강태오)는 우영우(박은빈)를 서포트하는 팀원이었지만 영우와 가까워질수록 시청자와의 거리도 급격하게 좁혀졌다. 영우와 연인이 되어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준호의 대사가 인터넷 기사의 제목이 되고 ‘짤’로 확산될 만큼 화제다. 올여름 가장 주목받는 배우 강태오를 만났다. 극중 준호는 바다 앞에서 하염없이 돌고래를 기다리지만, 배우 강태오는 직접 물에 뛰어들어가 돌고래도 얼러 데려올 것 같은 명랑한 에너지로 가득했다.
- “섭섭한데요”라는 대사가 인기를 끌면서 ‘국민 섭섭남’으로 등극했다.
= 그게 중요한 장면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섭섭한데요”가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럴 줄 알았으면 더 열심히 했을 텐데. 물론 그때도 최선을 다했다. (웃음)
-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준호의 비중이 높아진다. 작가의 고민과 애착이 많이 느껴지는 캐릭터다. 이준호 캐릭터를 어떻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배우 강태오, “항상 그곳에 있는 듬직한 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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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상한’ 변호사의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똑같은 우영우여야 했을까. 주인공이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회문(回文) 혹은 팰린드롬(palindrome)의 개념을 상기시키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2020년 2월2일에 방영됐다면 더 근사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드라마의 영문 제목은 ‘strange’나 ‘odd’가 아닌 ‘extraordinary’로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박은빈)를 설명한다. 문자 배열의 특수성 때문에 긍정적인 주목을 받는 회문처럼, 우영우의 장애는 그가 사건을 해결해갈수록 결함이 아닌 차별화된 개성으로 인정받는다. 일견 천재성에 국한돼 미디어에서 재현되던 자폐인 캐릭터 계보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캐릭터로 비칠 수도 있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대상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흥미로운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착한 드라마’, ‘힐링 드라마’로 압도적인 호평을 받던 초반보다 최근 에피소드들의 태도가 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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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남긴 것을 돌아보다
배우 강태오, 하윤경 인터뷰
전문가 3인의 대담
이미 올해의 드라마라 명명해도 부족함이 없다. 신생 채널의 한계를 뚫고 1화 시청률 0.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에서 최고 시청률 15.8%(9화, 2022년 8월18일 기준)까지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줬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지만, 올해 가장 화제성 있는 성공작이 매화 다른 사회 이슈를 품고 후속 담론을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8월18일 종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한국 사회에 남긴 것을 되돌아보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박은빈)가 오롯이 좌절할 수 있게 옆자리를 지키는 송무팀 이준호 역의 강태오와 봄날의 햇살 최수연 역의 하윤경도 <씨네21>과의 만남에 응했다. 마지막으로 신지수 임상심리사, 정지우 변호사, 유선주 TV칼럼니스트의 대담은 다양한 시각으로 드라마를 재해석하게 해줄 것이다.
우영우가 쏘아올린 작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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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이하 여성영화제)가 8월25일부터 9월1일까지 열린다. 전세계 여성감독들의 장·단편을 비롯해 복원 작품, 신작 퀴어영화 등 33개국 122편의 영화를 문화비축기지와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날 수 있다. 공정의 감각, 노동의 풍경 등 첨예한 이슈를 통해 공존과 연대를 모색하는 김현민, 황미요조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은 ‘우리 ( )에서 만나’다.
황미요조 코로나19 이후 세계에 관한 고민을 담았다. 슬로건에 담긴 키워드를 꼽자면 공존과 연결이다. 영화를 함께 본다는 의미와 더불어 인간 너머 존재와의 공존과 연결까지 슬로건에 담고자 했다.
김현민 함께 있다고 해서 언제나 동일성이 기반되진 않는다.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고 타자임을 인정하는 방식으로의 공존이 필요하다. 영화제 역시 특정 공간으로 규정 짓고 싶지 않아 괄호를 썼다.
올해 작고한 배우 강수연을 추모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김현민 부고를 들었을 때 이미
다시 쓰는 역사, 자기 회복의 여정: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김현민, 황미요조 프로그래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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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자신이 졸업한 학교를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현재 재학생 수를 보면 저출생, 고령화 추세를 실감할 수 있다는 글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었다. 나도 내가 졸업한 중학교를 검색해보았다. 나의 모교는 경상남도 소도시 외곽에 있던 여자중학교로, 90년대 후반 당시 한반에 50여명을 꽉 채워 학년당 13학급이었다. 어림잡아 역산해보면 당시 전교생이 2천명 정도였다. 검색 결과 나오는 지금 전교생은 110명이었다. 학년당 2학급, 30명 내외. 2학년은 30명도 되지 않았다. 2천명이 110명이 되다니! 정말, 인구 감소를 실감하게 하는 숫자였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합계출생률은 0.81, 서울 지역 출생률은 0.64였다. 저출생, 고령화와 그에 따른 사회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정책이 시도된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출생률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사망률 감소 효과보다 출생률 저하의 효과가 더 커서, 처음으로 인구의 자연감소 현상도 발생했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차별과 배제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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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리가 조선의 부유층 자녀 지윤 역으로 드라마 <파친코>를 촬영할 때였다. 촬영차 머물던 캐나다로 영화 <카터>의 오디션 소식이 들려왔고, 그는 셀프 테이프를 만들어 한국으로 보냈다. 그렇게 4차 오디션까지 참여한 뒤 카터(주원)의 아내이자 조선노동당 대외연락부 부부장 한정희 역에 캐스팅됐다. “귓속 장치로 카터에게 지시를 내리는데, 감독님이 기계처럼 말하되 조금의 감정 동요는 있었으면 한다고 하셨다. 그 균형을 찾는 게 관건이었다.” 서울말에 가까운 북한말을 구사하기 위해 사투리 선생님과 매일 통화하고 북한말로 일기를 써서 피드백을 받았다. “엄마인 정희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엄마에게 직접 여쭤보고 아이를 안을 때의 움직임과 손길도 유심히 살폈다.” 와이어 액션에 처음 도전해 한번에 촬영을 마무리하고,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다닌 순간도 있었다. “<카터>는 부딪쳐보자는 마음으로 임한 작품이어서, 배우로서 조금의 발전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경상남
[WHO ARE YOU] '카터' 배우 정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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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증명사진 같기도 하고, 말하는 초상화 같기도 하다. 검은 스크린을 배경으로 화면에 바스트 숏으로 잡힌 한 여성이 정면을 바라보며 자기 이야기를 한다. 그다음 등장하는 여성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2년간 50개국을 돌며 2천 명 이상의 여성을 인터뷰한 실험적 다큐멘터리 <우먼>의 규칙이자 전부이다. <우먼>은 사진작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휴먼> 다음 프로젝트다. 그는 <휴먼>에서 먼저 이같은 촬영 방식을 시도했고, 이 작품의 조감독이었던 아나스타샤 미코바가 <우먼>에서는 공동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여성과 여성인 자신에 대해 말하는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한데 모으고자 한 영화는 릴레이 인터뷰로 속을 채우는 방식을 택해 목적을 달성한다. 출연자가 바뀌더라도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주제별로 인터뷰 시퀀스를 배치하고, 그러면서도 밀착되지 않은 주제를 앞뒤로 놓아 편안하고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냈
[리뷰] 수많은 각양각색의 여성과 일일이 눈맞춤하는 108분의 기적,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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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순이라는 부정확한 이름은 미 정보전시국(OWI) 49번 심문 보고서에서 처음 발견됐다. 보고서는 1944년 버마(현 미얀마) 북부의 미치나 지역에서 연합군에 포로가 된 조선인 ‘위안부’ 20명을 심문한 내용이 적힌 기록물이었다. 해당 문서에 ‘Koko Sunyi’(코코순이)라 표기된 21살 여성은 심문받은 14번째 위안부였다. 20명 중 인적 사항을 그나마 자세히 알 수 있는 생존자이기도 했다. KBS 취재진과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위원은 그래서 코코순이를 추적했다. 우선 그녀의 고향으로 추정되는 함양으로 향한 그들은 행정복지센터의 빛바랜 제적부에서 코코순이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박순이. 그것이 그녀의 정확한 이름이었다.
<코코순이>는 KBS가 제작한 전체관람가 다큐멘터리인 만큼 관객이 영화가 지닌 문제의식과 지식을 최대한 제 것으로 만들도록 친절한 자세를 취한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추적극으로 시작해 관객이 어려움 없이 다큐멘터리 안으로 들어오게 한 다음 그들의 관심
[리뷰] 졸거나 헤매는 학생 없게 치밀하고 사려 깊은 수업 준비, '코코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