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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때부터 그랬다. 내가 직접 신을 상상하고 거울 보고 연기하길 좋아했다.” 사진 촬영을 하면서도 ‘이런 거 한번 해보고 싶었다’며 즉석에서 상황을 만들어낸다. 어릴 때부터 연출자이자 배우로서의 삶을 살아온 것이나 마찬가지니, “감독이 원하는 대로 확확 변할 수 있는 배우”라는 칭찬도 과장이 아니다. 장재영(박서함)의 절친한 친구 최유나 역으로 <시맨틱 에러: 더 무비>에 출연한 송지오는 오디션 때부터 과감하게 대사를 바꿔 연기했다. “‘너 짐은 어떻게 할 건데’에 ‘이 새끼야’를 붙여 말했더니 다 웃으시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미쳤었나 싶은데 감독님이 너무 좋아하셨다. (웃음)” 의상부터 앉는 자세까지 자신의 모든 걸 최유나에게 녹여냈고 모든 대사를 조금씩 바꿔나갔지만, 유일하게 바꾸지 않은 대사가 있었다. “‘꼴리는 대로, 장재영답게.’ 레즈비언인 유나는 원하는 대로 사랑을 하고 상처도 받아봐서 그런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안다. 그렇기에 재영에게도 네가 원하는 대로
[WHO ARE YOU] '시맨틱 에러: 더 무비' 송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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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츠히사(나카노 다이카)와 타케다(와카바 류야), 나츠미(오시마 유코) 세 사람은 고등학생 때부터 친했던 사이로, 아츠히사와 나츠미는 결혼하여 사랑스러운 딸 스즈를 낳아 키우고 있다. 회사원으로 일하면서도 틈틈이 타케다와 사업을 준비하는 등 평범하고도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아츠히사는 어느 날 아내 나츠미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지난 5년간의 결혼 생활 내내 괴로웠으며 아츠히사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는 나츠미의 단호한 태도에 아츠히사는 무력하게 그녀를 놓아주게 된다. 그렇게 하루아침에 아내와 딸을 잃게 된 아츠히사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데, 두 사람과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타케다 또한 속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한편 아츠히사를 떠나 새 출발을 한 나츠미가 뜻밖의 상황을 맞이하며 이들의 관계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혼란스러운 도시를 살아가는 청춘들을 감각적으로 담아낸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201
[리뷰]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다, 는 뜨거운 회한 '우리가 말하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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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된 남동생 데니스(프랭크 그릴로)의 안전을 위해 갱단의 불법 운송책이 된 화물트럭 운전기사 샐리(쥘리에트 비노슈)는 사람을 실어 나르라는 협박을 받고 분개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소녀를 차에 태운 그녀의 계획은 속전속결로 일을 처리해버리는 걸로 바뀌지만 완벽하게 실패한다. 목적지에 도착한 남성 거래자를 소녀가 총으로 쏴버리는 변수가 생긴 것. 놀랄 새도 없이 소녀를 데리고 황급히 자리를 뜬 샐리는 졸지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한편 은퇴한 50년 경력의 FBI 요원 게릭(모건 프리먼)은 총살된 남자가 자신이 전에 잡았던 성매매 조직의 일원임을 알게 된다.
10대 때 인신매매 현장을 목격한 뒤 관련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안나 구또 감독이 40대 중반에 비로소 노작을 완성해냈다. 그녀의 장편 데뷔작 <파라다이스 하이웨이>는 인신매매, 소아성애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절제된 태도를 일관한다. 인신매매업자를 등장시키되 그들의 극악함을 묘사하는 데 시간을 쏟지
[리뷰] 뜨거워지기 쉬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절제된 연출로 기어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파라다이스 하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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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는 코로나23 변이 바이러스로 213주째 격리 봉쇄 중이다. 매일 오전 9시면 면역자를 제외한 전체 시민이 얼굴 인식 스캔 앱을 통해 발열 및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의무적으로 검사해야 한다. 이에 불복종하거나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무장한 질병관리본부 요원에 의해 수용소 큐 존으로 강제 연행된다. 택배 배송 일을 하는 면역자 니코(KJ 아파)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여자 친구 사라(소피아 카슨)와 함께 서로의 탈출을 꿈꾼다. 병약한 딸 에마(리아 맥휴)를 키우는 파이퍼(데미 무어)는 딸에게 무관심한 남편 윌리엄(브래들리 휫퍼드)의 행동이 미심쩍기만 하다. 상이군인 도저(폴 월터 하우저)의 낙은 가수 지망생 메이(알렉산드라 다다리오)의 스트리밍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는 일이다.
이들은 전염병이 창궐하는 세상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지키려 한다. <락다운 213주>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면에 다룬 재난 스릴러물이다. 영화 밖 현실에 여전히 산재한 전세계적 공포와 고통
[리뷰] 세계의 고통을 유희로 눙치며 사랑을 논하다니 '락다운 21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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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영국인 닐(팀 로스)은 여동생 앨리스(샤를로트 갱스부르) 가족과 멕시코 아카풀코 해변에 자리한 고급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듣는다. 여권을 잃어버렸다는 핑계로 앨리스 가족을 먼저 런던으로 돌려보낸 닐은 멕시코에 홀로 남아 자신의 휴가를 마저 즐긴다. 어머니의 죽음 등 자신을 둘러싼 상황과 여건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태연자약해 보이는 닐은 허름한 숙소에 자리를 잡고 해변가를 유유히 거닐거나, 현지에서 알게 된 젊은 여성 베레니세(이아주아 라리오스)와 유흥의 시간을 보낸다. 한편 어머니의 장례식을 마친 앨리스가 멕시코로 오빠 닐을 찾아오는데, 닐의 뜻밖의 언행에 할 말을 잊는다. 권태로울 만큼 고요한 닐의 일상에 문득문득 폭력과 충동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즈음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 닐의 삶은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만다.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애프터 루시아>)과 각본상(<크로닉>) 등을 수상하며 주목받
[리뷰] 피할 수 없는 일몰과 모든 죽어가는 것들 '썬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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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디자인과 4학년 장재영(박서함)과 컴퓨터공학과 3학년 추상우(박재찬)는 인연이 깊다. 문제는 그 인연이 악연이라는 데 있다. 두 남자의 악연은 조별 과제에 참여하지 않은 재영을 상우가 빼버리면서부터 시작된다. 결국 F학점을 받아 졸업과 유학이 물거품이 돼버린 재영은 상우를 찾아 동분서주하는데, 운명이 그를 상우 앞에 데려다놓는다. 재영의 동기가 대타 디자이너를 부탁한 모바일 게임의 개발자가 바로 상우였던 것. 재영이 이 제안을 승낙하면서 둘의 관계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설상가상으로 재영이 상우네 옆집으로 이사 오면서 두 사람은 학교 밖에서도 질긴 악연을 이어나간다. 이제 문제는 그 악연이 사랑으로 바뀌는 데에 있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왓챠 오리지널 BL(Boy’s Love) 드라마 <시맨틱 에러>가 팬들의 끝없는 애정에 응답하고자 극장판으로 돌아온다. <시맨틱 에러: 더 무비>는 8개의 전체 에피소드를 포함해 드라마에 없던 장면까지 추가
[리뷰] 다 담고 더 담아 177분이라는 긴 시간을 선물한다 '시맨틱 에러: 더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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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수행을 위해 출몰하는 곳마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킬러, 지독하게 운이 없기로 유명한 레이디버그(브래드 피트)는 휴가를 반납한 채 갑작스러운 미션에 투입된다. 원래 일을 맡기로 한 다른 킬러 카버(라이언 레이놀즈)가 갑작스럽게 아프다며 불참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일본 신칸센에 올라 손잡이에 기차 스티커가 붙어 있는 서류 가방을 탈취해 열차에서 내리기만 하면 된다는 간단한 미션인 데다 오랜만에 변화를 주고 싶어 코인 로커에서 총도 챙기지 않았건만, 기차에는 각국에서 온 정체불명의 킬러들이 각자의 미션을 위해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불릿 트레인>은 <존 윅>(공동 연출), <아토믹 블론드> <데드풀2> <분노의 질주: 홉스&쇼> 등을 연출한 데이비드 리치의 신작이다. 그는 10년 동안 스턴트 업계에 몸담으며 <파이트 클럽> <미스터&미세스 스미스> <트로이> 등에서 브래드
[리뷰] '스내치'와 '킬 빌'이 되기에는... '불릿 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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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이다. 남북 최초의 비공식 공조 수사라는 신선한 소재를 다룬 <공조>(2017)가 속편 <공조2: 인터내셔날>로 관객 앞에 나선다. 김성훈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석훈 감독은 <공조2: 인터내셔날>을 통해 더 치밀하고 확장된 세계관을 구현했다. 림철령(현빈)과 강진태(유해진) 앞에 나타난 FBI 형사 잭(다니엘 헤니). 서로를 쉽게 믿을 수 없지만 서로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미묘한 상황 속에서 강력한 빌런 장명준(진선규)을 잡기 위해 공동의 목표를 세운다. 능청스러운 철령과 전투적인 진태, 사뭇 진지해진 민영(임윤아)까지, 전작에서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수식어를 달고 이들이 돌아왔다. 5년의 시간 동안 <공조>의 세계관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9월7일 개봉을 앞두고 변화의 지점을 둘러보았다.
01 쉬지 않는 액션- 카 체이싱, 총격, 격투⋯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남북 최초의 공조 수사가 시작된다.’ <
‘공조2: 인터내셔날’ 미리 보기- 세밀하고 거침없이 확장된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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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백만장자의 첫사랑> 당시 촬영한 사진이다. 20대의 현빈은 나에게 있어 잘생긴 배우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잘생긴 건 변함없지만 군 제대 이후 출연한 <역린>에선 그저 잘생긴 배우가 아니라 깊은 물을 보는 것 같았다. 그 이후 정조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현빈이 생각난다.
[ARCHIVE] 현빈의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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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무엇인가? ‘나다움’이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에 SF만큼 적합한 장르가 또 있을까 싶다. 그렉 이건의 소설집 <내가 행복한 이유>를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표제작인 <내가 행복한 이유>는 이 한 작품을 만나기 위해서 이 책을 읽는다 해도 아깝지 않을 작품. 일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12살 소년이 악성 뇌종양을 앓으면서 시작한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상상하는 이들의 예측에 어긋나는 이 이야기는 소년이 우발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이유로, 루엔케팔린이라는 물질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탓에 믿을 수 없을 만큼 지속적인 행복감에 젖어 있다는 전개로 이어진다. 그리고 뇌종양의 치료를 마치자 행복감은 말끔하게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모든 종류의 기분장애와 강박증을 비롯한 감정 상태만이 남게 된다.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들조차 종양과 함께 사라진 까닭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나’와 같
<내가 행복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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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탑건: 매버릭>
연기는 내가 그나마 살아가면서 제일 잘한다고 얘기할 수 있는 분야. 다행히 나에게 잘 맞는 직업인 듯하다. 늘 ‘나는 프로다’라는 생각으로 삶의 중심에 연기를 두려 노력하고 있다. 요즘 꽂혀 있는 영화는 <탑건: 매버릭>이다.
브루노 메이저
요즘 브루노 메이저의 곡을 즐겨 듣는다. 힐링이 필요할 때 이 가수의 앨범 리스트를 듣고 있으면 단전호흡을 하는 듯이 깊은 호흡이 가능하다.
복싱
요즘 빠져 있는 취미다. 이토록 완벽한 운동을 왜이제야 알고 시작했을까 하는 후회가 많이 된다. 온종일 복싱만 생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하와이
코로나19 이후로 여행 가기가 힘들어져서 늘 아쉬웠다. 언젠가 자유롭게 여행 다닐 수 있는 날만을 기다리며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
[LIST] 배우 임시완의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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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얼굴로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 100개를 세는 남자. 승률 10%의 삼류 변호사였던 박창호(이종석)는 천재 사기꾼 ‘빅마우스’라는 혐의로 구천 교도소에 수감된 신세다. 창호의 교도소 생활은 절박하고 또 코믹한데, 아내 고미호(임윤아)에게 사망 보험금을 남기려 흉악범들에게 ‘나 좀 죽여달라’고 달려들면 상대가 어이없이 나가떨어지는 식이다. “한번도 사람을 때려본 적이 없어서 내 주먹이 이렇게 센 줄 몰랐다”는 황당한 내레이션에 교통사고 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창호의 꿈속인가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의심은 MBC 드라마 <빅마우스>의 중요한 동력이다. 빅마우스가 아니라는 것을 소명할 수도 없고, 빅마우스라 주장해도 모두를 믿게 하기는 불가능한 상황. 박창호의 생존 전략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빅마우스일지도 모른다고 의심케 하는 것이다. 극 안에선 무능한 변호사 박창호를 깔보던 이들이 ‘혹시’와 ‘설마’로 판단력을 흐리는 블랙코미디를 펼치고, 극 바깥의 시청자는 진짜 빅
[유선주의 드라마톡] '빅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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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톨>
디즈니+
“난 반기독교주의자야, 난 무정부주의자야.” 밴드 섹스 피스톨스의 자극적이고 반동적인 노랫말과 펑크 음악은 기성세대의 권위와 정치 체제, 종교적 압제, 영국 왕실의 전통 등 모든 옛것을 깨부수는 70년대의 망치였다. 이 섹스 피스톨스의 일대기를 대니 보일 감독의 6부작 시리즈 <피스톨>이 재구성한다. 밴드의 외적 행보 못지않게 혼돈스러웠기에 겨우 하나의 정규 앨범만 남길 수밖에 없던 밴드의 결성, 부흥, 해체 과정이 기타리스트 스티브 존스의 관점으로 쉴 틈 없이 몰아친다. 자연스레 감독의 전작 <트레인스포팅>을 떠올리게 하는 급박한 속도감의 컷 편집과 한껏 비틀린 앵글, 헐레이션과 포그 필터가 잔뜩 낀 빈티지 감성의 질감, 실제 배우들이 연주하는 공연 장면은 접해본 적 없는 영국의 70년대에 대한 불가항력의 향수를 유발한다.
<1971: 음악이 모든 것을 바꾼 해>
Apple TV+
섹스 피스톨스가 세상
[리뷰 스트리밍] '피스톨'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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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TV+ / 감독 칼튼 큐즈, 존 리들리, 웬디 스탠즐러 / 출연 베라 파미가, 체리 존스, 로버트 파인 / 플레이지수 ▶▶▶▷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 일대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닥치자 시민들은 지역 재난대피소인 메모리얼 병원에 모인다. 허리케인이 동부 해안으로 방향을 틀면서 재난이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홍수로 외곽의 제방이 붕괴하면서 도시 전체가 침수될 위기에 빠진 것이다. 이윽고 메모리얼 병원에도 침수가 발생하면서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기고 병원 건물은 완전히 고립된다. 병원 비대위원장인 수전은 병원 본사측에 공중 지원 등을 요청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반려되고, 의사 애나를 비롯한 의료진은 환자들을 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하지만 고립 상황이 악화하면서 병원 안의 사람들은 환자 대피 우선순위, 피난민 추가 수용 등의 윤리적 문제에 부딪히며 갈등을 빚는다.
원초적인 정치 드라마다. 정치란 근본적으로 한정된 자원을 누구에게, 어떻게, 얼마나
[리뷰 스트리밍] '재난, 그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