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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태양>은 어그레시브 인라인 스케이터들을 통해 청춘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어그레시브 인라인 스케이트는 묘기를 위주로 한다. 한 가지 묘기를 성공시키기 위해 수백번 거꾸러지는 어그레시브 인라인 스케이터들은, 그 모습 그대로 태풍 속에서 좌충우돌하는 청춘이다. 또 살점 깊숙이 문신과 같은 상처를 남긴 채 성공시킨 짜릿한 묘기는, 태풍 뒤 더욱 작열하는 태양 밑에서 만끽하는 청춘들의 성공담이다.
<태풍태양>의 두 남자주인공 김강우(26·모기), 천정명(24·소요)은 ‘인라인 스케이트를 잠시 벗어두고 잡담을 하러 나온 모기와 소요’ 같았다. 김강우는 ‘스케이트팅 순간을 누구보다도 즐기지만, 타고 싶지 않을 때는 본능적으로 냉정하게 거부하는 자유주의자’ 모기를 빼닮았다. 힘이 잔뜩 들어간 어깨와 도도한 눈빛은, “비겁한 게 나쁜 거냐?”라고 청춘답지 않은 질문을 내뱉을 때조차도 주눅들지 않았던 모기의 그것이었다. 또 천정명은 ‘겉보기엔 어수룩하고 내성적으로 보
<태풍태양> 김강우·천정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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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우성은 편안해 보인다. 파리의 양철 지붕 아래 다락방처럼, 내장재를 그대로 드러낸 스튜디오로 새어들어오는 빛과 나무 바닥이 약간 삐걱거리는 소리가 그를 무장해제시켰을지도 모를 일이다. 찰칵. 카메라 셔터가 내려가는 소리. 그게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디지털카메라는 별로 말이 없다.
여전히 <거미숲>과 <알포인트>의 잔상이 아른거린다. 지친 영혼을 가진 남자의 광기어린 눈망울이 또렷이 떠오른다. 그 잔상 앞에서는 뽀글거리는 파마머리 백수가장을 쉽게 떠올릴 수가 없다. <간큰가족>에서 감우성은 북에 두고온 가족을 그리워하는 시한부 아버지를 위해 ‘가짜 통일소동’을 벌이는 큰아들 명석을 연기했다. 백수가장이 노리는 것은 아버지가 ‘통일이 될 때까지는 사용할 수 없다’고 못박아놓은 엄청난 유산이다. 명석의 지휘 아래 간큰가족은 통일신문을 만들고, 통일방송을 만들고, 통일 서커스단을 만든다. <간큰가족>은 궁상맞은 삶에서 벗어나보려는 아
아름다운 무정형의 고집, <간큰가족>의 감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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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 언론시사회가 열린 서울시내 한 극장 입구에서는 인천공항 출국 검색대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극장에 들어가려는 이들은 예외없이 검은색 양복을 차려입은 건장한 사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금속탐지기가 설치된 문을 통과해야 했다. 또 조그만 가방이라도 들었다면 무조건 열어서 내용물을 확인시켜줘야 했다. 극장을 폭파하려는 테러범이 두려워서일까?
이처럼 ‘살벌한’ 수색작전을 펼친 이유는 다름 아닌 불법 동영상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시사회에 참석한 누군가가 영화를 몰래 녹화해 개봉도 하기 전에 인터넷에 퍼뜨린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를 크게 두려워한 영화사가 “시사회에 참석하는 모든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를 감수하면서까지 까다로운 수색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영화사의 이런 물샐 틈 없는 방어막에 끝내 구멍이 생기고야 말았다.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
[팝콘&콜라] 극장에 금속탐지기? 불법 북제 그만좀 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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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0회를 맞은 독립영화제 ‘인디포럼2005’가 28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열린다. 이번 인디포럼은 서울아트시네마(옛 허리우드극장)와 갤러리175(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연구소 갤러리)에서 열리며 ‘2005독립영화’ 29편, ‘다시 보는 인디포럼’ 20편과 ‘해외 특별전’ 19편 등 모두 68편이 상영된다. 인디포럼 사무국 쪽은 “인디포럼 10년을 맞아 영화제의 과거를 통해 그 지향성을 점검하고, 현재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막작은 박홍렬·황다은 감독의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로, ‘다큐멘터리란 무엇인가?’ 등 근원적인 질문을 성찰한 작품이다. 또 폐막작은 영화 제작과정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인 김계중 감독의 <해성 프로젝트>와 다른 영화를 인용하는 구성을 통해 새로운 영화틀을 이끌어낸 윤성호 감독의 <이렇게는 계속할 수 없어요> 등 두편이다.
‘독립영화2005’ 부문에서는 산업화의 상징인 구로·가
‘인디포럼’ 10살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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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경이 세편의 영화에 동시에 캐스팅됐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느라 1년 반을 쉬고 나서, 슬슬 활동을 재개하려 하자 기다렸다는 듯 도처에서 출연 요청이 밀려들었고, 그중에서 고르고 골라 결정한 영화가 모두 세편이다. 일이 이렇게까지 몰리다니, 신은경 없는 동안 충무로에선 어떻게 영화를 만들었는지, 신은경은 일하지 않는 동안 어떻게 참았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Mr. 주부 퀴즈왕>에서는 전업주부가 된 남편 한석규와 갈등을 빚는 직업여성 아내로, <6월의 일기>에서는 예고된 살인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강력계 형사로 출연하게 된다. 남편이 대표로 있는 소속사 플레이어에서 제작하는 <오늘의 운세>는 신이 내린 여자가 사랑에 눈뜬다는 내용의 코믹멜로로, “기존 이미지와 달리 사랑스러운 여자” 역할이라서 마음이 동한 작품.
전날 밤 <Mr. 주부 퀴즈왕>의 첫 촬영을 하고, 새벽에 <6월의 일기>의 고사를 지냈다며, 눈도 붙이지
등 3편의 영화에 캐스팅된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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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잔디밭, 커다란 개를 데리고 빙글빙글 춤을 추는 남자. 남자의 이야기를 듣던 부인과 소년들의 눈에 어느새 개는 커다란 곰이 되고 공원은 쇠라의 그림 같은 서커스의 사육제로 변한다. 지난 겨울에 본 <네버랜드를 찾아서>의 한 장면입니다.
피터 팬을 쓴 극작가 존 베리의 인생을 통해 사람에게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상상력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다르게 만드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이 영화를 본 날은 파리에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가을부터 다음해 봄이 오기 직전까지 늘 파리엔 비가 내립니다. 그맘 때의 파리는 거리도 마음도 모두 우울한 회색입니다. 건축을 공부하는 남편과 결혼해서 프랑스에 온 지 4년, 벌써 네 번째 겨울인데도 저는 도무지 이 도시의 우울에 익숙해 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비오는 오후 파리 구석의 한 영화관에서 저는 그를 만났습니다. 조니 뎁. 불온하고 반항적이고 거친 청춘을 거쳐 왔으며 아이돌 스타로 출발했지만 자기가 하고
[스크린 속 나의 연인] <네버랜드를 찾아서> 조니 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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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애니메이션에 스타들의 목소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버라이어티>는 최근 애니메이션과 게임에도 특급 스타들의 목소리를 빌려오면서, 제작비가 치솟고, 전문 성우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경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버라이어티>는 이 모든 판도를 바꾼 이로 제프리 카첸버그를 지목하고 있다. 그가 <슈렉>의 속편에 마이크 마이어스, 카메론 디아즈, 에디 머피를 불러모으면서, 1천만달러씩 쥐어줬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빈 디젤이 <리딕>의 비디오게임에 목소리 출연하는 조건으로 1천만달러를 받았다는 소문도 있다. 카첸버그는 전적으로 “스타를 동원하면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스타 기용으로 제작비가 상승하는 것 이외의 부작용도 있다. 로빈 윌리엄스나 에디 머피처럼 목소리 연기력이 탁월한 스타들이 거듭 등장하면서 식상해지는 감이 있고, 스타들에 밀린 전문 성우들의 설자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TV애니 <보글보글 스
[What's Up] 애니메이션의 스타 목소리 캐스팅 과열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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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고속도로에서의 무차별 총격사건이 11건째. 숱하게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강도, 총격사건보다 이 불특정 고속도로 총격사건이 ‘엔젤로’들의 발길을, 아니, 운전길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브랜트 우드, 사우스 캠튼, 다운타운, 샌타모니카, 차이나타운 등 지명만 들어도 그곳에 사는 사람의 계급과 피부 색깔이 감이 잡히는, 자기만의 안전지대를 벗어나 비슷한 혹은 어울림직한 ‘색깔’의 안전지대에 가기까지 대개 거쳐가야만 하는 곳이 로스앤젤레스의 고속도로이다. 이 고속도로야말로 로스앤젤레스의 컬러풀한 다인종들이 가장 평등하게 공유하는 공간일지도 모른다. 물론, 돈 치들이 <크래쉬>(Crash)에서 읊조렸듯이, 이 잠깐 동안의 ‘공유’도 자신의 차창 너머 안전이 보장될 때의 얘기다. 거기서 어디선가 차창을 뚫는 총알을 만난다? 어떡하라고. 그런 식으로 굳이 접촉을 하지 않아도 좋단 말이다. 내 안전지대로 가게 해달란 말이다.
<크래쉬>, 고속도로 총격
[LA] 폴 해기스의 <크래쉬>, 인종문제에 대한 촌철살인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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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라는 만화책이 있다. 고대 이집트의 람세스 왕이 소국 리비아를 공략하다 그곳의 왕녀 아카시아의 미모에 반한다. 이를 질투한 이집트의 왕녀 페드라가 람세스와 아카시아 그리고 그의 연인 리우스를 살해한다. 그로부터 3천년이 지난 20세기 한국. 다시 태어난 이들의 운명적인 사랑은 계속된다. <요정 핑크>로 잘 알려진 만화가 김동화의 작품으로 1980년대 발간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지난 5월16일 첫 방송된 <환생-NEXT>(이하 <환생>)(극본 주찬옥 외, 연출 유정준 외)는 이런 <아카시아>를 떠올리게 한다. 조선, 고려, 일제강점기, 시원을 거듭하는 네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은 <아카시아>의 안타까움과 닮았다. 이 만화를 감명 깊게 본 시청자라면 <환생>을 통해 그때 그 아련함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아련함을 담아내기까지 <환생>은 우여곡절이 많았던 작품이다. <
전생을 다루는 이 감각에 박수를! <환생-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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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부터 캐치온 플러스를 통해 방송되는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은 현재 미국에서 15%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C.S.I>와 시청률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는 인기 시리즈다. 지난해 10월3일 <ABC>에서 첫 방송을 시작한 이 드라마는 지난 4월30일 백악관 출입기자 만찬에서 로라 부시가 “대통령이 밤 9시에 잠들면 나는 <위기의 주부들>을 튼다. 나야말로 위기의 주부다”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월에 열린 제6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섹스 앤 시티>와 사라 제시카 파커를 누르고 ‘TV시리즈 최우수 작품상’과 ‘TV부문 여우주연상’(테리 헤처)을 동시에 수상하면서 그 인기를 증명했다.
<위기의 주부들>은 4명의 주부들의 지루한 일상과 일탈, 그리고 이들이 살인사건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코믹 드라마다. 사랑에 목말라하는 이혼녀 수잔(테리 헤처)과
[TV 드라마관] 소문난 아줌씨들이 온다, <위기의 주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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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건빵선생과 별사탕>의 박태인(공유)과 <러브홀릭>의 서강욱(강타)이 일진회 소속 학생들인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두 사람은 애초 ‘쌈장’으로 이름이 높았으나 학내에서 또래 학생들과의 집단행동을 피하고 개별적으로 행동하면서 신분을 철저히 위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여교사와의 로맨스로 화제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최근 폭력서클에 쏟아지는 각계의 관심을 호도하고 사회적 거부감도 덜어보려 한 증거가 포착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박태인과 서강욱은 절친한 친구 사이로, 자신이 다니는 학교 교사와의 로맨스를 사전 모의한 뒤 이를 꼼꼼히 기록했다. 표지에 ‘캔디-테리우스 프로젝트’라 쓰여 있는 이들의 수첩에는 △학내에서 캔디를 연상시키는 교사를 찾을 것 △돌출 행동으로 캔디의 관심을 끌되 이유있는 행동이라는 느낌을 줄 것 등 구체적인 행동수칙이 꼼꼼히 적혀 있다. 이들이 제시한 캔디의 요건은 “자기 주장이 강하고 똑
“미안하다, 이기주의다”, <건빵선생과 별사탕> <러브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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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5월28일(토) 밤 11시40분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를 떠올리면 광인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귀레, 신의 분노>(1972)에서 그는 아마존의 밀림으로 군대를 끌고 들어가는 아귀레의 모험담을 펼쳐보인 바 있다. 병사들은 하나씩 죽어가고 그 와중에 과대망상의 증상을 보이는 아귀레는 스스로 절대자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든다. 클라우스 킨스키의 광적 연기를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영화가 <위대한 피츠카랄도>이다. 마찬가지로, 아마존을 무대로 하는 이 영화에서 클라우스 킨스키는 거대한 배를 끌어올려 산을 넘는 무모한 모험을 벌인다. <아귀레, 신의 분노>와 <위대한 피츠카랄도> 모두 1970년대에 생겨난 새로운 독일영화, 즉 ‘뉴저먼 시네마’의 일원이었던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작이다. 20세기에 막 접어들었을 무렵, 유럽에서는 혁신적 문화의 기운이 감돈다. 피츠카랄도는 가극왕 카루소의 오페라 공연에
클라우스 킨스키의 광적 연기, <위대한 피츠카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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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5월26일(목) 밤 12시55분
한국계 미국인 그렉 박 감독의 로봇에 관한 옴니버스 <로봇 이야기>가 방영된다. 사실 우리는 미국의 저예산 독립영화들을 극장이나 방송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독립영화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때문에 영화제에서 상영됐던 작품이 한국의 공영방송에서 방영된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로봇 이야기>는 현란한 특수효과와 액션이 없더라도 로봇이 등장하는 SF영화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이제는 너무 흔해져버린 로봇들의 과장된 액션을 배제하고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점점 디지털화되어가는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인간성의 상실 등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보편적인 주제의식은 다소 상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에피소드들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와 함께 다양한 인종을 등장시키고 주제의 진중함으로 그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로봇을 키워 부모의 능력을 검
[독립영화관] 로봇에 관한 옴니버스, <로봇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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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5월29일(일) 밤 11시40분
김수용 감독의 계몽영화 <달려라 만석아>는 당시 문공부에서 주최한 광복 30주년 기념 아동문예작품 당선작인 이준연의 <철새들의 고향>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서울의 달동네에서 가난하게 살던 만석은 할아버지를 따라 시골 갈매마을로 내려간다. 할아버지는 만석에게 옛것의 중요성, 충효정신의 의미 등에 대해 틈틈이 교육시킨다. 시골로 내려간 만석은 할아버지의 대장간 일을 거들기도 하고, 청년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 일손이 모자란 시골에서 모임을 만들어 고향을 찾는 편지쓰기 운동을 한다. 추석이 되어 만석의 부모도 고향을 찾지만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만다. 시골로 돌아온 만석의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대장간 일을 물려받고 마을은 활기를 되찾는다. 전통 마을, 농촌을 지키는 터줏대감 같은 최불암의 이미지를 <전원일기>의 김 회장 역할보다 먼저 보여준 작품이다. 최불암에겐 대종상 주연상을 안겨준 그의 대표작이기
[한국영화걸작선] 김수용 감독의 계몽 영화, <달려라 만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