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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감독으로 데뷔하면 가장 잘할 것 같은 배우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연기와 연출은 별개의 것이므로 배우의 영화만 봐서 짐작할 수도 없는 것이지만, 주어진 보기 외에 당신이 진정으로 신뢰하는 배우가 따로 있다면 더욱 난감한 일이다. 그런 점들을 고려하면서도 닷새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씨네폴을 진행했다.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배우는 최민식(35%). 최근작 <올드보이>에서 보여준 연기의 감동이 연출력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 듯하다. 이어 두 번째 큰 지지를 얻은 유지태(32.4%)는 2003년 <자전거 소년>이란 단편영화를 만들어 부산영화제에 출품한 바 있다. 영화감독으로서의 꿈을 종종 밝혀온 정우성(12.1%)은 아주 근소한 차로 박중훈(12.4%) 다음의 지지를 얻었다.
■ 다음 중 장편감독으로 데뷔하면 가장 잘할 것 같은 배우는?
설문 참가 응답자 380명
최민식 35%(133명)
유지태 32.4%(123명)
박중훈 12.4%(47명)
[씨네폴] 최민식을 감독님으로 모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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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성영화제가 지난 3월8일 기자회견을 갖고 일곱 번째 영화축제의 상영작과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오는 4월8일부터 15일까지 신촌 아트레온 극장을 중심으로 개최되는 제7회 서울여성영화제는 메인 섹션인 ‘새로운 물결’ 등 총 7개 섹션에 걸쳐 27개국 90여편의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개막작은 아르헨티나 여성감독 루크레치아 마르텔의 <홀리 걸>. 올해 서울여성영화제는 세계 변방의 여성영화들과 페미니즘 영역의 가장 뜨거운 화두 속으로 각각 시선을 배분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 중 하나는 10대들의 섹슈얼리티와 성정체성을 논하는 ‘영페미니스트포럼’ 섹션. 프로그래밍을 맡은 권은선 프로그래머는 “10대들의 성문제는 사회적으로 더이상 비가시적이지 않고 페미니즘 영역 안에서도 하나의 중요한 담론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주제를 택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진보적 성향의 작품들보다 10대들의 일상에 근접해 있어 10대들이 공감할 법한 영화들을 더 많이 선정했다”고
10대의 섹슈얼러티 다루는 올해 여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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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곤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고 표지판이라도 붙어 있는 듯했다. 촬영장인 양수리 카페의 뒷숲에 스산하게 서 있는 나무 세트는 송일곤 감독의 신작 <마법사(들)>가 지각보다는 상상을 요하는 영화일 것이라고 미리 귀띔해준다. <마법사(들)>는 전주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다. <마법사(들)>라는 제목은 나머지 두명의 삼인삼색 감독(<열대병>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과 <철남>의 쓰카모토 신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Magician(s)’이라는 밴드의 이름이다. 2명의 남자와 2명의 여자로 활동했던 밴드는 매년 12월31일 강원도의 한 카페에 모여 자살한 밴드부원을 추모하는 모임을 가진다. 그리고 모든 것은 원신 원컷(!)으로 찍혀서 30분의 디지털 입자 속에 담길 예정이다.
원신원컷이라니. 이걸 대체 어떻게 찍을 것인가. 수심이 가득한 표정의 기자에게 모자를 푹 눌러쓴 송일곤
“원신원컷의 원칙을 밀고 나갑니다”, <마법사(들)>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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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크로가 과거에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테러 조직이 ‘문화적 불안 조성’을 목적으로 자신을 납치하려 했다고 호주 잡지 <GQ 매거진>에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2001년 <글래디에이터>로 남우주연상을 받기 한 달 전쯤이었을 때 FBI요원이 협박 사실을 크로에게 알려왔다고 말했다. 이 잡지 3월호 인터뷰에서 “그때 처음으로 ‘알 카에다’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상징적인 미국인을 납치해 문화적 동요를 일으키려는 계획의 일환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계획에 다른 타겟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일이 있은 후 크로는 FBI의 보호를 받았으며 개인 경호요원을 고용했다고 한다.
러셀 크로, 알 카에다에 납치될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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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만 쉬어도 한 달에 2백 만원은 들 걸?”
가진 것 하나 없는 주제에 뉴욕에 가겠다고 했을 때, 왕년에 한번쯤 맨하탄에서 살았다는 사람들은 저 애가 제정신인가 하는 눈으로 쳐다보곤 했다. 사실 뉴욕은 비싼 도시다. 뉴요커들 대화의 대부분이 비싼 렌트비란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맨하탄에서 등을 붙이고 잘 침실, 라면 하나라도 끓여먹을 부엌을 가지는 것은 상상 이상의 돈이 든다. 물론 예전 이 칼럼에서 썼듯이 나에겐 내일을 위한 돈 같은 건 없었다. 몇몇 잡지에 글을 쓰는 것으로는 렌트비는 커녕 쉬지 않고 봐대는 영화티켓 값도 벌기 힘들 것이 분명했다. 결국 일할 곳을 찾아보게 되었고, 다행히도 이 가난한 중생을 거둬주실 소호의 네일가게 사장님을 소개 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J.F.K.공항에 떨어진 첫날부터 손톱파일과 큐티클 니퍼를 들고 맨하탄의 넘쳐나는 불법노동자 대열 속으로 들어갔다. (아! 부디 이민국이나 대사관에서 이 글을 보지 않기를!)
봄이 오는 냄새가 확연
[백은하의 애버뉴C] 16th street / 기품 있는 마리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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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9일 개봉하는 <스타 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Star Wars: Episode III - Revenge of the Sith, 이하 <시스의 복수>)는 가장 어두운 영화가 될 것이라고 조지 루카스 감독이 예고했다. 이 영화는 장장 28년에 걸친 <스타 워즈>시리즈의 6번째 작품이자 마지막편이다.
3월6일 CBS의 프로그램<60분>녹화 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조지 루카스는 “역대 <스타 워즈> 연작 중 <시스의 복수>가 가장 어둡고 폭력적일 것”이라면서 “5,6세 어린이가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시리즈 중 최초로 PG-13등급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예상했다. PG-13등급은 부모의 강력한 주의가 요망되며 13세 미만의 어린이에게는 부적절한 영화에 주어지는 등급이다.
이전 <스타 워즈> 다섯편은 부모를 동반한 어린이가 관람 가능한 PG등급을 받았다. <스타 워즈 에피소드 1 -
<스타워즈> 마지막편, 가장 어두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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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레닌>의 DVD에는 2003년 독일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영화답게 2개의 오디오 코멘터리가 수록되어 있다. 볼프강 베커 감독의 코멘터리는 상영시간을 빈틈없이 꽉 채운 달변이 돋보인다. 아무래도 십수년 전의 지나간 시대를 그린 작품이니 만큼 고증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데, 하도 신경을 쓰다보니까 미술감독이 보여준 완벽하게 재현된 동독 거리가 찍지도 않을 장면을 위해 만든 세트였더라는 꿈 이야기를 할 정도다. <굿바이 레닌>을 흔히 현실을 빗댄 영화라고 하지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시계태엽장치 오렌지>와 같은 큐브릭의 말을 인용, 알렉스를 도와 가짜 뉴스를 만드는 데니스라는 캐릭터에서 ‘영화에 관한 영화’를 의도한 감독의 손길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데니스의 뉴스 촬영장면에서 ‘감독은 거짓말을 만드는 사람이며, 영화는 1초에 24번이나 거짓말을 하는 세상이다. 그 속에서 또 가짜 뉴스(영화 속 영화)를 만든
[코멘터리] “영화는 1초에 24번 거짓말하는 세상”, <굿바이 레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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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애니메이션 팬들이 뮤지션에 대한 투표를 한다면 그 첫 번째 리스트에는 피터 가브리엘이 있을 것이다. 제네시스를 탈퇴하고 1977년부터 솔로 활동을 해온 그는 뮤직비디오에서 스톱모션 방식의 클레이나 퍼펫애니, 2D 및 3D를 다양하게 활용하며 비범한 애니메이션 단편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피터 가브리엘의 대표곡이자 뮤직비디오 23편이 한장의 DVD에 담겨 출시되었다. 클레이는 아드만 스튜디오가, 얀 슈방크마이에르풍의 모델 애니메이션은 퀘이 형제가 담당한 빌보드 차트 1위곡 <Sledgehammer>도 당연히 포함되었다.
<Sledgehammer>와 함께 86년 앨범 <SO>에 수록되어 스티븐 존슨이 연출한 <Big Time>은 기교 면에선 <Sledgehammer>를 능가한다. 스티븐 존슨이 연출한 또 다른 작품 <Steam>도 힘이 넘친다. 마틴 스코시즈의 <예수의 마지막 유혹>에 수록된 곡인 &l
[DVD vs DVD] 피터 가브리엘 뮤비 vs 메탈리카의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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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배우가 되고 싶은 남자(로버트 드 니로)는 급기야 유명 코미디언(제리 루이스)을 납치한다. 한국 관객에겐 잊혀진 배우였던 제리 루이스는 1980년대에 <코미디의 왕>으로 그렇게 다시 나타났다. 딘 마틴과 짝을 이뤄 1950년대를 풍미한 뒤 50년대 후반 솔로로 나서면서 감독 프랭크 태실린과 일련의 코미디영화를 찍었고, 1960년엔 <벨보이>로 감독 데뷔한 제리 루이스는 당시 파라마운트사 최고의 스타였다. 정작 미국에선 그의 영화를 한낱 악취미 코미디로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조너선 로젠바움은 태실린과의 결과물을 진정 창조적인 코미디영화로 평가했으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열렬한 지지는 제리 루이스를 신격화하기에 이르게 된다.
<너티 프로페서>는 루이스 영화의 성격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태실린의 영향을 받아 알록달록 현란한 영상 속에 성적 흥분상태와 저속한 현대인과 사회에 대한 풍자를 몸과 입술의 슬랩스틱으로 표현했던 그는 희극판 ‘
[명예의 전당] 코믹의 제왕, 제리 루이스의 모든 것, <너티 프로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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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은 여러모로 스티븐 킹의 <미래의 묵시록>(The Stand)을 연상케 한다. 배경인 1930년대는 대공황과 최악의 기후가 미국을 휩쓸던 시기니 슈퍼 독감으로 전 인류가 사멸한 <미래의 묵시록>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고, 이들 모두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들려주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선과 악을 대표하는 두 주인공이 멀리 떨어져 있는 서로를 향하여 서서히 다가간다는 전개도 그렇다. 하지만 <카니발>을 어떤 한 작품의 닮은꼴 정도로만 보는 것은, 이 작품의 굉장한 잠재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적어도 첫 시즌만을 본다면, 선은 과연 진짜로 순수한 선인지 알 수 없고, 악으로 설정된 인물 역시 관객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카니발>은 일반 극영화에 전혀 뒤지지 않는, 굵직한 스케일의 TV시리즈를 제작해온 HBO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대작이다. 그러나 단순히 물량만으로
<트윈 픽스> 같은 파격과 뒤틀림의 중독, <카니발 시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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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옥의 이마베프>에는 장만옥이 <동방삼협>을 찍고 프랑스로 건너온 홍콩 배우 장만옥으로 출연한다. 여기서 비달 감독(장 피에르 레오)의 자리를 넘겨받은 미라노 감독은 “이마 베프는 파리다”라며 절대로 홍콩 배우에게 배역을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그녀는 아방가르드적 엔딩을 통해 결국 파리의 밤을 훔쳐버리고 만다. <클린>에서의 장만옥은 비록 자기 자신은 아니지만 그녀를 염두에 두고 쓴 아사야스의 각본으로 분리가 힘들 정도로 캐릭터에 대한 몰입을 보인다. 그녀는 실제 자신이 생활해온 나라들에서 중국어, 영어는 물론이고 유창한 프랑스어를 구사하고 노래까지 부르며 세계인이 된다.
<클린>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것은 브라이언 이노의 전자음악이다. 근데 이 음악이 최초로 사용된 영화는 다큐멘터리 <포 올 맨카인드>(For All Mankind)에서였다. 만일 <클린>과 <포 올 맨카인드>를 연관시킨 사
아사야스와 장만옥과의 특별한 만남, <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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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댄스?>는 댄스영화다. 그래서 볼룸댄스의 고향 블랙풀에서 태어난 피터 첼섬이 굳이 감독으로 선택된 <쉘 위 댄스?>엔 옛 뮤지컬의 우아함과 낭만, 설렘이 있다. 제목에서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 율 브린너와 데보라 카 커플을 연상하는 게 혹여 힘들다고 해도 탱고, 차차, 파소 도브레, 룸바, 퀵스텝 같은 춤의 이름만으로 매끄러운 율동이 전해오는 영화다.
<브레드레스>와 <아메리칸 지골로>에 나오던 시절의 리처드 기어가 생각나 미소짓는 건 덤이다. 그런데 <쉘 위 댄스?>가 그냥 댄스영화가 아니라 자신을 되돌아보는 중년 남자의 이야기임을 알게 되는 건 쇼윈도의 TV에 <밴드 웨건>이 나올 때다. 첼섬은 수오 마사유키의 원작 <쉘 위 댄스>가 다룬 주제를 중년을 훌쩍 넘긴 왕년의 스타 프레디 아스테어의 모습 하나로 적절하게 표현해냈다. 갈등이나 앙금, 여운이 없는 결말이 원작에 비해 아쉬운
스탭들과 함께 볼룸댄스 교실, <쉘 위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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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나 보름이나 새로운 일년의 시작을 기념하면서 그 일년이 편안하길 기원하는 제의로 구성되지만, 그 성격은 사뭇 다르다. 설이 조상신에게 제사하면서 가족의 평안을 빌고 확대된 가족의 범위에서 음복하는 날이라면, 보름은 마을 전체의 사람들이 모여서 성황신이나 당신에게 제사하며 마을 전체가 한데 어울려 먹고 노는 날이다. 줄다리기나 다리밟기, 쥐불놀이, 심지어 위태로운 석전(石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놀이들이 대보름날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
‘놀이’라는 말에 어떤 개념적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면, 아마도 이런 발생적 연원과 결부하여 정의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 제사 내지 ‘봉헌’이 공동의 신을 다시 상기하게 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하나의 ‘관념’(표상)으로 묶는 것이라면, 음복이나 놀이는 공동의 식사나 함께 즐기는 행위를 통해 사람들을 신체적으로 연결하고 묶어주는 것이다. 굳이 제의가 아니라도 우리는 음식을 통해 쉽게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지만, 또한 놀이를 통해 쉽게 가까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놀이정신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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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영화를 만들려는 생각이 있죠?” “영화공부를 더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 질문들을 받을 때마다 우물거린다. 나는 영화도 좋았지만 잡지도 영화 못지않게 좋았다. 한 영화에 관해 또 하나의 스토리를 지어내고 그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영화 이미지를 고르고 거기에 리듬을 넣어 지면을 구획하는 일이 즐거웠다. 예전에는 외화 수입사들이 파일이 아니라 슬라이드로 신작의 사진을 제공했는데, 날 잡아 영화사들을 돌며 새 영화 슬라이드를 한 보따리 챙겨와 하나하나 불빛에 비춰볼 때면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다. 아무튼 잡지에는 일간지가 결코 누릴 수 없는 넓은 공간이 있고 연구서가 도저히 허락 못할 허술함- 유희의 여지- 이 있다. 유례없는 영화주간지를 창간하고 처음 2년 동안은 “이러다가 끝내 못 가지” 노래를 불렀지만 끝내는 일주일에 한번씩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일의 즉각적 결과를 손에 쥐는 생활주기에 신진대사 리듬이 맞춰졌다. 게다가 한주 동안 집중적으로 읽힌 다음 버려진다는 사실도 어
[오픈칼럼] 영화주간지 기자의 직업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