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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상의 급진성과 내용상의 프로파간다”-김선
상영작 <자본장 선언: 만국의 노동자여, 축적하라!> 필모그래피 <반변증법> <시간의식> <빛과 계급>
“노골적인 프로파간다가 좋다.” 지난해 쌍둥이 형인 김곡 감독과 함께 <시간의식> <반변증법>을 들고 이미지포럼을 찾았던 김선 감독의 말이다. 독립영화가 정치적인 선언을 뒤로 감추고, 좀더 대중적인 화법을 구사하면서 충무로 제작자들에게 구애를 던지기 시작한 지도 오랜 일. 이것이 어린 시절부터 이른바 문화적 세례를 받아 탈정치화됐다는 90년대 후반 학번의 입에서 튀어나온 선언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착취는 반복되고, 욕망은 충족되지 못하며, 언제나 공급은 수요를 초과하여 공황을 부르는 악몽 같은 자본주의를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자본당선언>은 그 숨막히는 순환의 구조를, 엄격한 영화적 형식에 적용해 완성했다. 김선 감독에게 가장 큰 아쉬움은, 지루한
일본에서 만난 한국 독립영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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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는 사회를 지킨다”-황철민
상영작 <프락치> 필모그래피 <퍽햄릿> <팔등신으로 고치라굽쇼?> <옥천전투>
“저렇게 때깔나는 실험영화가 있다니!” 황철민 감독이 이미지포럼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1985년,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첫 번째 생각이다. 독일 유학 무렵 그가 일했던 독립·실험영화 상영관 ‘라거할레’가, 이미지포럼에서 만들어진 일본 실험영화를 상영했던 것. 그러나 “일본의 독립영화는 최대한 유예시켜야 하는 우리의 미래”라고 말하는 그는, 더이상 일본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70년대 이후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하고, 신변잡기 일색으로 흐르게 된 일본의 독립영화”는 그저 사회의 노후함을 보여줄 뿐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독립영화가 사회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은 거의 없지만, 사회의 바로미터가 될 수는 있다”. 황철민 감독은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역동성을 예술의 유정(油井)에 비유한다. 네오리얼리즘
일본에서 만난 한국 독립영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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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의 미래는 어디 있는가?
40여편의 한국 독립영화가 일본 관객을 만났다. 3월5일에서 11일까지 도쿄 이미지포럼에서 ‘한국 독립영화 2005 뉴시네마 리로디드’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영화제를 통해서였다. 길이와 장르를 불문한 이들 상영작들은 한국 독립영화의 현재를 보여주는 작품들. 그간 드라마와 상업영화를 통해 이루어졌던 한·일 문화교류의 깊이를 더해준 이번 행사는, 새로운 한국영화를 만나고 싶어하는 일본 관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편 12명의 감독들이 자신의 최근작을 낯선 관객에게 선보이기 위해 일본을 찾았다.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독립영화를, 주류영화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지 않았다는 점”. 자신이 옳다고 믿는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 오랜 기간 최선을 다해온 주인공들이다. 그중에서도 이른바 독립영화판(?)에서 확고한 작업세계를 구축하여 안정적인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여섯명의 감독들을 만났다. 황철민, 이송희일, 채기
일본에서 만난 한국 독립영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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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화염, 장엄한 음악, 그리고 불굴의 희생정신. 활활 타오르는 불꽃의 스펙터클과 몸집을 집어삼킬 듯한 물줄기를 들고 휘청거리는 소방관의 긴장만으로도 ‘화재영화’들은 충분히 영화적이다. 그러나 언제나 거기까지다. 이 자연적인 볼거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우 뻔한 구조와 진부한 영웅담만이 남기 때문이다. <리베라 메> <싸이렌>이 그랬듯 <래더 49> 역시 같은 길을 걷는다. 다만 전작들에 비해 특이할 만한 점을 찾는다면 <래더 49>에는 아무런 갈등의 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인물들간의 갈등에 기댄 특별한 극적 구조가 없다는 사실이 이 영화 전체를 설명해주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대형 화재 현장에서 시민을 구하고 불길 속에 갇힌 소방관 잭 모리슨(와킨 피닉스)은 부상을 입고 쓰러진다. 그의 의식이 점차 흐릿해질수록 지나간 과거의 추억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신참 소방관 시절의 도전정신, 사랑에 빠져 꾸린
긴장감 없는 화재영화, <래더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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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단단히 결합된 쌍둥이 남매와 그들 사이에 끼어든 소년. <몽상가들>의 전제는 장 콕토의 중편 <무서운 아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전후 프랑스의 악마적인 청춘들을 차갑게 묘사한 <무서운 아이들>과는 달리 <몽상가들>은 혁명의 한복판에서 자신들만의 낙원을 건설하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몽정기’에 더욱 가깝다.
<몽상가들>은 이자벨과 테오, 매튜가 홀린 듯 스크린 앞에 앉아 있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앙리 랑글루아가 시네마테크 관장직에서 해임되고 68혁명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은 아파트 안에 틀어박힌다. 그들은 이제 흑백 여배우 사진 앞에서 자위하거나 ‘모션퀴’를 통해 영화 지식을 시험하고, 자살을 시도할 때조차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린다. 그건 거의 오로지 영화를 향한, 영화에 의한 시간(屍姦)처럼 보인다. 그들에게 삶의 리얼리티와 혁명은 관념 속에서만 존재하는, 좀더 정확히 말하면
영화에 취하고 사랑을 갈망하던 스무살, <몽상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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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할리우드. 미국의 어느 지역이 아니다. 이곳은 스페인 남부 알메리아 지방의 사막 한가운데 차려진 영화 세트장으로 숱한 스파게티 웨스턴영화가 촬영된 곳이다. 서부극의 지위만큼이나 쇠락해버린 이곳엔 일군의 사람들이 깃들어 있으니, 한때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조지 C. 스콧의 대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는 훌리안(산초 그라시아)을 비롯한 스턴트맨이 그들이다. 여기서 그들이 하는 일이라곤 한줌도 안 되는 관광객을 상대로 서부극의 한 장면을 쇼처럼 재연하는 것. 이 한가로운 동네에 훌리안의 손자 카를로스(루이스 카스트로)가 찾아오면서 <800 블렛>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여곡절 끝에 카를로스와 훌리안이 가까워질 무렵, 엄마 라우라(카르멘 마우라)가 아들을 찾아 이곳을 찾아온다. 역시 스턴트맨이었던 남편이 시아버지 훌리안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는 라우라는 ‘꿩 먹고 알 먹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난항을 겪고 있던 테마파크의 부지로 이곳을 선택해 비즈니스 문제도 해결하고
21세기 유럽에 구현한 남성들의 원더랜드, <800 블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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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날고 팝아트풍의 크레딧과 크림의 몽환적인 <White Room>이 흐른 뒤, 화면에는 일본 나가사키 사세보항의 철조망 앞에 선 야자키 겐스케(쓰마부키 사토시)가 등장한다. 야자키가 학교의 소문난 얼짱인 야마다(안도 마사노부)와 친해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출발. 희대의 거짓말쟁이, 말만 앞서는 순발력의 제왕 야자키와 책임감의 화신 야마다는 랭보를 통해 쉽게 단짝이 된다. 축제를 꿈꾸는 야자키의 야심은 8mm카메라를 빌리러 간 전공투 사무실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얼떨결에 이루어낸 바리케이드 봉쇄의 현장에서 포만감을 느끼는 그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대가가 기다린다. 열일곱살 소년에게 아름다운 소녀야말로 혁명의 깃발이다. 소년은 그 깃발을 따라 바리케이드 봉쇄, 무기정학, 축제를 기꺼이 겪어낸다. 주인공 야자키에게 개벽천지란 사회주의의 완성이나 인민의 해방이 아니다. 그저 영어연극반의 마츠이 가즈코(오오타 리나)의 연인이 되는 것만이 그의 ‘레종 데 트르(존재의
“즐기는 자가 이긴다”, <69 식스티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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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산업이 주축인 대성그룹이 영화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대성그룹 계열사인 바이넥스트창업투자는 21일 피터 잭슨 감독 소유의 뉴질랜드 후반작업 회사 ‘파크 로드 포스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앞으로 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한국 영화를 투자·제작하기로 했다. 에너지 산업이 주축인 대성그룹은 지난 2003년말 바이넥스트창투사를 통해 100억원 규모의 영상투자조합을 만들면서 영화산업에 발을 들여 놓았지만 영화 1편당 전체 지분의 20% 안에서만 투자하는 소규모 투자자로 자리해왔다. 이번에 새로 조성하는 300억원 규모의 펀드는, 영화 지분의 50% 이상을 투자해 판권을 보유하는 메인 투자자로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계열 ‘바이넥스트’ 300억 펀드 조성 후반작업 ‘파크 로드 포스트’ 와 제휴
“이미 대기업들이 영화산업에 많이 진출해 있는데 대성그룹은 그들과 충돌하지 않는 쪽을 택해,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대작 블록버스터 영화에 집중 투자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직접
영화산업 본격화 대성그룹 김영훈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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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스크린속의 연인이 내겐 너무 많았던 건지, 아니면 거의 없었던 건지…. 어렸을 때 극장에서 살다시피 한 적이 많았다. 친구들이 많을 땐 연극을 하고 놀았고, 한두 명 정도면 극장엘 갔다. 혼자서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아니면 영화의 한 장면을 흉내 내어 보거나 하였다. 혼자서 길거리를 걷다가도 앞에 가던 아저씨가 바바리 코트에 선글라스를 꼈으면 영락없이 한 장면이 됐다. 나는 혼자서 “파랑새 나와라 파랑새, 여기는 지리산, 지금 내 앞에 수상한 사람이 가고 있다. 간첩인 것 같다. 예의 주시하겠다. 오버” 이렇게 중얼거리며 앞사람에게 들키지 않게 담벼락에 착 붙기도 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 갔다. 혼자 거울을 보며 엄앵란이 신성일에게 뺨을 맞고 울면서 S자로 뛰어가는 모습을 흉내내기도 하고 전옥 할머니의 지엄하고 무시무시한 대비마마의 역할을 흉내 내어 보기도 하고 <연산군>, <왕자 호동과 낙랑공주>를 재구성하여 허구헌날
[스크린 속 나의 연인] ‘이세상 어딘가에’ 허장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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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일은 평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저울을 닮았다. 양쪽에 공평한 무게를 올려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사랑에 성공하면 일이 엉망이 돼 있고, 일에 몰두하면 사랑은 지친다. 내놓고 자랑할 전성기도 없이 은퇴기를 맞이한 테니스 선수가 한 여자를 만나면서 커리어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 지레 ‘영화니까 가능할’ 어떤 한 가지 결론을 상상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한 고비, 한 고비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얻을 수 없는 두개의 트로피를 모두 거머쥐는 인생. 이 점에서 영화 <윔블던>도 사랑과 일 중 적어도 한 분야에서는 절룩거리는 만인을 위한 싱그러운 판타지다.
피터 콜트(폴 베타니)는 커리어의 석양을 바라보는 영국의 테니스 선수다. 생애 최고 전적은 세계 랭킹 11위. 지금은 119위로 풀썩 내려앉았다. 부유한 아낙네들의 시간강사가 되어 선수 말년을 정리하는구나 싶었던 그는, 정말 운이 좋게도, 와일드 카드(출전자격을 따지 못했지만 특별히 출전이
퇴물 선수의 소심한 내면의 목소리, <윔블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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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세계는 모든 것이 지독하게 푸르다. 너무 푸르러서 이곳에서는 아무도 아무것도 죽지 않을 것 같다. 우아한 깃털 구름이 흩뿌려진 하늘 아래 거울 같은 호수가 있고, 그 가장자리를 돌아 자전거를 달리면 젊은 아빠 타쿠미(나카무라 시도)와 어린 아들 유지(다케이 아카시)가 사는 숲가 작은 집에 도착한다. 봄바람이 습기를 품자 타쿠미는 일기예보에 심장이 덜컹이고 유지는 테루테루 보우즈(갠 날씨를 기원하는 인형)를 거꾸로 매단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기우제를 드린다. 1년 전 병으로 숨진 타쿠미의 아내 미오(다케우치 유코)의 약속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다시 비의 계절이 돌아오면 둘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확인하러 올 거야.” 그리고, 미오는 정말 돌아온다. 문간에 버려진 갓난아기처럼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미오에게 남편과 아들은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을 숨긴다. 고교 시절 짝꿍에서 부부가 되기까지 더딘 사랑의 사연을 타쿠미가 미오에게 조금씩 들려주
완전하고 영구한 러브스토리, <지금,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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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영유권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독도를 지키던 의용수비대에 관한 영화 두편이 동시에 준비되고 있다. 각각 2년 가까이 준비된 두 영화는 모두 한국전쟁 직후 울릉도의 향군으로 수비대를 조직해 1953년부터 3년8개월간 독도에서 일본 정규군과 항전을 벌인 홍순칠 대장과 부대원들의 실화를 다룬다. 7월 크랭크인을 계획으로 길벗영화사(대표 김길남)에서 준비하는 <독도수비대>는 고 홍 대장이 직접 쓴 수기 <이 땅이 뉘 땅인데>를 바탕으로 한 영화. 홍 대장의 부인 박영희씨와 영화화 판권계약을 맺었고, 이민용 감독을 영입해 제작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연출을 맡을 이 감독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영화를 제작하게 돼 부담은 있지만 완성도에 더욱 신경을 써 독도가 사회·문화적으로 주목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독도>는 방송작가 김교식이 쓴 <다큐멘터리 독도수비대>를 바탕으로 심산 작가가 각본을 집필하는 영화. 애초 영화사
[충무로는 통화중] 독도 의용수비대 소재 영화 2편 제작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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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영화제간 협의체 구성 및 영화제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토론회가 지난 3월15일 오후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영상관에서 열렸다. 영화인회의가 주관하고 광주, 부산, 전주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가 공동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최근 부천영화제의 파행 사태, 광주영화제의 집행위원장 사임 요구건 등을 통해 불거진 국제영화제와 지자체간의 충돌과 그로 인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공동으로 모색하자는 취지로 열렸다.
국제영화제간의 협의체 구성 부분은 전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영덕씨가 발제를 맡았다. 발제에서 필름관리 및 영사, 필름트래픽(수출입과 프린트 이동관리), 작품 출품 규정 및 신청 관리, 저작권 등이 공통운영의 기준 마련이 필요한 사항으로 제기되었다. 김 프로그래머는 “두 가지 측면의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영화제간의 자발적 필요성에 의해 협의를 하는 것. 이를 통해 영화제 현장에서 협의가 필요한 부분부터 순차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나머지 하나는 국제영화제로서 가져야
국제영화제 협의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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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와 <데스티네이션2>의 속편 소식이 최근 발표됐다. 이 두 편은 뉴라인 시네마의 영화이며 J. 맥키 그루버와 에릭 브라스가 크레딧에 올라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둘은 <나비효과>의 각본, 연출을 맡았고 <데스티네이션2>의 각본을 썼다.
애쉬튼 커처의 연기력이 돋보였던 <나비효과>(2004)는 미국 박스오피스 1위는 물론, 한국에서도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초현실 스릴러다. ‘과거를 바꾸면 현재는 어떻게 될까’라는 주제가 관객들의 구미를 당겼던 것. 제작사 뉴라인 시네마는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속편을 계획하고 있다. 애쉬튼 커처가 다시 출연할 가능성은 희박한 셈이다. 속편의 감독으로는 베테랑 촬영감독이자 <모탈 컴뱃2>의 감독 존 레오네티가 내정됐다.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를 바꾸면서 예상치 못한 현재를 맞게 된다는 전작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내용을 선보일 예정이다.
<나비효과><데스티네이션2>속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