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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잔혹이야기>(菁春殘酷物語)1960년
부모를 버린 청춘남녀의 파멸기를 파격적이고도 역동적인 형식에 담아낸 오시마의 출세작. 오시마 자신이 뽑은 대표작으로, 젊음·폭력·섹스라는 오시마 평생의 소재 속에 정치적 근본주의가 은밀히 잠복해 있다. 50년대의 열혈 학생운동가였고 지금은 불법 낙태수술로 먹고사는 선배 의사의 더러운 산부인과 병원. 낙태수술을 받고 탈진해 누워 있는 여주인공 옆에서 남자주인공은 사과를 질겅대고 있는데, 그의 눈에는 눈물이 번진다. 이 한 시퀀스만으로도, 오시마는 전후 일본사회의 불모성과 일본공산당이 주도한 50년대 좌파운동의 실패, 살부(殺父)를 감행한 청춘남녀의 불안과 비애를 단숨에 드러낸다.
<일본의 밤과 안개>(日本の夜と霧)1960년
정치노선에 관한 격론이 이야기를 대체한 진귀한 정치영화. 스탈리니즘에 사로잡힌 50년대 학생운동과 일본공산당의 몽매성을 격렬하게 비난하는 오시마의 신좌파 정치노선이 전경화한다. 더욱 놀라운
오시마 나기사 [2] - 대표작 5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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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뭐란 말인가. 아무것도 없다. 그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이란 기껏 일찍 죽는 것 정도가 아닐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뉴웨이브는 아비의 집을 불태우고 거리에 나선 아이들의 몫이었다. 악동 프랑수아 트뤼포가 ‘아버지의 무덤을 파헤치는 묘굴꾼’이란 비난 속에 프랑스 평단을 들쑤셔 놓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의 젊은 감독들은 아버지의 영화의 죽음을 고한 ‘오버하우젠 선언’을 내놓았다. 전후 일본영화계 최대의 문제아 오시마 나기사(1932∼ )가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다. 27살의 나이에 데뷔하는 진기록을 세우더니 “일본영화는 없다”는 도발적 발언으로 일본영화계를 뒤집어 놓았다. 오시마도 아비에 대한 저주에서 시작하고 있었다. 그가 1973년에 쓴 에세이 <내 아버지의 부재-내 실존의 결정적 요소>는 이렇게 이어진다.
“내 아버지는 내가 6살에 돌아가셨다. 난 어머니라는 존재의 보호막이 싫었다. 그게 내 삶을 평범하게 만들었다. 내
오시마 나기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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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사탄의 치명적 유혹
악마가 탐내는 남자의 몸이 그리스 조각상 같은 완벽한 신체는 아니다. 뭇 여성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화려한 외모나 싱그러운 향기 물씬 피어나는 젊음은 사탄의 노리갯감으론 적당해도 어둠의 마력을 보여주기엔 부족하다. <이스트윅의 악녀들>의 잭 니콜슨, <데블스 에드버킷>의 알 파치노를 떠올린다면 <엔드 오브 데이즈>의 사탄으로 가브리엘 번을 택한 까닭을 짐작할 수 있다. 현대의 귀족다운 우아한 옷차림과 당당함에 험한 과거가 새겨 있는 이마의 주름, 이지적으로 보이는 눈동자가 그의 마음에 연옥이 머물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그는 상처입은 짐승처럼 날뛰지 않고도 분노와 격정을 보여주는 드문 배우다. 미국에서 찍은 첫 영화 <밀러스 크로싱>은 이후 그가 보여줄 연기의 스펙트럼을 하나의 프리즘처럼 보여준다. 갱스터와 필름누아르의 시공간에서 가브리엘 번은 보스의 정부와 치명적 관계를 맺는다. 걷잡을 수 없는 운명
할리우드 누아르의 새 별들 [5] - 가브리엘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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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악취를 맡아볼래?
모든 것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성장이란 어떤 의미일까. 모르는 척 눈감아버리는 타협? 아니면 지배하는 자들의 세계에 적극적으로 진입하려는 욕망? 이 두 가지 선택을 모두 거부한다면 영원히 자라지 않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은 하늘을 날겠다는 피터팬의 순진무구한 꿈이 아니다. 오히려 어른들에 대한 환멸 때문에 자신의 키를 어린아이의 그것으로 고정시킨 <양철북>의 난쟁이, 절망하는 오스카에 가깝다. 세살 때 계단에서 굴러떨어짐으로써 스스로 성장을 포기했지만 태어날 때부터 이미 어른의 표정을 지니고 있었던 오스카. 젊은 시절, 난폭하기로 이름 높았던 숀 펜(39)의 거친 기질이나 기존의 질서를 거스르면서 나가는 그의 영화 속 캐릭터들은 그 오스카를 연상시킨다. 숀 펜은 피터팬처럼 아버지들의 세계를 떠나버리지 않는다. 그는 오스카처럼 알 것 다 안다는 표정으로 아버지의 땅, 미국을 응시한다. 그의 눈에 비친 세계. 권력과 이해관계, 소
할리우드 누아르의 새 별들 [4] - 숀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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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의 예매 티켓이 기록적으로 팔려나가 사상 최대 흥행작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보도 시점은 영화가 개봉하기 1시간 전이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시리즈의 최종편인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이하 <스타워즈3>)는 미국 현지 시간으로 5월19일(목요일) 00시01분에 일반관객들에게 공개된다.
대박을 예상하는 가장 큰 근거는 개봉규모다. 총 프린트수가 9400벌에 달하며 극장수는 3700개관에 이른다. 이전 <스타워즈>시리즈 중 최대 규모이며 다른 영화와 비교해도 <슈렉2>와 <스파이더 맨2> 두 편만이 필적할 수준이다. 매우 까다롭게 극장을 선택하는 것으로 유명한 조지 루카스가 이번엔 드라이브인 극장과 덜 현대적인 시설에도 상영을 허락했다고 한다. 마지막 편인만큼 되도록 널리 개봉하는 데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인 듯 하다. 배급사 20세
<스타워즈3> 미국에서 흥행 대박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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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함이 그들 정의로 몰아넣었다
<LA컨피덴셜>은 흐트러진 미궁의 세계를 그려내는 영화다. 하나의 죽음은 또다른 죽음과 맞물리고, 조각난 사건들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타락을 각기 다른 형태로 반사한다. 길을 찾으려 애써 보아야 소용없다. 남부 캘리포니아의 환한 햇살이 어떤 어둠의 흔적도 지워 버리는, 이곳은 천사들의 도시 로스앤젤레스. 어둠만이 존재하는 고담시의 지배자 잭 니콜슨(<배트맨>)도 이 눈부신 도시에서는 질척거리는 욕정과 끈끈한 먹이사슬의 고리 속에 통로를 놓치고 만다(<차이나타운>). 알 수 없는 LA의 마력은 야수 같은 니콜슨의 본능조차 흡수해 버린다.
형사 버드 화이트(러셀 크로)가 음모에 휘말린 곳은 하필이면 이런 도시다. 모든 퍼즐에는 해답이 있고 모든 미로에는 출구가 있다지만, LA에서는 그런 원칙이 통하질 않는다. 그저 몸을 내맡기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여배우 베로니카 레이크를 닮은 금발의 창녀와 마약에
할리우드 누아르의 새 별들 [3] - 러셀 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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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잠복기를 거치고 바이러스가 눈을 뜬다
죄악의 땅. 그늘과 습기로 가득 찬 이곳에 희망이라고는 남아 있지 않다. 아이를 낳는 일마저 또 하나의 형벌이 될 뿐인 이 도시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주 가까운 어느 미래의 묵시록처럼 보이는 영화 <쎄븐>은 이 질문에 ‘정화’(淨化)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살인을 통한 정화가 시작된다. 세상을 파멸시킬 일곱 가지 죄악에 차례로 징벌을 가하는 살인자. 그가 바로 케빈 스페이시(40)다. 그는 눈에 띄지 않는 얼굴로 도시의 폐부에 은밀하게 스며들고 끝내 그 자신마저 제물로 삼아 도시를 청소한다. 그러나 스스로를 희생시키는 냉혹함보다 섬뜩한 것은 끝내 흔들리지 않는 표정없는 얼굴이었다. 모든 감정이 지워진 스페이시의 눈동자만큼 불가해한 악(惡)이 또 있었을까. 경찰청에 들어섰을 때는 누구도 그 살인의 그림자를 알아 보지 못했지만, 자신이 살인자라는 단 한마디 외침으로 그는 죽음의 냉기와 동일한 존재가
할리우드 누아르의 새 별들 [2] - 케빈 스페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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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불빛 아래 앙상하게 윤곽을 드러낸 도심의 밤, 범죄와 음모가 스멀거리는 문명의 그늘, 자신 외에는 믿을 것 없는 현실의 생존법칙 앞에 선 삐딱한 사내들.
험프리 보가트의 찌푸린 양미간과 잭 니콜슨의 음울한 표정의 시대는 갔어도 도심의 뒷골목, 누아르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리고 만물의 법칙이 그러하듯, 누아르 세계에도 세대교체가 있다.
보가트의 후예들, 할리우드를 점령하다
한적한 L.A 교외의 폐모텔, 헤드라이트로 어둠을 가르며 한대의 차가 들어온다. 차에서 내린 사내는 먼저 도착해 있던 사내에게 말을 건네고, 서로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두 사람은 누군가가 파놓은 함정에 걸려들었음을 깨닫는다. 연관이 없어 뵈는 일련의 살인사건이 거액의 마약을 노린 상사의 음모 때문임을 알게 된 두 형사 버드 화이트와 에드 엑슬리. 자리를 미처 피하기 전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는 불빛이 다가오고, 총을 집어든 두 사람은 폐건물의 벽 뒤에 몸을 숨긴 채 목숨을 건 일전을 벌인다.
할리우드 누아르의 새 별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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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영화진흥정책이 엉뚱한 구설에 올랐다. 이 진흥정책은 영진위에서 상당한 공을 들여 만들었고, 내용도 비교적 내실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지만 총선용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
총선을 불과 보름 남짓 앞둔 지난 3월30일 문화부가 진흥정책을 발표하면서 영진위 명의와 나란히 문화부 이름을 걸고, 문화부에서 따로 보도자료까지 내 ‘치적’을 강조하는 것이 어색했다. 아무리 영진위가 문화부의 우산 아래 있지만 자율성을 인정한다면 모두 영진위에 맡기는 게 보기에도 좋을 듯했다.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최근에는 서영훈 민주당 대표 등 당지도부가 서울영상벤처센터를 방문해 이미 발표한 영화진흥정책을 재탕해 공약이라고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정황만으로 총선용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동안 영진위가 공전을 거듭하다 새로 위원을 위촉해서 재출범한 과정과 위원들의 열정적인 활동을 감안하면 그들의 순수한 동기를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문화부가 굳이 이름을
[충무로는 통화중] 영화진흥정책, 혹시 총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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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5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알베르토 바르베라와 김기덕 감독이 다시 만났다. 알베르토 바르베라는 자신이 집행위원장으로 일하던 2000년 베니스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의 <섬>을 발굴한 인물이다. 대학에서 영화역사를 전공한 영화평론가 출신인 바르베라는 1989년부터 98년까지 토리노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일했으며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간은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지금은 유럽에서 제일 큰 규모인 토리노 영화박물관장으러 재직 중이다. 올해 토리노 영화박물관은 한국영화제(4월15일부터 7일 동안)와 김기덕 감독 특별전을 개최했다. 이 행사를 계기로 바르베라를 만나 유럽에서 김기덕 영화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김기덕 감독의 <섬>을 어떻게 발굴하게 되었는가.
=우연히! 2000년 베니스영화제를 며칠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1500여편의 영화를 받았다. 이 영화들을 두달 반 동안 봐야 했다. 나는 5명의 심사위원과 함께
전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 알베르토 바르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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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지진희 >>
<사과>의 개봉을 앞둔 문소리와 <대장금>의 지진희가 만났다. 조용한 멜로가 연상된다고? 두 사람이 캐스팅된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과거를 숨긴 채 품위있게 살아가려는 여교수 은숙과 그의 매력에 사로잡힌 다섯 남자의 노골적인 연애담을 그린 섹스코미디. 은밀한 매력을 지닌 여교수 은숙은 문소리가 연기하고, 지진희는 은숙의 중학교 동창인 인기 만화가 석규로 분한다. 2003년 영진위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6월 초에 크랭크인 예정.
조지 클루니 >>
할리우드 섹시남의 인디영화 사랑은 계속된다. 조지 클루니가 차기작으로 인디 법정스릴러 <마이클 클레이튼>을 선택했다. 이 작품에서 조지 클루니는 15년 동안 고위인사들의 사생활 뒤처리를 담당해 ‘문지기’라는 별명을 가진 뉴욕 변호사를 연기한다. <본 슈프리머시>의 작가 토니 길로이의
[캐스팅 소식] 문소리와 지진희가 만났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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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DVD 규격 통일을 놓고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소니와 도시바가 서로의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교섭이 결렬되었다는 사실이 일본 언론에 보도됐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도시바 측이 자신들이 추진하는 HD DVD 방식의 디스크 구조(0.6mm의 기록층)를 전제조건으로 하지 않으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못 박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방침은 지난 주말에 블루레이 디스크 방식(0.1mm 기록층)을 고집하는 소니와 마쓰시타에 전해졌고, 그로 인해 교섭은 결렬되었다며 도시바 측 간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차세대 DVD 매체의 폭 넓은 보급을 위해 규격을 통일하자던 양측은 얼마 전부터 균열 조짐을 보여 왔다. 도시바는 교섭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HD DVD의 대용량화 기술을 발표했으며, 이에 질세라 소니는 자사의 주력 게임기가 될 플레이스테이션 3에 블루레이 디스크를 채용하면서 상대에게 한 치도 양보할 뜻이 없음을 내비쳐왔다.
차세대 DVD 통일 논의, 결국 결렬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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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사진을 대신해 덤보의 사진을 싣는 것을 하늘나라의 고인에게 사죄드리며). <아기코끼리 덤보>의 창조자인 디즈니 아티스트 조 그랜트가 지난 금요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향년 96세. 그는 지난 1933년에 단편 애니메이션 <미키의 갈라 프리미어>에 참가하며 디즈니와 기나긴 인연을 맺었다. 잘 알려진 조 그랜트의 작업물로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피노키오>와 <판타지아> 같은 디즈니 클래식들이 있으며, 아내와 함께 <레이디 앤 트램프>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노년까지 지치지 않고 창조력을 발휘한 그는 <알라딘>, <라이언 킹> 같은 작품에서도 후배들과 작업을 이어나갔다. 디즈니 역사의 산 증인이었던 조 그랜트의 죽음 앞에서, 디즈니는 “오랜 동안 재능 있는 젊은이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안겨준 그의 존재는, 우리에게 커다란 행운이었다”고 애도사를 바쳤다. 심장마비가 다가온 순간에도
<아기코끼리 덤보>의 창조자인 조 그랜트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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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이는 뛴다. 하지만 누구도 그가 정말 좋아서 뛰는지는 모른다. 평생 그의 곁에 있어온 엄마조차 이제는 초원이의 진짜 속마음을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린다. <말아톤>은 스무 살의 몸에 다섯 살의 머리를 가진 자폐아 초원이의 진짜 속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을 느리지만 진실하게 담아낸 영화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말아톤>의 진짜 미덕은 이 영화가 한 장애인의 아주 특별하고 희귀한 인간승리가 아니라 사회에서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수많은 장애인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을 담은 소박한 영화라는 사실이다.
<말아톤>이 극장에서 전국 500만이 넘는 사람들과 감동적으로 소통한 것에 이어, DVD는 그 소통의 장을 더욱 넓히고자 노력한 흔적이 가득하다. <말아톤> DVD는 영화 본편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트랙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을 국내 최초로 수록하여 정작 자신들의 이야기를 극장에서 보거나 듣지 못한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말아톤> 500만 관객에 걸맞는 DV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