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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定住)하지 않고 흘러다니는 것, 쌓아두지 않고 덜어내는 것을 동경하는 이 시대에 프랑스 가수 케렌 앤은 하나의 아이콘이 되기에 충분한 유목민(nomad)이다. 러시아-이스라엘계 부친과 네덜란드-인도네시아계 모친을 둔 그녀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네덜란드를 거쳐 프랑스에서 자랐다. 예술적으로는, 샹송/프렌치 팝과 모던 포크, 로큰롤과 카바레 음악, 유대 민속음악과 러시아 문학 등을 두루 자양분으로 섭취했다. 그녀의 음악이 복고적인 동시에 세련되고, 단순해 보이면서도 풍부한 감성을 지니며, 친숙하면서도 이국적인 까닭이다.
3집이자 첫 영어 앨범인 <Not Going Anywhere>(2003)로 케렌 앤은 프랑스 권역, 그리고 마니아층을 넘어 세계적인 음악인으로 도약했다(한국에서도 이동통신서비스, 아파트 등의 광고에 쓰이며 적잖은 인기를 모았다). 그 과정에서 얻은 ‘제2의 프랑수아즈 아르디’란 평은 벤자민 비올레와의 작·편곡 파트너십과도 일부 연관이 있다. 그들이 과
파리지엔 인 뉴욕, 케렌 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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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고려대학교에서 명예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논문의 제목은 “고려대 100주년 기념관 건립과 현대철학의 상관관계.” 무슨 명분을 갖다붙여도, 본질이 변하지는 않는다. 그는 고려대학교 100주년 기념관 건립을 위해 400억원을 냈고, 고려대학교는 그 돈의 가공할 덩치를 기리기 위해 “명예”롭게 영수증을 떼어주었다. 이것은 “철학”적 사건이다. 한국 철학계에 일찍이 이보다 더 큰 사건이 있었던가?
학생들은 학위에 전공표기가 잘못된 것을 문제 삼았다. 이건희 회장이 ‘명예’로나마 ‘박사’의 실력을 인정받는 분야는 ‘철학’이 아니라 노동탄압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런 학생들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전공자의 입장에서 봐도 이건희 회장은 철학적 소양이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노조 만들려는 노동자들을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감시하는 실력만은 ‘박사’의 학위가 무색할 정도로 탁월하다.
고려대의 보직교수들이 일괄 사퇴서를 냈다. 웃지 못할 코믹물은 여기서 괴기스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수령님, 우리들의 수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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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기자 일을 시작한 뒤 들은 말 중 제일 헛소리는 기자는 평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어느 모 영화잡지사 선배의 말이었다. 초면이라 침묵하면서 듣는 것이 한참 나이 많은 그의 언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면서 목구멍을 막았다. 혹은 어느 영화사 직원에게 들은 말 중 제일 헛소리는 영화가 개봉을 하기도 전에 그런 리뷰가 들어간 글을 써내면 어떻게 하냐는 투정이었다. 이 말이 관객을 위한 배려를 하지 않았다는 탓이라면 그나마 괜찮은 것이지만(사실은 여기에도 나는 동의할 수가 없다. 도대체 무엇이 관객을 위한 것인가?), 대부분은 자신들의 영화에 대한 평을 관례화된 시기 이전에는 미리 하지 말라는 것처럼 들리기에 헛소리다.
생각해보니, 한참 전에는 원고를 써보내준 어느 감독이 내 평에 화가 나 원고료를 받지 않겠다는 항의성 통고를 전해온 적도 있다. 얼마 전에는 내가 오히려 문장마다 복기하며 40매 분량의 반론문을 미리 써놓고 전화 오기만 기다린 적도 있다. 갑자기 스스로가 치사
[오픈칼럼] 어떻게 모든 사람과 같이 웃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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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타 전기산업의 나카무라 구니오 사장은 19일 일본 언론과의 회견에서 차세대 DVD 규격 통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도시바가 양보해야 한다”며 소니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블루레이 디스크 방식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교섭 결렬설에 대해서는 “아직 결렬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HD DVD보다 기술적으로 우위인 블루레이 디스크의 0.1mm 기록층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시바의 HD DVD 플레이어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3 등 양측이 각자 지지하는 포맷을 채용한 기기들이 빠르면 올해 말부터 발매될 예정이어서, 규격 통일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져간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그런 불안감을 의식한 듯 “속히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도시바 측의 결단을 촉구했다.
마쓰시타 사장 “차세대 DVD 도시바가 양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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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주 많이 어리둥절하다.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SBS <뉴스추적>이 DJ의 숨겨진 딸 의혹을 거창하게 들고 나오면서 국정원 개입의혹을 제기하고 검찰의 재수사까지 촉구했는데, 이쪽 저쪽 다 조용하기만 하다. 한때 기잣밥 먹은 깜냥으로 감히 단언컨대, 이거 사생활 문제만은 아닌데 말이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테랑의 경우와는 하늘땅 별땅 다르잖아. 미테랑은 혼외 딸을 버리지도 않았고 인권대통령으로서 노벨평화상을 받지도 않았으며 국가기관이 사실을 은폐하는 데 나서지도 않았지.
그런데 얼핏 ‘진상 밝혀야지’라던 야당도 ‘사생활 문제를 언급하는 건’ 어쩌고 하면서 뭉개고 넘어가고, 처음 며칠 여론 눈치보며 따라가는 인용보도로 땜방하던 언론마저도,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침묵의 카르텔 속으로 잠수해버렸다. 일부 신문은 <뉴스추적> 보도 초기에 사설로서 진상규명을 촉구하기도 했지만, 스스로의 요구에 아무런 메아리가 없는데도 그냥
[숏컷] 물으면 다치는 거야,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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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투덜거리자면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투덜거리고 싶다. <이웃집 토토로>를 제외하고는 나는 미야자키의 작품 가운데 대단한 재미를 느낀 게 별로 없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원령공주>를 보면서는 졸았다. 시비를 걸겠다는 건 아니다. 말하자면 하야오의 작품세계는 너무 잘 나서 나를 기죽게 하고, 잠들게 한다. (말 되냐? --;;)
그의 스펙터클은 언제나 장대하고, 세계관은 언제나 심오하다. 주인공은 언제나 용감하고,(<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좀 다르지만), 관객은 언제나 깊은 감동과 진한 교훈을 얻는다. 그게 문제다. 소개팅으로 비유한다면 내 수준에 안맞게 너무 멋지고 잘 나가는 사람이라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 하는 상대같다. 그런 비유에서 천생 내 짝은 다카하다 이사오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이라는 작품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사실 감독의 외모로 따져도 지적이고 약간의 카리스마까지 풍기는
[투덜군 투덜양] 딱 내 취향이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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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홍상수 감독 인터뷰를 하면서 그와 처음 이야기를 나눴던 때가 떠올랐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개봉을 앞둔 1996년의 어느 날, 당시 <씨네21> 기자였던 김영진 선배와 난 너무나 낯선 영화를 만든 이 신인감독에게 물어볼 것이 많았다. 지금보다 훨씬 날렵하고 젊었던 홍상수 감독의 첫인상은 흔히 볼 수 있는 지식인 같았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깊이 들어가면서 그의 언성은 높아졌고 기자의 상투적 질문이 무색할 답변들이 쏟아져나왔다. 그건 그가 만든 영화만큼 색다른 경험이었고 일종의 정신적 충격이었다. 홍상수 감독을 만나기 전까지 자기 영화의 방법론을 그처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영화이론서에서 결코 본 적 없는 사유체계를 접하면서 영화란 무엇인가에 관한 내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나는 <극장전>이 지금까지 홍상수 영화 가운데 가장 좋다. 솔직히 홍상수 영화가 얼마나 진보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의 영화는
[편집장이 독자에게] <극장전>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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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크리스 크로스>를 연출한 필름누아르의 장인 로버트 시오드막, 그의 동생이자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의 각본을 쓴 커트 시오드막, <우회로>를 만든 B급영화의 진정한 아버지 에드거 울머, 설명이 필요없는 빌리 와일더, <지상에서 영원으로> <하이눈>의 프레드 진네만, <허슬러> <얼굴없는 눈동자>를 촬영한 유진 슈판. 미국영화에 거대한 자취를 남긴 이들 여섯은 영어식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모두 독일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영화를 시작한 인물들이다. <일요일의 사람들>은 영화를 막 시작하던 때의 그들이 힘을 모아- 로버트 시오드막과 울머는 연출로, 커트 시오드막과 와일더는 각본으로, 슈판과 진네만은 촬영과 조수로- 제작한 작품이다. <일요일의 사람들>은 1920년대 실험영화의 한 경향인 ‘도시의 교향악’을 반영하고 있다. 1920년대 초엽에 시작돼 발터 루트만의 &l
[해외 타이틀] 6인의 거장이 만든 도시의 교향악, <일요일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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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DVD는 초창기 타이틀로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서플먼트 구성이 충실하다. 1시간20분짜리 메이킹 다큐멘터리 <Terror Takes Shapes>는 약간의 자료화면을 빼면 관련자들의 인터뷰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엄청나게 진지하고 정보량도 많다. 극중에서 끔찍한 비주얼을 선보이는 ‘괴물’은 로브 보틴의 작품. 그의 과격한 상상력과 폭주에 가까운 작업 스타일은 인터뷰의 괴짜 장난꾸러기 같은 언동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모형의 재질로 인해 가연성 가스가 가득 찬 세트에서 불을 붙이다 온 스탭이 숯검댕이 된 해프닝은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당시의 현장 분위기를 짐작게 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남극 분위기(정확히는 입김)를 내기 위해 꽁꽁 얼린 세트에서 한창 촬영을 하던 스탭들은 모두 감기 환자가 되었으며, 점심 먹으러 나갈 때 머리의 총상 분장을 그대로 한 배우는 식당 안 모든 사람들을 기겁하게 만들기도 했다나. 단잠과 한잔의 커피가 아쉬운 설원
[서플먼트] 남극 배경 영화찍기는 정말 힘들어,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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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에 칸 경쟁작에 합류한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 공식 레드 카펫 행사가 어제(18일) 칸 현지에서 있었다. 홍상수 감독, 김상경, 엄지원, 이기우 등 주연배우의 모습이 담긴<극장전> 레드 카펫 행사 화보를 아래에 공개한다.
[칸 2005] <극장전> 레드카펫 행사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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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칸영화제의 연인은 미국영화였다. 1970년부터 80년까지 미국영화는 6개의 황금종려상을 가져갔고, 로버트 알트먼, 제리 샤츠버그,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할 애시비, 마틴 스코시즈, 밥 포스의 신작은 언제나 모셔지곤 했다. 그리고 지금, 그 이름 사이에서 찾아낸 기억 하나는 참 낯설다. 시작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TV용 영화 <결투>가 유럽에서 극장 개봉되면서 중산층의 공포, 계급갈등 등 다양한 의미로 읽히면서였다. 이를 주목한 칸영화제는 그의 극장영화 데뷔작 <슈가랜드 특급>을 경쟁부문에 초대했고, 스티븐 스필버그는 할 바우드, 매튜 로빈스와 함께 각본상을 수상한다. 하지만 칸은 스필버그의 겉모습을 보고 애시비나 샤츠버그의 동생 같다고 잘못 판단한 것 같다. 스필버그는 진지한 메시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예술적 스타일의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영화제용 미국 감독과 달랐다. 그의 행보는 그런 틀을 비웃는 것이었다.
<결투> DVD에 담긴
[명예의 전당] 스필버그 영화특급의 전조, <결투> <슈가랜드 특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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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뻑 취한다. 와인의 향기에 취하고, 재즈의 느긋함에 취하고, 사랑의 농담에 취한다. 알렉산더 페인의 영화가 갈수록 편해진다. <일렉션> <어바웃 슈미트>를 거쳐 완성된 <사이드웨이>엔 <시티즌 루스>의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순화된 여성판 <시계태엽장치 오렌지> 같은 영화는 이제 없다. 그렇다고 그의 영화가 무색무취로 변한 건 아니다. 그는 페인식 소박한 천국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두 남자가 총각파티를 겸해 와인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두 여자를 만난다. <사이드웨이>는 그 일주일 동안의 이야기다. 공자는 마흔이면 불혹이라고 했다. 필자 또한 나이 마흔이면 그렇게 될 줄 알았다. 한데, <사이드웨이>의 두 마흔살 남자를 보자. 영어선생은 어머니의 쌈짓돈에 여전히 손을 대고, 결혼을 앞둔 배우는 여자만 보면 아랫도리가 가만히 있질 않는다. 흔들림 없는 신념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인간관계에도 서툰 그들
인생의 소박함에 건배! <사이드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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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1992년 <배트맨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호평받았던 제작진이 다시 모여 만든 작품이다. 각각 슈퍼히어로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대표하는 슈퍼맨과 배트맨답게, 전작과 180도 다른 접근을 시도한 이 시리즈에서는 슈퍼맨 특유의 긍정적인 세계관과 캐릭터 그리고 호쾌한 모험이 가득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극중 크립톤 행성과 슈퍼맨의 탄생 이야기를 원작과 다르게 재구성했다는 점이다. 또한 슈퍼맨 역시 초인이기는 하지만 관객이 충분히 캐릭터에 이입할 수 있도록 그 능력치를 다소 낮춘 설정을 통해 좀더 긴박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봐왔던 만화나 영화와는 다른 영상을 보여주고자 했던 제작진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슈퍼맨의 골수팬들은 물론 원작의 방대한 내용을 잘 모르는 시청자들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었다. 아울러 생동감 있는 조역 캐릭터들의 앙상블, 악당들의 계속적인 도전을 거치며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태어난, <슈퍼맨 애니메이션 시리즈 시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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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카우프만이라고 늘 영화를 잘 만들 수는 없다. <바디 에이리언> <필사의 도전>과 같은 매력적인 영화들을 연출한 그이기에, 이 평범한 스릴러물은 더욱 호기심을 자아낸다. 과거의 상처를 안고 경찰관이 된 제시카와 그녀 주변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극의 이야기. 범인이 누가인가? 라는 사건 해결에 대한 호기심보다 능력있는 감독의 평범한 연출이 영화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그래서 DVD 타이틀에 수록된 감독 음성해설이 유난히 듣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는 과연 자신의 영화에 대해서 무슨 얘기를 하고 있을까?
필립 카우프만의 영화해설, <블랙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