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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드라마를 소개하기에 앞서, 이 생소하기 짝이 없는 제목의 의미부터 밝히는 것이 먼저일 것 같다. 왜냐하면 제목 자체에 작품의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식스 핏 언더(Six Feet Under)’는 직역하면 ‘6피트 밑’라는 의미가 된다. 이것은 관을 땅 속 6피트 깊이로 묻는 것을 나타내는데, 결국 ‘죽은 사람’을 상징하는 표현이 된다(열렬한 메탈 팬들이라면 유명한 데스 메탈 밴드의 이름을 먼저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즉, 는 죽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이 작품의 주인공이 유령이나 좀비인 것은 아니다(물론 유령이 나오기는 하지만, 공포영화적인 감성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표현된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죽은 사람을 통해 산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된 등장인물은 대를 이어 장의사를 해 오고 있는 피셔 가족. 매 회마다 도입부에서 누군가가 죽게 되고, 그들의 장례를 피셔 가족이 맡게 되면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공교롭게도 첫 회에
TV 시리즈 DVD 특집 (3) - 블랙코미디의 진수 <식스 핏 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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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도 떠나고 웨인스타인 형제도 떠나고 마이클 아이즈너도 떠나더니 이번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마저 디즈니를 떠난다. ‘반전의 제왕’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제작사를 옮겨 차기작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식스 센스>부터 <빌리지>까지 총 4편을 함께 만들었던 디즈니의 품을 떠나 워너브러더스에서 신작<물 속의 여인>(Lady in the Water)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나이트 샤말란은 “몇년전에 워너브러더스의 앨런 혼 사장을 만난 후 최상의 제작환경을 제공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내 영화 아이디어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느꼈다”고 옮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여기에는 신작에 대한 디즈니와의 견해 차이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샤말란같은 흥행감독을 라이벌인 워너에게 빼앗긴 것은 디즈니에게 큰 타격일 수 밖에 없다. 디즈니 관계자는 “우리는 샤말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나중에라도 다시 같이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샤말란 신작<물 속의 여인>, 워너가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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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저마다 아주 사소한, 그러나 강렬한 욕망들이 있다. 내 가장 친한 친구의 꿈은 ‘천방지축 말괄량이 삐삐처럼 영화를 볼 때, 버스를 탈 때 앞자리에 다리를 턱 하니 올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게 뭐라고. 쌀이 나오는 것도, 베이글이 나오는 것도 아닐 텐데. 그런데 사실 우리는 그런 부질없는 것들을 욕망한다. 특히 내게 금지된 사소한 어떤 것들을. 영화관람에 대한 나의 사소한(!) 희망이라면, 일단 표 한 장만 끊으면 멀티플렉스 내에서 상영 중인 모든 영화를 내 맘대로, 보고 싶은 대로 다 보는 것이었다. 매표소에서 뭘 볼까 고민하지 않고 ‘오늘의 표’만 구입하면 끝나는 그런 표. 능력 되시는 분들은 양껏 보시고, 소화기관이 약하신 분들은 한 편만 보는 그런 뷔페같은 관람시스템에 대한 갈망.
처음 이 곳 멀티플렉스에서 영화를 보았을 때는 상영 중간에 부스럭 부스럭 들어오는 사람들이 관람시간에 늦은 관객들인 줄만 알았다. 그러니 하루 이틀, 극장 출입이 잦아지면서 발견한 것은
[백은하의 애버뉴C] 19th street / 완전범죄를 꿈꾸며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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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르 드니는 데뷔작 <초콜릿>부터 외부세계의 수용과 거부를 끊임없이 다루어왔다. 타자와의 관계가 카니벌리즘으로까지 치달은 것이 <트러블 에브리 데이>라면 수용의 궁극점인 사랑으로 그려진 것이 <금요일 밤>일 게다(이러한 의도는 <텐 미니츠 첼로>에 포함된 단편 <낭시를 향해서>에서 낭시의 입을 통해 분명히 말해진다). 감독은 캐스팅에도 의미를 부여해왔는데, 6편을 함께한 알렉스 데스카는 프랑스화된 외부인을, 베아트리체 달은 프랑스에 순응하지 않는 내부인을, <개입자>와 <아름다운 작업>에서의 미셸 수보르는 다른 세계를 수용하지 못하는 내부인을 대변한다 할 것이다.
알렉스 데스카와 베아트리체 달이 출연한 94년작 <잠이 오질 않아>는 1987년 몽마르트르 부근서 실제 있었던 할머니 연쇄살인범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영화는 살인에 초점을 두고 있지 않다. 외부인들로 구성된 영화 속 인
[DVD vs DVD] EU통합의 목표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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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로보>는 7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OVA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버금가는 뛰어난 완성도와 감동적인 스토리가 엮인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지난해 말 출시된 ‘리마스터 에디션’ DVD에는 성우와 스탭들이 나누어 녹음한 오디오 코멘터리가 홀수 번째 에피소드에 실려 있는데, 작품과는 별개로 한번은 꼭 들어볼 만하다. 이 네개의 코멘터리는 ‘불협화음의 미학’이라고 칭해도 좋을 정도로 가지각색, 제멋대로인 것이 특징. 성우들(디스크1 수록)은 해설자라는 신분을 망각하고 본편에 빠져든 채 처음부터 끝까지 ‘멋지다’는 말만을 되풀이할 따름이며, 연출자와 작화감독(디스크2, 4)은 감독이 없는 틈을 타 ‘감독이 호모였다는 거 알아?’, ‘크레딧에 이름 몇번 나오나 내기나 하고… 짜증나는 인간이었어’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감독 흉이나 보고 있다.
그나마 보통 코멘터리에 가까운 것이 음악감독과 음악설계담당(디스크3). 전곡을 바르샤바에서 연주, 녹음한 것으로 유명한 작품
[코멘터리] <자이언트 로보: 지구가 정지하는 날-리마스터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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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는 제작 당시의 정치적인 사정으로 일부분이 삭제된 채 공개됐다. 허름한 빈민 숙소와 걸인들의 생활을 담은 장면이 그 이유였다. 미국 자연주의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시스터 캐리>를 원작으로 둔 <캐리>가 도시와 인간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다루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나, 1950년대 미국의 반공·보수 이데올로기는 짧은 묘사조차 눈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캐리> DVD의 16번째 챕터에 복원 결과가 실렸다고 해서 그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1930년대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소박한 인민주의 영화의 묘사보다 그 정도가 오히려 덜한 터라 더욱 놀라웠다.
사실, 디어도어 드라이저의 <시스터 캐리>는 1900년에 발표될 때부터 원성을 샀던 작품이다. 미주리주의 컬럼비아에서 시카고로 온 시골뜨기 여인 캐리(제니퍼 존스)는 직장에서 쫓겨나 다시 시골로 내려가게 되자 드루에(에디 앨버트)의 정부가 되지만, 레스토랑의 지배인인
[명예의 전당] 20세기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의 연기력, <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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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걸의 <모험왕>이 나오기 이전에 이미 홍콩판 <인디아나 존스>는 성룡에 의해 만들어졌다. <쾌찬차>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카체이스를 비롯해 오락적인 요소가 넘치는 영화다. 당시 인기 절정의 알란 탐과 앳된 모습의 관지림, 연이어 캐스팅이 된 로라 포너가 좀더 성숙한 매력을 자아낸다. 사원에서 벌어지는 격투도 다른 성룡 영화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 하지만 <용형호제>가 다른 영화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한때 성룡 사망설까지 있었던 큰 부상 때문이다. 영화가 끝난 뒤 나오는 NG장면을 보면 당시 사고현장을 볼 수 있다. 화질과 음향은 무난한 편.
성룡의 목숨 건 액션, <용형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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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코미디의 명가 워킹 타이틀의 <브리짓 존스의 일기> 두 번째 이야기. 열정과 애정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브리짓의 두 번째 연애담은 여전히 재밌지만, 워킹 타이틀에 대한 기대치만큼은 충족을 못 시킨다. 이 또한 속편의 운명이지만, DVD 타이틀은 여러 가지 부록을 통해 영화가 못다 이룬 재미를 조금씩 채워주고 있다. 세명의 배우들을 하나씩 선택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부록들은 격투장면에 대한 이야기, 삭제장면, 감독과 배우들의 음성해설 등을 수록했다. 가장 독특한 것은 퀴즈와 함께 영화 보기로 DVD 매체의 특성을 잘 활용한 부록이다.
브리짓과 함께 심심풀이 퀴즈,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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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을 벗어나 바르셀로나 해외 로케를 시도하며 관객을 사로잡았던 작품. 할리우드영화에 견줄 만한 자동차 추격전, 라스트의 박진감 넘치는 격투장면까지 홍금보, 성룡, 원표 골든 트리오의 매력이 넘치는 영화다. 특히 성룡이 최고의 대결로 손꼽는 베니와의 격투는 지금 봐도 화끈하기 그지없다. 물론 당시 10대 소년들을 사로잡았던 미스 스페인 출신의 로라 포너의 눈부신 미모도 빼놓을 수 없다. DVD 타이틀은 감독을 맡은 홍금보의 10여분의 인터뷰 영상을 부록으로 제공한다. 해외 로케의 이유와 절친한 성룡과 원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한다.
홍금보, 성룡, 원표 총집합, <쾌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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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성능의 향상으로 자신의 단편을 atomfilms.com 등의 사이트에 올리며 영화사의 러브콜을 기다리는 감독지망생들이 늘고 있다.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았던 케리 콘랜도 이중 한명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애플 컴퓨터로 4년간 만든 6분짜리 데모영상을 인터넷이 아닌 감독 겸 제작자인 존 에브넷에게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소규모 독립영화를 만들려던 콘랜의 소박한 계획은 스크립트도 보지 않고 주드 로와 기네스 팰트로가 출연을 결정하면서 차질이 생기게 된다. 결국 파라마운트가 개입하고 제작진이 100명으로 늘어나며 영화는 애초 의도와는 전혀 다른 규모의 영화가 되었다.
대부분의 촬영이 블루·그린스크린에서 이루어진 2004년 개봉작 3편 중 <우먼트랩>과 <캐산>은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선보인 바 있다(<우먼트랩> DVD는 <씨네21> 479호 참조). 두 영화는 모두 만화와 애니메이션 원작의 미래사회를 그렸는데 3D CG와 실사간의 찰떡궁
복고풍 SF의 신선한 영상, <월드 오브 투모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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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이것은 대단한 영웅담이 아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은 체 게바라의 말일 뿐이다. 월터 살레스가 아무리 체에 대한 신화 혹은 반대로 탈신화 작업이 아니었다고 말해도, 위대한 혁명가를 떠올리지 않고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를 보는 건 불가능하다. 1951년 12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에르네스토 게바라는 알베르토 그라나도와 함께 남아메리카를 여행했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체 게바라가 되기 전의 23살 청년 에르네스토 게바라가 세상을 발견하고 내면의 변화를 겪은 8개월간의 기록이다. 하지만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시인을 꿈꾸던 의학도가 어떻게 해서 혁명가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말하지 않으며, 남아메리카의 현실과 빈곤을 보여주지도, 민중과의 동행길을 마련하지도 않는다. 50년 전의 생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일기가 영상과 음악으로 더 기억될 그림엽서처럼 되다니 끔찍하다, 허망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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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의 그림엽서 같은,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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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건 데이빗 린치에서부터 시작되었다. 1990년, 할리우드 초현실주의 거장인 데이빗 린치가 라는 제목의 시리즈를 내놓았을 때, 그는 미국 텔레비전 세계의 새 영역을 창조했다. 그 세계는 매력적이고 불가해한 사건들로 가득하지만 결코 분명한 해답은 주어지지 않은 곳이었고 시청자들은 결말과 진상보다 미로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체험 자체를 즐겨야만 했다.
이후 수많은 시리즈들이 그 뒤를 이었다. 아마 린치의 가장 성공적인 직계후손은 크리스 카터일 것이다. 그가 90년대에 내놓은 두 편의 시리즈 과 은 음모론과 종말론의 골격으로 쌓아올린 불가해의 미로였다. 라스 폰 트리어가 덴마크의 컴컴한 병원복도들로 창조한 시리즈의 세계도 린치의 영향에서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세계는 결코 운영하기 쉬운 곳이 아니었다. 결말이 분명한 영화와는 달리 이 세계의 시리즈들은 살아남기 위해 상어처럼 헤엄치며 결코 진상에 도달하지 말아야 했다. 린치는 의 결말을 거의 방치했다. 카터는 자
TV 시리즈 DVD 특집 (2) - 선과 악의 뒤틀린 미로 <카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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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 닷새씩 갑옷 연기 몰입
독도 맞물려 극 인기 치솟아
김명민(33·사진)은 요즘 보기 드물게 매우 성실한 배우다. 그러나 딱딱해보일 정도로 진지한 모습 이면에는 완벽주의자의 고집스런 욕심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23일 드라마 촬영이 한창인 전북 부안에서 만났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김명민의 모습은 흔히 상상하는 장군뿐 아니라, 영정 속의 이순신까지도 닮아 있었다. 말투는 충무공의 묵직한 여운을 남기고, 눈빛은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듯 보였다. 지난해 <불멸의 이순신> 제작 발표회에서 “이순신 장군에 완전히 빠져들겠다”던 다짐은 지켜진 것 같았다. 곁에 있는 이들은 그를 “전생에 이순신이었다”고 반농담을 한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 목 마른가보다.
“아직도 그분의 모습 속에 빠져들어가는 중입니다. 그분의 깊은 속을 어떻게 헤아리겠습니까? 연기를 할수록 참으로 대단한 분이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경이롭습니다. 그래서 50회가 넘어섰지만, 부담감
KBS1 ‘불멸의 이순신’ 주연 김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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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다
1999년 코리아게임오픈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한국의 게임리그는 현재는 온게임넷·MBC게임 양사로 대표되는 정규 스타리그와 팀리그를 비롯해 “온게임넷 경기 보는 것만도 벅찰 정도”라는 엄재경 해설위원의 설명처럼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다. 오늘이 있기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선수, 해설자, 캐스터 혹은 사업가로 꿈을 키워온 네 사람을 소개한다. 게임팬이라면 턱없이 간략하고 부족한 설명이겠지만 영화팬들에게는 새로운 얼굴로 기억될 한국 게임리그의 산 증인들.
프로게이머의 선구자 임요환
“영원한 현역으로 남겠다”
“지금 나가면 화장실도 못 가요.” 온게임넷 올스타전을 막 마친 뒤 메가웹 스테이션의 선수대기실에서 만난 임요환 선수가 건넨 첫마디. 그에 대한 팬들의 열광적인 관심이 곧바로 확인된다. 경기마다 그의 일상적인 손짓 하나에 수백명의 오빠부대가 비명을 지르는 것은 당연지사. 독보적인 숫자인 팬클럽 가입자가 55만명. 다른 분야의 어떤 인
게임리그 [2] - 게이머, 캐스터, 해설자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