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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열두 번째 영화 <활>을 보았다. 처음에는 좀 어리둥절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이상한 대목은 마지막 자막에 있다. 물론 김기덕이 마지막에 자막을 처음 쓴 것은 아니다. 이미 <해안선>부터 그는 무언가 영화가 끝난 다음 거기에 서명을 넣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의미가 다르다. 그 말은 “팽팽함에는 강인함과 아름다운 소리가 있다. 죽을 때까지 팽팽한 활처럼 살고 싶다”라고 쓰여 있다. 이 말은 <빈 집>의 마지막 대목에서 우리가 읽었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가 없다”와 다르게 읽힐 수밖에 없다. 혹은 <해안선>의 마지막에 쓰여진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기원합니다”와 같은 호소가 아니다. 왜냐하면 이 말은 성어나 경구 혹은 테마나 주제, 아무리 양보해도 이 영화에 대한 해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말은 김기덕이 그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읽힌)다.
우리를 증인으로 내세운 고통스
다시 태어나려는 김기덕 감독의 다짐,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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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인 마시타 마사요시>의 일본내 흥행돌풍이 4주째 이어지고 있다. 개봉 4주차에도 전주 대비 92%의 관객동원율을 보여 낙폭도 완만하고 누계 흥행수입은 이제 20억엔을 넘었다. 아카데미 주요 부문을 휩쓸었던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주말 이틀동안 13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264개의 스크린에서 1억7577만엔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이정도면 꽤 선전했다고 볼 수 있는데 예상대로 지방쪽 반응이 약간 미지근하지만 최종 흥행수입 10억엔은 무난해 보인다. 배급사 쇼치쿠는 20억엔을 흥행목표로 잡아 놓은 상태. 20억엔 돌파를 위해서는 평일 관객을 잡는것이 관건이다.
3위로 데뷔한 <기동전사 제타 건담, 별을 잇는 자>도 추억의 건담팬들을 대거 극장으로 불렀다. 일본의 유명한 SF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로 <기동전사 제타 건담>이 TV에서 방영된지 20년만에 극장판으로 부활했다. 주말 이틀동안 83개 스크린에서 1억6
<교섭인 마시타 마사요시> 4주연속 승승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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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누아르는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가 ‘세리 누아르’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탐정소설 시리즈를 출판한 데서 유래된 이름으로,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의 일군의 할리우드영화를 이렇게 불렀다. 필름 누아르가 장르인가, 운동인가, 스타일인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름의 유래가 보여주듯 하드 보일드 추리소설에서 빌려온 이야기와 유럽에서 건너온 표현주의가 결합한 산물이다. 세상에서 고립되거나 단절된 주인공, 매력적이지만 믿을 수 없는 여인들, 상류층의 집안이나 도시의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배신, 그 매혹과 불안의 악몽은 폴 슈레이더의 표현처럼 “사회학적 문제들을 미학적 해답으로 창조해낸” 결과물이다. 1940년대에 등장한 이래 복제와 변주를 반복해오며 사랑받은 누아르는 변하되 변하지 않은 타락한 세상에 대한 혐오와 불신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필름 누아르의 원형이자 효시로 알려진 <말타의 매>로부터 스탠리 큐브릭의 놀랍도록 모던한 누아르 <킬링>까지 필름 누아르
진짜 필름 누아르는 이런 것! 클래식 누아르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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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진정한 쾌락은 환영의 공허한 쾌락이다."
-이탈리아 낭만주의 시인 레오파르디의 <치발도네>에서
페데리코 펠리니는 꿈꾼다. 기억마저 진짜인지 꿈꾼 것인지 분명치 않다. 얼마나 몽상의 범위가 넓은지, 이야기 구조가 뒤죽박죽으로 흘러가도 우리는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그가 제공하는 환영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펠리니의 세상에 한번 들어가면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를 읽는, 논리 같은 이성은 이상하게 귀찮아 보인다. 벌거벗고 뛰어다닌 순수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잠시 영화의 낙원 속에서 노는 듯한 착각이 드는 것이다.
<달콤한 인생>, 영화의 역사를 뒤집다
펠리니의 옹호자들은 <달콤한 인생>을 ‘혁명’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왜일까? 영화는 여러 개의 조각들이 이어붙어진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에피소드들을 연결해 하나의 장편을 만드는 것은 펠리니의 데뷔 때부터의 클리셰이다. 대표적인 작품이 베니스에서 은사자상을 받아 자신의 이름을
환영의 쾌락, 반환영의 유희, 페데리코 펠리니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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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스타워즈3: 시스의 복수> 다스베이더님이십니다.
[정훈이 만화] <스타워즈3: 시스의 복수> 다스베이더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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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영상물등급위원회 인선 작업이 마무리 중이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지난 5월19일, 문화관광부 담당자와 먼저 통화했다. 그는 거의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곧 영등위 위원을 위촉하는 청와대로 리스트가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선 작업을 맡고 있는 대한민국 예술원에 연락해보라고 했다. 이어 예술원쪽에 연락을 했다. 담당 과장은 다짜고짜 그걸 왜 여기에 묻느냐고 했다. 예술원이 추천을 받아 청와대에 전달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그는 “회장의 재량이며 자신들은 회장의 행정적인 업무를 보좌밖에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준 예술원 회장과 통화하려고 했지만, 그는 영등위 위원 인선과 관련한 인터뷰라면 싫다고 전해왔다.
예술원의 ‘나 몰라라’ 하는 반응에 황당한 건 비단 기자뿐만이 아니다.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활동가 김완씨도 같은 일을 당했다. 김완씨는 “위원회 구성이 거의 끝났다. 아마 발표가 나면 깜짝 놀랄 것이다”라는 말을 비공식 라인을 통해 들었지만, 대략의
6월 영등위 위원 발표 앞두고 예술원의 인선권 독점에 비판 들끓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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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가 2010년에도 계속 붐을 일으킨다면, 그 이유: 한국 대중문화는 강한 경제적 인프라의 지탱을 받으며 후한 정부 지원을 받는다. 한국 영화인과 예술인들은 정열적이며, 교육과 경험이 풍부하며, 대체로 검열로부터 자유롭다. 한국 제작사들은 계속해서 위험을 부담하며 영화와 드라마와 두드러진 대중문화의 다른 형태들을 지원하고 있다.
한류가 2010년에 잊혀진 유행이 된다면, 그 이유: 한국 제작사들은 위험을 더이상 부담하지 않으며 똑같은 종류의 영화와 드라마를 매년 반복해서 생산해낸다. “일방적인” 현상이라 인식된 한류에 대한 풀뿌리 수준의 반발이 나타난다. 중국은 일관성 있게 효율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하여 좀더 젊고, 쿨하고, 다른 아시아 나라들과 더욱 잘 통하는 번드르르한 영화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독자도 나와 같다면 아마 “한류”란 말을 계속 반복해서 듣는 것도 지겨워지고 있을 것이다. 이제 정부도 덩달아 일에 뛰어들어 아시아 전역에 퍼져나가는 한국 대중문화를 강력히 지원
[외신기자클럽] 아시아를 알아야, 한류를 안다 (+영어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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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가 애니메이션으로 부활을 꿈꾸고 있다. <버라이어티>는 최근 라틴아메리카에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교육기관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기존에 애니메이션의 합작과 하청에 강했던 아시아 지역을 맹렬히 추격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붐은 최근 몇년 사이 할리우드의 특수효과와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노하우를 전수받은 디자이너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산업과 교육쪽에 재투자를 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5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는 라틴아메리카 최초로 디지털디자인대학이 설립돼, 3D애니메이션과 비디오 게임, 디지털영화와 건축디자인 인력을 양성, 배출하게 됐다. 이 대학의 장점은 할리우드는 물론 실리콘 밸리와의 연계가 활발하다는 것. 이 대학을 설립한 스튜디오 3dmx는 3D애니메이션 <우주 생도>(Space Cadetes)를 준비 중이며, <토이 스토리>의 애니메이터 콜린 브래디의 단편을 제작하고 있고, 인하우스 애니메이션 스쿨을 통해 300명의 애니메이터를 양성한 바
중남미, 애니의 새로운 메카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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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크리스천 슬레이터(35)가 한 여성을 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고 <AP통신>이 5월31일 보도했다. 형사 존 스위니에 따르면, 슬레이터는 31일 새벽 1시50분경 뉴욕 맨해튼 거리에서 한 여성의 엉덩이를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 여성은 지나가던 경찰을 불러 신고했고 마침 근처에 있었던 슬레이터가 바로 범인이라고 증언했다. 슬레이터에게 적용된 죄목은 3급 성폭행인데 재판에서 유죄로 판결날 경우 60일 징역형을 선고받게 된다.
<헤더스><트루 로맨스><일급살인> 등에 출연한 연기파 배우 슬레이터는 최근 브로드웨이 연극<유리 동물원>에 출연 중이었다. 그는 그동안 여러 차례 사건에 연루된 전과가 있다. 1989년에는 음주 난폭운전을 하다가 체포됐고 1997년에는 파티장에서 마약복용을 한 채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경찰을 벽에 내던진 죄로 90일동안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TV프로듀서인 라이언
크리스천 슬레이터, 성추행 혐의로 체포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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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키드먼(37)의 무릎 부상이 연기생활을 위협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키드먼이 분개했다고 <IMDB.com>이 전했다. 영화산업전문가인 에드워드 J. 엡스타인은 “키드먼이 <물랑 루즈>(2001) 촬영당시 무릎 부상을 입는 바람에 영화 촬영을 한동안 중단해야 했고 300만달러 상당의 보험료를 제작사에 부담시켰다”면서 이런 건강문제가 이후 영화를 찍을 때마다 제작사에 큰 짐이 되고 있으므로 연기생활을 그만두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사를 <slate.com>에 기고했다.
이 내용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물랑 루즈> 이후 <패닉 룸>(2002)에 출연하기로 했다가 역시 무릎 이상을 이유로 촬영 직전에 도중하차했고 조디 포스터로 교체된 적도 있다. 이때에도 도중하차에 대한 피해보상 보험료를 추가로 700만달러나 받아냈다고 엡스타인은 전했다. 또 그의 말에 따르면 키드먼의 요구가 점점 더 커져서 2003년 <콜드 마운틴>
니콜 키드먼의 무릎 부상이 연기생활에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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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일기>는 오해의 소지가 많은 영화이다. 그나마 오해를 줄이기 위해 한 가지 당부와 두 가지 질문을 먼저 제시하겠다.
첫째, 반드시 시설이 좋은 상영관을 찾아야 한다. 긴장감 있는 사운드는 이 영화의 가장 돋보이는 요소인데, 시설이 나쁜 상영관에서는 귀가 찢어지는 듯한 굉음으로밖에 안 들리며, 대사조차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 영상 역시 스크린이 컴컴하게 느껴지는 낙후된 상영관에서는 ‘미지의 팔’이나 ‘맘모스의 눈’ 따위가 전혀 식별되지 않기 때문에, 보고나서 남들이 하는 말에 (“그런 게 있었어?” 하며) 미지의 생물체처럼 눈만 굴릴 공산이 크다. 기술적인 문제가 있거나 국내 상영관의 실정에 맞지 않은 과욕을 부렸음에 분명한데, 관객이 ‘알아서’ 피하는 도리밖에 없다.
둘째, 이 영화의 주제는 뭘까? 아마 이런 것일 게다. ‘도달불능점’이라는 형용모순에 가득 찬 지구상의 어느 지점에 가려는 탐험대가 있다. 왜 가느냐? 불가능을 욕망하기 때문에, 그것이 인
<남극일기> 찬반논쟁 [3] - 황진미의 비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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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남극일기>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홀바인의 <대사들>을 보면 그림 아래 부분, 어떻게 봐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는 구석이 마음을 찜찜하게 한다. 류트와 책, 지구본이 놓여 있는 아래쪽 탁자 밑에 사선으로 치우쳐 있는 것인데 그것은 이지러진 그림자 같기도 하고, 창으로 들어온 햇빛의 왜곡 같기도 하다. 그것은 옆으로 자세히 보면 해골임이 드러나는데, 그림 속 해골은 마치 보는 사람을 놀리기라도 하듯, 그림 정면에서 관람객을 바라보는 두 대사의 시선을 압도한다. 죽음의 시선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남극일기>는 매우 단순하고 작은 미니멀리즘적 드라마이다. 줄거리는 여섯명의 탐험대원이 남극의 남위 80도 지점인 도달불가능점을 향해 떠난다는 것이다. 그 조건은 여섯달은 낮만 계속되는 여름 동안에 그곳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밤만 계속되는 겨울이 오면 무보급 횡단 여행은 중단될 수밖에
<남극일기> 찬반논쟁 [2] - 이종도 기자의 지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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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이 맞다 VS 이 산이 아니다
송강호, 유지태 주연, 5년의 제작기간, 60억원의 제작비 등 여러 면에서 2005년 상반기 기대작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남극일기>가 모습을 드러내고 2주가 지났다. 개봉을 앞두고 폭발적인 예매율을 기록한 이 영화는 2주차에 접어들며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에 밀리는 양상이다. 아무래도 기대만큼 좋은 흥행성적을 내긴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흥미로운 건 흥행성적보다 극단적으로 갈리는 평론가와 관객의 평가이다. 좋다고 말하는 쪽과 나쁘다고 말하는 쪽이 이렇게 선명히 구분되는 영화는 드문 편이다. <남극일기>를 유사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을 한계까지 밀어부친 냉정하고 뜨거운 응시라고 평가한 <씨네21> 이종도 기자의 지지론과 도달불능점을 향한 감독의 집념이 관객까지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황진미 영화평론가의 비판론을 함께 들여다보며 <남극일기>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남극일기> 찬반논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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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원적 캐릭터, 관심 없다"
-전작 <히트>를 두고 대히트를 예감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결국 그렇지 못했다.
=러닝타임(171분)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주말 하루 통상적으로 3회 상영할 수 있는 영화를 2회밖에 못 틀었으니. 미국 내에서 7500만달러∼8천만달러를 벌었고, 해외에선 그 두배 정도 벌어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비디오와 DVD로는 꽤 장사가 됐다고 했다. 아쉬움은 있지만, 그 정도도 나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부분의 감독들은 처음부터 거대한 스크린에 보여줄 요량으로 영화를 만든다. 비디오와 DVD의 활성화가 다행스런 점도 있지만, 대형 스크린에서 영화를 틀고 보여주는 것이 영화를 만드는 누구나의 이상이다. 관객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오리지널 명화보다 컬러 복사기의 수십번째 프린트를 더 좋아하는 이는 없지 않나.
-액션영화 감독으로 명성을 쌓아왔는데, 실화에 근거한 리얼한 사회드라마를 만들었다.
=한가지 선택만 가능한 건 아니다.
마이클 만 [2] -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