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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달콤한 인생과 쓰디쓴 지옥 사이의 통로
<달콤한 인생>에서 유난히 강조되는 공간은 복도 또는 통로다. 이 좁은 길의 이미지는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동하는 순간마다 등장한다. 초반부 스카이라운지에서 지하 룸살롱으로 향하는 선우의 모습을 따라가보자. 룸살롱에서 빠져나오면 차갑고 도회적인 느낌의 하얀 형광빛 복도가 등장한다(①). 선우는 익숙하다는 듯 이 형광빛을 즐기며 빠져나간다. 후반부에 그는 이 복도를 다시 이용하지만 그때가 되면 복도의 색조도 노란빛을 띠게 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쪽으로 와 식당 주방을 지나면 아주 낮은 천장의 복도가 나타난다(②). 드문드문 매달려 있는 형광등 불빛에 선우의 얼굴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이곳을 빠져나가면 룸살롱의 뒷문으로 이어지는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의 통로가 있다(③). 등불이 거의 없는 탓에 선우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④). 영화 전편의 이야기를 응축해서 보여주는 이 시퀀스는 선우가 어둠 속으로 빨려들
<달콤한 인생>의 누아르 비주얼 전략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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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빛과 어둠, 천국과 지옥의 콘트라스트
빛과 어둠은 ‘달콤한 인생’과 ‘쓰디쓴 나락’ 사이를 끊임없이 줄타기하는 선우의 모습을 드러낸다. 밝음과 어둠의 콘트라스트는 영화 곳곳에서 강렬하게 사용됐지만, 일정 수준을 넘지는 않았다. 되도록 지나친 과장을 피하려는 김지운 감독의 ‘우아르’ 전략에 따른 것이기도 했지만, 김지용 촬영감독은 “40년대 누아르의 콘트라스트가 하드한 느낌을 주는 건 당시 조명기술상 소프트 라이팅이 안 되고, 필름의 감도가 낮아 아주 강하게 조명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선우와 백 사장(황정민)이 맞대결을 펼치는 공간을 아이스링크로 삼은 것은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애초 촬영장소로 예정됐던 여의도공원이 추워지면서 볼품없어진 탓에 부득불 옮겨야 했는데, “별스럽고 기괴하며 유머러스한 면까지 갖추고 있는 황정민의 캐릭터를 고려했을 때 생뚱맞은 아이스링크가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김지운 감독은 설명한다. 정중앙 꼭대기에 강한 광
<달콤한 인생>의 누아르 비주얼 전략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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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장 상황 가운데서도 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좋은 작품들이 많다. 올해 발매되는 일본 애니메이션 타이틀 중 주목할만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미리 구매 목록을 작성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울의 움직이는 성
국내 관객 300만 돌파. 의 뒤를 잇는 일본 관객 최다 동원. 애니메이션의 거장에서 이제는 흥행의 마술사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 최신작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 안에 DVD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대원디지털 측 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 개봉을 위해 일본판 DVD의 발매가 늦어지는 만큼, 국내 발매 역시 빨라야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아직까지 DVD의 스펙조차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다른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로 미뤄볼 때, 16:9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에 6.1 채널 DTS-ES 음향, 그리고 콘티 영상 등의 부록이 수록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내판이니까 멀티채널로 이루어진 우리말 더빙의
일본 애니메이션 DVD 특집 (4) - 미리 보는 2005년 화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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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빛과 컨셉을 스스로 머금고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빛이었다.” 세트뿐 아니라 공간 전반에 관한 컨셉 구상을 김지운 감독에 지시받았던 류성희 미술감독은 누아르영화답게 빛에 관한 고민이 가장 컸다고 말한다. 강렬하면서도 입체적인 콘트라스트는 조명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탓에 세트나 공간 자체가 빛을 머금게 하는 것이 주된 포인트였다.
“주인공 선우(이병헌)가 모든 것을 시작하고 다시 돌아와 끝을 맺는 자리이며, 다시 돌아왔을 때 파국의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공간”인 탓에 가장 중요했던 스카이라운지를 디자인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최후의 대결이 펼쳐질 이 공간이 남자 두명이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것은 수평과 수직의 이미지로 구현됐다. 특히 바 앞을 가로지르는 공간에 패션쇼의 런웨이를 연상케 하는 수평의 흰 띠를 집어넣고(③) 그 안에 조명을 설치했으며, 스카이라운지 곳곳에도 밝은 조명등을 붙
<달콤한 인생>의 누아르 비주얼 전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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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차가운 도시를 배경으로 야수적 내면을 드러내는 남성들의 영화를, 우리는 필름누아르라고 부른다. 전통적으로 필름누아르는 음습한 범죄의 세계나 심리적으로 뒤틀린 인물의 내면 등을 통해 비정하기 짝이 없는 세상의 진실을 설파해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누아르에서 중요한 것은 스타일이다. “스타일이 실체를 결정하고 분위기가 플롯을 압도하며 내러티브성(narrativity)이 내러티브로 등장하고 초점이 ‘무엇’에서 ‘어떻게’로 옮아가며 형식과 내용을 분리할 수 없게 된다”는 영화학자 토마스 샤츠의 말처럼, 누아르에서 형식은 내용을 규정한다. 주인공 얼굴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는 어두운 내면을 표현하고, 건물 벽에 비친 커다란 그림자는 공포의 깊이를 보여주며, 극단적인 로키 조명은 이 세계의 치명적 그늘을 드러낸다. 그러니까 누아르영화에서 양식화된 비주얼은 영화의 내러티브를 풍부하게 하는 것을 넘어, 때때로 내러티브 그 자체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본격 누아르’ 또는 ‘누아르 액션’
<달콤한 인생>의 누아르 비주얼 전략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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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타이틀을 중심으로 국내 애니메이션 DVD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원디지털의 송광용 과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뉴타입DVD의 타이틀도 총괄하고 있는 입장으로서 앞으로 전망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지브리 타이틀의 판매량이 상당하다고 들었다.
무엇보다 꾸준히 나간다는 강점이 있다. , 등은 한달 평균 2~3백장씩 나간다.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가장 판매량이 높은 의 경우 어지간한 할리우드 흥행 대작보다 많이 팔렸다.
최근 흥행작인 DVD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은 올해 안에 출시 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왜냐하면 아직 미국 등 해외에 개봉조차 되지 않아서, 일본 내에서도 DVD 발매 일정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올 하반기에나 DVD가 발매될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에서는 빨라야 연말 혹은 내년에 출시가 가능할 것 같다. 지브리 측의 요구가 까다롭기 때문에 메뉴 화면을 바꾼다거나 스페셜 피처를 추가한다거나 하는 일은 힘들지만 최선을 다
일본 애니메이션 DVD 특집 (3) - 대원디지털 송광용 과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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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애니메이션 팬들이 DVD를 외면하고 있는지, 전 나우누리 애니메이션 동호회 앙끄(ANC)의 운영진이었던 박창선 씨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그는 현재 DVD 업계에서 일하면서 여러 매체에 애니메이션 DVD 관련글을 기고하고 있다.
나우누리 앙끄의 전 운영진으로서 과거 PC 통신 동호회의 상황에 대해 얘기해 달라.
PC 통신 동호회들이 한창 잘 나갈 무렵엔 오프라인 모임이 활발했다. 주로 상영회가 중심이었는데, 당시엔 자막이 들어있는 영상을 보려면 상영회에 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당시 활동하던 운영진들이 대부분 일본어에 능통했기 때문에 자막 작업이 어렵진 않았다. 그렇게 준비한 작품으로 상영회를 열면 회원들이 구름처럼 몰려오곤 했다. 초기에는 나우누리 사랑방이라는 오프라인 모임 전용 공간에서 소규모로 상영회를 하다가 나중에 명동에 애니메이션 센터가 생기면서 그쪽을 주로 이용했다. 대관료는 나우누리에서도 앙끄가 규모가 큰 동호회에 속했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아 해결할 수 있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DVD 특집 (2) - 애니메이션 마니아에게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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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중순에 촬영을 시작한 <웰컴 투 동막골>이 지난 3월 11일에 크랭크 업했다. <웰컴 투 동막골>은 80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된 블록버스터 대작으로 한국전쟁 막바지에 ‘동막골’이라는 마을에서 만난 한국군, 인민군, 미군이 극한의 대립상황속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거대한 배경이 되는 마을을 통째로 만들어서 세트로 활용했고 일본의 영화음악 거장 히사이시 조가 음악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장진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웰컴 투 동막골>은 ‘선영아 사랑해’, ‘맥도널드’, ‘교보생명’ 등의 CF로 유명한 박광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신하균, 정재영, 강혜정 등이 출연한다. 세심한 CG작업 등을 위한 후반작업만 5개월이 잡혀 있는 <웰컴 투 동막골>은 올 여름에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웰컴 투 동막골> 크랭크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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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등 인기작들이 대거 출시되면서 DVD 시장의 한 축을 이루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DVD. 초기 시장에서 보였던 폭발적인 수요로 인해 여러 제작사들이 참여하면서 다양한 작품들이 선을 보였고, 마니아들을 사로잡기 위한 품질 경쟁도 치열했다. 하지만 경기불황과 제작사들의 무분별한 할인으로 인해 팬들의 관심도가 낮아지면서, 2003년 하반기부터 침체되기 시작했다. 제작사나 소비자나 모두 힘들었던 2004년을 지나 올해 역시 전망은 불투명하지만, 다행히도 시장에 활력소가 될 여러 화제작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들의 선전을 응원해주기에 앞서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 DVD 시장의 문제점을 짚어 보고, 애니메이션 마니아와 제작사 측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대부분의 일본 문화가 개방되는 와중에도 여전히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일본산 애니메이션이다. 과거에 비해 여러 가지 제약들이 사라졌지만 같은 작품의 흥행 성공으로 인해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경계는 줄어들지
일본 애니메이션 DVD 특집 (1) - 국내 시장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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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JA夢)은 블록버스터 작업에 대한 경험이 많아서 영화의 규모에 맞는 힘있는 포스터를 잘 만든다. 그런가 하면 <천국의 아이들> 같은 예술영화에서도 영화 내부의 힘으로부터 비주얼을 제대로 뽑아낸다. 다들 손이 엄청 빠르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일도 믿음직스럽게 빨리 해내는 동시에 퀄리티도 출중하게 유지하는 팀이다.” (시네와이즈 김창아 팀장)
히스토리
자몽은 오래된 젊은 회사다. 무슨 말인고 하니, 자몽 창립은 2001년이지만 두목 안태희(33) 실장의 경력은 15년전으로 거슬러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극장 선전부장이었던 부친의 영향으로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충무로에 뛰어들었다. 오랜 경력을 살려 튜브커뮤니케이션에서 일하던 그가 2001년 말에 독립해서 꾸린 회사가 ‘자몽’이라고 읽히는 JA夢이다(회사명의 J와 A는 안태희 실장과 당시 공동창업자의 성에서 이니셜을 딴 것이다). 자몽이 처음으로 제 이름을 걸고 세상에 내보낸 것
영화 포스터를 만드는 사람들 [4] - 자몽(JA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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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업계의 관성이나 익숙함을 거부하는 게 좋았다. 한때 영화감독 데뷔를 준비했던 김상만 실장을 비롯해서 팀 전체가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남다른 식견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
히스토리
스푸트닉(Sputnik)은 신생 업체다. 만들어진 지 고작 1년여다. 그렇다고 허투루 볼 수 없다. 김상만, 이관용, 스푸트닉호를 발진시킨 이들 두 사람의 만만찮은 영화판 경력 때문이다. 김상만 실장은 <해피엔드> <공동경비구역 JSA>의 미술감독으로 활동했고 <조용한 가족> <정사> 등의 포스터 작업을 했다. 만화가, 애니메이터, 일러스트레이터 등으로 활동했던 이관용 실장 또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고양이를 부탁해>의 포스터 작업을 진행했었다. 김상만 실장이 같은 과 후배인 이관용 실장의 “함께해요”라는 수차례의 제의를 일찌감치 받아들였다면 스푸트닉호의 발사는 앞당겨졌을지도 모를 일.
영화 포스터를 만드는 사람들 [3] - 스푸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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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커뮤니케이션의 개성은 재기발랄함이다. 그래서 코미디류의 통통 튀는 영화가 그쪽 팀하고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서도 기존의 전형적인 방법을 잘 쓰지 않는다. 키치적인 요소나 방법을 도입해 잘 활용한다. 그런 점이 많이 어필을 했던 팀인 것 같다. 그래서 특별히 포스터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걸 디자인적인 요소로 가장 커버를 잘하는 팀이다. 순발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김미희 좋은영화 대표)
히스토리
그림커뮤니케이션은 2000년 7월7일에 태어났다. 광고디자인사의 디자인팀장으로 이미 영화 포스터 작업을 해오던 배광호 실장은 그 팀의 해체와 함께 다른 지인들과 회사를 꾸렸다. 초기에는 멜로물 작업이 주를 이뤘고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미술관 옆 동물원>(1998), <와니와 준하>(2001) 등 그의 포스터들은 대부분 사진 자체의 감성을 살려 여백도 말을 하게 하는 서정적인 풍경화에 가까웠다. 최근 들어 이
영화 포스터를 만드는 사람들 [2] - 그림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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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통하게 하라!
“잠깐 밥먹고 올 테니까 그동안 끝내라고.” 감독을 비롯한 스탭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포스터 촬영을 해야 했다는 한 사진작가의 회고는 까마득한 옛일이 아니다. 원치 않는 도둑촬영의 결과가 좋을 리 없다. 그때마다 뒷일은 언제나 포스터 디자이너들의 몫으로 남았다. 그랬으니 보수 적고 일 많은 영화쪽 일은 디자인 업계에서 기피하는 분야였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버틴 이들이 있었고, 이들 덕에 지난 3, 4년 동안 영화 포스터 디자인은 “몰라보게 바뀌었네”라는 말을 충무로 안팎에서 들을 수 있었다. 여기 소개하는 이들은 지난 혹한기를 날밤 새워가며 버텨낸 주인공들이다. 이미지의 감흥을 말로 풀어내기 저어하는 이들을 붙잡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작업에 대해 물었다.
키포인트라면 파격도 서슴없다
“시나리오를 주면 항상 맘에 드는 표지를 만들어줬다. 매번 가져오는 시나리오 표지의 색감이나 글자 크기, 그리고 형태가 시나리오를 제대로
영화 포스터를 만드는 사람들 [1] - 꽃피는 봄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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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삼국지
문화방송도 콘서트 형식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합류했다. 1999년 한국방송이 <개그콘서트>의 문을 연 지 6년여 만의 일이다. 에스비에스는 이미 2003년 <웃음을 찾는 사람들>로 공개 녹화 방식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뛰어들었다. <개콘>이나 <웃찾사>처럼 공개 녹화를 거쳐 선별된 꼭지들만 방송하는 <코미디 쇼! 웃으면 복이 와요>가 지난 17일 첫 전파를 탔다.
전통적 콩트형식 벗되 풍자는 살려
개콘·웃찾사와 경쟁 출연자 교류도
기존 <코미디 하우스>의 주무기인 콩트 코미디에서 벗어나 ‘스탠딩 코미디’로 틀거리를 완전히 바꿨지만, 제목은 역설적으로 ‘퇴행’했다. 구봉서, 배삼룡 등 전설적 코미디언들을 낳았던 <웃으면 복이 와요>는 70~80년대 한국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명사로, 69~85년 방송된 뒤 90년대 중반 재개했다가 얼마 뒤 종영됐다. 슬랩스틱이나 콩트 형식을
‘웃으면 복이와요’ 공개녹화 방식으로 부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