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년 듀스의 멤버 김성재의 죽음으로, 세상은 한동안 술렁였다. 범인으로 지목된 애인이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고, 의혹을 남긴 채 종결되고 잊혀진 사건. <진실게임>의 아이디어는 김성재의 의문사에서 출발했다. <아빠는 보디가드>의 김기영 감독은 매스컴에서 이 사건을 접하고, “인기 가수와 열성 팬의 관계”에 집중해 2년간 시나리오를 쓰고, 2년의 시간을 들여 영화로 제작했다. 98년 영화판권담보융자지원 대상작.
그러나 <진실게임>은, 특정인의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실재 사건에서 영감을 얻고 상상력으로 살을 붙인 가공의 스토리고, 그 이면에 존재하는 진실을 역추적해가는 미스테리 스릴러다. 인기 절정의 가수 조하록의 죽음, 앳된 여고생의 자수로 시작되는 영화는, 피의자인 소녀와 참고인들의 진술을 따라 과거로 거슬러올라간다. 조하록의 사랑을 독점하려는 팬클럽 멤버들과 신보판매 및 가요순위에 팬클럽을 동원하는 조하록의 공생관계, 양쪽 모두를 착취하는 비양
섹스와 폭력을 통하지 않으면 이뤄지는 게 없는 세상, <진실게임>
-
닉 리슨은 자본주의의 성공담과 추락담을 한몸으로 보여준 실존인물이다. 95년 당시 불과 28살이었던 그는 출중한 투자 수완으로 출세 가도를 달렸지만, 불법투자로 영국의 유서깊은 민간은행 베어링스를 파산에 이르게 한다. 대단히 이재에 밝았던 그는 감옥살이를 또다른 기회로 삼아 9억원의 판권료를 받고 자서전 <악덕 거래인>을 썼다. 이원 맥그리거를 자본주의의 실패한 영웅으로 내세운 영화 <겜블>은 바로 그 자서전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닉 리슨은 너무 많은 것을 원했던 사나이다. 성공을 향한 욕망은 평범한 은행원이었던 그를 단숨에 세계 금융계를 주무르는 거물로 만들어놓는다. 하지만 리슨이 짜릿한 성공을 거두는 순간 이미 아찔한 심연이 그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었다. 회사와 증권가에서 그의 성공을 신화로 만들어가기 시작할 무렵 그는 안으로 무너지기 시작한다. 무모한 그의 욕망이 그를 삼켜버린 것이다. “오늘은 5천만달러를 잃었어”라는 리슨의 독백은 파멸의 속도를
모든 사람들이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느끼는 섬세한 공포, <겜블>
-
<낮은 목소리> 3부작 완결편인 <숨결>은 ‘앎의 의지’와 ‘알림의 의지’가 조화롭게 맞닿은 다큐멘터리다. <낮은 목소리>엔 앎의 의지가 앞섰고 <낮은 목소리2>엔 알림의 의지가 카메라를 장악했다면, <숨결>에서는 두 의지가 합의를 이루어 박제된 역사를 망각의 유령으로부터 풀어놓는다. 그것이 역사의 복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해도, 짓밟힌 채 질뻔했던 들꽃들이 이름을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1,2편이 ‘나눔의 집’ 언저리를 맴돌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일상을 중심에 놓았던 것과는 달리 <숨결>은 그들의 과거를 채록하는 데 주력한다. 그래서 1,2편의 등장인물이 비슷했던 것과는 달리 <숨결>에는 겹치는 인물이 거의 없다. <숨결>과 전편들을 연결하는 인물은 이용수 할머니인데, 흥미로운 건 이 할머니가 인터뷰 대상이 아니라 주체라는 사실이다. 이미 자기의 존재를 드러냈던 이용수 할머니는 감독 대
<낮은 목소리> 3부작 완결편, <숨결>
-
지난해 7월 <성월동화>의 홍보를 위해 방문했던 장국영에게 <색정남녀>의 개봉소감을 묻자 그는 단박에 ‘기쁘다’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이어, “색정이라는 제목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에로물은 아니”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렇다. <색정남녀>는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결코 에로물이 아니다. 96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일찌감치 국내 개봉예정이었지만 심의문제로 오랫동안 발이 묶여 있었다.
주인공 아성은 진지한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 되고 싶었지만,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는 우리 시대의 감독이다. 그 고뇌의 초상은 멀리는 펠리니의 <8과 1/2>에서, 가까이는 홍콩 신세대 감독인 갈민휘의 <첫사랑>, 그리고 여균동의 <죽이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이미 익숙해진 것이지만 결코 낡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원래는 블랙 코미디를 만들고 싶었다는 의도대로, 곳곳에 숨어 있는 풍자와 패러디도 천년을 넘겨 개봉한 영화의 가치를 보
풍자와 패러디로 반환의 현실을 돌파해 나가다, <색정남녀>
-
-
<허리케인 카터>는 흑백의 링에서 영화의 제1라운드를 연다. 삽시간에 우리의 눈길과 호흡을 휘어잡는 그는 루빈 ‘허리케인’ 카터. 성난 검은 황소, 혹은 뜨거운 맥박이 뛰는 회오리바람. 사각의 정글을 휩쓸고 포효하는 그는 과연 허리케인처럼 광포하며, 그럼으로써 아름답다. 그 폭풍을 삼면의 벽과 쇠창살에 둘러싸인 옹색한 어둠에 가둔다면? 폭풍은 잦아드는 대신 그의 내면에서는 숲을 쓰러뜨리고 해일을 일으키며 울부짖으리라.
첫 눈에도 틀림없다. 이 청년에게 권투는, 하릴없는 분노가 자기 몸을 부서뜨리지 않도록 동력으로 전환하는 발전기 같은 장치다. 백인의 성추행에 맞서다 사춘기를 소년원에 파묻고도 빚이 남아 청춘의 한때를 매장당한 카터는 칼을 갈 듯 육체와 정신을 숫돌에 벼른다. 그를 쫓아다니며 올가미를 거는 인종차별주의자 델라 페스카 형사의 눈에는 모든 흑인은 셋 중 하나다. 범죄를 계획하고 있거나, 현행범이거나, 이미 죄를 짓고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그런 현실에 대한
고립이 아닌 ‘관계’에 관한 영화, <허리케인 카터>
-
“세잔, 오즈, 브뉘엘, 르누아르를 좋아해요”
어렸을 때부터 어울리다보면 사람들이 항상 치사하다고 느껴졌어요. 몰려다니면서 편 짜고, 틀린 거 알면서도 (상대를) 누르고, 자신에 대해서 모르면서 남들을 비난하고. 사람들 만나서 적응이 안 된 것도 그런 것 때문이기도 한데. 하여간 좀 사람들이 실망스러웠던 것 같아요. 친하고 싶고 교류하고 싶은 건 있는데 어떤 건 용납이 안 되고 거슬리고 그러니까 가까이 못 가는 거죠. 지금 나이가 들어서 봐도 그래요. 제가 비위가 좀 생기고, 제 자신이 그 사람들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한다고 느끼니까 전보다 낫지만.
잘난 사람 TV에서 틀어주고, 그 사람 본받게 하려고 하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전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그걸 흉내내는 데 한계가 있고, 또 성공한 사람을 가까이 가서 보면 성공 요소라는 게 제 속에 없고. 그러니까 모델이 되는 게 아니라 방해가 되더라고요. 대신 자기를
영화인 7인 특강 [10] - 봉준호·홍상수 ③
-
MBC 드라마 2편이 지난 주 나란히 시청률 1, 2위에 올랐다. 일일연속극 <굳세어라 금순아>가 30.8%, <내 이름은 김삼순>이 29.1%로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던 KBS2의 <부모님 전상서>와 <해신>이 끝난 뒤 생긴 1, 2위의 공백을 MBC 드라마가 채운 것이다.
<굳세어라 금순아>는 올 2월 14일, KBS1의 일일연속극 <어여쁜 당신>과 동시에 첫 방송을 시작하며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 초반에 계속 밀리던 <굳세어라 금순아>는 4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경쟁 드라마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지난 주 1위에 올라섰다. 이 드라마는 최근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 ‘성란’이 시댁에 들어오면서 생기는 고부갈등을 다루어 ‘며느리 역할 논쟁’ 을 일으키기도 했다.
관련 글 보기 - 시청률 30% 넘은 <굳세어라 금순아>, 며느리 역할 논쟁 화제
방영 2주째를 맞은 <내 이름은
MBC 금순이, 삼순이 나란히 1, 2위
-
“제 원칙은 보고 싶은 영화를 찍는 겁니다”
“제가 69년생이거든요. 88학번. 오슨 웰스가 26살 때 <시민 케인>을 찍었는데, 되게 안 좋은 사례인 것 같아요. (웃음) 젊어서 정력과 예술적 에너지를 그렇게 심하게 방출하면 되겠어요. 저의 희망은 앨프리드 히치콕 아저씨입니다. 그분이 1899년생이에요. <싸이코>가 1960년 영화잖아요. 그럼 환갑잔치 다음해에 찍은 거예요. 저도 환갑잔치 다음날 <싸이코> 같은 영화를 크랭크인할 수 있다면 정말 성공적인 인생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씨네21>쪽에서,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제 차례 앞에 ‘평온한 일상을 비트는 힘’이라고 붙여놓았는데, 제가 이야기할 화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플란다스의 개>는 정말 일상에서 출발한 영화였죠. 저의 소소하고 개인적인 것들로부터 쏟아져나온 영화거든요. 그 영화 찍은 아파트가 제가 신혼 초 3년 동안 살던 곳이에요. 거기
영화인 7인 특강 [9] - 봉준호·홍상수 ②
-
6월1일 <씨네21> 창간 10주년 특강 ‘한국영화의 현재를 묻다’가 강의장이었던 연세대 위당관에 미열을 남긴 채 끝을 맺었다. 마지막 주의 단상을 장악했던 인물은 봉준호 감독과 홍상수 감독이었다. 6월20일쯤부터 차기작 <괴물> 촬영에 돌입할 예정인 봉준호 감독은 원효대교 아래서 최종 헌팅을 진행하다가 강연장에 바로 도착해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특유의 입담이 시작되면서 체력 또한 살아난 듯했다. 사회자인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와의 문답에 들어가기 앞서 그는 장장 40분에 걸쳐 영화에 입문한 뒤 겪었던 일을 가감없이 털어놓았다. 봉 감독의 예의 ‘비주얼’한 화법 덕분에 관객은 상체를 강단으로 기울일 정도로 집중한 채 경청하고 있었고, 오기민 대표는 “준비할 시간이 없어 즉흥적으로 만든 것이었을 텐데 대단하다”며 감탄했다. 봉 감독의 이야기는 때때로 다른 곁가지로 빠져나가곤 했지만, 그 덕분에 내용은 오히려 풍부해졌다. 이어진 문답에서 그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인 7인 특강 [8] - 봉준호·홍상수 ①
-
아시아 지역에서 해마다 늘고 있는 불법 영상물에 일본 제작사들이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마이니치, 요미우리 신문 등 일본 주요 일간지들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홍콩, 대만 등지에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 동안 불법 DVD와 CD를 압수한 결과 그 수가 70만 장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적판 단속을 주도한 CODA(일본 컨텐츠의 해외유통을 촉진하는 기구) 측은 개봉되자마자 해적판 DVD로 풀린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예로 들며 "중화권에서 판매되는 일본산 컨텐츠의 60~80%는 불법 영상물로, 적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해적판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CODA는 일본 문화청과 경제산업성의 주재로 지난 2002년 설립된 민간조직. 음악출판사협회와 일본영화제작사협회 등 19개 단체, 20여 회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해외에 수출되는 일본 소프트웨어에 정품 마크가 붙은 스티커를 발부하는 등 저작권 수호에 앞장서왔다. CODA
日 중국, 홍콩에서 해적판 DVD 70만 장 압수
-
준비부족은 치명적 한계
지난달 시작한 문화방송 월화드라마 <환생-넥스트>가 저조한 시청률 성적에도 불구하고, 독특하고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시대를 오가며 얽히는 네 남녀를 통해 운명적 사랑에 대한 물음을 다룬다는 점이 독특하다. <은행나무 침대>나 <번지점프를 하다>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이미 ‘환생’이라는 소재를 다뤄 식상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환생을 이용하는 양상은 사뭇 다르다. 주로 시공간을 뛰어넘은 순절한 사랑을 다룰 때 ‘환생’이라는 설정을 이용하는 데 견줘, <환생-넥스트>는 이런 정형에서 벗어나 있다. 환생을 할 때마다 변하는 사랑을 통해, 과연 운명적 사랑이란 게 있는지를 반문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작가 5명과 피디 3명의 협업 제작 시스템도,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큰 틀에서 바뀌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 만하다. 짧게는 16부작부터 길게는 100부작까지 각각 한 명의
마니아 팬 부른 MBC 월화드라마 ‘환생-next’
-
흥행의 마술사 제리 브룩하이머의 히트작 두 편이 다음달 극장에서 보지 못했던 장면들을 추가하여 새롭게 선보인다.
첫 번째로 리앤 라임스의 주제가 'Can't Fight The Moonlight'로 유명한 <코요테 어글리>는 편집 과정에서 삭제되었던 7분 가량의 장면이 추가된 SE 버전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화려하고 세련된 영상이 볼거리인 본편과 더불어 음성해설 및 촬영 당시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부록으로 포함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였던 바텐더 기술과 댄스 장면을 연습하는 모습을 찍은 부가 영상 또한 기대된다.
니콜라스 케이지, 안젤리나 졸리 등 호화 캐스팅과 손에 땀을 쥐는 카 액션이 눈길을 사로잡았던 <식스티 세컨즈 SE> 역시 지금껏 보지 못했던 11분의 영상이 추가된 확장판이다. 70년대 나왔던 동명의 저예산 영화를 성공적으로 부활시킨 제리 브룩하이머의 역량이 돋보인 작품으로, DVD 부록에는 그의 인터뷰와 약력 그리고 영화 제작자로서의 일상이 부가영상으
<코요테 어글리> <식스티 세컨즈> 확장판 나온다
-
노도철 PD와 신정구 작가가 소원을 이루었다. 노도철 PD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일요일 한낮을 총기어린 시간으로 만들었던 <두근두근 체인지>를 하면서 DVD 출시를 염두에 두고 100개에 달하는 테이프를 모아두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반납해야만 했다. 방송사 테이프는 재활용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역사는 순환했고, 결과는 달라졌다. <안녕, 프란체스카> 1부 12화가 7월에 DVD로 출시되는 것이다. 이 기쁜 마음을 덩실덩실 춤으로 표현해야겠지만, 신정구 작가는 뽑아야 하는 순간이 임박한 사랑니 때문에 고통받고 있었고, 모두들 전날 새벽 4시까지 계속된 촬영으로 지쳐 있다고 했다. 그렇더라도 경사는 경사. 노 PD와 신 작가, 대중문화평론가 강명석 씨가 초반 오디오 코멘터리 녹음을 마친 뒤에 차례차례 도착한 프란체스카 식구들은 눈물 맺힌 프란체스카의 미소로 끝나는 마지막회까지 열심히 달렸다. 특히 코멘터리하는 에피소드 몇개를 보지 못했다는 심혜진은 시청자와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1 DVD 제작 현장을 찾아서
-
강남구 신사동 리드사운드 녹음실의 문을 열자 약간 갈라진 듯한 송강호의 음성이 벽 너머로 들려온다. 줄줄이 소파를 차지하고 앉은 관계자들을 지나 녹음실에 들어서면 20년차 더빙연출가 이영주씨와 콘솔을 조작하는 기술스탭들이 정면을 응시한다. 그들 뒤에는 드림웍스에서 파견된 드레드 헤어스타일의 슈퍼바이저가 노트북에 열심히 현재상황을 기재하는 중. 녹음실 유리창 사이로 헤드폰을 쓰고 마이크 앞에 선 송강호의 모습. 이곳은 <마다가스카>의 한국어 더빙 현장이다.
송강호가 맡은 사자 알렉스 역은 할리우드에서는 벤 스틸러의 몫이었다. 벤 스틸러의 더빙 출연은 센트럴파크 동물원을 벗어난 적이 없는 전형적인 뉴요커이자 아프리카 여행이 처음에는 탐탁지 않은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인 알렉스를 감안한 캐스팅이었다. 한국어 더빙은 벤 스틸러의 더빙을 기반으로 작업이 이루어져 어려움이 더해졌다. 송강호는 “매우 즐거운 작업이다. 다만 기존 영어 더빙에 한정되는 제한이 없었다면 우리 문화적 토양
벤 스틸러 vs 송강호, <마다가스카> 한국어 더빙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