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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의 네 번째 장편영화 <달콤한 인생>이 4월1일 개봉한다. <달콤한 인생>은 높은 가격으로 완성 전 일본에 수출되는 것으로도 관심을 모았었다. 마침내 뚜껑을 연 <달콤한 인생>에는 장점과 단점이 같이 있다. 김지운이 그려내는 그 누아르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달콤한 인생>에 대한 소개글과 인터뷰를 같이 싣는다.
쿨한 카오스에 온 걸 환영합니다!
김지운의 네 번째 장편영화 <달콤한 인생>이 표방하는 구심점은 누아르다. 장르, 스타일, 양식, 사조, 경향, 현상, 운동, 톤, 더러는 아무것도 아닌 비평적 사기술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누아르는 이미 영화적 규정의 느슨함에 다다른 개념이다. 누아르라고 불리기보다 언제나 다른 무엇과 함께 말해져야 성립이 가능하거나 또는 누아르적인(noirish), 누아르성(noirness)이라는 애매한 말로 불리는 것이 더 옳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누아르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
<달콤한 인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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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가 계속 영화를 만들었으면…”, 스탭·배우들 합심
하지만 길벗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여정이었다. 박광수 감독의 소개로 지난해 여균동 감독과 <숨바꼭질> 프로젝트를 준비했던 주요 스탭들이 흔쾌히 결합하지 않았던들 3억원 안팎의 저예산영화 <비단구두…>가 지금까지 순항할 수 있었을지는 모를 일이다. 제창규 촬영감독, 배현종 조명감독, 배영환 미술감독 등 주요 스탭들이 <비단구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좋아하는 선배 감독이 계속 영화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비롯됐다. 빠듯한 예산 때문에 발전차도 대기시키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서 그들이 믿는 것은 ‘발상의 전환과 끊임없는 아이디어 개발’. 이날 저녁 촬영 때도 배현종 조명감독은 “1kW조차 사용할 수 없는” 한계조건 아래서 빛을 모으느라 정신없었다.
극단 차이무 출신 배우들의 헌신적인 참여도 <비단구두…>의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해줬다. 촬영 직전 한달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촬영현장 [2] -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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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짜리 그러나 열정은 30억 영화
봄의 전령이 험한 미시령은 잊고 지나친 걸까. 얼마 전 폭설 때 제설기가 한쪽으로 힘겹게 밀어놓은 눈들이 녹지 않고 그대로 쌓여 있다. 잠시 내려선 미시령 정상.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한숨 돌리려고 했더니 시시때때 방향을 바꾸어 불어대는 강풍이 몸조차 가누기 어렵게 만든다. 막바지 촬영에 몰두하고 있는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제작진이 카메라를 펼친 미시령 중턱의 원터라는 곳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꾸불꾸불 비포장 도로를 1km 넘게 들어가야 겨우 찾을 수 있는 개인 사유지에 차려진 캠프. 낮은 곳으로 흐르는 계곡의 물은 봄이 왔다고 끊임없이 조잘댔지만, 고개를 들면 아직 분기탱천한 겨울 바람에 제작진은 혼쭐이 나고 있었다.
감독은 땅바닥에 앉아서, 배우는 반사판 들고
겨울을 길에서 났기 때문일까. 여균동 감독의 얼굴 또한 새까맣게 말라 있었다. “여러분이 달리는 순간 다이너마이트가 터져요. 위험하진 않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촬영현장 [1] -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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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나 일본이나 4월은 전통적인 극장가 비수기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나들이 인파가 부쩍 늘어나고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극장가 주변에도 학생들의 발걸음이 뜸해지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지난주에 <주먹이 운다>와 <달콤한 인생> 등 기대작 두편이 선보여 비수기라는 말을 무색케 했지만, 일본은 전주와 비교해서 탑10에 새로 진입한 작품이 한편도 없다.
정체된 극장가 분위기 탓인지 <내셔널 트레져>는 큰 어려움없이 3주 연속 일본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다. 배급사 목표수익 30억엔은 현재 상황에서 봤을때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눈에 띄는 순위 변동은 지난주 2위로 데뷔했던 <에비에이터>가 4위까지 미끄러진 것과 전주 3위였던 <샤크>, 6위였던 <원피스 오마츠리 남작과 비밀의 섬>이 각각 2위와 3위로 상승한것 정도다. 상승한 영화들은 가족단위 관람객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밖에 <하울의 움직이는
<내셔널 트레져> 3주 연속 일본 흥행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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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생소한 이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메이저리그 프로팀 밀워키 브루어스에 소속된 타자 스탠 로스는 뛰어난 실력으로 3천 안타 고지에 오른 인물. 이룰 것은 다 이루었다는 자만심과 명예의 전당에 오를 거라는 기대로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그것도 팀이 한창 잘나가고 있던 시즌 중간에. 그리고 9년 뒤, ‘미스터 3000’이라는 자신의 별명을 내세워 개인 사업을 넓혀가던 스탠은 자신의 기록에 착오가 발견돼 안타 3개의 기록이 취소된 사실을 알게 된다. 늘 꿈꾸어 왔던 명예의 전당 입성마저 좌절된 상황.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팀에 복귀하지만, 쉰 살 가까운 노장 선수가 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언론의 비웃음과 후배 선수들의 냉대뿐이다. 과연 스탠은 미스터 3000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주연인 스탠 역에는 <미녀 삼총사 2> <오션스 트웰브> 등에 출연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TV쇼까지 맡아 활약하고 있는 흑인 배우 버니 맥. 하지만 그
<미스터 3000> 3천 안타를 향한 노장 선수의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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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쟁한 톱스타들이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았던 영화 <오션스 트웰브>가 5월 6일 DVD로 선보인다.
지난 2001년 공개되어 히트한 <오션스 일레븐(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속편인 이 영화는, 전편에서 훔친 돈을 갚기 위해 다시 한 번 모인 대니 오션과 그의 동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줄리아 로버츠 등 전편을 빛냈던 스타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전자인 프랑스의 괴도 '밤여우' 역의 뱅상 카셀, 브래드 피트의 전 애인으로 나온 캐서린 제타 존스와 같은 새 얼굴을 보는 것도 즐겁다. <셋 잇 오프> <이탈리안 잡>을 연출한 F. 게리 그레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유쾌하고 호화로운 범죄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워너 브라더스에서 출시할 <오션스 트웰브>DVD는 2.35대 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를 수록한다. 부록은 들어있지 않다.
이번엔 12명이다 - <오션스 트웰브> 5월 6일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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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교’…8명의 부모…12각 애정관계
희극의 본령이 풍자라면, 이 봄 방송 희극의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다.
‘뚱뚱교’ 교주는 먹거리에 신성을 부여해 외모 지상주의와 맹신적 종교 행태를 격렬히 뒤틀고, 한 여고생에 딸린 8명의 부모들은 극단적인 가족해체와 파편화된 현대사회의 개인들을 비꼰다. 그런가하면 흡혈귀와 인간들의 얽히고설킨 12각 관계는 3~4각 관계가 기본인 기존 드라마의 애정 구조는 물론,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초현대식 사랑법을 꼬집어댄다. 종교와 가족 등 풍자의 대상에서 성역처럼 존재하던 것들이 풍자의 도마 위에 제대로 오른 판이라, 날아드는 비판의 창끝이 따가울 법도 하지만, 시청자들은 풍자의 감칠맛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종교등 성역까지 패러디 대상으로
뚱뚱교 교주 ‘출산드라’는 지난달 20일부터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에서 “먹어라! 네 시작은 삐쩍 골았으나, 끝은 비대하리라”며 교리 설파에 나섰다. 비대함이 신의 축복인
코미디 풍자의 봄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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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존 프랑켄하이머가 만든 <맨츄리안 켄디데이트>는 미국 역사의 한장을 보여주었고 조너선 드미의 새 <맨츄리안 켄디데이트>는 구스 반 산트의 장면장면을 복제한 <싸이코> 이후 가장 불필요한 리메이크로 보이지만 실제는 전혀 다른 영화이다.
군더더기 없지만 음산한 드미의 <맨츄리안 켄디데이트>는 전작이 보여준 사악하고 아찔한 거만함이 없다. 몇몇 농담에도 불구하고 일급 정치음모인 프로그램된 최면상태의 암살자 이야기로 대통령 선거 시기에 맞춘 이 작품은 경쾌한 풍자만 담긴 것이 아니라 불길하고 잔혹한 광기까지 갖추고 있다. 풍자적이기보다 침울한 분위기는 프랑켄하이머의 원작만큼이나 앨런 파큘라가 워터게이트 이후 만든 맨츄리안식 영화 <암살단>을 떠올리게 한다. 1962년에 만들어진 원작은 케네디 시절의 섬뜩한 통찰이었다. 존 캐리의 노미네이션 바로 다음날 전략적으로 공개된 드미의 이 떠들썩한 영화가 얼마나 미국의 정신을 반
연쇄살인자 미국을 고발하다, <맨츄리안 켄디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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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도>는 웃자고 만든 영화다. 웃자고 만들었으니 잘 웃기는 건 미덕이다. <마파도>는 잘 웃겨준다. 디테일의 힘이다. 얼개는 허술하지만, 디테일은 촘촘하다. 특히 말맛의 미덕은 달인의 경지다. 더구나 포스터와 다른 내용은 기쁨을 두배로 만든다. 저승사자 같은 할머니들이 낫, 곡괭이를 들고 노려보고, 두명의 남자가 ‘어매 기죽어’ 하는 표정으로 쪼그라져 있는 포스터를 보고 누가 ‘착한 코미디’ 영화를 연상하겠는가? 그저 좀 웃기기도 하는 호러영화인 줄 알았다(나중에 물어보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오해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이문식표’ 본격 코미디물이었다. 시사회에서 뜻밖의 웃음을 선사받은 친구 일동은 틀림없이 대박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마파도>는 기승전결이 ‘매우’ 확실하다. 도망치는 ‘기’, 웃기는 ‘승’, 쫓고 쫓기는 ‘전’, 화해하는 ‘결’이다. 기승전결은 개연성 없는 우연과 우연으로 연결된다. 우연히 발견한 테이
말맛과 디테일 살아 있는 코미디 <마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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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소박하고 은은한 맛과 향기가 때로는 상쾌하게, 때로는 알싸하게 번져오는 녹차. 지난해 부천영화제의 최고 인기작 중 한 편이었던 이시이 가쓰히토 감독의 <녹차의 맛>은 질 좋은 녹차처럼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가족의 일상과 교감, 성장을 담는다. 어두운 화면 위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 짝사랑하던 소녀가 전학을 가든 날 소년은 소녀가 탄 기차를 쫓아 가슴이 터져라 내달린다.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멈춰 선 소년. 그런데 영화의 정체가 드러나는 건 이제부터다. 소년의 이마에서 난데없이 기차가 쓰윽 솟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이렇듯 평범함에서 시작해 느닷없이 끼어드는 엽기적이고 기발한 상상력과 기이함은 영화를 관통하여 흐르는 양념 같은 장치다. 물론 메인 코스는 ‘기차소년’(?)이 일원인 ‘하루노 가족’의 일상이다. 애니메이터에 재도전하는 어머니, 최면치료사로 가끔 식구들에게 천국을 선사하는 아버지, 행위 예술가와 변태의 중간쯤인 괴이한 할아버
모은영의 오리엔트 특급 <녹차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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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더이상 이 세상에, 혹은 그 어느 세상에도 그가 부재한다는 깜깜한 절망감 때문이다. 그러나 또 다른 세계 어딘가에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만 알 수 있다면, 살아남은 자는 견딜 수 있다. <화이트 노이즈>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죽은 자의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다. 그런데 죽은 이의 음성은 산 자의 꿈이나 무당을 통해 들려오지 않는다. 그것은 괴기한 형상과 목소리로 컴퓨터와 라디오를 통해 존재를 드러낸다. 기록과 녹음을 통해 분석되는 죽은 자의 소식. 그것은 더이상 낭만적이거나 반갑거나 슬프지 않고 다만 소름끼친다.
아내를 잃고 방황하던 존(마이클 키튼)은 어느 날부터인가 죽은 아내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녀는 자동응답기와 라디오를 통해 음성을 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컴퓨터 모니터에 흐릿한 형상으로 나타나 죽음의 위협에 당면한 사람들을 도우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 영화에서 존을 죽은 자와 소통할 수 있게 만들어
현대 과학기술의 무서운 힘, <화이트 노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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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 온다고 불평하는 남자를 여자가 위로한다. “누구나 가끔은 잠 못 이뤄.” 그녀를 향해 돌아누우며 남자가 말한다. “나는 1년 동안 못 잤어.”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러나 고갱이 그린 예수처럼 여윈 몸과 움푹 팬 눈자위는 그의 말이 진실이라고 증언한다. 원인 모를 장기적 불면에 시달리는 기계공 트레버 레즈닉 역의 크리스천 베일은 185cm의 몸을 55kg까지 감량했다. 체중조절도 이쯤 되면 스턴트다. 원래 깡마른 배우를 쓰는 편이 쉽지 않았을까? 하지만 <머시니스트>는 관객으로 하여금 “사람이 어쩌다 저렇게 망가졌을까?”라고 절실히 묻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영화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객이 평소 모습을 기억하는 스타가 필요하다.
밤새 깨어 있는 트레버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를 읽지 않을 때면, 공항 24시간 커피숍의 웨이트리스 마리아(아이타나 산체스 지온)와 창녀 스티비(제니퍼 제이슨 리) 곁에서 안식을 구한다. 일터에서 그는 노동법을 거론할 만
영화광이 조립한 공포 기계, <머시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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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은 필립 카우프만의 연출 작품이다. 그가 만든 <외계의 침입자>(1978)나 <필사의 도전>(1983)은 수준급이다. 그는 할리우드 대중주의와 장인의 연출력을 능수능란하게 교합하는 것으로 인정받을 만한 감독이다. <블랙아웃>은 노련한 그 장인의 손길이 스릴러 장르에 미쳤다는 점에서 흥미를 자아낸다. 게다가 새뮤얼 잭슨, 애슐리 저드, 앤디 가르시아로 엮은 삼각편대는 기대할 만한 배역진이다. 영화에서 그들의 연기는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힘들어도 나쁘지는 않다. 문제는 영화의 방만한 구조다.
제시카(애슐리 저드)는 끔찍한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나쁜 과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이자 경찰계의 대부인 존 밀스(새뮤얼 잭슨)의 도움을 받아가며 여자로서는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강력계 경관이 된다. 시기의 눈총들이 거세지만 제시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다른 남자들과 달리 동료 경찰 마이크(앤디 가르시아)만은 그녀를 이해
방만한 구조의 스릴러 영화, <블랙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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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은 빚을 대신 받는 청부업자가 영화제작에 뛰어드는 코미디 <겟 쇼티>의 속편이다. 10년 만에 제작된 이 영화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조지 클루니의 표적> <재키 브라운> 등에 재료를 제공한 작가 엘모어 레너드의 소설에 기대고 있다. 그렇다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들이닥치는 난관, 궁지에 몰려도 냉정한 주인공, 하나씩 장애물을 격파하는 묘기. 또 한번 존 트래볼타를 기용한 <쿨!>은 그런 공식에 충실하고자 한다.
빚받으러 LA에 왔다가 영화제작자가 된 갱스터 칠리(존 트래볼타)는 쓸데없이 속편이나 강요하는 할리우드에 염증을 느껴 영화판을 떠나려고 하고 있다. 때마침 친구 토미(제임스 우즈)가 러시아 마피아에게 살해당하자 칠리는 미망인 이디(우마 서먼)를 도와 파산 직전이었던 토미의 음반사업에 뛰어든다. 그가 발견한 신인은 악덕 매니저에게 붙들려 고생 중인 린다 문(크리스티나 밀리언). 칠리는
<겟 쇼티>의 속편, 이번에는 음반시장이다, <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