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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울지 않는다. <아무도 모른다>에 다른 제목을 붙인다면 이게 적당하지 않을까? <아무도 모른다>를 보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머니가 버린 꼬마 넷이 남들 눈을 피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본다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아마 이 영화를 보고 가장 빨리 마음을 진정시키는 방법은 아이들을 내팽개친 어머니를 비난하는 일일 것이다. 혼자 행복하자고 자식을 버리다니, 응당 누구나 분개할 만하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별로 안 들었다. 적개심을 품기엔 너무 철없는 어머니가 아닌가. <아무도 모른다>에서 어머니는 꿈을 꾸는 여자일 뿐이다. 그녀는 너무 많이 버림받아서 버림받는 공포조차 잊어버렸다. 어머니는 크리스마스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나지만 소년도 안다. 이번엔 정말 돌아오지 않을지 몰라. 그래도 울고불고 매달리지 않고 어머니를 떠나보낸다. 건조하게 연출된 이별장면에서 <아무도 모른다>가 비범한 영화라는 걸 알게
[편집장이 독자에게]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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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드라마+연예오락+시사=?
지난 3일 한국방송 <일요스페셜> ‘4·3 뮤직 다큐멘터리-김윤아의 제주도’(사진)에서 대중가요가 흘러나왔다. “봄이 오면…봄 맞으러 가야지. 풀 무덤에 새까만 앙금 모두 묶고 마음엔 한껏 꽃 피워…흰꽃 들녘에 시름을 벗고…마음엔 온통 봄이 봄이 흐드러지고….” 김윤아의 <봄이 오면>의 서글픈 단조가 흐르자, 제주 돌하르방 둘레로 붉은 물길이 뿌옇게 흐려진다. 그리고 김윤아가 말한다. “1948년 4월3일 그날도 이처럼 아름다웠을까. 그 봄 이후 제주도에서는 3만여명이 숨져갔다. 그런데 바로 여기, 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장르 혼합에 출연자까지 넘나들기
다큐멘터리에 뮤직비디오와 애니메이션 장치가 사용되는 등, 방송의 장르 경계가 부쩍 희미해지고 있다. 시트콤과 드라마는 서로의 장점을 차용하고, 토크쇼 형식의 토론도 등장했다. 또 교양 프로에 뉴스가 등장하고, 뉴스에 연예 꼭지가 자리잡고, 오락 프로에 드라마가
방송콘텐츠도 퓨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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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 <쉰들러 리스트> 같은 작품에서 선한 연기를 보여 왔던 벤 킹슬리가 사이코 스릴러에 도전하여 화제가 된 영화. <매트릭스>의 ‘트리니티’ 역을 맡았던 캐리 앤 모스가 출연하며, <쉐도우 오브 뱀파이어>의 E. 엘리아스 메리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건조한 느낌을 주도록 의도적으로 거칠게 처리한 영상을 1.78: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에 담았으며, 돌비 디지털 5.1 채널 음향을 지원한다. 부록은 예고편만 수록되어 있다.
<서스펙트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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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임수정, 차태현, 염정아, 신민아, 손태영, 이기우 등이 한 영화에 동시출연한다. 제작사 아이필름은 <S 다이어리> 권종관 감독의 차기작 <새드 무비>에 이 배우들이 동시 캐스팅 되었다고 밝혔다. 여러명의 스타들이 출연하지만 <새드 무비>의 외관은 <오션스 일레븐>류가 아니라 <러브 액츄얼리>에 더 가깝다. <새드 무비>는 아역배우를 포함한 총 8명, 네 커플의 각기 다른 ‘이별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펼쳐지는 형식의 멜로 영화.
결혼을 꿈꾸는 정우성-임수정 커플, 사랑을 시작하려는 신민아-이기우 커플, 문제투성이 모자 염정아-여진구 커플, 오래된 연인 차태현-손태영 커플 등이 각자의 사연과 이유를 안고 이별을 향해 달려간다. ‘이별’이 주요 테마이지만 이별의 여정을 우울함이 아닌 밝고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줄 예정이라고. 4월 중순에 촬영을 시작할 <새드 무비>는 올 가을 극장에 선보인다.
정우성, 임수정, 차태현, 염정아, 신민아, 손태영 한 영화에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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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의 허리우드 극장이 예술영화 전용극장으로 다시 문을 연다. 1,2관에는 씨네큐브와 하이퍼텍 나다같은 예술영화 개봉관인 ‘필름 포럼’이 개관하고 3관엔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안국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이사온다.
관객 5000명 목표…영화제와 경쟁
22일 개관하는 필름 포럼은 갈수록 악화일로인 예술영화의 침체기에 ‘시네필(영화광)들을 위한 전문적인 영화관’을 지향하고 나서 주목을 끈다. 필름 포럼(대표 권병철)의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임재철씨(전 광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예술영화를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에서 이른바 ‘먹히는’ 스타일이나 패턴에서 벗어난 영화들로 라인업을 구성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기존 예술영화관이 고민해온, 작품의 질과 대중성이라는 ‘두마리의 토끼’ 가운데 하나만 확실하게 잡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비좁은 예술영화 시장을 넓히기 위해 ‘관객이 접근하기 쉬운 예술영화를 소개해야 한다’는 일부의 지적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관객이 접근하기
예술영화 전용관 ‘필름 포럼’ 프로그래머 임재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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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와 주노는 방년 15살의 파릇파릇한 아해들이지만, 재희와 준호는 15×2(+α)의 나이를 먹은 늙수그레한 연인 사이였다. 사귀기 시작한지도 어언 몇 해가 흘렀으며 얼마 전 나란히 삼십대의 문턱에 진입한 그 한 쌍. 그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질문이 ‘대체 국수는 언제 먹여 줄 거야?’ 라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결혼? 언젠가는 해야겠지. 둘은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돈이었다.
준호는 장남이었다. 일찌감치 생활능력을 상실한 부모를 위해 꼬박꼬박 생활비를 보태야했다. 오래 전 주식투자로 진 빚도 아직 남아있었다. 콧구멍만한 직장의 월급은 종종 밀렸다. 그럴 때면 돌려 막은 카드의 결제에 문제가 생길까봐 가슴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곤 했다. 제 2금융권에서 텔레마케터로 일하는 재희는 계약직이었다.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인 셈이었다. 결혼하고 계속 지금의 직장에 근무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서른 넘은 기혼여자가 새로운 직
[정이현의 해석남녀] <제니, 주노>의 재희와 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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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는 ‘장난하냐?’라는 제목의 코너가 있다. 삼형제가 등장해 말도 안되는 이유로 서로를 트집잡고 시비걸면서 다투다가 얼토당토않게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합창으로 마무리 짓고 끝나는 개그다. 도저히 가족적인 분위기라고 할 수 없는 ‘갈굼’ 모드로 점철하면서도 가족이 최고라고 매듭짓는 결론이 도리어 역설적으로 들려서 킬킬거리게 된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충무로에서는 가족 드라마가 꾸준히 강세다. <가족> <우리형> <말아톤> 그리고 최근 개봉한 <주먹이 운다>까지 소재와 설정은 제각각이지만 흔들리거나 무너지는 가족의 복원이라는 공통된 이야기축이 주요 흥행코드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가족의 가치는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이고, 가족영화는 20대에 치우쳤던 관객층을 넓힌다는 장점도 있지만 최근의 가족 드라마 인기에는 아쉬운 구석이 있다. 대부분의 가족영화들이 강조하는 가족의 가치는 변하고 있는
[팝콘&콜라] 뻔한 가족 드라마 <마파도>에서 대안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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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정 주연의 휴먼 코미디 <파송송 계란탁> DVD(CJ 엔터테인먼트)의 상세한 사양이 공개되었다. 출시일은 4월 19일이며, 앞서 전한 대로 극장공개판과 A-Cut 버전이 2장의 디스크에 담기게 된다.
사양은 2.35대 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가 지원되며, 부록으로는 극장판(107분)이 담긴 디스크 1에 임창정과 제작자 김정수 대표의 코멘터리, 메이킹 필름, 임창정의 <파송송 계란탁>, 예고편을 실었다. A-Cut(122분)이 수록된 디스크 2에는 감독 이야기와 촬영 현장을 담은 'Behind the Scenes' 영상이 부록으로 제공된다.
이번에 <파송송 계란탁> DVD에 추가될 A-Cut 버전은 기존의 '극장판'이나 '감독판'과는 달리, 시나리오상의 촬영 내용을 모두 모아놓은 버전을 말한다. 즉, 상영시간과 배급 조건과는 상관없는 편집상의 최초 버전이며 같은 말로는 '1차 편집본', '순서 편집본' 또는 '어
<파송송 계란탁> 최종 사양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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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독립 애니메이션계의 신성, 신카이 마코토의 장편 애니메이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가 오는 4월 20일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발매된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는 사운드를 제외한 애니메이션의 모든 제작 과정을 혼자서 전담한 단편 <별의 목소리>로 주목을 받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최신 극장판 애니메이션. 남북으로 분단된 가상의 일본을 무대로 소년 소녀들의 가슴 아픈 추억과 꿈을 그린 작품이다.
전작들과는 달리 감독 혼자서가 아닌 실력파 스탭들과 공동 작업으로 완성도를 높였으며, <겨울연가>에서 배용준의 목소리를 맡았던 하기와라 마사토와 <카우보이 비밥>의 이시즈카 운쇼 등 유명 성우들이 참여했다. 풀 디지털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감독 특유의 따스한 색감과 뛰어난 풍경 묘사 등 화려한 영상미가 잘 살아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DVD는 16:9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화면비와 일본어 돌비 디지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4월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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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만화 <몬스터>가 드디어 영화화의 첫발을 뗐다. 미국 뉴라인 시네마가 이 만화의 판권을 획득해 실사영화로 제작한다고 4월7일 <할리우드 리포터>가 보도했다. <몬스터>를 펴냈던 일본 쇼가쿠칸 출판사가 영화제작에 참여한다. 쇼가쿠칸은 <포켓몬>시리즈도 제작했던 메이저 회사다.
이 만화는 <마스터 키튼><20세기 소년>의 작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으로, 1995년 1권이 나온 지 7년 만인 2002년 2월 18권으로 완간됐고 TV애니메이션 시리즈로도 제작됐다. 장대한 스케일과 복잡하지만 치밀한 구성, 빠른 전개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강력한 흡입력이 특징이며 99년에 연재중인 작품으로는 최초로 제3회 데즈카 오사무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격찬을 받은 화제작이다. 일본에서만 2500만부가 팔렸고 아시아와 유럽에서도 각광받았으며 한국에서도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일본인 의사 덴마가 우연하게 한 소년을 살려내는데 이
만화 <몬스터> 할리우드에서 본격 영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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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도 문제와 교과서 왜곡문제 등 일본의 우경화 조짐이 뚜렷이 보이는 가운데, 군국주의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침묵의 함대>가 오는 6월 24일 일본에서 DVD로 출시된다.
카와구치 카이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애니메이션은, 최신예 핵잠수함을 손에 넣은 일본 해상 자위대원들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열강과 대립하면서 스스로 독립 국가임을 선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88년에 처음 출간된 원작 만화책은 전문적인 군사 지식과 치밀한 고증으로 인기를 끌며 수천만부 이상 판매되었으나, 일본의 적극적인 군사행동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인해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애니메이션 <침묵의 함대>는 <장갑기병 보톰즈> 등 밀리터리 액션물에 일가견이 있는 타카하시 료스케 감독에 만들어졌으며, 지난 1996년 부산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영된 바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보기 드문 해양 액션물이지만 그 주제와 내용으로 인해 선
군국주의 애니메이션 <침묵의 함대>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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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겸 감독으로 이름난 포레스트 휘태커가 메가폰을 잡은 <대통령의 딸>은, 청춘스타 케이티 홈즈가 현대판 공주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대통령의 딸 역을 맡은 로맨스 영화. 철부지 대통령 딸과 그녀를 몰래 지켜주는 경호원 사이의 밀고 당기는 사랑이 영화의 핵심이다.
1.85: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과 돌비 디지털 5.1 채널 음향을 지원하며, 소녀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무도회 장면에 관한 부록이 눈길을 끈다. 또한 이 영화를 끝으로 타계한 작곡가 마이클 케이맨을 기리는 다큐멘터리도 수록되어 있다.
<대통령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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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량의 판화에는 뭔가 특별한 끌림이 있다. 전통적인 판화기법이나 재료에 얽매이지 않는 그만의 독창적이고 끊임없는 실험정신, 그 결과 태어난 것이 ‘실리콘 회화’로 불리는 특이한 판화기법이다. 판화에 대한 일상적인 개념을 훌쩍 뛰어넘는 오이량만의 판화기법은 영원히 색상이 변하지 않고 부식도 되지 않는다는 실리콘(silicone)을 이용한다. 우선 3∼4㎜ 두께로 넓게 펼쳐내 응고시킨 실리콘을 얇은 손칼국수 면발처럼 마름질 재단한 띠를 화면에 수평으로 ‘일정한 룰’에 의해 붙여나간다. 이때 얻어낸 두터운 화면의 요철은 점점이 번져나가는 타원형의 동심원을 닮는데, 이는 꼭 ‘존재의 심연’에서 울려퍼지는 파동을 전하는 듯하다. 또한 최근 작품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규소 성분으로 세상에서 가장 연성 재질의 돌인 실리콘과 천연 재료들이 어우러진다는 점이다. 파랑, 노랑, 초록 등 형형색색 화려한 색옷을 입은 그것은 녹차, 자개, 황토, 숯, 솔잎 등 천연 재료의 가루가 첨가되어 ‘천연
실리콘 회화로 떠낸 내 마음의 동심원 <오이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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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분들 이제 나와주세요. 다음은 일간지 기자분들 차례입니다. 그 뒤가 전문지니까 준비해주세요.” 3월의 마지막날 파주 아트서비스 스튜디오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친절한 금자씨>의 현장 풍경은 매우 낯설었다. 200명 가까운 취재진이 몰린데다 촬영이 좁은 세트장 안에서 이뤄진 탓에 주최쪽은 분야별로 조를 나눠 촬영을 허용했다. 2시30분쯤 일본과 홍콩 취재진을, 그로부터 1시간쯤 뒤에는 한국 취재진을 세트 안으로 ‘입장’시켰고, 국내 촬영진은 방송, 일간지, 전문지, 인터넷 매체로 세분해 현장 촬영을 허용했다. <대장금>이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홍콩의 15개 매체에서 온 40명의 기자와 일본 기자 70명, 국내 기자 80명이 뒤엉키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였겠지만, 각각에 배정된 시간이 너무 짧다보니 “현장 공개라기보다는 이벤트 같다”는 불평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날 촬영분은 주인공인 금자(이영애)가 교도소에서 출소하자마자 감방 동기의 집에
박찬욱 감독, 이영애 주연의 <친절한 금자씨> 촬영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