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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매체가 가진 매력이 영화나 음악에만 머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고화질로 올라갈수록 유난히 빛이 나는 장르가 바로 자연 다큐멘터리이다. <세렝게티>에 이어 HD로 촬영된 <빙하>는 그 제목처럼 지구에서 빙하를 만날 수 있는 여러 지역의 자연 생태계를 담은 일종의 보고서다. 특히 다큐멘터리 DVD로서는 매우 뛰어난 화질을 지녀, 더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부록으로 수록된 <긴급 리포트, 아! 세종기지>까지 보면 가슴 한켠이 찡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전연식 PD, 김선일 촬영 감독의 음성 해설도 다큐멘터리 DVD로서는 색다른 부록.
지구촌 빙하의 풍경,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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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사에 관한 3편의 다큐멘터리를 하나로 묶은 DVD 타이틀이 나왔다.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삶을 살았던 여성들의 이야기 <거류>, 한국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여성상을 그려낸 <황홀경>, 신여성에 관한 <원래, 여성은 태양이었다> 세 편이 디스크 두 장에 수록이 되었다. 미국의 한국학 교재로 발매된 이 DVD 타이틀은 연출을 맡은 김소영 교수의 인터뷰 영상을 부록으로 제공한다. <원래, 여성은 태양이었다>은 4월8일에 개막하는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다. 타이틀 구입은 seoulselection.com과 www.yeondvd.com/arthouse.html#kimsoyoung에서.
여성의 눈으로 본 과거와 현대의 여성들, <한국 여성사 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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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속에 개봉이 되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역도산>. DVD 발매는 감독판으로 송해성 감독이 극장판에서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을 삭제하고 새로운 장면을 추가, 편집을 한 것으로 10여분 정도의 변화된 장면들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타이틀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코멘터리에 있다. 영화에 대한 여러 해설과 함께 특별한 것이 하나 있다. 개봉 당시 영화에 혹평을 가했던 평론가와 기자들에 대한 감독의 분노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평가를 당했던 입장에서 감독의 최종 완성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DVD 타이틀을 통해 상황이 역전이 되는 식이다.
감독판으로 재편집 새로운 재미, <역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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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캠퍼스가 ‘닫힌 교문’을 연다. 서울에서는 한국외대가 처음으로 시작한 ‘담장개방’ 사업이 다른 학교와 공공기관에도 들불처럼 번지는 중이다. 이미 지방의 계명대와 청주대는 담장개방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에게 도서관 개방, 문화강좌 등을 제공하면서 지역사회 속으로 몸소 걸어들어가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 중 지역주민들의 쉼터가 되거나 도심의 공원으로 자리잡은 학교들을 살펴보았다. 도심 한복판 대학로에 자리한 서울의대, 과감한 캠퍼스 리노베이션으로 화제가 된 고려대, 정문을 광장으로 변모시킨 중앙대, 서울 시내에서 가장 큰 호수공원을 가진 건국대가 이번 탐방의 대상이다. 네곳의 대학은 각각 독특한 공간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런 특성에 따라 지역주민이나 일반인들이 각 캠퍼스를 접하는 방식과 분위기도 결정됐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지만 봄날을 기다리는 ‘오픈 캠퍼스’로 산책을 떠나보자.
고려대학교
햄버거 먹으며 잔디서 뒹굴까
정문에서부터 확 트인 광경. 2003년 봄
닫힌 교문을 연 대학 캠퍼스 - 고려대, 건국대, 중앙대, 서울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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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수술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간 사람이 다섯 가지 감각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게 된다. 심령과학이나 SF소설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는 착상이고, 흔하디 흔한 영매사 이야기로 끝나기 쉬운 설정이다. 3권까지 나온 지금에도 야마모토 히데오의 <호문쿨루스>가 이 구태의연함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장담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 만화가 열고 있는 색다른 ‘틈’만큼은 충분한 흥미를 끌고 있다.
노숙자 천국인 공원 근처에서 자동차를 터전으로 삼고 있는 양복쟁이 홈리스 나코시는 어느 날 수상한 남자에게 제안을 받게 된다. ‘트리퍼네이션’이라는 뇌에 구멍을 뚫는 수술에 참여한 뒤에 그 결과를 알려주면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모든 만화가 그렇듯이 처음에 나코시는 미친 소리로 여기고 거절하지만, 결국 남자의 계략에 얽혀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이 끝나고 눈을 뜬다. 뭐야,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그러나 곧이어 깨닫게 된다. 한쪽 눈을 가렸을 때에만 보이
그 남자의 눈에 띄지 마라, 심령과학 미스터리 <호문쿨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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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들 사이에 시화전이라는 게 유행한 때가 있었다. 직접 그린 수채화에 자작시를 적어넣은 시화 작품들을 전시하면, 친구들이 작품 옆에 꽃을 붙여 축하해주던 그때 그 시절이다. 이 책은 시화(詩畵)를 모은 건 아니지만, 헤르만 헤세가 그린 수채화 44점과 산문 및 시를 담고 있다. 화가로서의 헤세는 진작부터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불혹의 나이부터 세상을 떠난 85살 때까지 3천점 가까운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헤세는 셰델린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림 그리기는 놀라운 일입니다. 일찍이 아는 내게 눈이 있으며 나 자신이 이 지상에서 주의 깊은 산책자들 중 하나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야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변화가 나를 이 덧없는 의지의 세계에서 해방시켜줍니다.”
세부 묘사에 충실한 자연주의 경향, 색채에 집중하고 요약과 추상을 통해 자의식을 강하게 표현하는 표현주의 경향, 다분히 입체파적인 실험적 수채화에 이르기까지
수채화로 전하는 대문호의 꿈, <화가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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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54)는 그림에 관심있는 20, 30대에게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와 더불어 가장 인기있는 화가에 속한다. 그녀가 주목받는 데에는 영화 <프리다>(2002)의 영향이 없지 않지만, 파란만장한 일생 그리고 삶의 고통과 상처를 각혈하듯 쏟아낸 작품 자체의 매력에 공을 돌려야 할 것이다. 프리다 칼로가 지금의 청년세대에 시쳇말로 ‘강렬한 포스가 느껴지는’ 상황은 그녀가 인기 화가를 넘어 ‘20세기 문화아이콘’(체 게바라처럼!)의 위상을 얻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과 이름을 앞세운 이 음반은 얄팍한 기획 음반으로 오해받기 쉽다. 하지만 ‘밴드’ 프리다 칼로는 ‘화가’ 프리다 칼로의 붐이 일기 전인 1995년에 결성해 올해로 활동 10년째를 맞이한 록그룹이다. 이들은 음반 <자화상>(1998), <온고이지신>(2000)과 수백회의 공연을 통한 본연의 활동 외에 인
음악으로 살려낸 프리다의 혼, 프리다 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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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관객들에게 <스타트렉> 영화들은 의미 없는 낯선 이름들이 쓰여 진 안내판들만 잔뜩 굴러다니는 미로와 같다. 1960년대에 오리지널 <스타트렉>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3시즌짜리 간소한 시리즈로만 끝날 줄 알았던 이 작은 세계는 몇 십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스타트렉: 넥스트 제너레이션>, <스타트렉: 딥 스페이스 나인>, <스타트렉: 보이저>, <엔터프라이즈>로 이어지는 스핀오프들과 함께 조금씩 부풀어 갔다.
이제 이 영화들은 차분하게 관객들에게 다루는 세계의 설정이 무엇인지 설명할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는다. 설정 자체가 이렇게 크게 부풀었으니 설명 자체가 무리이긴 하다. 설명하다보면 영화 한 편이 날아갈 판이다.
그래도 <스타트렉>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 영화 한 편만 골라달라면? 아무래도 <스타트렉 8 - 퍼스트 콘택트>를 고르는 게
<스타트렉 8 SE> 스타트렉 입문자를 위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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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6월 14일 출시 예정인 <죠스 - 30주년 기념판>의 상세한 사양이 공개되었다. 화면비는 2.35대 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이며, 기존에 돌비 디지털 5.1과 DTS를 별도의 디스크로 출시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두 종류의 사운드가 한 장에 합쳐졌다. 특히 공개 당시의 오리지널 사운드인 모노 트랙도 삽입될 예정이어서 팬들의 환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록으로는 디스크 1에 삭제 장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인터뷰를 포함한 것으로 알려진 'From the Set'이라는 제목의 단편 다큐멘터리, 상어의 일반적인 상식을 모은 'Shark Facts'가 수록되며, 디스크 2에는 LD 박스와 기존판 DVD에 수록되었던 메이킹 다큐멘터리, 스토리보드, 제작과정 사진집, 그리고 영화의 마케팅과 개봉 후의 반응을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등 풍부한 부록이 담기게 된다. 죠스 팬들의 관심사인 메이킹 다큐멘터리가 2시간짜리 완전판으로 수록될 지의 여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죠스> 30주년 기념판 상세 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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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방영되어 많은 인기를 모았던 TV 시리즈 <레밍턴 스틸>이 마침내 DVD로 선보인다. 1982년부터 5년간 방영된 본작은 피어스 브로스넌의 출세작으로, 긴장감 있는 탐정 스릴러와 로맨스가 어우러져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출시일은 7월 26일로 잡혀 있으며, TV 시리즈라는 특성상 4:3 스탠더드 화면비와 돌비 디지털 2.0 사운드를 수록한다. 부록으로는 일부 에피소드에 관한 코멘터리와 단편 다큐멘터리로 통상적인 TV 시리즈 타이틀과 큰 차이는 없다. 20세기 폭스에서 정가 39.98달러에 내놓을 예정.
<레밍턴 스틸> 시즌 1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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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없는 강사 노릇하다 보면 카페에서 강의준비를 해야 한다. 어제도 카페에서 열심히 강의 노트 만들고 있는데, 앞 테이블에 앉은 여학생들이 선생 때문에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사연을 들어보니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다. “맹장이 터지더니 싸가지가 없어졌어.” 선생이 맹장 수술하고 돌아온 제자에게 내뱉은 말이라고 한다. 교수라는 자가 제자들 대하는 태도가 영 불량하다. 이게 대한민국 대학문화다. 물론 어디 가나 문제아들은 있지만, 그 선생이 감히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 바닥의 수질을 웅변해준다.
강의 준비를 마치고 강의실로 들어가는 길. 복도에서 두 남학생이 큰소리로 열심히 어느 여학생의 흉을 본다. 그중 한 녀석이 외친다. “씨, 얼굴이라도 예쁘면 용서가 되지. 얼굴도 못생긴 게 싸가지까지 없어.” 옆의 녀석이 히죽거리며 맞장구를 친다. “맞아, 맞아.” 뭐 이런 거지 같은 녀석들이 다 있나. 두 녀석 상판대기를 보니 아무리 호의적으로 채점해도 도저히 그런 말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우리들의 일그러진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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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홍 무술감독을 만난 건 금요일 늦은 밤이었다. 그에 관한 기사를 쓴 게 인연이 돼 한동안 촬영현장이나 사석에서 반갑게 만나곤 했는데, 최근 1년 동안은 통화나 간간이 하는 정도로 심심한 관계가 됐었다. 그와의 만남은 항상 즐거웠다. 그를 막 알기 시작할 때는 남자다운 외모 뒤에 가려져 있는 섬세하고 여린 감성을 만나는 게 재미있었고, 어느 정도 알게 된 뒤로는 한국영화와 스턴트에 대한 그의 뜨거운 열정을 확인하면서 감동을 먹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는 만날 때마다 자신이 맞닥뜨린 새로운 목표를 보여줬다. 한국적 와이어 액션이라든가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액션 등, 그는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넘어서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것 같았다.
동행한 후배 기자의 별난 입맛을 고려해 활어회 대신 냉동육을 먹으러 테이블 앞에 앉을 때만 해도 그의 모습은 변치 않은 듯했다. 하지만 그에게서 묘하게 힘빠진 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건 불 위에 오른 고기가 채 녹기 전이
[오픈칼럼] 무술감독 정두홍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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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하고 원통하다. 나, 94년 <희생> 개봉 때 가장 먼저 극장에 달려갔던- 타르코프스키가 누구인지 몰랐다- 선진문화시민인 동시에 관객의 반이 가수면상태에 빠졌을 때 눈알을 반짝반짝 빛내던- 미스터리! - 심미안의 소유자임을 자랑해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타르코프스키 관람 도전 2연패를 눈앞에 두고 허무하게 무너질 줄이야.
이번에 재개봉한 <노스텔지아>의 시사회 중반까지만 해도 나는 타 선생님의 말씀을 가장 열심히 받아적는 모범생이었다고 자부한다. 참고로 당시 왼쪽에서는 영화에 3분가량 출연한 이후 스스로를 ‘영화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모 선배가 영화 시작 직후부터 규칙적인 수면호흡과 간헐적인 코골음으로 밤샘 음주 뒤의 휴식을 만끽하고 있었고 오른쪽에서는 <씨네21>의 이아무개 기자가 선배의 리듬에 가끔씩 엇박자의 추임새를 넣고 있었다.
그러나 두 시간을 넘기면서 너무 여유를 부렸던 게 화근이었다. 승리의 만족감에 빠져 나도 모르게 긴장의 끈
[투덜군 투덜양] 졸음을 두려워 말지어다, <노스텔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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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캔버스 기법을 통한 캐릭터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필 콜린스의 호소력 짙은 노래로 인기를 모았던 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 <타잔>이 SE 버전으로 새롭게 출시된다.
<타잔>은 이미 지난 2002년 <타잔 CE>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으나, 2년 가까운 기간동안 절판되어 아쉬움을 자아냈던 타이틀. 이번에 발매되는 SE 버전은 기존판과 비교해 더욱 풍성해진 부록과 완전 한글화 메뉴 등 한층 업그레이된 모습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1.66: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화면비와 영어 및 한국어 돌비 디지털 5.0 채널 음향을 지원하며, 제작 전반을 조명하는 다채로운 부록들이 수록된다. 특히 삭제 장면 소개와 함께 제작자와 감독이 참여한 음성해설이 눈길을 끈다. 출시 예정일은 오는 5월 18일.
2년 만에 정글로 돌아온 <타잔 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