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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의 엘사와 같은 주연을 맡길 소망하지만 5년차 성우 다해(최희진)에게 주어진 역할은 아직 한없이 작다. 그럼에도 역할의 크기에 연연하지 않고, 배역이 주어졌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성실하게 임한다. 언젠가부터 ‘금사빠’ 다해의 눈에 더빙 감독 도완(이홍내)이 들어온다. 일은 능숙하지만 사랑엔 어설픈 도완에게 그대로 직진하며 다해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신인들의 등용문인 단막극에 꼭 한번 출연해보고 싶었다”는 최희진 배우는 다해처럼 오디션으로 배역을 따냈다. “목소리가 하이톤이라 애니메이션 더빙 성우를 연기하기에 제격이라 생각”하며 오디션을 준비할 때부터 성우들에게 수업을 듣고 연습했다. “호흡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감정 상태가 목소리에 예민하게 드러난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일견 가벼워 보일 수 있는 다해의 성정에선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하기도 했다. “사실 처음에는 다해가 천방지축이라고 생각했는데, 알면 알수록 자신에게 닥친 난관
직진하는 감정, '목소리를 구분하는 방법' 최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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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 <아파트는 아름다워>는 임대 아파트에 당첨된 가족이 아름답게만 보이는 아파트에서 아름답지 못한 이웃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임대 아파트동 주민이라는 이유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당하는 이웃들의 이야기는 이제 그리 드문 사연도 아니다. 박효주 배우는 아파트 ‘더 쉐누’로 이사 온 서희재 역할을 맡아 생활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서희재는 20대에 미술상을 휩쓴 작가로 활동했지만 지금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주부다. “현실을 예리하게 반영한 대본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아프고 불편했다.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어 출연을 결심했다.” 주거 공간은 한국에서 산다면 떼놓을 수 없는 화두다. 자본의 욕망, 보이지 않는 차별, 사회구조적인 모순이 어떤 형태로든 집과 연결된다. “<아파트는 아름다워>는 삶의 테두리 안에서 욕망들이 부딪치는 이야기다. 그
행복을 향한 의지, '아파트는 아름다워' 박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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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재영(김남희)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신의 정자를 동결 보관해뒀다. 하지만 병원측의 실수로 정자가 뒤바뀌고 한 부부가 재영의 정자로 시험관 시술에 성공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복잡한 심정을 뒤로한 채, 재영은 이웃을 가장해 임신한 영주(박소진)를 살뜰히 챙긴다. 그러던 중 영주의 남편에게 큰 사건이 발생하고 재영은 영주에게 이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한다. “단순한 성격의 캐릭터보다 갈등을 겪으며 변화하는 캐릭터를 더 선호한다”는 김남희는 “사건의 중심에 서서 고뇌하는 재영” 역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재영이 그토록 아이를 바라는 이유에 관해 묻자 “어릴 때 가족 없이 할아버지 손에 자랐기 때문에 빨리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갖고 싶어 한다”는 재영의 전사를 들려준다. “사실 영주가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면 재영에겐 더 바랄 게 없었을 거다. 그러나 이미 사고는 벌어졌고, 자기 아이라고 밝힐 순 없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포기할 수도 없어 계속 갈등하며 영
부성애가 빚는 소동, '남편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 김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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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은 어딘가 이상하다. 현실의 일부를 모방해 재구성한 것이 드라마라면, 코로나19 상황에서 만들어진 작품 속 인물들이 마스크 없이 거리를 누비는 풍경은 실제와 유리돼 어색하기 짝이 없다. <1등 당첨금 찾아가세요>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아예 메인 소재로 가져오며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다. 밀접 접촉자로 자가 격리된 남자가 로또 1등 당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과감한 상상력을 발휘해본다. 돈 불리는 데 재능은 없지만 남편 재훈(김도윤)의 기약 없는 꿈을 묵묵히 응원하는 미란을 연기한 류현경 배우 역시 마스크를 쓰고 연기하는 경험이 생경했다고 한다. “발음을 더 분명하게 하고, 눈을 통해 더 많은 감정을 보여주는 등 에너지를 많이 쓴 현장이었다. 동시에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한 작품을 나중에 다시 보면 굉장히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1등 당첨금 찾아가세요>는 단순히 코로나 시국의 해프
사람을 따라, '1등 당첨금 찾아가세요' 류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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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2021년까지, 신인 작가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었던 tvN <드라마 스테이지> 시리즈가 <O’PENing>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tvN 드라마 프로젝트 <O’PENing>은 CJ ENM의 신인 스토리텔러 지원사업 ‘오펜’ (O’PEN) 공모전에서 당선된 10개 작품으로 구성됐다. 단막극에 2부작, 4부작 시리즈물을 더해 형식에 한계를 두지 않고 다채로운 서사를 다룬 것이 기존 <드라마 스테이지> 시리즈와 <O’PENing>의 차이점이다. 2편의 시리즈물 <오피스에서 뭐하Share?> <XX+XY>로 문을 연 <O’PENing>은 6월17일부터 매주 금요일, 총 8편의 단막극 <1등 당첨금 찾아가세요> <남편의 죽음을 알리지 마라> <아파트는 아름다워> <목소리를 구분하는 방법> <첫 눈길><St
tvN 드라마 프로젝트 'O’PENing', 10가지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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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재가 감독, 각본, 주연까지 맡은 영화 <헌트>가 5월19일 자정 칸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헌트>의 첫시사 첫반응을 전한다.
이주현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이 사실만으로도 <헌트>는 호기심이 생기는 영화다. <도둑들> <암살> <신세계> <관상>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흥행 영화 속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다가 최근엔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가 된 경력 30년차 배우. 그가 감독으로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의외로 묵직하다. 이정재의 출연작 중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 좋은 영화로는 <신세계>가 있을 것이고, <헌트>를 제작한 사나이픽쳐스의 이전 작품들, <공작>이나 <아수라> 같은 영화와도 성향 면에선 닮은 데가 있다. 그럼에
[칸영화제]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 첫시사 첫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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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지면에 실릴 즈음에는 단식이 끝났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 문장을 쓴다.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의 단식이 50일을 넘어섰다.’ SPC그룹의 노동자 탄압은 이미 수년 전부터 계속됐다. 출발점은 2017년의 불법파견이었다. 당시 파리바게뜨 본사인 파리크라상의 제빵기사 불법파견 문제가 밝혀졌다. 파리바게뜨가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들에게 지휘명령을 함으로써 직고용을 회피하고 파견법을 위반한 사실이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확인되었고, 정부는 실제 고용주인 파리바게뜨(SPC그룹)에 제빵 및 카페기사 직접고용을 명령했다.
거액의 과태료를 내야 할 위기에 처한 SPC그룹은 비로소 공론장에 나왔다. 2018년 1월, SPC그룹이 과태료 지급을 면하는 대신, 피비파트너스라는 합작회사가 제빵기사들을 고용하고 3년 내에 근로조건 등을 본사 소속과 동일하게 맞추어 나간다는 내용이었다. 노사간담회와 협의체 구성에 양대노조와 가맹점주 협의회도 참여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저 끔찍한 빵을 먹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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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온기가 사라진 집,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다듬은 남자가 텅 빈 거실을 지나 출근길에 오른다. <그대가 조국>은 추앙과 오명을 동시에 짊어진 어느 유명한 초상을 첫 장면에서부터 이렇게 덜컥 펼쳐놓는다. 법정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한탄한다. “조선 시대로 치면 귀양 간 상태인 거죠. 유배된 사람의 말은 그 어떤 것도 들어주질 않습니다.” 2019년 8월9일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어 10월14일에 장관직을 사퇴하기까지 67일. 영화는 임명 이후 제기된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논란 속에서 그에게 주어진 일과를 돌아본다. 고강도의 청문회, 12시간 가까이 이어간 기자 간담회. 뉴스와 신문을 재구성하고, 언론인과 주변 관계자, 유튜버 등의 인터뷰를 덧붙였다.
지난 1월 조국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학교 교수의 대법원 상고가 기각된 순간까지 나아가는 동안, <그대가 조국>이 제기하는 질문은 명확하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기수
[리뷰] 한국 정치사의 비극적 굴레를 바라보는, 뜨겁지만 흐릿한 접근 '그대가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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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갓 입학한 소녀 노라(마야 반데베크)의 마음은 설렘이나 기쁨보단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학교에 다니고 있는 오빠 아벨(귄터 뒤레)과 포옹도 해보고, 아빠(카림 레클루)의 배웅도 받아보지만 불안감은 쉬이 해소되지 않는다. 시끄럽고 너저분하면서도 한편으론 경직되고 무자비한 학교라는 공간은 예기치 못한 상황과 분위기로 노라를 매 순간 긴장시킨다. 노라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움츠러든 어깨와 웃음기 지워진 얼굴로 정글 같은 학교를 오가는 것뿐이다. 그렇게 조금씩 학교생활에 적응해가던 노라는 어느 날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아벨을 목격하게 된다. 어른들에게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노라와 달리 아벨은 이를 말리고, 노라는 혼란과 갈등을 겪는다.
그때 그 시절 우리의 운동장은 그저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을까. 벨기에의 신예 여성감독 로라 완델의 장편 데뷔작 <플레이그라운드>는 학교라는 공간이 아이들에게 남기는 필연적인 상처와 아픔을 날카롭고도 치밀하게 포착한다. 노
[리뷰] 슬프고 무섭고 외롭고 거대한 그때 그 세상 '플레이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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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이저벨 퍼먼)는 늘 최고이길 갈망한다. 대통령 장학생에 선정될 정도의 수재이면서도 시험 시간 끝까지 남아 답을 세번 넘게 확인하고, 가장 약한 물리학 과목에 통달하기 위해 물리학과를 선택하기도 한다. 대학생이 되어 새로 시작한 조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동료와 선배들을 제치고 대표팀 1군에 들어가려 한다. 그 과정은 가혹하다. 학업을 병행하며 고된 훈련을 소화하는 것도 모자라 다른 선수들이 쉴 시간에도 혼자 연습에 매진한다. 손엔 동전만 한 고름이 잡히고, 최고가 되지 못했단 자책에 자신을 해하기도 한다. 그녀를 믿어주던 연인 대니(딜론)와 갈라설 위기에까지 처한다. 1군 입성이란 목표가 눈앞에 닥치자 최고를 향한 그녀의 집착이 도를 넘는다.
물의 흐름과 몸의 리듬을 맞추는 테크닉이 조정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데, 정작 <더 노비스>의 테크닉은 절뚝이기만 한다. 인물들의 감정선부터가 그렇다. 알렉스가 항상 최고의 위치를 원하게 된 내외적 동기나 감정적 전사가 한참
[리뷰] 스타일 없이 겉멋만 남은 나이키 광고 모음집 '더 노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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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김환희)는 보육원 원장의 학대 속에 자라왔고, 출신을 이유로 학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견디다 못한 그는 삶을 지옥이라 여기며 생을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한강으로 뛰어들려는 순간, 길을 지나던 서진(유선)이 수미를 발견하고 급히 붙잡는다. 자신을 호스피스 병동의 수간호사라 소개하며 서진은 수미에게 ‘죽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주겠다고 말한다. 서진을 따라 늘봄 호스피스 병동을 찾은 수미의 눈앞엔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진다. 침체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병동의 환자들은 외국어와 그림 등을 배우며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낸다. 새 식구인 자신도 사랑하고 보살피는 호스피스 병동 사람들을 보며 수미는 삶의 의미에 관해 다시금 생각한다.
차봉주 감독이 연출한 <안녕하세요>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삶의 희망에 대해 논하는 영화다. 수미와 서진, 병동 환자 중 한명인 박 노인(이순재)이 주요 인물이지만, 영화는 다른 환자들에게도
[리뷰] 다독이며 다시, 함께 살아가기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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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의 영화를 내놓은 감독 지완(이정은)은 미래에 대한 고민에 사로잡혀 있다. 신작 <유령인간>의 성적이 좋지 못하고, 오랜 기간 함께한 프로듀서가 앞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 선언해서다. 아내이자 엄마인 그의 입장도 녹록지만은 않다. 아들은 틈만 나면 밥 먹고 싶다 칭얼대고, 남편은 꿈을 좇는 아내와 결혼하면 외롭다 투덜댄다. 그런 지완에게 우연한 기회가 찾아든다. 한국영화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영화감독인 홍재원의 <여판사> 필름을 복원해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 것이다. 1960년대에 제작된 <여판사> 필름은 검열로 군데군데 잘리고, 일부 음성은 유실되었다. 지완은 영화의 사라진 조각을 찾기 위해 홍재원 감독의 흔적을 좇기 시작한다. 홍 감독의 딸로부터 시나리오 원본을 구하고, 홍 감독과 영화계에 투신했던 이들을 만나 회고를 전해 듣는다. 지완은 홍 감독의 발자취를 찬찬히 돌아보면서, 영화와 여성으로서의 삶 사이에서 분투하던 그의 모습으로부터 자신의
[리뷰] 여성감독의 고단한 과거와 현재, 그러나 낙관적인 미래를 위하여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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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리 유니버스의 역사가 시작된 2018년 9월의 현장. 그리고 이제는 순한 맛이 되어버린 장첸. 할리우드에 잭 리처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마동석이 있다.
[ARCHIVE] 마블리 유니버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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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비완 케노비>는 <스타워즈 에피소드>로부터 10년 뒤 이야기다. <스타워즈 에피소드3>와 <스타워즈 에피소드4> 사이 20년의 시간이 있는데, 10년 뒤로 시리즈의 무대를 결정한 이유가 있나.
= 우선 오비완 케노비를 연기하는 이완 맥그리거의 나이를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 (웃음) 창작자로서는 삼부작 2개 사이에 걸친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 중간점에서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 시리즈를 만들며 우리가 답하고 싶었던 가장 큰 질문은 오비완 케노비가 <스타워즈 에피소드3>의 끝에 얻은 절망과 고통에서 어떻게 평화를 찾고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었는지다. 이런 큰 변화가 있으려면 그 사이에 놓인 20년 동안 사건이라고 부를 만한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여기에서 이 시리즈를 만들어야 할 이유를 찾았다.
- 오비완 케노비를 주인공으로 하는 단독 스핀오프는 아마 팬들이 가장 기대한 <스타워즈> 시리
'오비완 케노비' 데버라 차우 감독, "서부극과 사무라이 영화들에서 영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