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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어진 시간이 1년이 채 되지 않는다면, 그 찰나의 삶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시한부 선고를 받고 버킷 리스트를 적어내리던 세연(염정아)은 불현듯 자신의 고등학생 시절을 반추한다. 단짝 친구 현정(심달기)과 모든 것을 공유하고 첫사랑 정우(옹성우)와 함께 애틋한 감정을 쌓던 그 시절은 세연에게 더없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마지막 생일선물로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세연의 말에 남편 진봉(류승룡)은 기가 차 하면서도 결국 운전대를 잡는다. 뮤지컬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국가부도의 날>을 연출한 최국희 감독의 신작이다.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사랑받아온 노래와 함께 우리가 잊고 있던 과거와 가족의 소중함을 넌지시 일깨워준다. 류승룡, 염정아 배우가 마치 춤을 추듯 포즈를 취한 <씨네21>의 커버 현장에도 산뜻한 음악이 들려오는 듯했다.
*<인생은 아름다워> 류승룡, 염정아 배우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배우 류승룡, 염정아: 카르페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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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에서 오랜 친구인 바르다 감독과의 만남을 끝내 거절하는 장면에서 무척 실망했던 기억에 더해, 오래전 대학로 동숭씨네마텍에서 열렸던 ‘고다르의 밤’ 행사가 생각난다. 무려 6편의 고다르 영화를 밤을 꼬박 새워가며 보고, 한국의 누벨바그 영화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퀴즈를 풀며, 고다르를 숭배하던 열혈 영화 마니아들. 그곳에 모였던 400여명도 그때를 떠올리며 고다르를 추억하고 추모하지 않았을까.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ARCHIVE] 내 기억 속의 고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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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하얼빈>
안중근. 이름만 들어도 무한한 존경과 경외심에 고개를 숙이게 되는 그의 생과 사. 그 기록을 읽고 다시 한번 인간적인 애정과 애국심이 일게 됐다.
<방구석 미술관>
책을 읽고 나면 미술이 마냥 어렵고 딱딱하게만 다가오지 않는다. 이 책 한권으로 위대한 화가들의 삶을 바로 옆에서 엿볼 수 있었다.
<마스터 숏>
오스트레일리아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켄워디가 쓴 책. 배우로 살아가면서 촬영 기법에 이렇게 무지하게 살아왔다니! 스스로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됐다. 연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배울 수 있어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와인 폴리>
와인 모르고 마셨는데 알고 마시니 슬슬 재미있네! 와인에 대한 기본 지식부터 하나하나 알려주는 책이라 와
[LIST] 배우 김강우가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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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은 호러영화의 풍년이다. 올 상반기에 미 극장가에서는 <스크림>(<스크림 5편>)을 비롯해 스트리밍 플랫폼 훌루에서 공개된 <프레시>,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엑스>, 마이카 먼로가 주연한 <왓처>, MZ세대를 풍자한 <바디스 바디스 바디스>, 에단 호크의 첫 악역으로 유명해진 <블랙폰>, 조던 필 감독의 신작 <놉> 등이 개봉했다. 특히 가장 최근에 개봉한 <바바리안>은 로튼 토마토에서 92%의 신선도를 기록하면서 평론가들은 물론 호러 팬에게도 호평받고 있다. 디즈니 계열사인 20세기 스튜디오가 배급을 맡은 <바바리안>은 영화사 홍보팀의 지나친 열정(?)으로 스포일러가 포함된 장면이 들어간 예고편 때문에 호러영화 관람의 묘미를 반감시킨 다른 작품들의 전철을 밟지 않았다. 그럼에도 평론가들은 예고편은 물론이고 기사 한줄도 읽지 말고, 지금 보고 있는 리뷰 동영상도 그
[뉴욕] 호러영화 풍년 맞은 미국, 신작 <바바리안> 특히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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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봇 초등학교>
디즈니+
필라델피아의 월러드 R 애봇 공립 초등학교는 매일매일이 전쟁터다. 끊이지 않고 사고를 일으키는 천방지축 초등학생들 이상으로 이 학교를 북새통으로 만드는 곳은 다름 아닌 교무실이다. 2년차 신규 교사 자닌은 매일의 교직 생활이 살얼음판이고, 동료 제이컵은 언제나 모든 대화를 어젠다와 테제로 상정한다. 베테랑 교사 바바라는 가끔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조직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교장 에이바는 자신의 영달에만 관심이 있다. <애봇 초등학교>의 재미는 각각의 개성만으로 개연성을 갖춘 플롯을 만들어가는 훌륭한 캐릭터 플레이와 캐릭터별 치밀한 속성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코미디로 살려내는 성인 배우들의 호연에 있다. 그리고 웃음의 기저에는 붕괴된 미국 공교육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제74회 에미상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데이 시프트>
넷플릭스
곤궁한 뱀파이어 사냥꾼 버드는 LA 수영장 청소부로 자신의 직업을 위장한
[리뷰 스트리밍] '애봇 초등학교'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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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 감독 하가이 레비 / 각본 하가이 레비, 에이미 헤어조그 / 출연 오스카 아이작, 제시카 채스테인, 니콜 비하리, 코리 스톨 / 플레이지수 ▶▶▶▷
조너선(오스카 아이작)과 미라(제시카 채스테인)는 유치원생 딸 에이바를 둔 10년차 부부다. 어느 날 출장에서 하루 일찍 돌아온 미라는 조너선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더이상 결혼 생활을 지속할 수 없음을 고백한다. <결혼의 풍경>은 잉마르 베리만의 1973년작 동명의 TV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결혼의 풍경>은 70년대 북유럽을 2020년대 미국인들의 결혼과 이혼 과정으로 옮겨오며 현대사회의 사랑에 관한 다양한 담론을 서사에 편입한다.
조너선과 미라는 폴리 아모리로 사는 이웃 부부와 성적 지향에 관한 서로 다른 관점을 토론하고, 가정 내 관습적 젠더 역할의 변화가 결혼에 끼치는 영향에 관해 고민한다. 조너선과 미라의 지난하고 장구한 대화로만 진행되는 서사를 놀라운 몰입도로 견인하는 것은 치
[리뷰 스트리밍] '결혼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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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박스가 최근 영화계의 뜨거운 이슈였던 <비상선언> 역바이럴 작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9월21일 서울경찰청에 조사를 의뢰했다. 특정 영화의 악의적인 여론을 만드는 세력이 있다는 주장은 <비상선언> 개봉 첫주부터 수면 위로 올라왔다. 8월6일부터 SNS 및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됐던 해당 의혹은 복수의 연예 매체를 통해 기사화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바이럴 마케팅 회사로 시작해 현재 종합 콘텐츠 제작사로 사업을 확장 중인 A업체의 이름도 거론됐다. 쇼박스가 발표한 공식 보도자료에 의하면 “개봉 이튿날(8월4일)부터 영화계 안팎의 여러 제보자로부터 <비상선언>과 관련해 온라인에서 악의적인 게시글이 특정한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후 약 한달간 인터넷 모니터링을 통해 제보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사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세력이 악의적 평가를 주류로 포장하고자 일부 게시글을 일관된 방식으로 확산 및 재생산한 정
영화계 역바이럴 의혹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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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21>과 트위터 코리아가 함께 ‘트위터 블루룸 라이브 Q&A’를 통해 개봉작 배우들을 만나 수다를 나눕니다. 트위터 블루룸은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영상 라이브 방송입니다. 생방송이 끝난 뒤에도 <씨네21> 트위터 계정(@cine21_editor)을 통해 다시 시청할 수 있습니다.(https://twitter.com/cine21_editor/status/1566743357854195712)
긴장엔 칭찬이 특효
만능 해결사 순경 안자영(박수영)과 이장 아들인 농장주 이상현(백성철)이 사는 잔잔한 시골 희동리. 토박이 두 청년이 수호하는 마을이 서울서 온 또래 수의사 한지율(추영우)의 등장으로 로맨틱하게 소란해진다. 지난 9월5일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어쩌다 전원일기>의 박수영, 추영우, 백성철 배우가 트위터 블루룸을 방문했다. 시청 소감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박수영 배우는 “잘했나 못했나를 살피느라 마음 편히 볼 수 없었다”라
[트위터 스페이스] ‘어쩌다 전원일기’ 트위터 블루룸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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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씨네21>은 2022년부터 트위터 코리아와 함께 매주 목요일 또는 금요일 밤 11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 동안 영화와 시리즈를 주제로 대화를 나눕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https://twitter.com/i/spaces/1zqJVPQWRZmKB?s=20)
김혜리 @imagolog 프랑스영화 <다 잘된 거야>는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21번째 장편영화입니다. 엠마뉘엘 베르네임이 쓴 동명의 자전적 소설이 원작인데요. 베르네임은 <스위밍 풀> <5X2>와 같은 오종 감독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을 했던 작가이기도 합니다. 영화에는 2017년에 작고한 그를 회고하는 감독의 따뜻한 마음이 스며 있습니다. 배우 소피 마르소가 연기하는 소설가 주인공의 이름이 그대로 엠마뉘엘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겠죠. 그 밖에도 극중 엠마뉘엘의 남편은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트위터 스페이스] 김혜리의 랑데부 :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다 잘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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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에도 영화 기술은 시각적으로나 스토리적으로 <아바타>를 위해 활약했다. 새롭게 리마스터링된 버전을 본 소감은.
샘 워딩턴 현재의 기술은 <아바타>가 만들어낸 멋진 세계를 놀라울 만큼 아름답게 구현할 수 있게 했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생생함의 수준이 확연하게 상승했기 때문에 주인공이 현실에서 판도라로 이동할 때의 감정이 이전보다 더 실감날 것이다. <아바타>는 처음부터 자신이 갇힌 세계로부터 특별하고 완전히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이 영화는 인간성에 대해서도 질문한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러브 스토리다. 서로 다른 세상에서 온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고 사랑하는 이야기는 앞으로 만들어질 속편에서도 이어질 것이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우리가 속한 세계를 돌아보게 만든다. 코비드 이후 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해 책임감과 사랑하는 가족, 친구와의 연결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영화는 1
[인터뷰] '아바타: 리마스터링' 배우 샘 워딩턴, 조이 살다나, 스티븐 랭, 미셸 로드리게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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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는 <아바타>를 영화관에서 볼 기회가 없었다.” 2009년 최초 공개된 이후 현재까지 전세계 박스오피스 1위의 왕좌를 굳건히 지켜온 <아바타>의 리마스터링 재개봉을 앞두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09년의 영화산업 풍경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스트리밍을 아는 사람은 극히 적었고, 그때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속한 영화는 2008년 개봉한 <아이언맨>과 <인크레더블 헐크>가 전부였다. 최근 영화관에서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리마스터링 버전을 봤다는 카메론 감독은, 스트리밍 세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아바타>를 새롭게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바타>는 자원이 고갈된 미래, 지구인들과 판도라 행성의 원주민 나비족 사이의 전쟁과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랑 이야기를 그려낸 SF 블록버스터다. 2009년 가을 개봉해 28억4726만달러
[LA]‘아바타 리마스터링’ 개봉 : MZ세대를 위한 새로운 차원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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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하마구치 류스케의 <우연과 상상>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고 감독을 대면 인터뷰한 것이 최고의 수확이 아니었나 싶다. 그 두편의 영화를 본 것만으로도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대성공이었다. 올해도 그런 아름다운 영화들을 만나 흐뭇한 추억을 쌓을 수 있을까?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 5일 개막한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선 개막까지 약 2주가 남았다. 2주 동안 신중하게 실패 없는 관람 시간표를 짜고 싶지만 현실이 도와줄지 모르겠다. 현실 핑계를 대는 이유는 올해도 출장 모드인 건 변함없기 때문이고, 더 솔직한 이유는 부지런하게 움직여 보고 싶은 영화의 좌석을 확보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꼼꼼히 상영작들을 살펴보았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미리 보았던 반가운 영화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중 웬만해선 후회하지 않을 영화 3편을 추천하자면 루카스 돈트의 <클로즈>, 제임스 그레이의 <아마겟돈
[이주현 편집장] 고다르에게 보내는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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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에서는 상반기 한국영화의 흐름과 산업적인 특색, 경향을 한 차례 정리한 바 있다. 하지만 독립영화는 대중영화와는 다른 맥락과 각도에서 다뤄야 한다. 독립영화는 단지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의 근간이자 뿌리는 결국 독립영화의 창의성과 새로운 목소리에서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이 독립영화지만 가장 회복이 느린 곳도 독립영화다. 이에 <씨네21>에서는 독립영화의 현재를 말하기 위해 네명의 영화인을 초청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독립영화 진영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분들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고자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은 식상하지만 한편으론 날카로운 진실을 품고 있다. 영화의 범주가 급변하고 한국영화의 다양성에 대한 경고가 쏟아지는 지금, 독립영화에도 크고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는 중이다. 독립영화는 무엇이 될 것인가. 2022년 상반기를 되
[대담] 2022년 한국 독립영화의 현재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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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53개국 137편의 영화들을 안고서 올해도 치열히 경계선을 가로지른다. 메가박스 백석, 메가박스 일산벨라시타,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춤추고 사유하는 다큐멘터리 10편을 추천한다. 영화제는 9월22일부터 29일까지 8일간 열린다.
<킵 스텝핑> Keep Stepping
루크 코니시 / 호주 / 2022년 / 91분 / 개막작, 오픈시네마
<킵 스텝핑>의 피사체들은 하루 중 걷는 시간보다 스텝을 밟는 시간이 더 많다. 그들의 일상은 댄스 플로어 위에서 가장 자연스럽다. 밤의 길거리, 호주 시내 곳곳의 지하 연습실, 그리고 경연장에 뿌리내린 <킵 스텝핑>의 카메라는 스트리트 댄서들의 단순한 열정과 집념, 그 이면의 복잡한 사회학을 리드미컬하게 응축한다. 중심인물인 가비와 패트리샤는 이민자 여성이자 서브 컬처의 대변자들로, 영화는 호주 최대 스트리트 댄스 대회인 ‘Destructive Steps’
[2022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추천작] 불안정한 세계와 영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