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라이어드>는 장이모의 필모그래피에서 ‘뚱딴지’ 같은 영화이다. 모더니스트다운 형식미의 추구와 리얼리스트다운 현실 탐구에 땀흘렸던 장이모는 <트라이어드>에서 장르 영화에 대한 매혹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갱스터를 주재료로 삼아 뮤지컬, 누아르의 성분들을 적절히 뒤섞는다. 하지만 장이모는 장르 자체를 집요하게 파고들거나 자의식적으로 장르의 관습을 뒤틀지 않는다. 갈등의 고리를 촘촘하게 맺고 푸는, 할리우드 고전 영화의 미덕도 찾아보기 어렵다. 중반쯤이 돼서야 갈등의 단서가 던져지고 마지막에 가서야 범죄조직 내부의 음모와 다툼이 핵심갈등이었음을 겨우 짐작할 수 있다. 말하자면 <트라이어드>는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장면과 그렇지 않은 장면이 확연하게 갈리는 영화다. 그렇다고 갱스터 장르의 틀을 빌려 중국 근대사를 재해석하는 것도 아니다. 왜 장이모가 느닷없이 장르의 우주로 들어갔는지, <트라이어드>에 담긴 그의 숨은 뜻을 짐작하기는 쉽지
장르 영화에 대한 매혹, <트라이어드>
-
미국영화에서 퇴역군인은 출연이 잦은 편이다. 극적 갈등을 유발하는 사회적 부적격자의 자질을 이들이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귀향>이나 <디어 헌터> <람보>처럼 이들을 통해 전쟁의 상처를 직접 논평하는 영화를 제외하더라도, 전통적인 남성적 가치에 갇혀 수평적인 관계 맺기에 실패하는 많은 남성 캐릭터의 이력에 군인경력을 배치하는 영화는 드물지 않다. 이 족속들은 대체로 가부장적인데다 파시스트적 성향도 강해서 변화한 성문화를 특히 참아내지 못한다. 그래서 고립을 자초하고 더욱 공격적으로 변해간다. <택시 드라이버>의 주인공은 사창굴에 들어가 기관총을 난사하며, <아메리칸 뷰티>의 리키 아버지는 동성연애자를 저주하며 아들을 훈련소 신병처럼 키운다. 좀 순한 편인 <여인의 향기>의 늙은 퇴역 장교도 자식을 부하처럼 대하는데, 여인 앞에서 다시 한번 멋진 남성으로 서는 게 마지막 소원이다.
<플로리스>의
고립의 방을 나와 인간적 유대에 눈뜨다, <플로리스>
-
엘렌과 첫 저녁 식사를 나눈 뒤 올로프는 그녀의 손을 바라본다. “당신의 빨간 손톱을 보니 딸기를 심고 싶군요.” 아름다운 화면이 아니라면 지극히 통속적인 대사다. 스토리는 그렇다. 40이 넘도록 섹스 한번 못해 본 남자가 아름다운 가정부를 들여 소망을 이룬다는 스웨덴판 ‘빨간 딸기’. 그리고 둘 사이에서 안달난 에릭은 엘비스의 춤을 추며 남성을 과시하는 철부지다. 그런데 50년대 스웨덴 시골의 한 농장에서 펼치는 지루한 연애담이 유럽 박스오피스 1위, 자국에서 백만관객을 동원했다는 것은 좀 다른 이해를 필요로 한다.
우선 이 영화의 스타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알아보기 힘들겠지만 망나니 에릭은 <아름다운 청춘>에서 수줍어하면서도 과감한 미소년 역할을 맡았던 주인공 요한 비더버그. 거기에다 도발적이면서도 전형적인 미인의 틀에서 벗어나는 엘렌 역의 헬레나 베르스트롬은 감독과 부부 사이인 스웨덴의 대표적 여배우다. 숫총각 역의 롤프 라스가르드 역시 연극무대에서 다져진 연
도피와 피안의 세계, <언더 더 선>
-
행여 작은 불행이라도 닥칠까 두려워 “난 원래 재수가 없어”, “내 복에 무슨…”이라며 본능처럼 마음의 벽을 치고 살지만, 진짜 재수없는 사람이 있긴 있나보다. <시암 선셋>의 가련한 주인공 페리. 남부러울 것 없는 화이트칼라였지만 비행기에서 떨어진 냉장고로 집 정원에서 아내를 잃은 뒤부터 정말 재수 옴붙은 인생이 된다. 라디오 방송의 코멘트, “화물운송 비행기에서 냉장고가 떨어져 사람이 죽었다는군요. 하하하, 죄송합니다. 앞으론 냉장고도 조심해야겠습니다, 하하하.”
불행은 늘 비감한 색을 띠진 않는 법. 어처구니없는 불행, X차에 받혀 죽는 것처럼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불행이 아내 대신 삶의 반려자가 된 페리의 인생에는, 동정마저 진중할 수가 없다. 하늘을 날던 비둘기도 그의 옆에선 괜히 벽에 머리를 부딪쳐 죽고, 길가던 노파는 이유없이 계단을 구르며, 고장난 덤프트럭은 꼭 그의 집을 향해 돌진한다. 그가 머무는 곳에선 멀쩡하던 세상이 어김없이 궤도를 이탈한다.
불행의 또다른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영리한 드라마, <시암 선셋>
-
-
<아라한 장풍대작전>은 서울이라는 공간을 본격적인 판타지의 무대로 승화시킴으로써 한국 장르 영화사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작품이다. DVD의 서플먼트는 참신한 장면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흔적은 물론 부가 자료들도 빠짐없이 갖추고 있어 분량 늘리기보다는 적절한 선별과정을 거친 구성의 묘미를 잘 살리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메뉴는 실제 택견 고수들이 등장한 영상 ‘Mind Master’. 전문가의 입장에서 본 영화 평가와 함께 ‘강해진다는 것’ ‘무술 연마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 그 답변이 함께 담겨 있다. 통상적인 인터뷰들과는 달리 감각적인 편집과 앵글을 많이 사용한 점(택견 시범과 에반게리온 큐브릭 인형이 공존하는 기묘함!)이 특이하다.
주요 스탭들의 작품 해설 모음인 ‘천기누설’을 보면 ‘생활 도인’ ‘도시 무협’이라는 기발한 컨셉트의 영상화에 도전했던 무술 팀과 미술, CG팀의 꼼꼼한 해설이 돋보인다. 특히 이 영화는 본편을 방불케 하는 세밀
<아라한 장풍대작전> 스탭들의 천기누설
-
클라이브 바커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세 번째 이야기. 2편까진 극장용으로 제작이 되었지만, 3편은 비디오용 영화로 캔디맨의 증손녀 캐롤라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연쇄살인을 다룬다. 전형적인 도시 괴담류의 영화로,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치 않는 흑인 공포 영화 스타인 토니 토드가 연기한 캔디맨 캐릭터가 강렬하다.
전작에 비해 완성도가 많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시리즈 고유의 매력과 뛰어난 음악의 전통성은 그대로 이어간다. 주목할만한 부록은 없지만, 화질과 음향은 비디오 영화치곤 제법이다.
<캔디맨 3>
-
소녀검객 아즈미. 그녀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온갖 고초를 다 겪은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 전편에서 수백 명의 사무라이들을 베고 또 베며 화면을 피로 물들였던 그녀. <펑성 가메라>시리즈의 가네코 슈스케가 메가폰을 잡은 속편에서는 피를 뿌리는 빈도가 적어지긴 했지만, 아즈미는 여전히 검객으로서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끊임없이 살인을 해야 하는 잔혹한 운명의 덫에서 내면적 성장을 꾀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철저한 활극인 전작과 달리 드라마에 좀 더 무게를 둔 것이 특징. 사운드가 뛰어나지만 부가 영상은 부실하다.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 2>
-
오는 10월 6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가 10돌을 맞아 아시아의 숨겨진 걸작들을 선보이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7일 오후 서울 종로 한국수출보험공사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체 프로그램 가운데 10돌맞이 기념 특별 프로그램을 먼저 발표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이 가는 코너는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추천하는 아시아 걸작선’이다. ‘새로운 아시아 영화를 발견하고 재능있는 아시아 감독들을 발굴한다’는 기치 아래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잡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야심차게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17개 나라의 영화 30편을 상영하는데, 일본·중국·홍콩·대만 등 국내 관객에게 친숙해진 나라의 영화 말고도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와 시리아·스리랑카·몽골 등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은 나라의 영화들도 선보인다.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의 경우에도 비교적 덜 알려진 영화를 선정해, 새로운 영화의 발굴
부산국제영화제 10돌 “새 영화·감독 발굴 계획”
-
동수(김상경)는 “이제 생각 좀 하고 살아야겠다”고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으로 결심한다. 이 결심이 <극장전>의 결말이며,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내레이션이다. 내레이션은 주인공의 마음속을 직접 들려주는 편리한 그리고 매우 인위적인 도구다.
우리는 동수의 머릿속이 궁금했다. 저 인간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걸까. 영화 한편 보고 난 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을 불편하게 하고, 무명 여배우를 만나 하룻밤을 같이 지냈으며, 병든 선배 문병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는 일 없는 이 한심한 영화감독은 대체 어떤 인간일까. (시사회 때 한 관객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영화를 만드셨나요”라고 천진난만하게 감독에게 질문했다. 그도 무척 궁금했던 모양이다.) 동수의 내레이션이라면, 뜬금없이 튀어나오긴 하지만, 우리의 궁금증을 마침내 풀어주리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동수는 우리의 기대를 간단히 저버린다. 그의 이상한 독백을 듣고 우리는 이렇게 독백한다. 이제 생각 좀
정교하고 아름다운 합주의 리듬, <극장전>
-
이게 다다.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이하 <시스의 복수>)가 마침내 두건을 벗고 이로써 극장용으로 조지 루카스가 예고한 <스타워즈> 연작은 종결됐다. 포스의 어두운 면을 업신여기지 말라고 누누이 이르던 제다이 마스터들은 정녕 옳았다. 6부작에서 가장 어두운 추락의 악장인 <시스의 복수>가 프리퀄 세편 중 최고작이며 심지어 조지 루카스가 직접 연출한 네편(에피소드1, 2, 3, 4)을 통틀어 제일이라는 흥분된 감상은 광속보다 약간 느린 스피드로 전세계에 퍼져나갔다. 이런 호평은 사실 얼마간 예견된 것이었다. <시스의 복수>는 은하계의 정치적 소요와 그것의 잠정적 봉합을 묘사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던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이하 <보이지 않는 위험>)과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이하 <클론의 습격>)과 달리 이야기할 만한 이야기를 가졌기 때문이
관객, 포스의 균형을 회복하는 진짜 영웅, <스타워즈3>
-
4주연속 일본 박스오피스를 주름잡던 <교섭인 마시타 마시요시>가 <전차남(電車男)>에 밀렸다. 일본의 영화전문 사이트 에이가닷컴에 따르면 <전차남>은 주말이틀동안 전국 192개 스크린에서 2억8천만엔 상당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는 일본내 빅 히트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최종수익 48억엔)와 비숫한 출발이다.
<전차남>은 실제 인터넷에서 탄생한 순애보 이야기로, 여성과 인연이라고는 도무지 없던 한 오타쿠 청년이 인터넷 게시판 친구들의 도움을 통해 동경해마지 않던 미녀와 사랑을 완성해 나간다는 순정물이다. 실제 실화였던 이 이야기는 작년에 책으로 발간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고 만화잡지를 통해 만화화 되기도 했다. 이런 대중적인 인기물을 영화계가 그냥 놔둘리 만무했는데 작년 10월경에 영화화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왔고 올 2월에 도호가 제작을 발표했으며 4개월 뒤 공개되자마자 단숨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주인공 전차남은
日, <전차남>, <교섭인...> 누르고 흥행열차 올라타
-
<겨울연가> 등 한류 붐을 일으킨 드라마들의 로케지를 찍은 DVD가 오는 6월 15일 일본에서 출시된다.
<사랑이 태어난 장소 ~ 한국 인기 드라마의 로케지를 찾아>라는 제목으로 발매되는 이 DVD는 제목 그대로 일본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들의 무대가 된 로케지를 답사하는 영상 다큐멘터리. <겨울연가>의 무대가 된 남이섬의 눈 덮인 가로수와 용평 리조트 등을 비롯해 <아름다운 날들> <천국의 계단> <파리의 연인>의 명장면이 촬영된 장소들을 담았다고. 또한 DVD와 함께 해당 로케지의 관광 가이드 소책자도 동봉될 예정이다.
타국의 자연까지 상품화시키는 일본인들의 비즈니스 감각에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데, 관광 상품으로 제격인 이런 타이틀이 국내에서가 아닌 일본에서 선보인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日 한류 드라마 로케지 담은 DVD 발매
-
“처음 이 작품을 구상할 때는 SF 스릴러물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난주 신문에 한국에서 인간 배아 복제를 성공했다는 기사를 읽고 나니 현대 의학 스릴러물로 바꿔서 선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5월24일 저녁, AMPS(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에서 영화 <아일랜드>의 프로듀서 월터 F. 파크스가 행사를 열며 사용한 멘트이다.
마이클 베이는 감독 최고의 악몽이 현실로 다가왔다며 스크리닝을 시작했다. 즉, 아직도 편집 중인 미완성 영화의 초반 40분과 액션신 5분을 기자들에게 공개하는 것. 바로 어젯밤만 해도 편집기를 떠나지 못한 상태로 오늘 들고 왔다며, 개봉일 완성된 필름은 덜 마른 약품이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배달될 것이라고 농담을 했다. 아직 CGI가 안 들어가 임시로 그린 스크린이 남아 있는 그래픽과 낮은 해상도의 영상을 크게 키워놓은,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들을 보게 될 것이니 너그러이 용서
[현지보고] 마이클 베이 감독의 신작 <아일랜드> 부분 공개
-
스펙트럼DVD에서 오는 6월 24일 한국과 유럽을 대표하는 두 여배우의 작품을 모아놓은 컬렉션 DVD를 출시한다. 은퇴한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는 배우 심은하와 지성과 섹시함을 겸비한 모니카 벨루치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DVD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그녀들의 매력이 기대된다.
영화계 데뷔 초인 1996년 작품 <본 투 킬>에서 은퇴하기 전 마지막 작품인 <인터뷰>까지 심은하의 거의 모든 작품을 담은 ‘심은하 컬렉션’은 <8월의 크리스마스> <미술관 옆 동물원> <이재수의 난> <텔미썸딩>의 총 6작품을 수록한 박스세트. 각각의 타이틀들은 모두 기출시된 작품들이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번 박스세트가 구미를 자극하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자국 외에도 프랑스 할리우드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모니카 벨루치는 특히 DVD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배우. <도베르만> <말레나&
심은하, 모니카 벨루치 컬렉션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