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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평범하다. 청바지에 평범한 티셔츠, 검정색 작은 어깨 가방 하나, 짧은 머리에 그다지 크지 않지만 단단한 체격의 크리스천 베일이 포시즌호텔의 스위트룸으로 걸어들어온 순간의 첫 느낌이다. <아메리칸 싸이코>에서의 우습게도 광기어린 여피 이미지가 너무 생생한 터라 섬광 같은 아우라를 기대했건만, 그렇지도 않다. 신세대 배트맨다운 신비감과 박력을 보여주려나 했지만, 참 조용하다. 인터뷰 장에서 흔히 접하는 배우들의 세련되고 약간은 닳은 말솜씨나 인사치레마저 생략이다. 그러나 한 문장짜리 질문에 한 문단으로 답하는 그의 ‘배트맨론’만은 참으로 실속있다. 실속있는 배우인 듯하다.
-이번 배트맨은 뭐가 새로운가.
=새로운 게 뭐냐고? 모든 것. 이번 영화는 배트맨의 기원에 관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다. <배트맨>은 신화적인 슈퍼 영웅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물이기도 하다. 배트맨의 어두운 면을 그려내자면 끝이 없을 거다
쿨한 영웅, 실속있는 노력파, <배트맨 비긴즈>의 크리스천 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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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밤새 타오르던 에너지가 수그러든 홍익대 클럽거리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김혜수를 만났다. 길거리로 훤하게 열려 있는 자리가 불편할까 염려되어 밀폐된 좌석으로 옮기기를 청하자 돌아오는 무심한 대답. “괜찮아요. 여기 시원하고 좋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에 불편해하는 것은 김혜수가 아니라 소심한 기자들이다. <분홍신>에서의 모습 그대로, 그는 금방 감아서 아무렇게나 말린 듯한 짧은 단발머리를 손으로 슥슥 흔들어댔다. 욕망하는 여자들의 다리를 썩둑 자르는 분홍신의 저주에 사로잡힌 위태로운 눈동자는 없다. 대신 동공을 채운 것은 김혜수다운 무경계 팽창 에너지. 그는 (받아 적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고 똑 부러지는 말투로 연신 “즐겁다! 나 요즘 너무 좋다!”를 외쳐댔다. 내년이면 연기생활 20년을 맞는 김혜수는 그 언제보다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 30도가 오르내리는 뜨거운 날씨 속에 진행된 프레시(Fresh)한 여배우 김혜수와의 긴 대화.
“다
한계없는 팽창의 에너지, <분홍신>의 김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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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유린, 테러리즘, 전쟁….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피해자를 통계치로 보지 않고 한 개인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나 영화가 아닐까. <뉴욕타임스>가 “세계의 영화적인 양심”이라고 표현한 제16회 국제인권영화제가 6월9일부터 23일까지 뉴욕 링컨센터 월터리드시어터에서 열렸다. 휴먼라이츠워치와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가 공동 주관한 이 행사에는 올해 탈북자 다큐멘터리 <서울기차>와 페루 내전을 다룬 <스테이트 오브 피어>, 98년 북아일랜드의 차폭탄 테러를 극화한 <오마>, 미국 축제용 목걸이를 만들며 일당 1달러20센트를 받는 중국 여공들을 담은 <마디그라: 메이드 인 차이나> 등 20개국의 26개 작품이 소개됐다.
특별 모금 상영회로 소개된 <오마>는 <블러디 선데이>의 피트 트래비스 감독이 연출한 것으로, 가톨릭과 신교도 주민들이 비교적 평화롭게 살던 마을 ‘오마
[뉴욕] 국제인권영화제, 탈북자 다큐 <서울기차>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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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명의 분야를 막론한 예술인들이 모여 여덟편의 영화를 만들고, 이 여덟편의 짧은 영화가 모여 한 편의 장편 영화를 이룬다. 가칭 <베리 코리안 데이즈>(매우 한국적인 나날들)라는 독특한 제목의 실험영화를 만들기 위해, 미술계에서는 설치미술가 김홍석·임승률이 뜨고 미술비평가 겸 큐레이터 최빛나가 참여했다. 음악계에서는 3호선 버터플라이 성기완, 모조소년 권병준(고구마)이 나섰고, 사진 작가 김지양과 패션 디자이너 서상영도 카메라를 들었다. 영화 전문가 가운데서는 영화감독 김성호가 낙점됐다.
각 분야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인정받고 있는 이 여덟명의 작가들이 만들어갈 <베리 코리안 데이즈>는, 제목 만큼이나 모호한 작업이다. 이 영화의 기획자 김홍석은 “영화는 영화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비전문 영화인들이 만드는 ‘영상미술작업’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고, 개별 영상작업을 이어붙여 장편으로 만들지만 옴니버스는 아닌…” 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모호하고도 호
여덟색깔 실험영상 <베리 코리안 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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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고의 콘텐츠 강국 일본이 해적판 소탕에 나섰다. 일본의 콘텐츠해외유통촉진기구(이하 CODA)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중국, 홍콩, 대만의 994개 점포를 조사한 결과, 70만7709장의 불법복제물을 단속하고, 59명을 체포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압수한 불법 DVD 중에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아직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은 최근작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참고로 지난 17년간 일본 내에서 회수된 불법복제물은 43만장 정도다.
23개에 달하는 일본의 영상, 음악, 출판물 업계 대표자들이 2002년 설립한 CODA는 해적판 유통을 단속하는 개별적인 노력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가도카와 미디어 그룹의 회장 가도카와 쓰구히코가 의장을 맡고 있는 CODA는 그간 각국의 경찰, 세관 당국과 공동으로 조사를 벌이면서 개별 단속을 하는 경우 소모되는 비용과 절차상의 부담을 줄여왔다. 정품과 복제품을 구분하여 인증된 콘텐츠의 유통을 촉진시키기 위해 “CJ”(Con
일본, 정부차원에서 해적판 DVD 단속에 강한 의지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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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판타스틱 영화제 개막을 3주 앞둔 김홍준 운영위원장은 21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지자체의 간섭과) 지역성 고려라는 ‘한계’에 부닥쳐 제대로 펼쳐보이지 못했던 ‘판타스틱한 영화’들을 오히려 자유롭게 펼쳐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해 말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에서 부천시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해촉당하기 전까지 부천영화제에 보여온 애정을 상기하면 의외의 반응이다. 하지만 그가 수석프로그래머와 집행위원장으로 여덟 차례나 부천영화제를 개최하면서 “‘부천’ 영화제라는 지역성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판타스틱’ 영화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당연한 반응처럼 느껴진다.
‘판타스틱’ 영화제의 정체성을 중시했던 김 운영위원장과 스태프들이 지자체의 간섭 없이 만든 리얼 판타스틱 영화제의 프로그램들을 들여다 보면, 그가 얘기했던 정체성의 일단이 드러난다.
리얼 판타스틱 영화제에서는 ‘마르크스 침공!!! 동구권 SF
[팝콘&콜라] 리얼판타스틱 VS 부천영화제, 정체성인가 지역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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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나의 연인’을 한 명 꼽자니 그리스 신화 속의 파리스가 된 기분이다. 곤혹스러우면서 동시에 우쭐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흠…, 중학교 때 좋아했던 소피 마르소로 할까? 아니면 최근 들어 좋아하는 스칼렛 요한슨으로 할까? 아니지. 우리나라 배우도 많은데 왜 외국 배우를 꼽아? 고두심으로 할까? 김태희로 할까? 잠깐, 그러고 보니 김태희가 배우던가? 텔레비전 광고에서나 가끔 보기는 했는데 연기하는 것은 통 본 기억이 없는 걸?’
나는 한 명을 꼽기 전에 스스로 몇 사람으로 분열하여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책상머리에 앉아 일은 안하고 여인들을 밤하늘의 별처럼 세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했는지 아내가 한 수 거든다.
“책에다가는 올리비아 뉴튼 존이 좋다고 썼잖아, 그새 마음이 바뀌었나 보지?”
며칠 전에 나온,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관해 쓴 수필집을 보고 하는 소리다.
“에이, 한번 쓴 사람을 또 써?”
“어머나? 좋아하는 스타가 그럼 맨날 바뀌어? 바람둥이
[스크린 속 나의 연인] ‘연인’ 누구를 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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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ly, my dear, I don't give a damn.”(솔직히 말해 내 알 바 아니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의 이 한마디가 영화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대사로 선정됐다.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가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를 버리고 떠나면서 했던 마지막 말이다. 제작 당시 'damn'이라는 불경한 단어 때문에 5천달러라는 거액의 벌금을 물면서까지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영화연구소(AFI)는 6월21일 피어스 브로스넌의 사회로 진행된 CBS 특집방송을 통해 ‘최고의 영화 대사 100가지’를 발표했다. 투표위원은 영화제작자, 비평가, 역사가 등을 포함한 1500명이었다. 선정기준은 그 대사가 끼친 문화적 영향과 작품을 대표할 수 있는 함축성 등.
<대부>(1972)에서 대부(말론 브랜도)가 말한 “I'm going to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절대 거절 못할 제안을 할 생각이네)는
AFI가 뽑은 영화 명대사 10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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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지역 최대의 모터스포츠 협회인 나스카(National Association for Stock Car Auto Racing)는 ‘스톡카’라 불리는 개조된 시판차량을 쓰는 자동차 경주를 주관하는 단체다. 세계적으로는 올림픽, 월드컵 다음의 3대 빅 이벤트로 F-1 대회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축구 대신 미식축구를 선호하는 미국인들은 그들만의 독자적인 나스카 경주에 더 열광하고 있다.
모터스포츠가 해외처럼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 못하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경주지만, 수십 대의 자동차들이 일렬로 붙어서 달리는 광경은 ESPN 같은 스포츠 채널에서 종종 보게된다. 특히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 <폭풍의 질주>나 정우성이 레이서로 나왔던 드라마 <아스팔트의 사나이>를 본 적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 치러지는 경주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초대형 아이맥스 스크린용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아이맥스 : 카레이싱>은 그런 나스카 레이싱
<아이맥스 : 카레이싱> 폭발적인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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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만 해도 필자는 월요일 밤이면 무조건 SBS <야심만만>을 봤다. 하지만 요즘엔 그 시간에 MBC <안녕, 프란체스카>를 본다. 그리고 이는 필자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안녕, 프란체스카>는 (노도철 PD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10분 늦게 들어가서 20분 일찍 끝남에도 불구하고) <야심만만>을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방영 시작 전 뚜렷한 톱스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보통 사람들은 생판 모를 사람들을 카메오로 출연시키며 한국에 잘못 건너온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다룬 이 '엉뚱하거나 마니악하거나' 한 작품은 대체 어떻게 '대중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을까? 작품이 되다 못해 이젠 DVD에 OST에 피겨에, 무려 3시즌(!)까지 기획하게 된 <안녕, 프란체스카>의 비밀을 듣고자 프로그램의 창조주인 노도철 PD를 만나보았다.
인터뷰 일시 : 2005. 6. 15
장소 : MBC 경영지원센
<안녕, 프란체스카> 노도철 PD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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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번의 구타
쫓아라, 때려라, 웃어라
독립영화진영의 액션영화를 발견하는 텃밭인 4만번의 구타 부문은 출품작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어느 영화제에도 없는 섹션이다. 올해 컨셉은 코믹과 반전. 시리즈물로 작년에 이어 출품된 독특한 액션극 <어느날2>, 황당한 인질극 <내 남편을 구해라>, 중국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동극 <살인자들>은 액션과 스릴러라는 바탕 위에 유머를 양념처럼 첨가한 영화들. 엽기적인 치정극인 <목구멍 깊숙이>와 연출자가 ‘가정탈주극’이라 명명한 <결혼기념일>은 마지막 반전에 승부를 거는 작품들이다.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패스오버>/ 안상훈/ 22분/ 2005년
강진안은 108일 전만 해도 형사였다. 연쇄살인범을 쫓던 그는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단독수사를 하다가 옷을 벗는다. 교회 창고에서 이제까지의 자료를 움켜쥐고 범인을 쫓는 진안. 범인은 피해자들의 살을 벗겨내고 해골로 남겨놓은
미쟝센단편영화제 [5] -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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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지왕
코미디의 왕을 가려라
올해 코미디의 왕은 누가 될 것인가? 엎치락 뒤치락 돌발 상황으로 이어나가는 코미디에서 단번에 잘 짜여진 한방을 터뜨리는 코미디까지 10편의 작품들이 있다. <정말 큰 내 마이크> <서울 블루스> <Break Time> <하얀 풍선>처럼 조금만 더 기울면 비정성시 부문에 출품될 만한 무거운 주제를 코미디의 방식으로 소화한 영화들도 있다. 극영화들이 서로 비슷한 수위에서 경쟁하고 있는 반면, <양성평등> <멍크>가 보여준 애니메이션의 재치가 돋보인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정말 큰 내 마이크>/ 우선호/ 22분40초/ 2005년
기죽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며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더욱이 가진 것 없는 사람이 그렇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 <정말 큰 내 마이크>의 주인공 만수는 당당하게 큰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큰 스피커가 아
미쟝센단편영화제 [4] -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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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협회는 21일 수사당국의 협조로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위치한 불법복제 공장으로부터 3천만달러 상당의 해적판 DVD와 복제용 기기를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불법복제물 소탕을 주도한 것은 남부 캘리포니아 첨단기술 특별수사반으로, 중국에서 제작되는 해적판 DVD와 CD를 공급해 온 뉴 센추리 미디어(1989년 설립)를 적발했다. 이 회사는 미국과 아시아 지역에 초당 3장의 디스크를 제작할 수 있는 공장을 두어 해적판 DVD와 CD를 대량생산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일본의 CODA가 홍콩에서 70만장에 달하는 해적판 DVD를 압수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내달부터 저작권보호센터에 의한 불법저작물 배포 단속이 시작될 예정으로 전 세계적인 불법저작물 근절을 위한 노력이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미국, 3천만달러 상당 불법 DVD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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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악몽
발칙한 공포 혹은 무서운 상상력
실감나는 공포, 일상에 숨어 있는 판타지를 재현해야 하는 이 장르만큼 시각이미지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장르는 없을 것이다. 올해 절대악몽이라는 이름으로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들은 그 어느 해보다도 고급스러운 비주얼을 자랑한다. <2km 주유소> <토마토 바이러스> <터치> 등에선 <장화, 홍련>를 능가하는 벽지를 만날 수 있고, 능수능란한 특수효과와 촬영·편집기술로 완성된 <제4종조우> <완벽한 도미요리> <안녕아빠> <HD20948b> 등에는 완벽에 가까운 가상세계가 구현되어 있다. 실험영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인 일부 영화들의 화법 또한 인상적이다.
반전을 기대하신다고요?
<미성년자 관람불가>/ 박신우/ 9분30초/ 2005년
폐쇄된 취조실. 험상궂은 형사와 하얗고 멀끔한 얼굴의 앳된 용의자가
미쟝센단편영화제 [3] - 공포·판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