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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 DVD 발매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피와 뼈>의 최양일 감독이 석간후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최양일 감독은 한정판 DVD에 수록된 어깨 부상 장면 등 기타노 다케시의 연기 투혼에 대해 “장엄할 정도의 폭력성으로 선악을 초월한 존재감을 보여준 멋진 연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타노 다케시와는 감독 데뷔작 <10층의 모스키토> 이래 절친한 사이라는 최양일 감독. <피와 뼈>의 준평 역을 맡을 사람은 그밖에 없다는 생각에 출연 제의를 했고 즐겁게 촬영에 임했다고 이야기했다.
감독 스스로가 재일 한국인으로서 작품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지 않냐는 질문에 “출신이 비슷해도 생활 방식은 제각각이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했다, 배우들 역시 필사적으로 공부했다”고 밝혔다. 한류 붐에 관해서는 “젊은이들의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노력중이다, 내 작품도 한국에서 높은 관심을 모았는데, ‘오다기리 조를 보고 싶다’는 소리를 듣고 무척 반가웠다”고 말했
최양일 감독, <피와 뼈> DVD에 대해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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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본 적은 없어도, 뉴욕이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상업의 첨단과 예술의 전위가 ‘따로 또 같이’ 공존하고 있고, 그곳의 작은 움직임들이 나비효과가 되어 전세계의 트렌드를 이끌곤 한다는 점도 눈대중과 귀동냥만으로 안다. 음악계만 해도 뉴욕이 아방가르드와 힙합의 본산이란 사실은 상식이며, 근래의 거라지 록, 댄스 펑크 등의 모태란 이야기도 음악 팬이라면 귀익은 얘기다.
브라질리언 걸스는 뉴욕에서 새롭게 떠오른 4인조 밴드다. 다운타운의 클럽 누불루(Nubulu)에서 하우스 밴드로 활동해온 이들의 독특한 혼종 댄스 음악은 얼마 되지 않아 빠른 입소문을 타고 클러버와 매체와 레이블의 주목을 끌었다. 그 결과 싱글 <Lazy Lover>에 이어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이 발매된 것. 주류 댄스그룹 같은 이름과 달리 브라질리언 걸스에는 브라질인이 없으며 여성 멤버도 한명에 불과하다. 심상치 않은 건 작명법에 머물지 않는다. 사비나 슈바(보컬)는 로마에서
지적이고 흥겨운 일렉트로, 브라질리언 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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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자이언트>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단연 학교 시퀀스다. 불 꺼진 교실에 아이들이 모여 있고, 그들이 영사기를 통해 보는 것은 핵전쟁이 벌어졌을 때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책상 밑에 들어가기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어요’라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요령을, 말도 안 되는 노래와 함께 들려주는 민방위 홍보 영화다.
레드 콤플렉스가 극성을 부렸던 50년대 말의 미국을 비꼰 독특한 센스가 빛나는 이 장면은, <아이언 자이언트>의 스토리보드를 그렸던 테디 뉴튼의 작품이다. 서플먼트에는 아예 이 사람을 위한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인데, 워낙 기발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았던 사람이라 코너의 이름도 ‘미지의 인물(The X Factor)’이라고 붙여놓았다. 여기서는 뉴튼이 그린 스토리보드의 한 시퀀스를 통째로 볼 수 있는데, 주인공 호가드의 엄마 애니(제니퍼 애니스톤이 목소리를 빌려주었다)가 고철상 주인 딘과 데이트하는 장면으로, 극중에는 나오지 않지만 본디 괴짜
<아이언 자이언트 SE> 스토리보드 스탭의 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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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4일에 크랭크업한 영화 <연애의 목적> 쫑파티 자리에서 박해일은 제작사 싸이더스의 직원에게 인터뷰 하나만 잡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숨돌릴 새 없이 차기작 <소년, 천국에 가다>를 촬영하게 됐는데, 몰입이 쉽지 않다고, 인터뷰를 씻김굿 삼아 자신의 몸에 물들어 있던 주인공 유림의 얼룩을 지워버리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지금 젖었어요?” <연애의 목적>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첫 대사다. 스물여섯된 고등학교 영어교사 이유림이 스물일곱의 교생실습생 최홍(강혜정)에게 학교 운동장 벤치에 앉아 건네는 말. <연애의 목적>은 맘에 드는 여자 앞에서 ‘한번만 같이 자자’고 애처럼 조르는 남자와 ‘사랑하지도 않는데 그걸 왜?’라고 묻는 여자의 팽팽하고 제법 아찔하며 리드미컬한 연애담이다. 박해일이 연기한 유림은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들과 좀체 묶이지 않는다. 차이는 있지만 전작의 캐릭터들은 공통적으로 그에게서 맑은 얼굴과 깊은 음성
<연애의 목적>의 배우 박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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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에 가속도가 붙은 <주먹이 운다>가 이번 주말 만만치 않은 적을 만났다. 시네마서비스가 야심차게 배급하는 <역전의 명수>는 <주먹이 운다>가 2주연속 박스오피스 수성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 현재 주요 사이트의 예매지표는 <주먹이 운다>가 유리하다. 씨네21, 맥스무비, 다음, 티켓링크, 무비OK 등에서는 여전히 <주먹이 운다>가 예매율 1위를 지키고 있고 그 뒤를 <역전의 명수>와 <달콤한 인생>이 엎치락뒷치락 중이다. 인터파크에서만 <역전의 명수>가 <주먹이 운다>를 앞서고 있는 상태.(목요일 오전 10시 반 집계 상황)
그러나 목요일 오전이라는 점과 주말 현장 판매까지 고려한다면 두편의 간극이 그리 큰 편은 아니다. 예매율은 <주먹이 운다>가 다소 우위에 있지만 <역전의 명수>는 ‘배급력’이라는 히든 카드를 쥐고 있다. 결국 어느 영화가 승자가 되어도
[주말극장가] ‘주먹’이 ‘명수’ 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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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배우 장동휘가 4월2일 밤 9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살. 고관절 수술로 인한 합병증으로 지난 4년을 투병했던 그는 두달 전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됐고, 끝내 일어서지 못했다.
원로배우 황해를 잃은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비보가 날아들어서였을까. 빈소가 마련된 서울 삼성병원을 찾은 영화인들은 어느 때보다 숙연했고, 침울했다. 4월5일 영화인협회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엔 신영균, 남궁원, 안성기, 이덕화 등 동료, 후배 연기자들과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황기성 서울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등 영화계 인사들이 자리해 부인 조원희(77)씨를 비롯한 유족들의 오열을 나누고, 달랬다. 박준규는 중절모 쓰고 머플러 두르고 파이프 물고 카리스마 내뿜던 고인의 영정 앞에서 10년 전 아버지 박노식의 영면을 떠올리며 “생전에 스타였던 두분 모두 사람들이 산을 찾는 식목일을 골라 똑같이 땅에 묻히시는 걸 보면 대단한 양반들”이라는 말로 슬픔을 애써 지웠다.
박노식, 허장강,
한국 액션의 전설, 지다, 배우 장동휘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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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드 드 니로와 다코타 패닝 주연의 스릴러 <숨바꼭질>이 20세기 폭스에서 7월 5일 출시된다. 국내 공개시 결말이 다른 두 가지 버전으로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는데, DVD에서는 심리스 브랜칭 기법을 통해 4가지 결말을 선택하여 볼 수 있게 된다.
와이드스크린 및 풀스크린 버전의 2종류가 동시 발매되며, 사운드는 돌비 디지털 5.1과 DTS를 지원한다. 부록으로는 4가지의 결말 장면들, 14개의 삭제 또는 추가 장면이 감독 및 제작진의 코멘터리와 함께 수록되며 이외에도 메이킹 다큐멘터리가 들어갈 예정이다. 정가는 29.98달러.
4가지 결말로 보는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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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최신작 <커스드(Cursed)>가 6월 21일 일찌감치 DVD로 나올 예정이다. 브에나 비스타 홈 엔터테인먼트에서 정가 29.99달러에 출시되며, PG-13 등급의 극장공개판과 2분 정도가 추가된 언레이티드(무등급)판의 2종류로 선보이게 된다.
화면비나 사운드에 관한 사양은 미정이며, 부록 정보만 공개되었는데 제작과정과 특수분장에 관한 단편 다큐멘터리 등이 수록된다고 한다. 언레이티드판에는 제작진의 코멘터리도 들어가게 된다고.
웨스 크레이븐 신작 <커스드> 6월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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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하고 폭력적인 만화에 탐닉하고 밤이면 사나운 몽상에 뒤척이는 10대 남자애들에게 연필을 쥐어주자. 그리고 환상의 여자 친구를 그려보라고 속삭이자. 몇분 뒤 당신의 손에는 아마도 제시카 알바(24)와 몹시 닮은 소녀의 초상화가 들려 있을 것이다. 그녀는 오목하고 볼록하고 터질 듯하다. 도도한 눈동자, 금세라도 토라질 듯 도톰한 입술, 모카빛 윤기가 흐르는 동그란 어깨, 쿨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경멸로 살짝 이지러진 눈썹. 제시카 알바를 이루는 모든 곡선은, 호르몬을 주체 못하는 소년들의 기도에 대한 천상의 응답이다. 만화가 약속한 판타지를 한치 오차없이 충족시켜줄 것을 요구하는 탐욕스런 10대 마니아들을 상대해야 할 <신 시티>와 <판타스틱 포>의 영화제작자들이 제시카 알바를 ‘최종병기 그녀’로 떠올린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블론드의 야망’(blond ambition). 15년 전 마돈나가 그녀의 투어에 붙였던 타이틀은 제시카 알바의 2005년을
21세기가 원하는 천사의 얼굴, <신 시티>의 제시카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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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가늘고 긴 실루엣, 허리께로 물결치는 긴 생머리, 산머루처럼 검게 젖은 눈동자. 이런 식으로 윤소이의 외적인 특징들을 나열해보면, 소설과 만화 속에서 수줍게 고개 숙인 청순가련한 소녀가 겹쳐 떠오른다. 연약하고, 의존적이고, 결정적으로 ‘사랑밖에 난 몰라’ 하는 스타일.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알아차릴 수 있는 것들.
윤소이의 표정과 몸짓과 목소리에는 그런 소녀가 없다. 군살없는 날렵한 몸매를 닮은 담백한 웃음과 말씨에는 내숭이나 청승이 들어설 곳이 없다. 긴 팔다리가 그리는 시원시원한 몸의 언어를 듣고 있으면, 뭇 감독들이 그에게 연달아 ‘칼자루’를 쥐어주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아라한 장풍대작전>에서 무림의 고수로 분했던 그는 연초부터 중국에서 무협영화 <무영검>을 찍고 있다. 그 사이에 찍은 <역전의 명수>는 온갖 장르가 망라된 풍자코미디지만, 어리버리한 주인공을 자신의 복수에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이야기의 주도권은, 칼자루는
그녀를 바라만 봐선 알 수 없는 것들, <역전의 명수>의 윤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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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예술 중에 영화가 가장 무정한 애인이다. 영원한 젊음을 끊임없이 추구하면서 무자비하게 커리어와 유행과 명성을 저버리니 말이다. 거액의 돈이 걸리고 제작과 배급의 복잡한 형태가 있으니- 경제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계속적으로 이 유행 저 유행의 파도들을 타고 다니면서- 그럴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자극 없이는 그 어떤 나라의 영화도 활력을 잃고 속으로 죽어간다. 그렇지만 시쳇더미가 점점 더 커져가는 가운데 기억과 공식 역사기록은 이상한 장난을 칠 수 있게 된다.
지난 몇달간, 필자가 30여년 동안 쌓아놓은 아시아영화 및 기념자료들을 재정비하면서 이 생각이 새삼스러운 힘을 갖고 덮쳐왔다. 그중 여러 편은 구할 수 없게 된 것도 있지만, 각각의 영화는(가장 쓰레기 같은 것에서부터 가장 예술적인 것까지) 그 시대에 대한 생생한 기억을 되살려줬다. 예컨대 잠시 뜨겁게 타올랐던 커리어나 영화 또는 한 영화계의 좀더 넓은 진화에 기여했던 지나가는 트렌드 등을 떠오르게 했다.
동아시
[외신기자클럽] 해와 달과 유성들 (+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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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클로츠 감독의 <상처>(La Blessure)는 새로운 삶을 위해 프랑스로 오려는 이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그린 영화다. 지난해 칸영화제의 ‘감독주간’을 통해 소개된 이 영화는 드물게 철학서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장 뤽 낭시의 <이방인>(L’Intrus)을 토대로 하는 이 영화는 프랑스로 몰려드는 이민자들과 난민 신청자들의 참담한 삶을 통해 사회적 규범과 통제에서 소외되는 인간성을 신중하게 담아낸다. <상처>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민 신청자 대부분은 아프리카 출신이다. <상처>의 공항은 아프리카도 프랑스도 아닌, 사막과도 같은 건조하고 생기없는 제3의 공간이다. 우여곡절 끝에 프랑스 입국허가를 받고 공항을 빠져나온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희망일까? 체류증도 살 곳도 없이 불법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상처>는 사회적 통제하에 살아가는 난민 신청자들의 삶과 시스템의 부조리를 보여주지만,
[파리] 이민신청자에 관한 영화 <상처>의 주인공 불법체류자로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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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영화등급심의위원회는 동물 학대 이슈에는 민감하지만, 영화에서의 성적 묘사에 대해서는 극도로 관대해진 것일까? 마이클 윈터보텀의 <9 songs>에서는 영화 속 주인공들이 실제로 섹스를 하고, 그 장면을 영화는 고스란히 보여준다. 18세 이상 관람가를 받은 이 영화에 대해 등급위원회는 아무런 삭제 요구도 하지 않았다. 프랑스 감독 파트리스 셰로가 런던에서 만들었던 영화 <정사>(2001)도 영화 속의 거의 실제에 가까운 성적 묘사 때문에 물의를 빚기는 했지만 이 영화의 개봉 당시, 등급위원회는 역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었다. <9 songs>에서는 두 남녀의 성기를 그대로 빈번하게 보여주고, 오럴섹스 장면 등을 포함한 성적인 장면들을,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영국 영화비평가들과 관객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는 것 같다. 정말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라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성적인 관계들에 연결된 정서적이고 육체적인 반응
[런던] 성적 묘사 물의 일으킨 <9 songs> 등급제재 없이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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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부터 극장 앞에서 노숙을 하는 등의 충성을 보여온 <스타워즈>의 골수팬들이 마지막 에피소드 개봉을 40여일 앞두고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도맡아 상영해왔던 할리우드 대로의 차이니스 시어터 앞에서 4월 첫 주말부터 줄을 서고 있다. 이상한 일은 5월19일 개봉하는 <스타워즈> 완결편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를 이 극장에서 상영할 계획이 없고, 줄을 선 이들도 진작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 극장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걸까?
이들의 반응은 “영화를 보는 것보다 줄을 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팬들에게 ‘<스타워즈>의 프리미어 극장’으로 알려진 이곳에서 줄을 서는 것은 ‘이벤트’이자 ‘의식’이다. “이곳은 <스타워즈> 팬들의 아지트로, 그 열풍의 진원지와도 같은 곳이다. 1970년대부터 이 영화의 팬들이 이 극장 앞에 줄지어섰던
[What's Up] <스타워즈3> 개봉 40일 앞두고 줄서기 시작한 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