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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눈깜짝할 사이 여인이 된다. 킬러 레옹을 “애인”이라고 단호히 말하던 새치름한 소녀 마틸다가 어느새 한 행성을 다스리는 여왕의 위엄을 갖추었다. 11살에 킬러 견습생으로 연기의 문을 두드린 내털리 포트먼(17)은 올 최고의 화제작 <스타워즈>에서 무역연합의 침략에 맞서 나부 행성을 지키려는 여왕 아미달라로 또 한뼘 자란 모습을 보여준다. 가부키 배우처럼 하얗게 얼굴을 덮은 분장 속에 마틸다의 도발적인 눈빛을 숨겨놓고 말이다.
아미달라 여왕은 독특한 가부키풍 의상과 분장으로 <스타워즈>의 캐릭터 중에서도 단연 인기를 끌었다. 14살짜리지만 한 행성을 책임지는 여왕이 되기 위해서 포트먼은 “늘 두통을 앓는” 것처럼 무거운 머리장식을 해야 했고, “캐서린 헵번이나 로렌 바콜처럼 당당한 어조를 연습”하며 목소리를 낮췄다. 포트먼의 아미달라는 제다이의 도움만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직접 총을 들고 적군 교란에 나서는 꽤 당찬 인물. “여왕이 젊은 여성이라는 사실이
눈깜짝할 사이 여인이 된, <스타워즈>의 내털리 포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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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 영화’에는 법칙이 있다. 알다시피 제1의 법칙, 일단 순백의 면사포를 씌운다. 이미 알 만큼 알므로 자세한 설명 생략. 제2의 법칙, 영화 초반에 오빠(혹은 아즈바이)가 일단 한번 ‘우리 근영이’를 업어준다. <어린 신부>에서는 김래원 오빠가 할인마트에서 돌아오다 문근영을 업어주었고, <댄서의 순정>에서는 박건형 오빠가 단란주점에서 구출한 문근영을 업어주었다. 이유도 똑같다. 다리를 삐끗. 배경도 비슷하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 골목길. 이 장면은 두 영화의 흐름에서 같은 구실을 한다. 억지로 엮인 커플의 교감이 시작되는 장면인 것이다. 왜 업어주기냐고? 아이 다루듯 업어주기는 대한민국이 문근영과 스킨십을 허하는 유일한 심의기준이다. 더 나가면 국민정서법의 검열에 걸린다. 제3의 법칙, 영화가 지루해질 때쯤 꼭 뮤직비디오 한편 찍는다. 역시 알다시피 <어린 신부>에서는 “나는 사랑을 아직 몰라∼”였고, <댄서의 순정>에서는 “야래향”
춤추는 순정파 어린 신부? <댄서의 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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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전쟁을 소재로 다룬 <킹덤 오브 헤븐>은 영화 외적 이유로 무척 궁금한 영화였다. 얼마 전 교황 서거에 대한 세계적인 추모의 고성이 입증했듯, 서양인을 하나로 묶는 건 피부색 이전에 기독교라는 종교였다. 종파에 관계없이 교황은 서양인들을 비서양인과 구분케 하는 종교적 정체성의 상징이다. 유럽 공동체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실현되고 있는 것이나, 이슬람국가인 터키가 애타게 유럽연합 편입을 호소하고 있지만 계속 보류되고 있는 것도 그것과 무관하지 않다.
소재는 십자군 전쟁, 그러나 종교 이야기는 아닌
<블랙 호크 다운>에서 서양 문명의 위기를 분석적 이성이 아니라 시청각적 감각으로 전한 리들리 스콧이, 서방 종교가 동방 종교를 정벌한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다룰지가 그래서 궁금했다. 그러나 막상 보고 나니 영화는 지나칠 만큼 모범적이었고 정치적, 윤리적으로 너무 착했다. 십자군 지도자인 제레미 아이언스의 “신은 핑계였고, 우리가 원한 건 영토와 재물이
결코 얻을 수 없는 영원한 매혹, <킹덤 오브 헤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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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시나리오 작가 겸 영화감독, 장준환의 멋지고 장난기어린, 약간은 피비린내나고 자꾸 웃겨주며 예측하기 힘든 첫 극영화에는 광적인 음모들이 가득하다. <지구를 지켜라!>는 엉성하게 만든 공상과학 장비들로 무장한 두 괴짜가 중년의 사업계 거물을 지하주차장에서 납치하며 시작한다. 장준환의 초기 단편, <2001 이매진>의 주인공은 자신이 존 레넌의 환생이라고 믿었는데 이 영화에서 35살의 영화감독은 훨씬 더 망상에 들린 반영웅을 설정한다. 이병구는 자신이 일하던 화학회사의 사장, 강만식이 외계인, 더 정확히, 안드로메다 성운의 왕자라고 믿는다. 지구는 이 외계인들에게 넘어가 다음 월식 때 파괴될 터이다. 병구가 약간 어벙하고 느릿한 여자 동료인 순이에게 설명하듯 그야말로 강만식은 외계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놈이다.
일단 병구와 순이가 강만식을 별스럽고도 별스러운 다 쓰러져가는 산장에 가둔 다음 병구는 강만식이 안드로메다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물파스를
코믹하고 시적인 아마게돈, <지구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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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중심가. 정지선에 나란히 선 두대의 자동차 운전자가 서로에게 욕지거리를 날리고 잽싸게 내달린다. 외곽의 주택가. 커다란 쓰레기 봉투를 들고 나온 집주인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옆집을 향해 쓰레기 봉투를 날린다. 붕, 붕, 퍽, 퍽. 자동차가 달리고 쓰레기 봉투가 떨어지는 이 일상적인 소리는 곧 예기치 않게 날아든 폭탄테러의 굉음에 의해 이곳이 국제정치의 화약고 한복판임을 알린다. 솔직히 엘리아 술레이만의 <신의 간섭>을 보기 전까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신문의 해외토픽처럼) 유혈충돌과 사망자 수만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들이 이웃으로 살고 있는지, 어떻게 그들이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도 경비초소를 지나야 하는지, 영토분쟁을 이해하는 핵심 키가 이곳의 지도라는 최소한의 성의조차 잊고 있었다. 같은 팔레스타인계이면서도 예루살렘 남자와 라말라 여자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신기한 몽상으로 돌파하는 이 암사지도와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바흐만 고바디의 영화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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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도쿄 시부야 등지에서 제한 상영 중인 김문생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가 오는 7월 22일 일본에서 DVD로 발매된다.
<원더풀 데이즈>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가이낙스’가 직접 일본 배급을 맡아 화제가 됐는데,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날개>를 감독했던 야마가 히로유키가 새롭게 각본 및 연출을 맡고, <카우보이 비밥>에 참여했던 성우 야마데라 코이치가 성우를 맡는 등, 일본식으로 각색된 작품에 국내 팬들의 관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가이낙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일본판 <원더풀 데이즈> DVD는 본편 및 메이킹 영상과 함께 일본어판 성우들의 혼신의 연기를 담은 5.1 채널 음향이 수록될 예정이라고. 가격은 1장짜리 디스크로 구성됐음에도 불구하고 호화 패키지의 국내판에 비해 월등히 비싼 5,985엔으로 책정되었다. 국내에서는 논란이 많았던 성우들의 연기가
일본판 <원더풀 데이즈> 7월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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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 브라더스는 인기 정치 드라마 <웨스트 윙>의 네 번째 시즌을 5월 20일 출시한다.
에미상 4개 부문을 수상한 화제작 <웨스트 윙>은 꾸준한 팬들의 지지는 물론 영어 교재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데, 특히 이번 시즌 4에는 지난해 3월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기 하루 전 자신의 심경을 밝히며 인용한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제의 에피소드는 캘리포니아 의원 선거로 재선에 성공한 민주당 바틀렛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하원 의원 선거에 출마한 백악관 보좌관의 지원 유세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는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또한 인기 시트콤 <프렌즈>에서 챈들러 빙을 연기했던 매튜 페리가 출연한다는 것도 팬들이라면 요체크사항이다.
6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웨스트 윙 시즌 4>는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과 돌비 디지털 2.0 사운드를 지원하며, 부록으로는 메이킹 다큐멘터리와 삭제 장면이 수록된다.
워너, <웨스트 윙 시즌 4> 5월 20일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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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권’이란 단어와 어린이, 청소년이란 계층을 얼마나 연관지어 살고 있는가. 5월20일부터 26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옛 허리우드극장)에서 열리는 제9회 인권영화제는 인권이라는 개념이 포괄하는 의미망에서 은연중에 배제되어온 어린이, 청소년의 인권을 주제로 삼는다. 단지 입시나 교육제도뿐 아니라 노동, 성, 장애, 여성 등 폭넓게 걸쳐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인권문제는 이번 영화제의 10편의 작품에서 드러난다.
사전제작지원작인 <사레가마 송>은 히말라야의 아름다움 아래 묻혀 있는 네팔 어린이들의 인권 실태를 다룬다. <먼지, 사북을 묻다>로 인권영화상을 받았던 이미영 감독은 5분짜리 뮤직비디오를 통해 거친 노동과 카스트 제도로 핍박받는 네팔 어린이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또 다른 사전지원작인 <이반검열>(감독 이영)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고통받는 청소년들의 삶을 보여준다. 동성애자를 찾아내는 ‘이반검열’을 통해 정학이나 퇴학을 시키거나 손을
5월은 푸르구나, 아이들의 인권도 자란다, 제9회 인권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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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이후 영화쪽으로 숨을 고르던 허준호가 차기작을 결정했다. 허준호는 강력반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형사로 분해 <강력 3반>(제작: ㈜씨네넷, 투자/배급: 롯데쇼핑㈜롯데엔터테인먼트, 감독: 손희창)에 출연한다. <강력 3반>은 범인 검거율 만년 꼴지팀인 ‘강력 3반’이 거대한 사건의 단서를 쫓아 권력을 지닌 거물 범죄자와 한판 승부를 벌인다는 내용.
김민준은 이 영화의 주인공 김홍주 역에 캐스팅 되어 스크린으로 데뷔한다. 손희창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주유소 습격사건>, <광복절 특사> 등의 박정우 작가가 시나리오를 쓴 <강력 3반>은 15% 정도 촬영이 진행됐으며 오는 9월 개봉할 예정이다.
허준호, <강력 3반>에 베테랑 형사로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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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사의 차세대 게임기로 관심을 모으고 있던 ‘닌텐도 레볼루션’(내년 발매 예정)이 5월 17일 개최된 '닌텐도 E3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처음 공개됐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360,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3가 파워풀한 성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에 반해, 닌텐도 레볼루션은 다소 소박한 인상이다. DVD 케이스 3장을 겹쳐놓은 정도의 컴팩트한 크기와 심플한 디자인에서도 다른 게임기들과 분명한 차별점을 보였다.
소프트웨어 구동 매체는 표준 12cm의 DVD로, 영화 DVD를 본다거나 기존 게임큐브 소프트웨어를 가동시킬 수도 있는 등 하위호환도 가능하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과거의 닌텐도사 게임기였던 패미컴과 슈퍼패미컴 그리고 닌텐도64의 게임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받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내부적으로는 IBM과 공동 개발한 ‘브로드웨이’ 칩, 그리고 ATI와 공동 개발한 ‘할리우드’ 그래픽칩과 함께 512메가바이트의 메모리와 무선랜 등이 탑재된 것으로
닌텐도 레볼루션, 성능보다는 게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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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오브 헤븐>도 <교섭인 마시타 마사요시>(이하 <교섭인>)를 꺾지 못했다. 일본의 영화 전문 사이트 에이가닷컴에 따르면 지난 주말에도 <교섭인>은 일본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지배력이 공고한 일본에서 <킹덤 오브 헤븐>의 개봉 첫주 2위 데뷔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겠지만 그만큼 <교섭인>의 흥행이 거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일본내 흥행 성적은 <글래디에이터>부터 감소하는 추세다. 2000년 <글래디에이터>는 15억6천만엔의 흥행수입을 올렸고 다음해인 <한니발>은 46억엔이라는 대박급 수익을 냈지만, 2002년의 <블랙 호크 다운>은 13억엔, 2003년의 <매치스틱 맨>은 5억엔 이하의 성적으로 마쳤다. 현재 <킹덤 오브 헤븐>의 주말 이틀 수익은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았지만, <글래디
<교섭인 마시타 마사요시> 2주연속 日 흥행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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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사람들끼리 싸우면서 만드는 거죠’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이하 '아즈미')>의 프로듀서 야마모토 마타이치로는 당당하게 말한다. 단지 <아즈미>가 검술 액션 활극이어서만은 아니다. 많게는 수백 명에 이르는 배우와 스탭들이 한꺼번에 얽히는 영화 현장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가 맞서는 전쟁터이기도 한 것이다.
DVD에 수록된 인터뷰 모음 <아즈미 배틀 챕터>는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과 야마모토 프로듀서의 ‘격돌’을 중심으로 영화 자체만큼이나 수많은 충돌과 시행착오가 오갔던 제작 과정을 경쾌하게 재구성한다. ‘현장이 왜 이 모양이야!’라고 일갈한 한참 연상의 프로듀서에게 ‘뭐가 어째, 이 자식이!’라고 대드는 감독, 주연 우에토 아야를 위해 액션감독이 일부러 가벼운 칼을 준비해줬더니 ‘가벼운 것을 무겁게 보이게 하는 게 힘들었습니다’라며 정색을 하고 ‘연기에 대한 고민’을 말하는 우에토의 대비, 본편을 3시간으로 편집하던 감독에게 프로듀서가 ‘좀
<아즈미> "네~ 아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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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만화] <남극일기> 남극은 내 전공이 아닌데…
[정훈이만화] <남극일기> 남극은 내 전공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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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회 칸영화제를 둘러싼 ‘외곽’ 분위기는 이상할 정도로 평온하다. 축제를 알리는 영화제 포스터와 함께 거의 매번 크루아제트 거리에 등장했던 5월의 정치적 구호가 올해는 보이지 않는다. 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파업을 외치는 격렬함도 찾아보기 힘들다. 행사저지와 보이콧의 대상으로 정치적 몸살을 앓았던 칸은 적어도 올해만큼은 무난한 시작을 보였다. 오히려 영화제쪽이 나선 정치적 구명운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영화제 주상영 건물인 팔레 드 페스티벌 한쪽 벽면에 붙어 있는 세 명의 사진. 지난 1월5일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된 프랑스 유력 일간지 <리베라시옹> 기자 플로랑스 오브나의 구명을 위해 영화제가 배려한 것이다. 그녀의 통역자인 후세인 하눈과 다른 곳에서 납치된 스페인 기자 잉그리드 베탕쿠르의 모습도 같이 걸려 있다.
개막작 <레밍>의 감독 도미니크 몰은 플로랑스 오브나와 후세인 하눈의 사진을 가슴에 붙이고 레드 카펫을 밟아 구명 운동 분위기 조성에 일
[현지보고] 제58회 칸영화제 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