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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불빛 아래 앙상하게 윤곽을 드러낸 도심의 밤, 범죄와 음모가 스멀거리는 문명의 그늘, 자신 외에는 믿을 것 없는 현실의 생존법칙 앞에 선 삐딱한 사내들.
험프리 보가트의 찌푸린 양미간과 잭 니콜슨의 음울한 표정의 시대는 갔어도 도심의 뒷골목, 누아르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리고 만물의 법칙이 그러하듯, 누아르 세계에도 세대교체가 있다.
보가트의 후예들, 할리우드를 점령하다
한적한 L.A 교외의 폐모텔, 헤드라이트로 어둠을 가르며 한대의 차가 들어온다. 차에서 내린 사내는 먼저 도착해 있던 사내에게 말을 건네고, 서로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두 사람은 누군가가 파놓은 함정에 걸려들었음을 깨닫는다. 연관이 없어 뵈는 일련의 살인사건이 거액의 마약을 노린 상사의 음모 때문임을 알게 된 두 형사 버드 화이트와 에드 엑슬리. 자리를 미처 피하기 전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는 불빛이 다가오고, 총을 집어든 두 사람은 폐건물의 벽 뒤에 몸을 숨긴 채 목숨을 건 일전을 벌인다.
할리우드 누아르의 새 별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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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영화진흥정책이 엉뚱한 구설에 올랐다. 이 진흥정책은 영진위에서 상당한 공을 들여 만들었고, 내용도 비교적 내실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지만 총선용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
총선을 불과 보름 남짓 앞둔 지난 3월30일 문화부가 진흥정책을 발표하면서 영진위 명의와 나란히 문화부 이름을 걸고, 문화부에서 따로 보도자료까지 내 ‘치적’을 강조하는 것이 어색했다. 아무리 영진위가 문화부의 우산 아래 있지만 자율성을 인정한다면 모두 영진위에 맡기는 게 보기에도 좋을 듯했다.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최근에는 서영훈 민주당 대표 등 당지도부가 서울영상벤처센터를 방문해 이미 발표한 영화진흥정책을 재탕해 공약이라고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정황만으로 총선용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동안 영진위가 공전을 거듭하다 새로 위원을 위촉해서 재출범한 과정과 위원들의 열정적인 활동을 감안하면 그들의 순수한 동기를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문화부가 굳이 이름을
[충무로는 통화중] 영화진흥정책, 혹시 총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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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5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알베르토 바르베라와 김기덕 감독이 다시 만났다. 알베르토 바르베라는 자신이 집행위원장으로 일하던 2000년 베니스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의 <섬>을 발굴한 인물이다. 대학에서 영화역사를 전공한 영화평론가 출신인 바르베라는 1989년부터 98년까지 토리노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일했으며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간은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지금은 유럽에서 제일 큰 규모인 토리노 영화박물관장으러 재직 중이다. 올해 토리노 영화박물관은 한국영화제(4월15일부터 7일 동안)와 김기덕 감독 특별전을 개최했다. 이 행사를 계기로 바르베라를 만나 유럽에서 김기덕 영화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김기덕 감독의 <섬>을 어떻게 발굴하게 되었는가.
=우연히! 2000년 베니스영화제를 며칠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1500여편의 영화를 받았다. 이 영화들을 두달 반 동안 봐야 했다. 나는 5명의 심사위원과 함께
전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 알베르토 바르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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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지진희 >>
<사과>의 개봉을 앞둔 문소리와 <대장금>의 지진희가 만났다. 조용한 멜로가 연상된다고? 두 사람이 캐스팅된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과거를 숨긴 채 품위있게 살아가려는 여교수 은숙과 그의 매력에 사로잡힌 다섯 남자의 노골적인 연애담을 그린 섹스코미디. 은밀한 매력을 지닌 여교수 은숙은 문소리가 연기하고, 지진희는 은숙의 중학교 동창인 인기 만화가 석규로 분한다. 2003년 영진위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6월 초에 크랭크인 예정.
조지 클루니 >>
할리우드 섹시남의 인디영화 사랑은 계속된다. 조지 클루니가 차기작으로 인디 법정스릴러 <마이클 클레이튼>을 선택했다. 이 작품에서 조지 클루니는 15년 동안 고위인사들의 사생활 뒤처리를 담당해 ‘문지기’라는 별명을 가진 뉴욕 변호사를 연기한다. <본 슈프리머시>의 작가 토니 길로이의
[캐스팅 소식] 문소리와 지진희가 만났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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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DVD 규격 통일을 놓고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소니와 도시바가 서로의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교섭이 결렬되었다는 사실이 일본 언론에 보도됐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도시바 측이 자신들이 추진하는 HD DVD 방식의 디스크 구조(0.6mm의 기록층)를 전제조건으로 하지 않으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못 박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방침은 지난 주말에 블루레이 디스크 방식(0.1mm 기록층)을 고집하는 소니와 마쓰시타에 전해졌고, 그로 인해 교섭은 결렬되었다며 도시바 측 간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차세대 DVD 매체의 폭 넓은 보급을 위해 규격을 통일하자던 양측은 얼마 전부터 균열 조짐을 보여 왔다. 도시바는 교섭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HD DVD의 대용량화 기술을 발표했으며, 이에 질세라 소니는 자사의 주력 게임기가 될 플레이스테이션 3에 블루레이 디스크를 채용하면서 상대에게 한 치도 양보할 뜻이 없음을 내비쳐왔다.
차세대 DVD 통일 논의, 결국 결렬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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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사진을 대신해 덤보의 사진을 싣는 것을 하늘나라의 고인에게 사죄드리며). <아기코끼리 덤보>의 창조자인 디즈니 아티스트 조 그랜트가 지난 금요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향년 96세. 그는 지난 1933년에 단편 애니메이션 <미키의 갈라 프리미어>에 참가하며 디즈니와 기나긴 인연을 맺었다. 잘 알려진 조 그랜트의 작업물로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피노키오>와 <판타지아> 같은 디즈니 클래식들이 있으며, 아내와 함께 <레이디 앤 트램프>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노년까지 지치지 않고 창조력을 발휘한 그는 <알라딘>, <라이언 킹> 같은 작품에서도 후배들과 작업을 이어나갔다. 디즈니 역사의 산 증인이었던 조 그랜트의 죽음 앞에서, 디즈니는 “오랜 동안 재능 있는 젊은이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안겨준 그의 존재는, 우리에게 커다란 행운이었다”고 애도사를 바쳤다. 심장마비가 다가온 순간에도
<아기코끼리 덤보>의 창조자인 조 그랜트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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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이는 뛴다. 하지만 누구도 그가 정말 좋아서 뛰는지는 모른다. 평생 그의 곁에 있어온 엄마조차 이제는 초원이의 진짜 속마음을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린다. <말아톤>은 스무 살의 몸에 다섯 살의 머리를 가진 자폐아 초원이의 진짜 속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을 느리지만 진실하게 담아낸 영화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말아톤>의 진짜 미덕은 이 영화가 한 장애인의 아주 특별하고 희귀한 인간승리가 아니라 사회에서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수많은 장애인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을 담은 소박한 영화라는 사실이다.
<말아톤>이 극장에서 전국 500만이 넘는 사람들과 감동적으로 소통한 것에 이어, DVD는 그 소통의 장을 더욱 넓히고자 노력한 흔적이 가득하다. <말아톤> DVD는 영화 본편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트랙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을 국내 최초로 수록하여 정작 자신들의 이야기를 극장에서 보거나 듣지 못한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말아톤> 500만 관객에 걸맞는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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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퀸 니브 캠벨은 간질병 환자들의 천사. <스크림>의 니브 캠벨이 간질병 환자들의 권리를 위한 모임 ‘권리장전’(Bill of Rights)을 적극 후원하고 나섰다. 니브 캠벨이 이처럼 두팔을 걷고 나선 이유는 간질병을 앓고 있는 친척으로 인해 “간질병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를 잘 알기 때문”이라고. 그는 “간질병 환자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고, 많은 선택권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며 ‘권리장전’에 대한 지속적인 후원 의지를 밝혔다.
니브 캠벨, 간질병 환자위해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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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데이먼, 다치지 않았으먼 다행이구먼. 노르웨이에서 신작 <만물박사>(Factotum)를 촬영 중인 맷 데이먼이 헬리콥터 사고를 가까스로 모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스웨덴 TV쇼에 참석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가던 중이었는데, 갑작스런 기류로 말미암아 헬리콥터의 고도가 순식간에 떨어지고 안전한 착륙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이르렀었다고. 맷 데이먼은 “파일럿이 헬리콥터를 착륙시키는 데 성공해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히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알고보면 CIA 요원 제이슨 본의 활약이 아니었을까.
맷 데이먼, 헬리콥터 사고 가까스로 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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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장 드레스 심혜진이 대학로에 떴다. TV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심혜진이 연극 <6월의 아트>에 출연할 예정이다. <6월의 아트>는 2003년 국내 초연 이후 인기리에 장기공연되어온 야스미나 레자의 연극 <아트>를 여성 중심으로 재구성한 작품. 심혜진은 냉정하고 이지적인 지방 공대교수 관주 역을 맡아, 고상한 여자들의 지지고 볶는 입담을 부담없이 발휘할 예정이다. <6월의 아트>는 6월2일 첫 공연에 들어간다. 프란체스카 여사. 도끼는 집에 두고 오시기를.
심혜진, 연극 <6월의 아트>에 출연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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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단장한 단성사 지하 2층 영화홍보 전시관에선 총 6개 영화자료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광복 60주년 민족영화, 한국영화 해외영화제 수상작품, 전쟁영화, 하이틴 청소년물, 50년대 시대극 등 다섯개의 포스터 전시회와 한국영화 자료 특별전이 그것이다. 전시물 전부는 영화연구가 정종화(63)씨의 자료들. 1953년 7월27일 부산 광명극장에서 <역마차> 포스터를 몰래 뜯으면서 영화 자료 수집을 시작했다는 그는, 지금도 새벽 6시30분쯤 유력 일간지의 부장급 간부로부터 전화를 받곤 한다. 모두 60, 70년대 한국영화의 정확한 개봉일이나 특정 배우의 출연작 수를 묻기 위한 문의 전화들. 제목만 말하면 개봉일과 개봉관, 출연배우의 출연작 수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통계수치들이 그의 입에서 쏟아져나오니, 웬만한 검색 프로그램이 무색할 지경이다.
-한국 최초의 영화를 상영했던 단성사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겠다.
=단성사는 내가 1957년 4월27일
단성사에서 ‘한국영화 자료 특별전’ 연 영화연구가 정종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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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활>에서 한겨울에 한여름 옷을 입고 17살 먹은 소녀 노릇을 하다온 배우 한여름. 소녀는 한 노인의 배에 갇혀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사랑을 강요당한 것일까 아니면 상징적인 제의과정을 거쳐 여인으로 성장하는 것일까. <활>이 던지는, 피할 수 없는 화살 같은 질문. 그럼 이건 어떨까. 참한 소녀와 되바라진 소녀가 동거하는, 알 수 없는 여자 한여름에게 그 질문을 되돌려주는 것. “너무 어려보인다고요? 누군가 그러던데요. 내 눈동자는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다고.”
되바라진 소녀.
일산 집에서 올해 서울에 두번 올라왔나. 집에만 있어도 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혼자 있기를 좋아해요. 에쿠니 가오리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도 읽고, 파주나 일산 극장에서 <아무도 모른다>나 <피와 뼈> 같은 좋은 영화도 보고. 대학은 반 학기 다니다 말았어요. 학교랑 저랑은 스타일이 안 맞아요. 술은 고3 때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에 한번 크
너무 많은 걸 아는 소녀, <활>의 배우 한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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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로운 드레스가 아닌 무시무시한 문신으로 몸을 감싼 은막의 스타를 떠올려보라. 화려한 보석보다는 흑표범을 액세서리 삼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라고 말하는 아리따운 여배우는 어떤가. 작품마다 함께 출연하는 남자들과 염문설을 뿌리면서도 입양한 네살배기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당당한 이 여자. 언제나 예측불허로 자신의 욕망을 따르지만,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서 망설임 없이 돌진하는 안젤리나 졸리. 이 우아한 비행의 주인공은 추락을 모르는 눈부신 날개를 지녔고, 땅에 발붙인 우리는 스크린 안과 밖을 누비는 그 행보에 어김없이 매혹당하곤 했다.
물론 평범한 우리는, 그 단호한 아름다움에 두려움과 비난, 오해로 응수하기도 한다. “안젤리나의 입은 남편들을 빨아들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남자킬러(man-eater) 안젤리나, 부주의한 남편들과 단기 작업에 들어가다”. 신작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 함께 출연한 브래드 피트와의 염문설로 연일 타
결코 사로잡을 수 없는 야성의 관능, 안젤리나 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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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우는 기본이 삼세번이다. 대학도 삼수해서 들어갔고, 탤런트 시험도 세 번째 붙었다. 운이 잘 따라주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지난 몇년은 좀 심했다. 1년 가까이 참여한 <무사>에서 그가 맡은 역관의 캐릭터는 시간문제로 상당 부분이 편집됐고, 그뒤 2년 반 동안 찍고 기다리기를 반복한 영화 <스턴트맨>은 85% 촬영이 진행된 상태에서 제작이 중단됐다. 실은 아직도 공식적으로 ‘중단됐다. 미안하다’는 통보가 없는 채다. 그는 “<다이 하드>풍의 코믹 액션”이라는 이 작품에 쏟아부은 시간과 열정에 속이 많이 상해 있다. “마냥 기다렸죠. 연기 아니면 할 게 없다고, 최면을 걸었어요. 그래도 감사한 건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일이 끊기진 않았다는 거예요. 남보다 고생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무미건조한 삶이 지겨워서, 영화로 꿈을 꾸기 시작한 거고, 탤런트 시험 붙을 때까지 친 거고, 중요한 역할 맡을 때까지 기다린 거고, 인정받을 때까지 노력하다보니 여기
배우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혈의 누>의 박용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