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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카: 외계에서 온 소녀> Maika: The Girl From Another Galaxy
함 트란 | 베트남 | 2022년 | 105분 | 저 세상 패밀리
7.9 SO6 13:30 / 7.12 SO5 13:30
어린이와 외계인의 우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E.T.'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에는 관심 없는 지구 소년 흥과 외계 소녀 마이카는 손장난과 방귀 놀이에 몰입하며 단숨에 친구가 된다. 외계 소녀의 지구 적응기는 모험 없이 흘러가지만 능력을 적재적소에 쓴 아기자기한 에피소드가 재미를 준다. 보라색 거대 캡슐을 타고 날아다니거나 등에 달린 긴 촉수를 활용한 액션 장면에서 대단한 파괴력을 느낄 순 없으나 동화적인 영화의 톤과 잘 맞아떨어진다. 과학적 야망을 품은 기업가에게 납치된 마이카를 친구들이 구하러 가는 종반부의 소동극은 허술하지만 의기투합의 박진감이 살아 있다. 희생까지 감내하며 촘촘히 우정을 쌓아왔던 소년, 소녀의 예정된 이별이 뭉
BIFAN #3호 [프리뷰] 함 트란 감독, '마이카: 외계에서 온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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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불바다> The Midnight Maiden War
니노미야 겐 | 일본 | 2022년 | 113분 | 메탈 누아르
7.9 SO8 11:00 / 7.14 CH 10:30
무엇을 위해 생을 투신할 것인가. 영화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될 뿐인 허무한 삶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야 할 이유에 대해 질문한다. 지방에서 도쿄로 유학 온 주인공은 생계를 유지하며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일상에 환멸을 느낀다. 그저 평범하게 연애하고 결혼하고 싶다는 그의 작은 바람은 가혹한 현실 앞에서 허상이 될 뿐이다. 어둠 속으로 조금씩 침잠하던 주인공은 이윽고 모든 것을 파괴하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인다. 그런 주인공 앞에 두 사람이 등장한다. 주인공의 속내를 처음으로 알아차려준 선배와 모종의 이유로 사건 일으키기를 즐기는 수수께끼의 남성 ‘검은 옷’.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주인공을 파멸의 세계로 인도한다. 부패한 사회 시스템을 모조리 파괴해야 한다는 검은 옷과 병들고 가난한 세상을 벗어날 길
BIFAN #3호 [프리뷰] 니노미야 겐 감독, '도쿄불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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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장르에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는 거리 문화와 갱스터 랩의 영향으로 갱스터 누아르 영화에 대한 힙합 커뮤니티의 컬트적인 시선과 애정은 남다르다. 이런 장르영화를 단순히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폭력성과 누아르 특유의 매캐한 분위기 때문에 열광하는 이도 많겠지만 힙합 팬들에게는 조금 더 각별한 이유가 존재한다. 많은 힙합 음악에서 고전 갱스터영화들의 무수한 레퍼런스와 오마주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성전처럼 여겨지는 영화가 있다. 바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1983년작 <스카페이스>다.
80년대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미국으로 망명한 쿠바 난민 토니 몬타나(알 파치노)가 범죄와 함께 정착, 생존해나가며 도시의 마약왕으로 거듭나지만 결국엔 파멸하고 마는, 한 범죄자의 흥망성쇠를 전형적이면서 직관적으로 그려내는 스토리다. 우리가 줄거리보다 눈여겨볼 건 주인공 토니 몬타나가 처한 신분과 야망, 그리고 원하는 것을 쟁취해내는 태도다. 영화에서
[딥플로우의 딥포커스] 세상은 너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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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을 박형규 선생은 이렇게 번역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나는 이 말이 품고 있는 생각이 소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망하고 끝장나고 불행해지는 결말은 다양하게 만들어내기 쉽다. 그러나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행복한 결말로 가는 길은 결코 많지 않고 궁리해내기 어렵다. 동화 중에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이야기들이 많다보니 소설을 직접 써보지 않으면 행복한 결말이 그저 유치하고 간단한 것이라고 착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설득력 있고 그럴듯하게 행복한 결말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행한 결말보다 어렵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알았다.
그 이유는 삶의 행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러 사람의 삶이 모여 이루어지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정말 행복한 곳이 되려면 대단히 많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커다란 전쟁도 있으면 안되고, 큰 재난도 있으면 안되고, 악
[곽재식의 오늘은 SF] 섬세한 '오메가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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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 라이트이어>가 돌아보는 시네마의 시간에 대하여.
1995년, 앤디는 버즈 라이트이어라는 장난감을 생일 선물로 받았다. 뿅뽀롱뿅뿅~ 번쩍번쩍하는 제법 근사한 장난감이었다. 구닥다리 카우보이 봉제인형인 우디와는 비교도 안된다. 물론 이 둘은 <You’ve Got a Friend in Me>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멋진 듀오가 된다. <토이 스토리>는 1995년, 100주년 생일을 맞은 시네마에 뜻밖의 선물처럼 등장했다. 아니, 선물이라기보다는 두 번째 세기를 맞이하는 시네마에 주어진 새로운 육신과도 같았다. 시네마는 셀룰로이드 필름이라는 봉제인형의 몸에서 디지털이라는 플라이스틱 보디로 갈아타야 할 시간이었다. <토이 스토리>는 영화 탄생 100주년에 맞춰 등장한 첫 번째 장편 디지털 영화였다. 당시 관객에게 ‘과연 우디와 버즈 라이트이어처럼 시네마도 과거의 필름과 미래의 디지털이 훌륭한 팀워크를 이룰 수 있는가?’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나호원 애니메이션 연구가의 '버즈 라이트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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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폭탄에 반대하지 않지만 군대는 반대한다.”
- 장뤽 고다르
매버릭은 어떻게 살아난 걸까? <탑건: 매버릭>의 도입부. 신형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매버릭은 아직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전투기를 몰고 목표속도인 마하 10을 돌파하는 초음속 비행을 성공시킨다. 그러나 동료가 염려한 대로 목표지점에 도달한 뒤에도 그는 가속을 멈추지 않는다. 과열된 기체는 끝내 사고를 일으킨다. 순식간에 통신이 끊어져 비행을 지켜보던 관제소의 스크린이 꺼지고, 초음속으로 질주하다 추락하는 전투기의 포물선이 카메라에 붙잡힌다. 매버릭을 연기한 배우가 톰 크루즈가 아니었다면 즉각적으로 조종사의 죽음을 예감할 만한 장면이다. 가늠할 수 없는 속도로 비행하면서도 극도의 긴박감을 제공하는 대신 창밖을 바라보는 매버릭의 표정과 덧입혀진 서정적 음악이 화면을 불안하게 감싼다. 물론 매버릭은 살아남는다. 하지만 영화는 그가 조종석에서 탈출하는 구체적인 과정을 숨긴다. 전투기에
김병규 평론가의 '탑건: 매버릭' 이미지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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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인연이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영화와 나의 관계가 바뀐다. 많은 사람이 환호하는 걸작이 정작 나에게 시큰둥하게 다가온다고 이상할 건 없다. 아직 그 영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반대로 소리 소문 없이 지나간 영화가 나만의 걸작이 되는 일도 그리 드물지 않다. 그렇게 자신만의 보석함을 늘려가는 즐거움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행복일 것이다.
한편 어떤 영화는 시간과 함께 익어가는 운명을 타고난다. 시간의 풍화를 받지 않는 걸작을 다시 보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만, 시대를 앞서간 영화가 당대에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다가 뒤늦게 발굴되는 것 역시 드문 일이 아니다. 그렇게 몇몇 영화는 시대마다 새롭게 태어난다. 정확히는 당신을 만나 새롭게 태어난다. 물론 모든 영화가 이런 행운을 거머쥐는 건 아니다. 그만큼의 깊이와 존재감, 그리고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을 품고 있어야 가능하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는 그런
'큐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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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들
비밀이 많아 보이는 여자, 그런 여자를 관찰하고 수사하는 남자. 마침내 사랑에 빠지는 두 사람. 수사물의 미스터리에 로맨스를 교묘하게 얽어낸 <헤어질 결심>의 이야기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현기증>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이뿐만 아니다. 고소공포증, 불면증, 관음증의 모티브, 크게 2부로 나뉘어 여인의 비밀을 파고드는 플롯, 파도치는 바닷가를 뒤로한 기암괴석에서의 대화, 청록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주인공의 자태, 제임스 스튜어트의 멀끔함과 비슷한 해준(박해일)의 품위까지 영화 곳곳엔 <현기증>의 인장이 넘쳐난다. <현기증> 말고도 히치콕의 냄새는 <헤어질 결심> 곳곳에서 풍긴다. 해준이 서래(탕웨이)의 집 안을 몰래 들여다보는 <이창>의 구도, 수사 대상인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형사 그리고 남편의 죽음이라는 <사보타주>의 서사. 또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속 러시모
'헤어질 결심'의 레퍼런스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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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 Gentle
라즐로 추야, 안나 네메스 | 헝가리 2022년 | 92분 | 메탈 누아르
7.8 SO5 13:30 / 7.14 SO6 19:30
여성 보디빌더 에디나와 그의 코치 애덤은 대회에서 막 우승을 거뒀다. 한 보디빌더가 다가와 조언을 구하자 애덤은 보디빌딩이 균형에 관한 스포츠라고 강조한다. 카메라는 균형 잡힌 포즈를 선보이는 에디나의 자부심 넘치는 표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74%의 체지방 감소와 심각한 탈수를 주사와 약으로 견디는 그녀의 몸은 이미 균형을 잃은 상태다. 더이상 약을 감당할 돈도 떨어지고 급기야 에디나가 자신의 근육에 성적 패티시를 느끼는 남자들을 상대하는 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신체와 영혼의 균형까지 뒤틀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균형과 불균형의 상태를 쉬이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체육관에서 쇳덩이를 견디는 일상의 무게와 대조되는 그녀의 외도와 쉼은 감각적이고 초현실적으로 표현된다. 생활의 균형이 무
BIFAN #2호 [프리뷰] 라즐로 추야, 안나 네메스 감독, '젠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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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가 한국에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지 않을까.” 조영욱 음악감독의 말에 쉬이 반대하기는 힘들다.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아가씨>와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그리고 <헤어질 결심>까지, 절친한 친구이자 동업자로 20년 넘게 호흡을 맞추고 있는 둘의 영화 세계는 이제 떼놓을 수 없는 짝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박찬욱 감독의 가장 직설적인 멜로 <헤어질 결심>에서 음악이 차지한 영향력을 몸소 느낀 관객이라면 더욱더 그의 말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다. 해준(박해일)과 서래(탕웨이)의 감정을 고스란히 살려내기 위해서 로맨스영화의 감정적인 음악을 최소화한 조영욱 음악감독의 역설적인 선택은 어딘가 뒤틀려 있기에 더없이 아름다운 그들의 아이러니한 사랑을 완결했다.
- <올드보이>나 <
'헤어질 결심' 조영욱 음악감독 "멜로드라마의 고전적 음악 공식은 일부러 따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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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비> The Sadness
롭 자바즈 | 대만 | 2021년 | 99분 | 아드레날린 라이드
7.8 MM 20:30 / 7.9 CH 24:00
‘가장 폭력적이고 타락한 좀비호러영화 중 하나’라는 해외 평을 받으며 부천 마니아들 사이에서 일찌감치 화제가 된 작품이다. <곡비>는 감기처럼 가벼운 증상을 유발하는 ‘앨빈 바이러스’가 일상화된 근미래의 대만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어느 날 바이러스 변이로 사람들이 극도의 폭력성을 가진 좀비로 변하고, 가까스로 생존한 젊은 남녀 커플은 살아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좀비영화 <곡비>는 좀비 떼의 스펙터클이나 B급 유머에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잔혹한 살인 방식에만 골몰하며 느릿하고 건조하게 99분을 채운다. 한적한 거리보다는 사람이 밀집한 식당, 지하철, 병원 내부를 주 무대로 선택해 일대일의 살육을 집요하게 이어나간다. 상황 종료 뒤에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지 않고, 훼손된 시체가 널브
BIFAN #2호 [프리뷰] 롭 자바즈 감독, '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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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편집감독은 박찬욱 감독이 대학에 다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로, 그의 부친인 고 김희수 편집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을 편집하기도 했다. 그리고 <공동경비구역 JSA> 때부터 해외에서 작업한 <스토커> <리틀 드러머 걸>을 제외한 박찬욱 감독의 모든 작품을 편집했다. 본격적인 편집 작업에 들어가기 전부터 시나리오를 보면서 작품의 의도, 구체적인 구성을 논의한다는 박 감독과 김 편집감독은 이번 <헤어질 결심>을 “이견 없이 편집점에 관해 소통”하며 만들었다.
- 많은 멜로영화를 편집했다. 예전에 작업한 멜로영화와 <헤어질 결심>이 어떤 점에서 다르다고 생각했나.
= 박찬욱 감독이 “이번엔 사랑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처음부터 선언하더라. 그런데 박 감독이 만드는 멜로는 사람들이 통속적으로 알고 접한 멜로와 달리 굉장히 원초적인 부분을 건드린다. 현대인이 따르는 규범이나 미의 기준
'헤어질 결심' 김상범 편집감독 "모든 결정은 멜로적인 부분을 부각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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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희 미술감독이 생각하는 프로덕션 디자인은 “무드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가 정의하는 무드란 “물리적인 공간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그곳의 공기나 정서까지도 표현하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극장까지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는 경험”이다. 극장 밖을 나와서도 감정과 이미지들이 내내 생동하며 영화가 계속된다고 느끼게 해준다는 평이 좋았다는 류성희 미술감독은 <헤어질 결심>에 펼쳐놓은 미술을 통해 그가 믿는 ‘클래식’의 가치를 또 한번 구현해냈다.
- 캐릭터의 사연과 감정을 염두에 둔 채 작업에 녹여내는 것으로 안다. 시나리오를 읽고 서래(탕웨이)나 해준(박해일)의 감정에서 떠오른 키워드가 있나.
= 시나리오를 읽을 때 보물 지도를 보듯 뿌려진 키워드들을 수집한다. 처음 읽었을 때 목소리라는 키워드가 생각났다. 물론 대면해 취조하는 장면도 있지만 두 사람이 언어적으로 대화하기보다 서로 음성을 녹음해 듣는 것이 굉장히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헤어질 결심' 류성희 미술감독 "고유의 파장을 지닌 소리와 감정에 형태를 부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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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국제영화제 감독상(Prix de la Mise en Scène)은 프레임을 구성하는 미장센의 결과물로 주어지는 상이다. 김지용 촬영감독은 “카메라와 조명뿐 아니라 훌륭한 요소들이 전체적으로 잘 조율된 점”이 평가의 결과라고 말했다. <헤어질 결심>은 그에게도 “마음에 드는 숏 하나가 아니라 좋은 이미지가 잘 연결되어 아름다운 신을 가진 영화”다. 김지용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다음 프로젝트인 <HBO> 드라마 <동조자>에서도 함께한다. <동조자>의 첫 헌팅을 앞두고 있는 그에게 <헤어질 결심>의 촬영과 미장센에 대해 들었다.
- 촬영 컨셉을 잡아가는 과정은 어땠나.
= 고전영화를 많이 봤다. 감독님이 안개 낀 바닷가 장면이 있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붉은 사막>이나 루키노 비스콘티의 영화를 권해줬다. 클래식 필름의 예스런 질감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고, 처음부터 감독님은 애너모픽렌즈를 썼으면 하셨다. <리
'헤어질 결심' 김지용 촬영감독 "시점숏을 통해 훔쳐본다는, 은밀한 느낌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