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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흉추>는 폐기물 스티커가 붙은 매트릭스에 핀 곰팡이의 서울 유랑기다. 원룸과 모텔 그리고 병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가난한 젊은 연인들과 죽어가는 환자, 지친 노동자들의 척추뼈를 빼앗는 곰팡이는 최종적으로 인간의 형상을 갖길 원한다. 실험적인 비주얼과 속도감 있는 편집, 퓨처리즘의 사운드로 완성된 곰팡이의 탄생과 죽음, 부활까지의 과정이 처연함마저 풍긴다. 첫 장편 <다섯 번째 흉추>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은 박세영 감독은 인터뷰에서 많은 대답을 미숙과 부족이라는 말로 시작했다. 그러나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말은 바로 이어진 노력과 보완에 관한 말이었다.
-일상적인 소재에 호러의 상상력을 더했다. 아이디어를 어디서 처음 얻었나.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이하 한예종) 때문에 서울에 온 뒤 계속 자취를 했다. 그때 살았던 원룸 중 하나가 환풍이 잘 안 돼서 비가 올 때마다 엄청나게 습했다. 그러니 벽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한 거다. 처음에는
BIFAN #5호 [인터뷰] 박세영 감독 “곰팡이의 질긴 생명력에 애잔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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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문근영은 바치 창작집단의 유튜브 채널을 열고 세 편의 영상을 작업했다. 7월경 촬영한 <심연>은 벗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진 인간의 내면을 시각화한 단편으로, 100% 수중촬영 장면으로 이루어졌다. 연출을 맡은 문근영이 직접 유일한 등장인물인 ‘여자’를 대사 없이 연기한다. <현재진행형>은 무대를 떠나려 하지만 결국 돌아올 수밖에 없는 배우의 운명을 핀 조명과 무대 세트만을 이용해 감각적으로 표현했고, 무용수 이다겸과 협업한 <꿈에 와줘>는 떠나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움직임에 실어 담는다. 2017년 급성구획증후군 판정을 받고 긴 휴식기를 가졌던 문근영은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한 뒤에도 몇 편의 예능 프로그램과 2019년 드라마 <유령을 잡아라>를 제외하면 대중과 거의 만난 적이 없다. 가장 최근 활동은 지난해 KBS 단막극 <드라마 스페셜 2021 - 기억의 해각>에 출연한 것이다. 하지만 바치 창작집단의 세 연작물 ‘나
BIFAN #5호 [인터뷰] 문근영 감독 “연기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내 안의 예술적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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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아(금새록)는 ‘행복한 미래’를 위해 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맡은 업무는 야근해서라도 끝마치고, 동료와 상사에게는 늘 웃는 얼굴로 대해 신뢰가 두텁다. 그런 지아에게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흉선암 선고를 받은 데다 친한 친구의 불행한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그 후 예전처럼 지낼 수 없었던 지아는 결국 전 재산을 털어 구입한 오픈카 ‘카브리올레’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영화는 지아가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겪게 되는 사건·사고로부터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유예하는 지금 우리의 삶을 돌이켜 보게 한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각본가이자 원작 웹툰 작가로 잘 알려진 조광진 감독이 연출·제작한 첫 장편영화 <카브리올레>의 뒷이야기를 청해봤다.
- 처음으로 연출한 장편영화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됐는데, 소감을 전한다면.
= 함께 해준 분들께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 적은 예산에 열악한 상황이다 보니 촬영 내내
BIFAN #4호 [인터뷰] 조광진 감독 “웹툰, 드라마, 영화… 난 이야기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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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이후 30년 동안 제작한 작품 수가 100편이 넘는다. 자기 영화만으로도 작은 영화제 하나는 거뜬히 채울 수 있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지금도 TV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현장에서 보내는 미이케 다카시의 흥미로운 점은 그의 작품들이 미이케 다카시라는 이름 외에는 어떤 장르나 취향으로도 쉬이 묶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1991년 <신주쿠 흑사회>로 데뷔해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스릴러 영화 <오디션> <비지터Q>를 만들기도 하고 <스키야키 웨스턴 장고>와 같은 변종 서부극부터 <이조> <13인의 자객> 같은 사무라이극, <크라우드 제로> <이겨라 승리호> <역전재판>과 같은 만화의 실사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미이케 다카시는 칸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가 사랑하는 감독이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가 사랑하는 감독 중 하나다.
BIFAN #4호 [인터뷰] 미이케 다카시 감독 “진정한 공포는 감각이 무뎌지고 세계가 좁아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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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 기자회견이 열리던 날, 엠바고가 걸린 보도자료를 받아든 기자들은 현장에서 BL 특별전과 <시맨틱 에러> 극장판 최초 공개 소식이 올해 영화제 최고의 화젯거리가 되지 않겠냐는 대화를 나눴다. <시맨틱 에러>는 올해 2월 왓챠에서 공개돼 화제를 모은 8부작 시리즈다. OTT 콘텐츠 화제성 1위(바이브컴퍼니 썸트렌드 기준), 포토 에세이 및 대본집 베스트셀러 1위 등 수치적으로도 BL 드라마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7월19일 열리는 제1회 청룡시리즈어워즈는 <시맨틱 에러>의 두 주연배우를 나란히 드라마 부문 신인 남우상 후보로 호명했다. 극장영화와 OTT 시리즈의 경계가 점차 무너지고 BL 장르 시장의 성장성이 대두되는 시기, 영화제가 화제작 <시맨틱 에러>를 선택한 것은 현재 콘텐츠 산업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시맨틱 에러>를 통해 올해 가장 뜨겁게
BIFAN #3호 [인터뷰] 배우 재찬 “강해 보이기보다 그냥 나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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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코로나19 증상이 발열과 기침이 아니라 살인 욕구라면 어떨까. 좀비 영화 <곡비>는 감염병으로 사람들이 극도의 폭력성을 띠게 된 대만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에서 난리 통에 헤어진 남녀커플이 다시 만난다는 이야기는 최소한의 뼈대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전에 없던 잔인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살인 장면을 구성해 보여주는 것이다. 좀비 떼의 스펙터클도, B급 유머도 없이 건조하게 살육을 이어 나가는 영화가 누군가에게는 1분도 못 견딜 영화겠지만 고어영화 팬들에겐 한여름의 반가운 선물이 되겠다.
첫 장편 영화 <곡비>를 들고 부천을 찾은 롭 자바즈 감독을 화상으로 만났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인터뷰가 진행된 탓에 감독은 방들을 오가며 짐 정리와 인터뷰를 동시에 해내야만 했다. 분주한 와중에도 그는 첫 연출작에 대한 애정과 확신을 또박또박 전했다.
- 코로나19를 반영한 영화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구상했나.
= 우선 내 아이디어는 아니다. 코로나19
BIFAN #3호 [인터뷰] '곡비' 롭 자바즈 감독 “극한까지 밀어붙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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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에 따르면, <외계+인>은 그가 지금 30살이었다면 만들고 싶어 했을 영화다. 10대 시절 열광했던 외계인 영화는 그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한국 고전 설화가 더해지면 어떨까. <외계+인>이 할리우드의 SF영화와 차별화된, 누구도 도전한 적 없는 프로젝트가 되는 지점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이질적인 요소일지라도 어떤 원자를 어떻게 충돌시키느냐에 따라 화학 결합의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최동훈 감독은 2022년과 1390년, 외계인과 우주선 그리고 고려 무사들을 충돌시키며 새로운 영화적 재미를 추출하고자 한다.
- 시나리오를 많이 고쳐 쓰는 스타일이다. <암살>도 초고와 많이 달라졌었고. 이번 <외계+인> 시나리오는 어땠나.
= 완성하는 데 딱 2년 반 걸렸다. 처음에는 휙휙 썼는데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제쳐두고 전혀 다른 스토리를 쓰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 깨달은 건 1년이 지나서
'외계+인' 최동훈 감독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의 흐름과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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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배우는 시간을 정지시키는 것 같은 표정을 지을 때가 있다. 그런 그가 권총을 들고 나온다면 얼마나 흥미롭겠나.”(최동훈 감독) 고려 시대 복장을 한 채 오른손엔 총을 쥐고 왼쪽 손목엔 시계를 찼다. 이 모순된 광경의 주인공인 이안은 대체 누구인가. 김태리가 연기한 이안은 어마어마한 현상금이 걸린 신검을 차지하기 위해 도사 무륵(류준열)과 다투는 인물이다. 담담한 표정으로 무륵에게 “정확히 630년 후의 미래”를 고지하는 그의 모습은 현대와 고려 시대가 공존하는 <외계+인>의 서사를 더욱 궁금케 한다. 지난 4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종영 뒤 김태리는 인생의 두 번째 챕터가 열린 기분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우주가 열린 느낌이다. 너무 행복해도 잠을 잘 못 잔다던데 요즘의 내가 그렇다.” 그는 핸드폰에 빼곡히 적힌 메모를 꼼꼼히 살피며 에너지 가득한 목소리로 <외계+인> 촬영 당시의 열기를 전해주었다.
- <외계+인>은
'외계+인' 배우 김태리 "천둥을 손에 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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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은 “김우빈씨 때문에 나도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김우빈은 미래의 성공도 중요하겠지만 현재의 삶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부담감이 있겠지만 일을 즐기자는 태도를 주변에도 전파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외계+인>보다 뒤에 촬영했다.-편집자)에서도 감지할 수 있듯 오랜만에 현장에 복귀한 김우빈은 전보다 편한 분위기로, 내밀한 지점까지 건드리는 배우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 공개되는 <외계+인>에서 김우빈은 외계인 죄수의 호송을 관리하는 ‘가드’를 연기한다. 한국 전통 판타지와 SF의 과감한 장르 믹스로 화제가 되는 이 시리즈에서 김우빈만의 단단한 이미지는 영화의 장르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동시에 안정적인 무게감을 준다.
-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감상은 어땠나. 제작발표회에서는 “응? 이게 여기서 이렇게 나온다고? 물음표를 던지며 읽었다”고 했는데.
=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고 해야
'외계+인' 배우 김우빈 "동료들과 든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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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도술이란, 마른하늘에 비가 내리고~.”
운을 띄우며 무륵(류준열)이 멋들어지게 부채를 휘두르는데 야속하게도 하늘에선 아무 소식이 없다. 자칭 ‘마검신묘’ 무륵에게 떨어지는 칭호는 결국 “고양이나 부리는 얼치기 도사”다.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신검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도사 무륵은 <전우치>의 전우치처럼 <외계+인>을 견인하는 주인공이다. 배우 류준열은 <택시운전사> <봉오동 전투>와 같은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엔 참여한 적이 있으나 고려 시대 배경의, 도술을 부리는 판타지 SF 장르에 출연한 것은 <외계+인>이 처음이다. 하지만 청록색 도포를 갖춰 입고 거리를 누비는 그의 걸음걸이에 어색함은 찾아볼 수 없다. 초기 단계부터 무륵 캐릭터를 함께 구축하고, 홍콩 무협 고전을 두루 섭렵하며 오랜 기간 공들여 준비해온 그에게 무륵은 이미 자신이나 다름없었다.
- <외계+인>은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
'외계+인' 배우 류준열 "무륵과 나의 다양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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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단계부터 모든 정보가 베일에 싸여 있던 <외계+인>이 드디어 공개된다. 1부와 2부를 동시 촬영했기 때문에 총 프로덕션 기간만 13개월이 소요됐고, 제작비는 400억원 이상이다. 2022년 현재에서 외계인 죄수를 관리하는 가드(김우빈), 1390년 고려 말 신검을 차지하기 위한 두뇌전을 펼치는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과 천둥 쏘는 이안(김태리)은 서로 독립적인 관계가 아니다. 과거와 현재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설정, 한국 전통 판타지와 SF의 장르 혼합은 일견 생뚱맞아 보이지만, 최동훈 감독은 늘 새로운 소재의 대중영화에 도전하며 흥행까지 거머쥐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의심은 기대감으로 바뀐다. 여기에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는 서로 겹치지 않는 재능과 매력으로 한국영화의 미개척 영역에 뛰어들어 추상적으로 그려졌던 세계관에 생동감을 더한다. 최동훈 감독을 향한 신뢰와 또래 배우들의 끈끈한 관계는 웃음소리가 내내 떠나질 않던 커버 촬영 현장의 분위기만으로도 충분
드디어 비밀이 벗겨진다: '외계+인' 최동훈 감독, 배우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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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공식 영문 이름이 현재의 BIFAN이 아닌 PiFan이었던 2003년 7월, 자원봉사자 발대식 모습. 3년 만에 심야상영도 부활하는 부천에서 더위를 식혀보는 것은 어떨지.
[ARCHIVE] 부천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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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워들
시작한 지 100일이 좀 넘은 것 같다. 이게 별것 아닌데 12시 알람같이 내 삶에 들어와버렸다. 하루에 한번 할 수 있다는 게 큰 메리트인 듯하다. 트위터에 나처럼 중독된 사람들이 많이 보여 행복하다.
e북
어느 순간 책이 집에 쌓이는 게 싫어 반을 팔고 e북으로 갈아탔다. 읽고 싶은 게 많은데 가지고 다니기도 편하고 앱도 많이 사용할 수 있어 좋다. 엊그제 <한낮의 어둠>을 읽기 시작했다.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
밥 먹으면서 항상 틀어놓는 영상이다. 경제, 시사, 세계 뉴스를 너무 쉽게 설명하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보고 있다.
유튜브 이연
그림 그리면서 말하는 친구인데, 그림도 말도 보통 실력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내용인데도 많이 배운다. 정리가 잘되어 있어 보기도 좋고 듣기
[LIST] 배우 정려원의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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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청소부는 의심하지 않아요.” 증권사 용역 미화원들이 내부자거래 통화를 엿듣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에 뛰어든다. 어용미(염정아)는 투명인간 취급이 무기가 되더라며 배짱을 부리지만 앞서 동료 미화원 안인경(전소민)은 담당 구역에서 명품 시계를 훔쳤다는 의심을 받았고, 인경의 무고함을 밝히고 사과를 받아낸 맹수자(김재화)는 평소 책상을 치우다 동전이 보이면 자기 호주머니에 넣던 인물이다. 내부자거래 적발 뉴스에 간을 졸이면서 우리가 무슨 내부자냐며 자조하고, 도둑 취급에 발끈해도 완전히 무고하지 않으니 JTBC <클리닝 업>의 세 여성이 걸친 아슬아슬한 아이러니에 종종 심경이 복잡해진다.
“상황이 비루하다는 핑계로 나쁜 짓 하지 말자.” 파트장 천덕규(김인권)의 소신대로 사는 것이 가장 깔끔한 삶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이 무결하고 갸륵하기를 원한다면 금융 사기에 동참하는 미화원 삼인조가 가당찮고, 문제를 지적당하면 회피
[유선주의 드라마톡] '클리닝 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