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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 MEN
알렉스 가랜드/영국/2022년/100분/개막작
7.7 CH 19:00 / 7.8 SO11 20:00
사고였을까, 자살이었을까. 이혼을 요구하자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하던 남편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하퍼(제시 버클리)는 안정을 위해 시골 주택에서 2주 살기에 돌입한다. 동화 같은 집과 산책하기 좋은 숲에 만족한 그는 심신이 나아질 거라 기대하지만 예상은 빠르게 빗나간다. 철도 터널에서 누군가를 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원에 침입한 나체의 남성까지 발견한 그는 무언가가 따라다닌다는 공포와 잊고 싶은 결혼 생활이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엑스 마키나> <서던 리치: 소멸의 땅> 등의 SF 스릴러를 만들어왔던 알렉스 가랜드 감독이 민속 호러 영화로 돌아왔다.
‘남성의 힘을 상징’한다고 추측되는 유럽의 형상물 그린맨에서 영감을 받은 <멘>은 감독이 15년 전부터 구상한 이야기로, <엑스 마키나>
BIFAN #1호 [프리뷰] 알렉스 가랜드 감독, '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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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오비완 케노비>는 <스타워즈> 시리즈 중에서 어두운 룩을 구현한 작품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6월8일 디즈니+에서 1화가 공개된 뒤 7월6일 마지막 화를 드디어 선보이며 시리즈의 종지부를 찍은 <오비완 케노비>는 암흑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몰락한지 10년이 지난 뒤, 다스 베이더가 이끄는 제국군은 뿔뿔이 흩어진 제다이를 소탕하는데 혈안이 됐고, 은둔의 삶을 살아가는 오비완 케노비는 정신적으로 무너진 상태에서 납치된 레아 공주를 되찾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선다. 루카스필름이 <스타워즈>의 새 시리즈인 <오비완 케노비>의 촬영을 정정훈 촬영감독에게 맡겼을 때 그의 이름을 전세계 영화팬들에게 알린 <올드보이>부터 최근의 <라스트 나잇 인 소호>까지 전작을 통틀어 정 촬영감독이 보여준 빛과 어둠의 세공술을 기대했을 것이다. 한국인 키
6부작의 대장정을 마친 디즈니+ ‘오비완 케노비’를 촬영한 정정훈 촬영감독 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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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갓> Mad God
필 티페트 | 미국 | 2022년 | 84분 | 매드 맥스
7.13 MM 13:30 / 7.16 CH 10:30
<스타워즈>와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기념비적 크리처들을 탄생시켰던 특수효과 전문가 필 티페트가 만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낡은 스팀펑크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어느 디스토피아 세계, 관객은 방독면을 쓴 ‘어쌔신’을 따라 이곳을 함께 탐험하며 기괴한 형상들을 마주치게 된다. 잠깐 등장하는 ‘마지막 인류’를 제외하면 인간 배우가 등장하지 않고 대사 없이 진행된다. 대신 <매드 갓>은 더러운 배설물과 절단된 신체, 악취의 이미지를 제멋대로 연금술하며 80~90년대 호러영화의 이미지를 부활시킨다. <로보캅2>(1990) 촬영이 중단됐을 때 처음 <매드 갓>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필 티페트 감독은 자투리 시간이 생길 때마다 애니메이션 작업에 매달린 결과 30여년 만에 영화를 완성해냈다
BIFAN #7호 [프리뷰] 필 티페트 감독, '매드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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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차를 탄 여자> The Woman in the White Car
고혜진 | 한국 | 2022년 | 125분 |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7.13 SO10 13:30
눈덮인 산길을 달려 병원에 도착한 여자가 피투성이가 된 언니를 살려달라며 울부짖는다. 정신적 충격 때문인지 여자는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 현주(이정은)는 혼이 나가 치료도 거부하는 도경(정려원)의 모습에 기시감을 느낀다. 평소 쳇바퀴 도는 다람쥐처럼 틀에 박힌 나날을 보내던 현주였지만, 이번만큼은 도경의 사연에 관심을 가지며 수사에 남다른 의욕을 보인다. 하지만 병실에 누워 있는 여자와 도경이 친자매가 아니고, 도경의 진짜 언니는 병원에서 오래 근무한 간호사였으며, 도경이 예비 형부라고 지칭하던 남자의 어두운 과거가 드러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영리하게 복선을 깔아놓고 마지막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몰입도를 높이는 <하얀 차를 탄
BIFAN #7호 [프리뷰] 고혜진 감독, '하얀 차를 탄 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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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스트리밍> Deadstream
조셉 윈터, 바네사 윈터 | 미국 | 2021년 | 88분 | 아드레날린 라이드
7.12 SO6 20:00
과감한 챌린지를 일삼는 스트리머 숀이 다시 한번 무모한 체험에 나선다. 논란에 휩싸이며 6개월간의 자숙 기간을 거친 후 컴백하는 자리에서 숀은 흉가 체험 콘텐츠를 내놓는다. 1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유타의 유명한 흉가에서 하룻밤 묵으며 실시간 스트리밍을 진행하겠다는 기획이다. 숀은 흉가에 도착하자마자 공포로 인해 도망칠 자신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도주로를 차단한다. 그러고는 70여년 넘게 방치된 흉가를 직접 중계하고 그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며 시청자의 관심을 고조시킨다. 1880년에 시인 밀드렛이 자살한 자리나 영문 모르게 죽어간 아이들이 남긴 인형을 비추면서. 사건은 숀이 옷장에 붙어 있던 기묘한 판자를 깨면서 발생한다. 이 판자는 사실 흉가에 떠도는 귀신을 봉인하기 위해 설치된 부적 ‘함자’였고, 결국 숀은
BIFAN #6호 [프리뷰] 조셉 윈터, 바네사 윈터 감독, '목숨 건 스트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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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아티스트> Alien Artist
호야 세이요 | 일본 | 2021년 | 97분 | 부천 초이스: 장편
7.12 SO10 17:00
학교 폭력을 당한 소년이 악당을 물리치는 만화를 그리며 현실에서 도피한다. 허무달마가 지배하는 K시에 미국의 스파이 죠지 와타나베가 임무를 받고 침투한다는 서사의 만화다. 와타나베는 허무달마를 암살하고 ‘진리의 빛’을 내뿜는 무기 달마광현기를 찾아 나선다. 달마광현기는 무한히 퍼지는 광선을 발사해 악인을 섬멸하는 무기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관동군이 발명했다. 허무달마의 부하들은 과거 일본제국의 영광을 다시 누리고자 달마광현기를 수소문하고 와타나베는 이를 저지하고자 한다. 영화는 소년의 만화로부터 시작된다.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 곧바로 진입하는 판타지적 시공간이 당혹스럽지만, 관객은 이내 무엇이 만화이고 현실인지 구분하는 일이 무용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중요한 건 프리 스타일 랩으로 설법을 전한다는 기발한 컨
BIFAN #6호 [프리뷰] 호야 세이요 감독, '외계인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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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 진주> Jinju’s Pearl
김록경 | 한국 | 2022년 | 89분 | 메리 고 라운드
7.12 SO9 14:00 / 7.14 FA 14:00
영화감독 진주(이지현)가 진주시를 찾은 사연은 다음과 같다. 메인 촬영 장소이자 아버지의 작업 공간이었던 낡은 카페가 철거되는 날벼락을 맞은 뒤, 선배 소개로 진주에서 재계획을 짜게 된 것이다. 구사일생으로 그녀는 삼거리 다방이라는 비슷한 느낌의 장소를 발견하지만 곧 문을 닫을 거란 얘기를 전해 듣는다. 다방의 폐업 소식은 단골인 이 지역 예술인들에게도 충격을 안긴다. 얼떨결에 진주는 이들과 함께 다방 살리기 운동에 뛰어든다. 추억의 장소를 막 상실한 주인공의 마음이 비슷한 위기에 처한 낯선 장소로 스며들듯 옮겨간다. 망진산과 진주성을 담은 풍경에서는 살아남은 것의 쓸쓸함이 진하게 배어난다. 건물의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주제로 한 대화 장면은 노골적이나 건물이 빠르게 부서지고 세워지는 도시에 사는 현대
BIFAN #6호 [프리뷰] 김록경 감독, '진주의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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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원더링> Ring Wandering
가네코 마사카즈 | 일본 | 2021년 | 103분 | 메리 고 라운드
7.12 CH 13:30
고독하고 노련한 사냥꾼과 늑대의 대결을 만화로 그리는 소스케(가사마쓰 쇼)는 멸종된 늑대의 외양이 좀체 그려지지 않아 괴롭다.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중 우연히 동물 해골을 발견한 소스케는 그것이 늑대의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겨울에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기이한 밤, 늑대의 흔적을 추적하던 그는 잃어버린 개를 찾는 한 여자(아베 준코)를 만나 낯선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링 원더링>은 도쿄에 여전히 존재하는 2차 세계대전의 흔적과 아픈 기억을 지나간 것으로 묻어버리려는 현재, 그리고 소스케의 창작 작업을 기묘한 방식으로 엮어낸다. 차분하게 담아낸 한여름 밤의 시간 여행과 미스터리는 만화적 상상력이 더해져 연결되고 완전한 애도에 다다른다. 애잔한 감정으로 연결된 환상과 실제의 이음새가 자연스럽고, 스크린에 펼쳐지
BIFAN #5호 [프리뷰] 가네코 마사카즈 감독, '링 원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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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여자> Runner
안드루스 블라제비시우스 | 리투아니아 | 2021년 | 87분 | 메탈 누아르
7.11 SO5 19:30 / 7.14 SO6 13:30
운동도 도망도 아니다. 27살 마리아가 달리는 이유는 사라진 남자 친구를 찾기 위해서다. 정신질환을 앓는 그를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을 강하게 느끼는 그녀는 페이스북을 위치 추적기 삼아 혼자 또는 지인들과 함께 애인의 행방을 탐문한다. 우여곡절 끝에 마리아는 그를 발견하지만 연인의 재회는 전혀 달콤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그녀의 간절한 질주는 끝날 줄 모른다. 영화는 청각과 시각, 통각 등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주인공의 불안정한 심리를 끌어낸다. 받지 않아 계속되는 통화 연결음과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벨이 신경을 거스르고, 무형의 존재를 쫓아 별안간 시작되는 뜀박질과 이유 없이 점차 심해지는 팔의 통증은 불확실성의 공포를 안긴다. 마리아 역의 지기만테 엘레나 약슈타이테는 막대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BIFAN #5호 [프리뷰] 안드루스 블라제비시우스 감독, '달리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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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치/오즈> Lynch/Oz
알렉산더 O. 필립 | 미국 | 2022년 | 108분 | 매드 맥스
7.11 SO9 14:00 / 7.13 SO11 20:00 / 7.15 FA 17:00
영화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알렉산더 O. 필립 감독이 이번에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과 <오즈의 마법사>(1939)에 주목한다. <엘리펀트 맨> <듄> <블루 벨벳> <멀홀랜드 드라이브> 등으로 잘 알려진 린치의 작품 곳곳에는 <오즈의 마법사>가 스며들어 있다. 영화비평가 에이미 니콜슨을 필두로 영화감독 로드니 에스쳐, 존 워터스, 카린 쿠사마, 저스틴 벤슨과 아론 무어헤드, 데이비드 로어리가 6가지 시점에서 풀어내는 시네마틱 에세이는 영화를 사유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그들은 린치가 <오즈의 마법사>의 서사와 상징을 오마주하고 변형함으로써 환상적인 세계의 이면에 대해 고찰한다고 말한다. 마녀의 캐
BIFAN #5호 [프리뷰] 알렉산더 O. 필립 감독, '린치/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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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 킬러> The Execution
라도 크바타냐 | 러시아 | 2021년 | 130분 | 아드레날린 라이드
7.10 MB4 16:30 / 7.14 SO5 19:30
경찰서장 승진을 앞둔 다비도프는 축하 파티 자리에서 자신이 엉뚱한 사람을 연쇄살인마로 지목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한다. 간신히 도망친 생존자의 진술 덕분에 범인을 자택에서 체포하지만 그의 죄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방법이 없다. 자백을 받아내려는 형사와 이를 거부하는 연쇄살인마 사이의 심리전이 길어질수록 둘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시리얼 킬러>는 10여년에 걸친 살인 사건과 경찰 수사 과정을 시간순이 아닌 비선형적 내러티브로 제시한다. 진범의 정체를 일찌감치 드러낸 후 부정, 분노, 협상, 절망, 수용 등 각 챕터에 따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플롯은 경찰의 오판이 어디서부터 잘못되기 시작한 것인지 미스터리의 퍼즐을 흥미롭게 조합해간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냉
BIFAN #4호 [프리뷰] 라도 크바타냐 감독, '시리얼 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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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피어> Deep Fear
그레고리 비겡 | 프랑스 | 2022년 | 80분 | 아드레날린 라이드
7.10 SO11 20:00 / 7.14 SO8 11:00
유럽의 오래된 도시 파리에는 거대한 지하 세계가 있다. 중세 시대에 만들어진 지하 채석장과 지하 묘지는 수백 킬로미터의 지하 동굴 카타콤을 남겼다. 현재까지도 모두 파악되지 않은 카타콤은 때로 인간 심연의 두려움을 자극하는 상상력을 이끌어낸다. <딥 피어>가 그 예시다. 소니아, 맥스, 헨리는 학업을 마친 후 추억을 쌓기 위해 지하 세계로 발을 들인다. 카타콤을 탐험하는 카타필의 일원인 라미가 인도하는 길을 따라 매력적이고 위험한 파리의 이면을 찾아나선 것이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굴을 통과하고 어두운 길을 한참 걷자 19세기에 조성된 거대한 지하 도시가 나타난다. 경이를 느낀 네 사람은 공개되지 않은 구역 ‘화이트 존’을 향해 더 깊숙이 들어가지만, 계속되는 위협에 모험은 중단된다. 좁은
BIFAN #4호 [프리뷰] 그레고리 비겡 감독, '딥 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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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의 단서> Something in the Dirt
저스틴 벤슨, 아론 무어헤드 | 미국 | 2021년 | 116분 | 매드 맥스
7.10 SO8 11:00 / 7.14 SO9 20:00
무거운 유리 재떨이가 공중으로 떠오르고 섬광을 내뿜는다. 문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새들이 집 앞에 떨어져 있다.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현상을 연달아 목격한 두 남자는 이 광경을 잘 찍으면 넷플릭스가 관심 가질 만한 다큐멘터리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음모론의 단서>는 LA의 낡은 아파트에 이사 온 대책 없는 바텐더 레비(저스틴 벤슨)와 일상이 따분한 이웃 존(아론 무어헤드)의 다큐멘터리 촬영기다. 의욕적인 두 사람은 팟캐스트나 유튜브, 테드에서 보고 들은 온갖 조각 지식을 동원해 초자연적인 현상의 실체를 밝히고자 한다. 영화로 재현되는 기이한 현상들은 저예산영화 특유의 그래픽 느낌이 물씬하지만, 이 현상을 해석하는 두 사람의 달변과 이를 뒷받침하는 푸티지 영
BIFAN #4호 [프리뷰] 저스틴 벤슨, 아론 무어헤드 감독, '음모론의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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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화원> Office Royale
세키 가즈아키 | 일본 | 2021년 | 102분 | 메리 고 라운드
7.9 MM 16:30 / 7.14 SO4 19:30
학교에서 일어날 법한 패싸움이 회사에서 벌어진다는 엉뚱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싸움의 주체는 여성 직원들이다. 이쪽에서 조용한 회사 생활이 이어질 때 저쪽에서는 떠들썩한 난투극이 벌어지는데, 그 격차에서 오는 코미디가 영화의 재미를 전적으로 책임진다. 부서 단위에서 회사 단위로 커지는 결투의 규모에 맞춰 액션 신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나 엉망진창의 활력만큼은 강해진다. 영화의 페이소스는 두명의 오피스 레이디가 맡는다. 절친한 직장 동료인 나오코(나가노 메이)와 란(히로세 아리스)은 중대 결투에 휘말린 뒤 각자의 역할을 각성한다. 자신을 주인공 친구쯤으로 여겨왔던 나오코가 자신 안의 슈퍼히어로를 발견하는 과정의 짜릿함이 <캡틴 마블>의 그것 못지않다. 반대로 스스로 주인공이라 믿
BIFAN #3호 [프리뷰] 세키 가즈아키 감독, '지옥의 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