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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TV감상실] 미스터리 의학 시리즈 <하우스>, 병원판 CSI
[올드독의 TV감상실] 미스터리 의학 시리즈 <하우스>, 병원판 C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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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친절한 금자씨>를 보면서 내내 떠올린 영화가 하나 있다. 물론 <올드보이>나 <복수는 나의 것> 얘긴 아니다. <친절한…>을 보며 이 두 영화를 ‘떠올렸다’ 정도로 말하는 건 큰 실례가 아니겠는가. 최소한 ‘반씩 나눠 보았다’ 정도는 해줘야지.
필자가 떠올렸던 영화는 다름 아닌 <터미네이터3>다. 앞서 나온 두편의 무게를 스스로 이기지 못하여, 또는 그 두편이 남긴 추억을 끝끝내 잊지 못하여, 또는 그 두편에 익숙한 관객의 기억력에 기대는 편이 안전하여, 내내 앞의 두편에서 나왔던 ‘멋진 거 한방’들을 연말총결산 필로 반복하며 ‘이래도 환호하지 않겠는가!’를 목놓아 부르짖던 <터미네이터3>…. 아무런 영문도 사연도 없는 선글라스에 끝없이 집착하며, “쉴 비 백”(She’ll be back), “아임 백”(I’m back) 등의 “알 비 백”(I’ll be back) 짝퉁들을 지치지도 않고 날려주던 아놀드의, 그
[투덜군 투덜양] 가련한 금자씨, <친절한 금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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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에로스>의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40)가 지난 8월27일에 프로듀서 수잔 레빈(31)과 화촉을 밝혔다. 결혼식은 롱아일랜드 햄튼즈의 자택에서 열렸다고 <피플>잡지와 TV프로그램<엔터테인먼트 투나잇>이 보도했다. 키아누 리브스 등이 하객으로 초대됐고 스팅과 빌리 조엘이 축가를 불렀다. 이 커플은 2002년 <고티카> 촬영장에서 처음 만났다. <고티카>는 다우니가 배우로, 수잔 레빈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영화.
유명한 영화제작자 로버트 다우니의 아들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여배우 데보라 팔코너와 12년간 결혼생활을 하다가 2004년 4월 이혼했고 둘 사이에는 11살된 아들이 하나 있다. <채플린>(1992)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며 TV드라마 <앨리의 사랑만들기> 등 출연작마다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지만 1990년말 약물과 알코올 중독으로 심한 슬럼프에 빠지기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프로듀서와 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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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2 거실(INT-N)
어둡고 고요한 거실,
문 밖에서 키도어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문이 열리며 복도의 강렬한 한줄기 빛과 함께 들어서는 여자, 수애.
거실등도 켜지 않은 채 구두를 벗고 재킷을 벗어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리고는 부엌으로 사라지는 수애.
어둠 속에서도 망설임 없는 그녀의 움직임은 그곳이 그녀에겐 익숙한 곳임을 말해준다. 곧이어 냉장고 문을 열 때 특유의 유리병 흔들리는 소리가 나고 액체로 된 무엇인가를 따르는 소리가 나고 잠시 뒤, 잔을 들고 거실로 나오는 수애, 피곤한 듯 소파에 풀썩 주저앉는다.
수애 (독백하듯)… 불을 켜주든가… 왔냐고 묻든가… 둘 중 하나는 해줘.
pause가 걸린 듯 잠깐의 고요.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거실 한쪽에 작은 스탠드가 켜지고 보면, 앤틱한 책상을 등지고 앉아 있는 정구. 홍난파가 썼을 법한 동그란 은테 안경의 그는 왠지 히스테릭해 보인다. 하지만 빼어나게 잘생긴 그!!
정구 (건조)…
[이창] 수애와 저는 서로를 깊이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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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오니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도깨비만을 뜻하지 않는다. <음양사>를 본 사람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사랑을 잃어버린 여인이 술수에 넘어가 한을 갖게 되고, 마침내 살아 있는 요괴가 되어버리는 것을. 원망이나 분노, 슬픔의 도가 지나치면, 살아 있는 그대로 뿔이 나고 입이 찢어지며 요괴가 되어버린다. 죽은 뒤에 귀신이 되는 것도, 처음부터 오니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인간이었지만, 이제는 오니다.
교고쿠 나쓰히코의 소설 <우부메의 여름>과 <망량의 상자> 제목에 나오는 ‘우부메’와 ‘망량’은 모두 요괴의 이름이다. 소설에는 당연히 그 요괴들이 나온다, 라고 말하기는 좀 애매하다. 지금 일본에서 ‘현상’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작가인 교고쿠 나쓰히코의 ‘교고쿠도 시리즈’는 오히려 전통적인 추리소설에 가깝다. 요상한 사건이 있고, 사건의 트릭을 ‘안락의자형 탐정’에 흡사한 추젠지 아키히코가 풀어낸다. 추젠지는 헌 책방 교고쿠도의 주인이
[B딱하게 보기] 요괴, 인간의 다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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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혹은 85년이었을 수도 있다). 초등학교 3학년, 9살의 나는 TV에서 흘러나오는 광고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 유니폼을 입은 네명의 유령잡이들, 레이 파커 주니어의 신나는 주제곡, 붉은 드레스를 입은 시고니 위버. 나는 그 영화를 보고야 말리라 결심했다. 계획은 착착 진행되었고, 버스 노선도 익히고, 자금도 마련했다. 하지만 시내 극장까지의 여행은 보통 큰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처음으로 혼자 타는 버스라니. 겁이 났지만 극장값 1천원에 왕복 버스비 100원을 주머니에 챙겨넣으니 마음이 든든해졌다. 목표는 마산 중앙극장. 버스에 올랐다. 한데 버스 안내양이 보이질 않았다. 기사는 웃으면서 플라스틱 박스를 가리켰다. 아뿔싸. 버스 안내양이 사라지고 버스비를 셀프-서비스로 내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눈을 질끈 감고 100원을 툭 떨어뜨렸다. 큰일이다. 돌아오려면 50원이 필요한데. 이제 영원히 집으로 돌아올 수는 없는 걸까. 오
[오픈칼럼] 포도향 본젤라또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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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방문단의 현충원 참배가 있던 날, 한 사내가 북측 대표단에 물병을 집어던지다가 경찰에 끌려가는 장면을 보았다. 그런가 하면 인공기를 불태우려는 우익 시위대를 경찰은 소화기를 난사해가며 진압했다고 한다. 원천봉쇄와 강경진압은 운동권만 당하는 줄 알았더니, 이제는 대한민국을 전세낸 우익들이 경찰의 감시대상이 되고 있다.
그렇게 많던 우익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시내 곳곳에서 열린 우익 집회에 모여든 이들은 어떤 곳은 다섯명, 다른 곳은 스무명, 또 다른 곳은 1천명 남짓이었다고 한다. 결사항전을 외치며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것에 비하면, 시위는 상당히 싱겁게 끝난 셈이다. 듣자 하니 그 와중에 자기들끼리 내분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저물어가는 이 ‘올드라이트’ 대신에 등장한 것이 이른바 ‘뉴라이트’. 전매청 담배 이름을 연상케 하는 이들은 한때 조선·중앙·동아일보의 전격적인 지원을 받았으나, 그뒤 시간이 꽤 지났어도 세력을 넓히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어차피 언론에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쌍라이트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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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남기남입니다. 여기 근처에 있는데 얼른 나오쇼.” 저녁에 일을 하다 전화 한통을 받았다. 남기남 감독이었다. 최근 <바리바리 짱>을 개봉시킨, <영구와 땡칠이>의 전설적 흥행감독, 6일 만에 영화 1편을 찍었다는, 바로 그분이다. 한겨레신문사 근처 어느 주꾸미집에 있으니 빨리 나오라는 말에 다른 약속이 있었지만 잠깐 얼굴이라도 뵙자는 생각이 들었다.
6∼7년 전쯤이다. 남기남 감독에 관한 특집기사를 준비하면서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같은 성씨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를 오랜 친분을 나눈 사이처럼 대했다. 취재를 위해 만난 첫날, 한낮에 만나 저녁 무렵 술에 취해 사무실로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너무 마셔서 인터뷰는 내일 다시 하시죠.” 그렇게 첫 만남은 아무 소득없이 끝났고 나는 다음날 비로소 남기남 감독의 전설적 빨리찍기 비법을 들을 수 있었다. 그뒤로 몇년간 그를 잊고 지냈다. 그때 난 지금은 남기남 감독이 다시 영화를 찍을 수 있는 환경이
[편집장이 독자에게] 남기남과 주꾸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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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물꼬물 지렁이 기어가듯하는 글씨체, 단조로운 배경처리, 어쩐지 당연하게 “내가 그려도 이만큼은 그리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PAPER>의 다른 기사를 다 읽은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꼭지가 바로 <PAPER>의 김양수의 카툰판타지였다. 그 만화들이 모여 한권의 책이 되어 <생활의 참견>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다. 카툰은 내용에 따라 몇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는데, 각장의 도입부에 있는 작가 김양수의 사진에서부터 그의 유머 공력을 실감할 수 있다. <스타워즈>의 로봇 C3PO의 몸에 자신을 얼굴을 갖다붙이는가 하면 <스쿨 오브 락>의 잭 블랙 몸에 얼굴을 콜라주한다(배경의 학생들 얼굴도 모두 김양수 자신이다). <일상의 참견>이라는 제목은 ‘일상이 인생에 태클 걸어올 때’쯤으로 해석하면 될 텐데,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김양수 자신이나 주변 사람의 경험담이다. 학창 시절, 야설을 프린트(씩이나)해서 보던
소소한 일상의 난리블루스, 김양수의 카툰판타지 <생활의 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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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보이>는 어찌 보면 <가위손>과도 비슷한 이야기다. 가위손을 달고 있어 냉대받은 인조인간 에드워드처럼, 박쥐와 인간의 피가 섞인 뱃보이는, 완고한 작은 마을에서 튕겨나올 수밖에 없다. 죄짓는 법을 모르는데도 죄인이 되고만 아이 뱃보이, 태어나기도 전에 저주받았던 소년. 그러나 뮤지컬 <뱃보이>는 그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까지 시끄러운 소극(笑劇)과 다정한 로맨틱코미디로 행세한다. 낯선 존재 앞에서 당황하는 시골 마을은 진실을 감추기 위해 허둥대고, 허둥대는 사이, 현실은 코미디가 되기 때문이다.
한때 광업이 번창했던 작은 마을, 불량한 테일러 집안의 삼남매는 폐광에 놀러갔다가 박쥐와 인간이 섞여 있는 듯한 벌거숭이 소년을 잡아온다. 마을 사람들은 혼자 살아온 그 아이를 괴물 ‘뱃보이’라고 부르면서 없애려고 하지만, 수의사 파커 박사의 아내 메레디스는 뱃보이를 감싸면서 에드가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녀는 에드가를 살려주는 대가로 오랫동안 냉랭했던
죄없는 죄인의 노래, 뮤지컬 <뱃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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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을 줄이고, 스킨십을 늘릴 것. 토퍼 그레이스에게 주고 싶은 처방전이다. 시트콤 <70년대 쇼>를 본 여성들이라면, 테스토스테론 과잉으로 보이는 아버지, 장성한 아들을 아기 다루듯 하는 푼수 어머니 사이에서, 안절부절 엉거주춤하던 소년 에릭 포먼을 기억할 것이다. 과연 2차 성징을 거쳤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가녀린 몸매와 목소리를 지닌 그는 또래 사이에서도 유약하고 무력하고 썰렁한 아이로 통한다. 그런데 토퍼 그레이스의 포먼은 그 이상이다. 멍한 눈빛은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라고 애달아 하는 것 같은데, 삐딱한 입매는 ‘아무래도 상관없어’라고 냉소를 뱉는 것 같다. 너무 평범해서 배우 같지 않은 얼굴에 담긴 소년의 순수와 고독과 불안. 이런 유형의 배우를 본 적이 있었던가, 더듬어 올라가 보면, 휴 그랜트와 에드워드 노튼이 떠오른다. 아버지뻘의 부하(데니스 퀘이드)와 그의 매력적인 딸(스칼렛 요한슨) 때문에 난감해지는 <인 굿 컴퍼니>의 토퍼 그레이스를
어메이징 그레이스, <인 굿 컴퍼니>의 토퍼 그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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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웅은 말이 없는 남자라고 들었다. <가족>에 그의 보스로 출연했던 박희순은 자신도 역시 말수가 적은 탓에 1박2일 MT 내내 말 한마디 못했다고 했다. “응… 편한 사람하고는 말을 잘해요. 형하고도 나중엔 얘기 참 많이 했는데.” 그걸로 끝이었다. 바람결에 들은 대로 그는 과묵했고, 문장 사이에 여백을 두었고, 웃음으로 빈 공간을 메우곤 했다. 그러나 언어가 의사소통의 전부였다면 이 세상에 영화나 드라마가 존재할 수나 있었을까. 눈썹 사이에 주름을 잡으면서 짧은 말로 무언가를 전하려 애를 쓰는 그를 보며 <부활>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날 엄태웅은 자신을 키워준 서재수(강신일)가 네가 경찰이 되었을 때 세상에 태어나 두 번째로 기뻤다고 말하자, 조금 부끄러운 듯, 하지만 정말 좋아하면서 웃고 있었다. 그런 웃음은 다르다. 눈과 코와 입과 얼굴 구석구석 퍼진 근육을 모두 움직여야만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진실. 케이블 TV 재방송으로 우연히 본 그 장면
빙점과 발화점이 만났을 때, <부활>의 엄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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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한국의 작가영화를 대표하는 이름인 김기덕과 홍상수의 작품이 나란히 발표됐다. 직접 비교하기 힘든 두 영화지만 가만히 보면 비슷한 점이 많기도 하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세운 영화사에서 의욕적으로 제작했고, 마린 카미츠 같은 해외의 유명 제작자가 제작에 참여했으며, 칸영화제 공식부문에 초청되어 외국 평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은 두 작품이다. 거기에다 재미있게도 두 작품의 상영시간은 똑같이 89분! <극장전>이 우리가 오밀조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반면 <활>은 오로지 바다와 배에서만 진행되는 영화다. 처음엔,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한 긴장감 속에 힘과 의지를 표현한 <활>에 비해 <극장전>은 겨울 파카 속에 들어 있는 공기처럼 가볍고 포근한 작품처럼 보였다. 그런데 다시 보니 <활>에는 따뜻한 애정이 묻어나고, <극장전>에선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무시무시함이 느껴진다. 결국은 죽음을
[DVD vs DVD] 한국의 두 대표 작가, 홍상수 vs 김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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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와 바다라는 최악의 조합은 <죠스>의 촬영 자체를 하나의 모험으로 승화시켰다. 감독 스필버그는 ‘바다 속에는 용기와 우둔함이 함께 있었다’며 어렸을 때 뭣도 모르던 시절에나 만들 수 있었던 영화라고 회고한다. 제작자들 중 한명은 ‘원작 소설을 두번만 정독했더라면 야생의 상어가 나오는 이 영화를 절대로 못 만들 거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언급에서 알 수 있듯 <죠스>의 제작과정은 제대로 작동된 적이 없었던 모형 상어, 시시각각 기후와 일조량이 바뀌는 해상 촬영에 얽힌 트러블로 가득하다. 리처드 드레이퍼스는 한달 내내 사방에서 스피커로 들리던 ‘상어가 말썽이네요’ 방송에 지긋지긋해했고, 제작자는 모형 상어가 촬영 첫날 그대로 바다 속으로 가라앉던 광경을 지금도 황당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상기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 간신히 구색을 갖추게 된 영화일수록 완성에 대한 욕심은 남다른 것. 스필버그는 시사회에서 관객의 비명 소리를 듣고 ‘저런
[서플먼트] 영화보다 무서운 제작현장의 추억, <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