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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치 않은 영화기자의 특권 가운데 하나는 해외의 유명배우를 실제로 만나볼 기회가 있다는 거다. 사실 만난다고 해봤자 북적대는 기자회견장이나 대여섯명의 기자들과 함께 둥근 탁자에서 짧게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벤 에플랙을 만났을 때는 ‘배우가 저렇게 얼굴이 클 수도 있나’ 실망했던 반면 지난해 <스텝포드 와이프> 뉴욕 시사 때 본 키드먼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만들어놓은 인형이나 조각상처럼 보였다. 이 영화에서 잘 나가는 방송회사 중역에서 잘려 본의 아니게 전업주부가 된 여자의 역할을 맡았던 키드먼은 “집안 일도 하는가” 하는 어떤 기자의 바보 같은 질문에 “쿠키는 좀 굽지만 바느질은 잘 못해요, 호호” 웃으며 답했다. 이 대답은 그가 어떤 영화에서 했던 대사보다도 어색하게 들렸다.
사실 개인적으로 니콜 키드먼은 너무 완벽해서 존경스럽기는 하지만 차가운 얼음공주 같은 느낌의 배우다. 존경스러운 건 외모 뿐 아니라 그의 영화 이력도 포
[팝콘&콜라] 키드먼은 욕심쟁이 ‘평범’ 은 아무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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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48) 감독이 돌아왔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 6년만이다. 더욱 더 스타일리스트가 됐다. 8일 개봉하는 <형사:Duelist>는 한국의 대표적 스타일리스트 감독으로서 그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막연히 조선으로 짐작되는 시대적 풍경은 화려하기 그지없고 춤인듯 희롱인듯 펼쳐지는 검술 액션은 지금까지 한국 액션극에서 볼 수 없었던 정중동의 미학을 보여준다. 지난 30일 아침 이 영화의 기술 시사회 직후에 이 감독을 만났다.
“대사없이 움직임과 리듬, 편집만으로 작품을 완성해보고 싶었다”는 게 <형사>를 시작할 때, 실은 오래 전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 이명세 감독의 꿈이었다. “영화는 무엇인가, 다른 매체가 아닌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게 뭔가 하는 생각을 늘 해요. 이번에 움직임과 소리만으로 한번 끝까지 밀어붙여볼까 생각했는데 모두 말렸죠(웃음).” 아닌 게 아니라 <형사>는 대사가 매우 적은 영화다. 특히 남자 주인공 슬픈
<형사>로 돌아온 스타일리스트 이명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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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연인을 대상으로 한 국내 최초 개인 영화관 DMS(디지털 미디어 서비스) 명동점이 9월 2일 개관을 앞두고 있다.
평소 수십만의 인파가 붐비는 명동의 밀리오레 건물 8층에 위치한 DMS는 2인에서 최대 6인용 소규모 상영관 31개로 구성된 독특한 형태의 영화관. 언뜻 일반 DVD방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엄연히 최신 개봉작들을 상영하는 극장이다. 게다가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외양과 카페, PC룸 등의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예약에서 안내, 음료 및 스낵 제공까지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골드 클래스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이곳 DMS의 컨셉이다.
정우재 DMS 대표는 여러 인원이 한꺼번에 수용되는 대형 영화관이 부담스러운 중장년층이나 어린 자녀와 함께 영화 관람을 원하는 부부 등 가족들을 위한 영화관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명동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한류붐을 타고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특화된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필름이 아닌 디지
2~6인용 개인전용 영화관 DMS 명동점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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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는 화면 때깔의 비약적 상승에 힘입은 바 크다. 투자 규모의 확대와 함께 시각 연출의 실험과 최신 기법의 도입이 발빠르게 이뤄지면서 시나리오의 발전을 선도했다. 최근 10여년 사이에 스타일이 빼어나기로 소문난 한국 영화 명장면 7개를 꼽아봤다.
비지스의 명곡 ‘홀리데이’와 함께 관객들의 뇌리에 박힌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의 ‘40계단 살인 장면’은 ‘이명세 스타일’의 완성 혹은 정점으로 평가받아왔다. 샛노랗게 빛나는 은행잎이 뒹구는 오후, 차 안에 창문을 반쯤 내리는 한 남자가 있다. 은행잎이 흩날리는 가운데 ‘홀리데이’ 선율이 흐르고, 계단 위에 있던 유치원생 여자 아이가 하늘을 올려다 보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정지 화면과 빛의 효과를 통해 감각적으로 변화하는 날씨, 갑작스런 비를 보며 멍해진 표적 인물에게 다가가는 느린 동작의 살인범. 그리고 반으로 갈라진 우산과 손바닥을 긋는 칼, 이마에 번지는 피를
스타일 살려 그대 눈길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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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계속된 미국 박스오피스 슬럼프의 원인이 “영화가 재미없기 때문”인 것으로 한 조사에서 드러났다. 미국의 리서치회사 브랜디멘션즈가 인터넷 채팅룸과 게시판의 글들을 조사한 결과를 <할리우드 리포터>가 8월29일 보도했다.
유례없는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각 언론들은 원인 분석 기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결국 “극장에서 볼만큼 좋은 영화가 없다”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그동안은 DVD와 홈씨어터의 대중화, 입장료 인상, 영화 상영 전 광고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과 주차의 불편함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관객들의 생각은 “그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영화만 있다면 극장에 가겠다”는 것.
브랜디멘션즈는 박스오피스 슬럼프에 대해 토론한 1900만개 인터넷 블로그와 채팅룸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16페이지 분량의 분석보고서를 발표했다. 브랜디멘션즈의 책임운영자 브래들리 실버는 “채팅에 참여한 44%의 네티즌이
美극장가 침체 원인은 “재밌는 영화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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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를 모으고 보다 보면 문득 우울해질 때가 있다. 한정판이다 뭐다 해서 시간을 다퉈 예약해서 비싼 돈을 들여 DVD를 샀건만 그리 오랜 시간도 지나지 않아 헐값 덤핑 행사품으로 마구 쏟아져 나왔을 때도 그랬다. 마누라가 앰프나 스피커 프로젝터 같은 AV를 허락 받지 않고 샀다고 바가지를 긁을 때도 그렇다. 기껏 모은 DVD가 산화가 되어 재생되지 않을 때도 그렇다. 아이들이 손으로 DVD 디스크를 마구 만져 스크래치가 날 때일 수도 있다. <댄서의 순정> 일반판을 사고 나니까 감독판 특별판이 나온다는 발표를 듣고서도 그랬던 것 같다. 기껏 산 DVD가 다음 달 DVD 월간지 부록으로 나왔을 때도 정말 슬프다. 이런 끔찍한 일들을 겪으면서도 마냥 DVD를 보고 있다고 하면 우리 처지가 너무 처량하고 불쌍하다. 이럴 땐 획기적인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
그 비법을 감히 공개한다. 우선 스크래치가 많이 났거나 산화가 되어 재생 불가능한 DVD타이틀, 리콜로 교환을 앞둔 디스
김종래의 DVD 뒷담화 - '슈퍼맨' DVD 놀이 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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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7일 국내 첫 출시됐던 재패니메이션 시리즈 <강철의 연금술사>의 Vol.3, 4 DVD가 오는 9월 중순 발매된다.
<강철의 연금술사>의 Vol.3, 4는 전체 시리즈 중 7화에서 14화까지의 에피소드를 담은 타이틀. 주인공 엘릭 형제의 모험은 계속되는 가운데 현자의 돌을 둘러싼 음모와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로이 머스탱, 리자 호크아이 등 인기 조역들의 활약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Vol.3의 경우는 모두 13장의 디스크로 예정되어있는 <강철의 연금술사> DVD를 모두 수납할 수 있는 하드 케이스가 제공될 예정. 부록으로는 지난 Vol.1, 2 DVD에서 수록됐던 ‘강철의 뒷면’ 외에 무자막 오프닝과 엔딩이 포함된다.
<강철의 연금술사> Vol.3, 4, 9월 중순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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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도리야마 아키라 원작의 일본 TV 애니메이션 <드래곤볼 Z>가 일본에서 오는 11월부터 단품으로 발매된다.
<드래곤볼 Z>는 일본에서 이미 총 49장의 DVD로 구성된 두 종류의 박스세트가 발매된 바 있으나 우리 돈으로 200만원 가까이 되는 가격이 팬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번 단품 판매는 매달 3장씩 낱장으로 발매하여 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 각 DVD의 본편 영상은 4:3 화면비에 돌비 2.0 모노 음향으로 기존 박스판과 동일한 사양이다.
전설의 초사이어인이 된 손오공 일행이 우주 최강의 악당 프리저, 셀 등과 사투를 벌이는 내용의 <드래곤볼 Z>는 기나긴 드래곤볼 전체 시리즈 중 최고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작품. 그만큼 단품 발매를 원하는 팬들이 많았는데, 제작사인 도에이 애니메이션 측은 추후 상황을 보고 <드래곤볼 Z> 외에 <드래곤볼>이나 <드래곤볼 GT>
日, 인기 애니 <드래곤볼 Z> 단품으로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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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를 볼 때마다 느끼는 불편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힘들다. 소시민들의 땀과 피, 젊은이들의 성실함, 말하자면 드라마 속 인물들이 살아내는 ‘바르고 착한 삶’을 문제 삼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네들의 ‘착한 심성’만 부각되는 것이 불만이라면 불만인데, 그들 내면에는 ‘착한 심성’ 못지 않게 ‘못된 이기심’도 분명히 자리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정상' 가족을 원하는 강박관념들
먼저 한정우(김동완 역)네 가족을 보자. 오랜 불황으로 경제적 고통을 겪다 다시 일어서는 두 형제의 이야기가 자못 흐뭇하게 그려지는데, 그 과정 내내 또 다른 형제 한 명은 도통 보이질 않았다. 가족 중 유일하게 ‘부자’인 그는, 다른 가난한 형제들로부터 심한 왕따를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부자인 그의 잘못으로 묘사되고는 있었으나, 그 심정을 헤아려보려는 ‘형제애’적인 시도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헤아림 끝에 내린 결론이란 것이 ‘
[드라마 칼럼] 가족 드라마 <슬픔이여, 안녕>에게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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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비긴스>로 할리우드 스타 대열에 합류한 크리스찬 베일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가 SE 버전으로 출시된다.
스펙트럼 DVD를 통해 오는 9월 15일 발매되며 본편 디스크 외에 기출시된 타이틀에는 없었던 부록 디스크가 추가된다. 부록들로는 메리 헤런 감독의 음성해설과 메이킹 필름을 기본으로 크리스찬 베일의 인터뷰, 극장에서 보지 못했던 삭제 장면 모음, 그리고 출간 당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브레트 이스턴 엘리스 원작을 영화화하는 과정을 담은 ‘원작에서 영화로’ 등의 부가영상이 수록된다. 여기에 메리 헤런 감독의 데뷔작으로 96년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화제작 <나는 앤디 워홀을 쏘았다>는 타이틀 구매자들에게 특별 보너스로 증정될 예정이다.
본편은 2.35: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과 돌비 디지털 5.1 EX 음향을 지원. 이번 <아메리칸 사이코 SE>를 통해 배트맨 배우의 기괴하고도 독특한
크리스찬 베일 주연 <아메리칸 사이코> SE로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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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대수사선>이 둘째를 낳았다. 지난 5월에 개봉했던 <교섭인 마시타 마사요시>에 이어 <춤추는 대수사선>의 스핀오프 2탄으로 지난 주말 첫선을 보인 <용의자 무로이 신지>는, 45만5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흥행수입 6억4천5백만엔을 기록하며 가뿐하게 1위로 출발했다. 이는 상반기 <교섭인 마시타 마사요시> 대비 116%의 좋은 성적이다. <교섭인 마시타 마사요시>가 말이 너무 많은 촉새같은 성격탓에 사건에 휘말렸던 주인공(마사요시-유스케 산타마리아 분)을 내세운 반면, <용의자 무로이 신지>는 지나치게 입을 다물어 사건을 점점 꼬이게 하는 인물(무로이-야나기바 토시로 분)을 전면에 부각시켰다.
<용의자 무로이 신지>는 경시청 관리관인 ‘무로이 신지’가 자신이 직접 지휘했던 살인사건의 책임을 지고 체포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무로이가 결백하다고 믿는 젊은 여변호사(고하라 구미코-
<용의자 무로이 신지> 일본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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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 비밥> 중에서 최강의 캐릭터를 가린다면 과연 누가 뽑힐까? 스파이크의 숙적 ‘비셔스’? 에드의 아버지로 괴력의 소유자인 ‘애플델리’? 극장판까지 포함한다면 사신과도 같은 사나이 ‘빈센트’ 등을 꼽을 수 있겠지만 아마도 이들 모두가 덤벼도 수수께끼의 킬러 ‘통푸’를 이기기는 힘들 것 같다.
<카우보이 비밥>의 20화 ‘피에로의 진혼곡’ 편에서 스파이크는 우연히 ‘미치광이 피에로’라 불리는 통푸의 살인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통푸의 새로운 살인 목표가 되고 만다. 둔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놀라운 스피드와 완벽한 격투기 실력을 갖춘 통푸는 절권도의 달인인 스파이크를 철저히 농락한다. 게다가 총알까지 막아내는 초능력은 공포 그 자체로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스파이크를 두려움에 떨게 할 정도다.
통푸의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이 격투 씬은 <카우보이 비밥>의 다른 장면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최초로 풀 디지털 작업으로
<카우보이 비밥> '미친 피에로' 통푸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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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의 신작 <형사 Duelist>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30일 오후 2시 용산CGV 5관에서 거행된 <형사 Duelist>의 시사회장에는 기자 및 영화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하여 이 영화에 대한 충무로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무대인사를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여형사 남순역의 하지원은 “너무 떨려서 어제 술을 마셨다”고 말했고, 슬픈 눈으로 분한 강동원은 “떨리지는 않았지만 믹싱이 어제 끝나서 저도 같이 술을 마셨다”고 화답했다.
영화가 시작되면 이야기꾼(윤주상)의 입담이 펼쳐지고, 이야기가 끝나면 공간은 장터로 돌아온다. 장터에는 남순과 안포교를 중심으로 한 좌포청 패, 험상궂은 건달패, 상인들과 백성들, 그리고 슬픈 눈이 뒤섞여 움직이는 중이다. 상평통보 위폐와 금불상을 둘러싼 격투를 통해 남순과 슬픈 눈은 운명적으로 처음 대면한다. 6년만에 돌아온 이명세 감독의 ‘형사’는 그의 전작에서보다 더욱 날랜 몸놀림을 보인다. 구로자와 아키라의 무사들을 연상
이명세 감독의 <형사 : Duelist> 언론에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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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더>의 간단한 시놉시스는 ‘남편을 잃은 노부인이 딸의 연인과 불륜 관계를 갖는다’ 라고 요약할 수 있다. 벌써부터 영화 속에서 벌어질 그렇고 그런 상황과 장면들이 그려지지 않는가? 하지만, <마더>는 통속적인 불륜 영화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을 띄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마음 한 구석에 하나씩의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남편을 잃는 주인공 메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 본 적이 없는 인물이다. 아들 부부는 가정생활보다는 커리어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고, 손자와 손녀는 할머니 메이를 귀찮아한다. 메이와 위험한 관계에 빠지게 되는 대런은 자폐증 환자인 아들과 애정이 없는 아내와의 관계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유일하게 메이와 소통하는가 싶었던 딸 폴라는 어머니가 자신을 존중해준 적이 전혀 없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상황이 이러하니 영화 도입부의 만찬에서 너무나 행복하게 묘사되었던 가족은 아버지의 죽음
<마더> 인생의 황혼기에 찾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