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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궂게도 장선우 감독은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옮겨오면서 세 장으로 나누어, 각각 첫째 구멍, 둘째 구멍, 셋째 구멍이란 원작에 없는 중간제목을 붙였다. 논란과 대결을 의도한 장정일의 말썽 많은 원작에 장선우는 자기식의 방점을 찍어 각색한 것이다. ‘구멍’의 물리적 의미는 민망함을 무릅쓰고 설명하지 않아도 분명하다. “난 너의 세 구멍과 전부 하고 싶어.” J라는 남자는 아예 구멍에 눌러앉고 싶어하는 것 같다. 집에서나 거리에서나 그는 불편하다. 그곳은 모두 ‘거짓말’이다. 여관에 들어와서야 마음이 놓인다. 별로 돈이 없어보이지도 않는데, J는 굳이 여관만 전전한다. 그것도 땟국물 전 이불과 값싼 조명이 달린 눅눅한 여관만.
그러고 보면 여관도 구멍이다. 그곳에서의 습한 기억을 누구나 한 가지 이상 갖고 있지만, 짐짓 보이지 않는 척하는 그래서 세상에는 없는 척하는, 세상의 구멍이다. 장선우 감독은 <우묵배미의 사랑>과 <경마장 가는 길>에
성인됨을 상실한 성인남자의 비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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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이 점점 현실로 되고 있다. 무소불위의 흥행력을 과시하는 <웰컴 투 동막골>이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 드디어 역대 흥행 4위였던 <쉬리>(1999년, 621만명)의 기록마저 깼다. 개봉5주차에 주말 이틀동안 서울관객 12만5천여명, 전국관객 42만1천여명을 더 보탠 <웰컴 투 동막골>의 현재 전국누계는 630여만명. 이제 위로는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명), <실미도>(1108만명), <친구>(818만명) 세편뿐이다. 서울주말 이틀 관객이 12만5천여명인데서 유추할수 있듯이 5주연속 박스오피스 1위 자리도 지켰다.(<태극기 휘날리며>는 7주연속 1위를 한바 있다) 전주와 비교해서 예매율, 실관객수 등도 거의 낙폭없이 유지하고 있어 <친구>까지 내처 달릴 기세다.
물론 고비는 ‘추석 빅3’가 개봉하는 이번주다. 전통적으로 코미디가 강세였던 추석시즌을 돌이켜볼때 일단 손가락은 <가문의 위
<웰컴 투 동막골>, <쉬리> 기록 깨면서 5주연속 흥행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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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한국의 작가영화를 대표하는 이름인 김기덕과 홍상수의 작품이 나란히 발표됐다. 직접 비교하기 힘든 두 영화지만 가만히 보면 비슷한 점이 많기도 하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세운 영화사에서 의욕적으로 제작했고, 마린 카미츠 같은 해외의 유명 제작자가 제작에 참여했으며, 칸영화제 공식부문에 초청되어 외국 평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은 두 작품이다. 거기에다 재미있게도 두 작품의 상영시간은 똑같이 89분!
<극장전>이 우리가 오밀조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반면 <활>은 오로지 바다와 배에서만 진행되는 영화다. 처음엔,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한 긴장감 속에 힘과 의지를 표현한 <활>에 비해 <극장전>은 겨울 파카 속에 들어 있는 공기처럼 가볍고 포근한 작품처럼 보였다. 그런데 다시 보니 <활>에는 따뜻한 애정이 묻어나고, <극장전>에선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무시무시함이 느껴진다. 결국은
<극장전> vs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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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차세대 스타 제시카 알바와 헤이든 크리스텐슨이 <어웨이크>(Awake)에 함께 출연한다. 웨인스타인의 새 영화사 Weinstein Co.와 그린스트리트 피름스가 공동투자, 제작하는 이 영화는 심리스릴러물. 각본을 쓴 조비 해롤드가 연출도 맡아 감독으로 데뷔한다.
제시카 알바와 헤이든 크리스텐슨은 올여름 흥행작 <판타스틱 4>와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에 각각 출연하면서 한창 연기에 물이 오른 81년생 동갑내기 배우다. <어웨이크>에서 크리스텐슨은 수술 중 의식이 돌아오는 ‘마취 각성’(anesthetic awareness) 증상을 겪는 남자로 분하며 알바는 그의 젊은 아내를 연기한다. 프로듀서 조아나 빈센트는 “<죠스> 때문에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이 무서워진 것처럼, 이 영화는 ‘수술’에 대한 공포를 유발시킬 것이다.”라고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10월경 뉴욕에서 촬영이 시작된다.
제시카 알바 + 헤이든 크리스텐슨 = <어웨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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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로저래빗을 모함했나?>와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처럼 실사-애니메이션 합성영화도 아니면서 기대하지도 않았던 장면에 애니메이션이 삽입되어 더욱 돋보이는 영화들이 있다. 장 비고의 <품행제로>나 베르히만의 <페르소나>에서는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짧게 포함되었지만 <메리 포핀스>나 <닻을 올리고>에서의 애니메이션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 되어버렸다.
비교적 최근 영화 중 애니메이션이 인상적으로 삽입된 경우를 살펴보자. <헤드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뭐니 뭐니 해도 헤드윅이 ‘Origin of Love'를 부르는 장면이다. 노래도 좋지만 에밀리 허블리의 셀 애니메이션이 가사와 기가 막히게 어울리기 때문인데 이런 앙상블이 나오게 된 데에는 에밀리 허블리의 집안내력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바로 디즈니의 전설적인 애니메이터인 존 허블리였던 것. 이 장면에서 등장하는 다리 넷 달
조성효의 애니모션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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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남녀 성역할의 엄격한 구분이 점차 없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서 형사는 아직도 남성의 영역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아무래도 범죄에 맞서는 과정에서 순발력을 발휘하거나 완력으로 맞서야 하는 위험한 직업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성은 영화 속에서 형사 역을 맡더라도 주인공이 되지 못하거나, 지극히 보조적인 역할로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남성들이 점차 부드럽고 연약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으며, 반대로 여성들은 거칠고 강해지고 있다. 영화에서도 이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싸우는 여성’의 모습 자체는 찾기가 어렵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 형사들이 중요한 비중을 갖는 영화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여성 형사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단순히 땀 냄새나는 남성들만 득실거려왔던 바닥에서 여성들이 ‘비주얼로’ 튀어 보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남성들의 대사나 액션, 제스처를 흉내 내다가 잊혀져간 경
<형사 Duelist> 물렀거라! 여형사들 납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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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활달하고 눈물나는 무대
김혜린은 “<불의 검>은 활달한 야만의 노래다”라고 썼다. 그 노래의 의미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도, <불의 검>은 <비천무>의 한시(漢詩)가 그랬듯, 노래로 감정을 압축하고 숱한 사연을 회고하곤 한다. “사랑 노래만 부르다 죽은 가난한 가수, 바람찬 언덕에서 홀로 죽은 전사, 그 위에 작은 들꽃이 피었다고, 바람이 내게 전하지… 슬픈 노래, 사랑의 노래, 바람의 노래.” 붉은 꽃 바리가 아라와 아사의 사랑을 지켜보면서 부르는 노래. 그러므로 뮤지컬 <불의 검>은 성급하게 걱정하는 시선보다는 편한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노래에 기대기 때문에 뮤지컬 <불의 검>은 서사를 다소 생략해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선이 굵다고 해도 순정이라는 라벨을 달고 있는 <불의 검>을 발견한 사람은 의외로 남자다. 제작사 코코즘의 정진욱 대표는 상고사를 소재로 삼은 무용을 기획
김혜린의 <불의 검> [3] - 뮤지컬 <불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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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하지만 울지는 않는다. 울면 원고가 안 보이잖아”
-영화 <비천무>가 개봉하고 나서 서사가 사라진 데 안타까움을 표한 적이 있다. 뮤지컬은 드라마가 더욱 압축될 수밖에 없는데, 걱정되지 않나.
=걱정은 되지만, 그렇게 치면 아무것도 못하지 않을까? 서사가 희생되는 대신 무대에서만 표현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내 마음속에도 막연히 기대되는 무언가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아메바 같은 상태로 놓아두고 일부러 구체화하지 않으려고 한다.
-오래전에 <테르미도르>는 라스트를 위해 그렸다고 말했다. <불의 검>도 미리 마지막을 생각해두었는지, 빛의 머리 거인의 전설이 처음과 맞물리는 구조이던데. 그리고 십년을 넘게 그리면서 처음과 달라지진 않았나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십년 이야기만 나오면 부끄러워서. (웃음) <불의 검>은 정확히 그 그림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라스트를 생각해두긴 했다. 중간에 처음
김혜린의 <불의 검> [2] - 김혜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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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눈물로 벼른 칼날, 소녀들의 가슴을 헤집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불의 검>은 신화나 마찬가지인 이야기였다. 옛날, 아주 옛날에, 이름없는 여인 하나가 불의 검과 그것을 만드는 비법을 품고 눈밭을 건너 아무르 땅에 도착했단다. 그 여인은 아무르족한테 불의 검을 건네주어 잃어버린 땅을 되찾게 했고, 푸른용부의 전사와 혼인하여 아이들을 낳았지. 수백년의 세월이 흐르고 난 뒤에 아무르족 노파들은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을까.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를 가르는, 프로메테우스와도 같은 여인의 신화를. 그러나 <불의 검>은 아무리 거대한 신화라 해도 삶과 사랑과 소망을 품은, 풀잎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일구어낸 이야기라는 점을 새삼 일깨운다. 아라와 가라한 아사. 아무르족의 운명을 쥐고 있던 그들도 사랑한다는 말을 삼키고 삼키며, 마음속엔 김이 오르는 밥상을 앞에 두고 둘러앉은 풍경을 그리며, 그저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고.
순정만화로는 드물게 선사
김혜린의 <불의 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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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행크스 주연의 3D 애니메이션 장편 <폴라 익스프레스>의 DVD 상세 사양이 공개되었다. 본편은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과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가 지원되며, 부록으로는 극장 미공개곡인 “Smokey and Steamer” 삽입 장면, 톰 행크스가 직접 연기한 5명의 배역에 관한 인터뷰, 원작자 크리스 반 올스버그 인터뷰, 조쉬 그로번 뮤직 비디오 및 그 제작과정, 메이킹 다큐멘터리, THQ PC 게임 데모 버전, 2종류의 메뉴 게임 등을 담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 타이틀이 무려 4가지의 각기 다른 버전으로 발매된다는 점이다.
영화 내용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라면 본편만 담긴 1 디스크 버전(와이드스크린 및 풀스크린 버전 별도)을 선택할 수 있고, 제작과정도 궁금하다면 위에 소개한 부록들이 모두 담긴 2 디스크 특별판(와이드스크린만)을 구입하면 된다. 이 특별판은 통상적인 아마레이 케이스와 레인보우 케이스로 또 나뉘어 선택의 폭은
<폴라 익스프레스> 상세 사양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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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왕> DVD는 국내 최초의 음성해설 수록 타이틀이다(녹음은 <정>이 먼저지만 발매는 <반칙왕>이 앞섰다). 김지운 감독에게 붙는 ‘DVD 제작에 적극적인’ 등의 수식어는 바로 이 타이틀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첫 녹음이라 초반엔 미리 적힌 내용을 ‘읽는’ 티가 많이 난다. 특히 ‘인물을 백트래킹으로 등장시켜 화면 오른쪽에 위치시키고, 그 인물의 권위와 힘을 표현하려 했다’와 같은 서술이 자주 나오는데, 이건 감독의 말이라기보다는 평론가의 글에 더 가깝다. 이외에도 ‘로우 앵글’이니 ‘광각렌즈’니 하는 용어들도 많이 언급되는 편이어서 '씨네 21'을 읽지 않는 관객들이라면 조금 어렵다는 인상을 받을 것 같다.
하지만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많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에 NG 컷이나 리허설로 가장하여 찍은 장면들이 꽤 많다는 점. 대호의 텀블링 장면이나 그가 태백산(박상면)의 눈을 찌르는 장면 등이 좋은 예다. 장면의 의도를 분명하
<반칙왕> 국내 최초의 음성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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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말 많고 탈 많았지만 이제는 그냥 하나 보다 하게 되는 SBS <루루공주>에 관한 작은 소식 하나. 이 드라마에는 11회부터 2인조 그룹 M TO M의 노래와, 그룹 슈가 출신의 황정음이 연기자로 새로 투입된다. 이들은 <루루공주>의 제작사 포이보스의 소속 연예인들이다. 드라마 제작사가 OST도 만들고, 소속 회사 배우들을 캐스팅까지 한다. 당연히 데리고 있는 연기자 주연으로 캐스팅해서 수익을 극대화 할 수도 있고, 드라마가 안 된다 싶으면 소속 신인들을 출연시켜 배우 홍보라도 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드라마 자체를 한 배우의 이미지 가꾸는 데만 써먹을 수도 있다. 물론 시청자들의 짜증은 극에 달한다. 하지만 무슨 상관. 제작사는 그래도 돈 번다. 신인은 드라마 출연으로 얼굴을 알릴 것이고, 소속 가수의 노래는 컬러링으로 팔릴 것이다. 게다가 그들에겐 '한류'가 있다.
스타가 모든 것을 결정할까?
결론은, 스타다. 스타가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지만
여름 연예가 정리 - 스타파워의 허와 실 그리고 새로운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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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로봇 애니메이션을 CG기술로 실사화하여 화제가 되었던 <철인 28호>가 일본에서 박스세트로 발매된다.
오는 11월 25일 발매될 스페셜 박스세트에는 본편 및 부록 디스크 외에 팬들을 위한 특별 아이템이 포함될 예정. <삼국지> <자이언트 로보> 등으로 유명한 만화가 故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원작 만화가 증정되는데, 희소가치가 높은 1956년도 작품을 완전 복각한 것으로써 마니아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가영상으로는 메이킹 필름, 연출을 맡은 토가시 신 감독의 인터뷰, CG 및 특수효과 과정이 수록되며 콘티로 보는 철인 28호, 삭제 장면 모음도 담길 예정이다. 가격은 6,279엔
일본 특유의 '특촬(특수촬영영화)' 장르에 CG 기술을 접목시킨 <철인 28호>는 초등학생 가네다 쇼타로가 조부로부터 물려받은 철인 28호를 조종해 사악한 로봇 ‘블랙옥스’와 싸운다는 내용의 작품. 이와이 순지 감독의 <
추억의 만화를 영화화, <철인 28호> 박스세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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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일요일같이>(1998), <슈가힐>(2000), <굿로맨스>(2001) …. 스스로 성적소수자임을 밝힌 뒤 지난 7년 동안 섹슈얼리티 문제를 화두로 다양한 독립영화를 만들며 국내외에서 두루 호평을 받았던 이송희일(34) 감독이 또다른 퀴어 멜로 <동백꽃>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16일 씨지브이(CGV) 서울 강변·상암, 부산 서면 독립영화관과 서울 인사동 필름포럼에서 개봉하는 이 영화는 한국 남성동성애자 인권단체 ‘친구사이’ 결성 10돌을 기념하여 만들어졌다. 최진성, 소준문 감독과 함께 이 옴니버스 영화를 만들고, 프로듀서 일까지 겸한 이송희일 감독을 만났다.
1500만원으로 한달만에 뚝딱, 동백섬 보길도 배경으로 3인3색 작품 옴니버스로 엮어
이송희일 감독은 “‘친구사이’는 한국의 동성애자 인권운동과 궤를 같이한 단체”라며 “10주년을 기념·정리하는 것은 물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영화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퀴어 멜로 <동백꽃> 이송희일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