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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망종>을 보고 난 뒤 이 지면을 통해 “장률은 기억해야 할 이름”이라고 쓴 적이 있다. 그만큼 충격을 받은 영화였고 언젠가 개봉을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 한편으로 기뻤고 한편으로 걱정이 됐다. 특집기사로 다루기엔 너무 덜 알려진 감독이고 폭넓은 관객층을 끌어모을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흥미만 좇아가기로 마음먹는다면 이번 특집은 터무니없을 것이다. 지아장커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과 달리 장률은 아직 서구 영화계에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감독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특집기사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영화잡지가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영화란 무엇인가, 를 묻게 만드는 영화. 평론가 정성일은 장률의 영화를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한다. <망종>을 본다면 당신도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 영화엔 우
[편집장이 독자에게] 장률과 하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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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가 몰아친 지난 3월12일 남양주종합촬영소에는 유난히 바람이 거셌다. 스튜디오라고 특별히 따뜻하지 않을 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자리잡은 제3스튜디오로 들어서는 순간, 후끈하다. 온풍의 힘이 아니라 끈끈한 밀도의 기운이다. 사형수 윤수(강동원)와 빈번한 자살 시도의 흔적이 증명하듯 생에 이렇다 할 애정이 없는 유정(이나영)이 세 번째로 만나는 교도소 ‘만남의 방’은 그 긴장감도 만만치 않은데다 공간 자체가 갑갑증을 일으킬 만큼 조밀하다. 마주 보고 있는 두 배우 뒤로 대여섯명의 스탭이 움직이면 꽉 차는 규모인데다, 카메라 두대는 들고찍기로 움직이고 있으니 엿볼 구멍조차 여의치 않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스탭들의 발이 차내는 먼지조차 숨막히는 밀도에 한몫한다.
<역도산> 이후 농담 반 진담 반 “울리는 영화를 찍겠다”는 송해성 감독의 얼굴은 마스크로 반쯤 감춰져 있지만 웃음기가 역력하다. 사형제를 진한 멜로로 공박하는 공지영의 베스트셀러 원작, 굵
극적 감성이 교차하는 사각의 방,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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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작 <기쁨에 부쳐>에서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 <가을 소나타> <외침과 속삭임> 그리고 <리허설이 끝난 뒤> 등으로 이어지는 비극적인 가족드라마는 잉마르 베리만 영화의 한축을 형성한다. 사랑이 악마와의 동거이고 결혼은 일상의 구원자와 사는 것이라면, 가족의 비극은 구원자가 악마로 변할 때 일어난다. 그들은 서로를 할퀴고 저주하며 경멸의 말을 서슴지 않는다. 그 대표작 <결혼의 풍경>은 파괴되고 해체되어가는 가족의 모습을 우아하고 대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중년의 남편 역을 맡았던 엘란드 요셉슨은 훗날 이어질 작업을 예상한 건지 “이번 여름이면 난 마흔다섯이 돼. 아마 30년은 더 살 수 있겠지”라고 읊조렸다. 그리고 과연 30년의 세월이 흐를 동안 그는 <부정>(베리만의 각본을 리브 울만이 연출한 <부정>은 이혼한 부부의 비극을 거칠게 소묘하며 <결혼의 풍경>과 <사라방드>
[해외타이틀] 잉마르 베리만의 가족의 풍경, <사라방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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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소업체의 블로그 서비스가 최근 대기업에 인수되었다. 이 서비스를 통해 나름의 독특한 문화를 일구어왔던 사용자 커뮤니티는 발칵 뒤집혔고, 서비스 안팎에서 사태에 대한 극과 극으로 갈린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서비스의 고유한 특성과 문화를 유지하라’는 사용자 입장과 ‘기업 활동을 이해 못하는 비난은 무의미하다’는 기업 또는 개발자 입장간의 온도차는 하나의 주제에 관한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영화 역시 제작진과 평단의 입장 차가 있다. 그 골이 생각보다 깊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바람난 가족>의 발칙한 음성해설이다. 감독과 평론가가 함께한 이 자리에는 상당수의 문제발언이 존재한다. ‘그 평론가는 기본적으로 한국영화나 감독을 경멸하는 것 같다. 아마 자기가 영화를 찍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영화를 만들든 평론을 그만둬라.’ 감독이 실명을 밝힌 한 평론가를 향해 독설을 퍼붓는 이 대목에선 식은땀이 흐른다. 음성해설에 참여했던 평론가는
[코멘터리] 감독과 평론가는 보이는 게 달라? <바람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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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을 재미있게 봤다. 호평 못지 않게 비판적 시선도 만만치 않았다. ‘홍상수 식’이라는 아류 냄새와 가끔씩 툭툭 튀는 치기어린 감성, 기술적인 문제 등 영화의 완성도로만 따지면 <여교수…>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영화가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왜 좋았을까 생각하다가 문소리와의 인터뷰 중간에 무릎을 쳤다. “조은숙은 나름대로 발전하는 인간이지만 제 버릇, 개 못줘요. 사람이 원래 잘 안변하잖아요.” 논리와 분석을 넘어서 <여교수…>가 꽂혔던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은 끝까지 그 성격, 그대로 간다. 스토킹을 하는 남자는 끝까지 자기 사랑의 순결성을 믿고, 조은숙은 동료의 죽음을 슬퍼하는 와중에도 말도 안되는 시를 지으며 자기 도취에 빠진다. 이 영화에 나온 캐릭터들이 유난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보통 사람도 잘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가 이 영화의 주제는 아니지만 캐
[팝콘&콜라] 사람이 어떻게 쉽게 변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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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00년 동안 아프리카만큼 여성을 놓치고 살아왔다. 악녀와 천사는 영화의 역사가 완성한 여성의 얼굴을 대표하며, 현실과는 상관없이 영화는 여성에게서 매번 그런 모습을 기대한다. 그러니 영화가 여성을 제대로 묘사하지 않을수록 여성이 제대로 표현된다 해도 이상할 건 없다. 그 근사한 예로 <자니 기타>가 있다. 레이스 달린 긴치마를 입은 여자가 권총을 휘두르고 남자들이 그녀의 말에 복종하는 <자니 기타>는 니콜라스 레이의 전복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여성을 다른 시선으로 보는 남자감독의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페미니즘이 대두된 1970년대를 지나야만 했고, 그 성과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으로 뉴욕을 배경으로 한 두편의 영화- <결혼하지 않은 여자>(얼마 전 미국에서 DVD로 출시됐으나 한국 출시는 예정에 없다)와 <글로리아>- 를 우리는 기억한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앨리스는 여기에 살지 않는다>
[명예의 전당] 여자를 꽃으로 보지 말라, <글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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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는 무섭다. 우리의 ‘민족주의 덫’은 작품의 평가를 일방적으로 덮어버리게 만들었으니. <소름>의 윤종찬 감독과 장진영이 다시 만난 영화 <청연>은 일제시대에 활동한 여류 비행사 박경원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익숙한 영웅담의 구도 대신 한 여성의 독립과 꿈에 초점을 맞춘다. 그녀의 꿈과 사랑을 미처 못 느꼈다면 유일한 부록으로 제공되는 이승철이 부른 주제가 <서쪽 하늘>의 뮤직비디오에서 확인해보시길. 국적도 성별도 구분하지 않는 하늘처럼 우리의 영화보는 시선도 그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늘에서 꿈을 찾다, <청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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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있는’ 이들의 애인 만들기는 몇년 전부터 사회현상으로까지 읽히고 있다. 이런 풍조 속에서 태어난 영화 <애인>은 그러나 한점의 사회적 향기도 의미도 부여하지 못하고, 감정조차 휘발되고 없다. 영화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여자와 남자의 하룻밤 몸섞기만 되풀이될 뿐이다. 부록으로 포스터 현장과 촬영현장, 삭제장면, 뮤직비디오, 예고편이 들어 있으나 구성이 단조롭다. 둘이 처음 사랑을 나누는 공간인 파주 헤이리를 둘러보는 느낌이 봄이라 그런지 즐겁다.
나도 애인이 있었으면?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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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의 후즈 댓 걸>이 나올 즈음의 마돈나는 이미 충분한 이슈 메이커였다. 두장의 성공적인 앨범에 이어 <트루 블루>가 연타를 날리고 있었고, 덜컹거리는 결혼생활이었지만 화제를 뿌리는 데는 마돈나와 숀 펜을 이길 만한 커플이 없었다. 그녀의 이미지를 팔아먹을 영화가 기획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으니, 전작인 <상하이 서프라이즈>가 아무리 혹평을 들었다 한들 상관없는 일이었다. 숙맥 남자가 정신나간 여자를 만나 혼쭐나는 이야기인 <후즈 댓 걸>은 조너선 드미가 바로 전해에 발표한 <섬씽 와일드>와 심하게 닮은 영화다. 당시라면 더이상 창고 패션을 걸치지 않고 마릴린 먼로를 흉내내던 때였음에도 <후즈 댓 걸>의 그녀는 데뷔 시절의 말괄량이 모습(사진)으로 뛰어다니기에 바쁘다. 그리고 완벽한 사고뭉치인 여자 덕분에 마틴 스코시즈의 <특근>에서 악몽 같은 하룻밤을 보냈던 그리핀 던은 다시 끔찍한 이틀을 보내게 된다
마돈나의 은밀한 매력, <마돈나의 후즈 댓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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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교육>은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라이브 플래쉬> 이후 오랜만에 선보인 에로틱 스릴러다. 영화의 어두운 표면을 장식하는 것은 스페인의 어두운 과거사와 감독의 경험인데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프랑코 정권의 망령이 남아 있던 1977년 전후로 설정되어 있으며, 감독이 어린 시절 다닌 가톨릭 기숙학교가 비극을 잉태한 지점으로 지목받는다. 그러나 영화가 후반부에 들어서면 ‘나쁜 교육’으로 통칭되는 그런 배경들은 모두 맥거핀으로 바뀌어버린다. 각본 단계에서 <방문자>로 이름 붙여졌던 <나쁜 교육>은 수많은 방문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한 남자가 한 남자를 찾아오고, 과거가 현재에 도착하며, 기억과 의문과 삶은 문자와 진실과 죽음의 방문을 받는다. 알모도바르는 여기서 작정하고 앨프리드 히치콕과 필름누아르의 세계를 탐하는데, 환영과 복제 그리고 열정이 초래한 비극이란 점에서 <현기증>은 <나쁜 교육>의 직접적인 모태가 되고 있다
알모도바르의 히치콕과 누아르 탐닉, <나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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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친정집으로 향하던 일가족. 평소 가던 길을 놔두고 지름길을 선택하지만, 그 길은 출구가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끝없이 펼쳐진 도로를 질주하던 차가 멈추는 순간 어김없이 죽음의 그림자가 일가족을 덮친다. 저예산을 극복하는 아이디어와 세심한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빚어지는 심리적 갈등과 죽음의 공포 그리고 반전! 참신함보다는 비슷한 선배 영화들의 설정을 새롭게 구성, 긴장감있게 이끌어간 점이 돋보인다. 부가영상으로 메이킹 필름, 삭제장면을 수록했다.
지름길을 조심하라, <더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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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기운을 끌어들인 범죄수사물 <고스트 앤 크라임>
방영시간 | 월·화 저녁 6시·밤 11시(주 2회분 방영)
(재방) 금 새벽 1시·2시, 토 저녁 7시·8시(폭스채널)
미국은 범죄수사물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시즌을 거듭하며 도시별 스핀오프 시리즈를 내고 있는 <C.S.I>는 물론이고, 실종자를 찾는 FBI 수사반 이야기 <위드아웃 어 트레이스>(<FBI 실종수사대>)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미국 해군 범죄수사국 특수요원들의 활약상을 다룬 <NCIS>와 법의학자의 관점에서 본 사건 해결과정을 그린 <크로싱 조단>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당연히, 범죄에 접근하는 방법이 새롭지 않다면 리모컨을 쉴새없이 누르는 사람들의 눈을 잡아끌 수가 없다. <고스트 앤 크라임>은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 법의학적 근거가 최우선시되는 범죄수사물 장르에 영적 기운을 끌어들였다. 주인공 앨리슨 드부아는 유령
새 TV외화 시리즈 [3] - <고스트 앤 크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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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화나 딜러가 된 중산층 미망인의 이야기 <위즈>
방영시간 | 월·화 새벽 5시·오전 8시·밤 12시(주 2회분 방영)
(재방) 금 오전 10시·10시30분, 일 오전 7시·7시30분(폭스채널)
엔지니어였던 남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기 전까지 낸시 바트윈은 중산층 거주지역 아그레스틱에 사는 평범한 주부였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아그레스틱 최고의 마리화나 딜러가 되었다. 라틴계 가정부와 공들여 개조한 주방, 물처럼 마시는 4달러짜리 라떼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즈>는 이런 긴장을 전제로 깔고 있는 시리즈다. 두 아이와 홀로 남은 과부를 동정할 것인가, 아들 또래 아이들에게 마리화나를 팔아서라도 중산층으로 남고자 하는 위선을 비난할 것인가. “그녀가 마약 딜러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집에서 살 수 있겠어?”라고 묻는 라틴계 여인은 낸시가 처한 이중적인 처지를 냉정하게 지적하고 있을 것이다.
<위즈>는 보수적인 채널로 움츠러들
새 TV외화 시리즈 [2] - <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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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의 법칙은 TV를 볼 때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중간부터 보기 시작한 에피소드는 재방송을 챙겨도 비슷한 대목부터 보게 되고, 한번 놓친 에피소드 대신 본 것만 또 보게 되고, 재미있는 시리즈들은 같은 시간에 방영되다가 한꺼번에 끝나버리곤 한다. 그러나 마지막 문장을 뒤집어보면 재미있는 시리즈들은 한꺼번에 시작한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마이크 니콜스의 몽환적인 TV영화 <엔젤스 인 아메리카>와 통속적이라는 점에선 일가를 이룬 TV시리즈 <위즈>, 범죄와 유령이라는, 웬만해선 실패하기 힘든 두 가지 소재를 결합한 <고스트 앤 크라임>. 3월 초 일제히 방영을 시작한 이 시리즈들은 출생의 비밀과 철없는 사랑 타령과 백마 탄 재벌가 왕자님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줄 것이다. 리모컨만 살짝 눌러주면 그 세계로 탈출할 수 있다.
친절한 천사, 비루한 삶에 빛을 내리다
에이즈 환자와 동성애를 껴안는 레이건 시대의 천사 <
새 TV외화 시리즈 [1] - <엔젤스 인 아메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