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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자유주의’라는 말이 항간에 회자되고 있다. 이른바 뉴라이트에서 갑자기 들고나온 이 표현이 졸지에 한나라당의 이념이 되어버릴 모양이다. 사실 이 말처럼 허무한 표현도 없을 것이다. 그 표현은 ‘A=A’라는 동어반복처럼 아무 내용이 없는 명제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A=~A’라는 명제처럼 서로 모순되는 명제이다.
먼저 왜 ‘동어반복’인가? 거의 사회주의에 가까운 북유럽 국가들, 프랑스나 독일과 같은 나라들, 그보다 좀더 자유주의적인 앵글로색슨 국가들까지, 현존하는 모든 자본주의 체제는 이미 공동체주의와 자유주의의 혼합체제다. 따라서 ‘공동체적 자유주의’를 하겠다는 것은 하나마나한 얘기가 된다. 이런 의미에서 ‘공동체적 자유주의’는 특정 정치세력이 자신을 다른 세력과 구별하는 정체성이 될 수가 없다.
문제는 공동체적 요소와 자유주의적 요소의 배합인데, 특정 정치세력의 정체성은 바로 이 배합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공동체주의는 개인보다 국가나 사회의 책임을, 자유주의자는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맹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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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스튜어트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이 나라는 인종차별주의자들로 가득해. 네가 떠난 뒤로 많은 것이 변했어. 다른 인종들끼리는 긴장과 공포와 미움만 가득하고, 정부는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하며 행복해하고 있어. 리틀 브러더. 네가 그립군.” 톰은 여전했다. 편지를 받은 4일 뒤에 짐을 쌌고, 10여 시간을 갇혀 날았다. 연착으로 경유지인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것은 예상보다 4시간이 지난 뒤였다. 스키폴 터미널을 냅다 달렸으나 비행기는 떠나고 없었다. 비행사에서 나눠주는 슈퍼-슈퍼L사이즈 양말(털모자인 줄 알았다)과 칫솔세트와 무료 숙박권을 들고 도착한 곳은 오리가 꽥꽥대는 암스테르담 교외의 호텔이었다. TV는 파리 교외에서 벌어지는 폭동을 보여주며 떠들어댔다. 파리는 네덜란드어로 불타고 있었다.
브리스틀에 도착한 것은 다음날 아침 10시. 데보라의 3층집 지붕 아래 누우면 별이 보이는 다락방에서 빨강머리 앤처럼 아흘을 살았다. 갑갑하고 유채색이 촌스러운 홍익대 앞 클럽용 복장이 아
[오픈칼럼] 11월의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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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니카 벨루치가 싫다(음, 위 아래로 나의 전신을 ‘째리는’ 뭇 남성들의 시선이 팍팍 느껴진다. 나의 얼굴을 보며 “그렇겠지”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그들의 목소리도. 격분한 목소리로 “원고 빼라”고 외치는 남동철 편집장의 외침까지!).
정확히 말하면 할리우드로 간 뒤의 모니카 벨루치가 싫다. 그전에 출연했던 영화는 거의 보지 않았거나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태양의 눈물> <매트릭스> 2, 3편, 그리고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최근 개봉한 <그림형제: 마르바덴 숲의 전설>까지 정말이지 그녀의 역할은 한심스럽다 못해 한숨이 나온다. 그리고 외치고 싶어진다. “모니카, 할리우드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더냐, 에잇.”
<태양의 눈물>에서 가운 사이로 깊은 가슴 골을 드러내며 아프리카 민중에게 헌신하는(그녀의 가슴골은 분명 환자들에게 고통을 잠시 잊게 해줄 만하겠지) 의사로 분했을 때부터 실망이었다
[투덜군 투덜양] 여신이여, 땅으로 내려오라, 모니카 벨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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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금기였던 탓에 일본 영화사엔 아직 우리가 잘 모르는 감독들이 많다. 지금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마스무라 야스조도 그중 하나다. 그는 오랫동안 스튜디오의 고용감독으로 일했고 작가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재평가받은 거장이다. 이번 회고전에서 그의 영화 몇편을 보면서 마스무라를 보러 가자고 선동하고픈 마음이 생겼다. 오랜만에 발견의 기쁨을 만끽한 영화들이었으므로.
아내는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다. 애정없는 결혼이긴 남편쪽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은 아내를 가정부 겸 비서로 부려먹었고, 아내는 남편을 가난에서 탈출하는 방도로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는 남편의 일을 도와주는 청년에게 마음을 뺏긴다. 애타는 마음을 누르려 애쓰지만 남편은 아내의 마음이 딴 데 있다는 걸 눈치챈다. 암벽등반을 즐기는 남편은 아내와 청년에게 함께 산에 가자고 제안한다. 남편의 속셈은 아내와 청년을 산속에 버려두는 것이었으나 그만 일을 그르친다. 청년과 아내와 남편은 같은 로프에 묶여
[편집장이 독자에게] 마스무라를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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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오브 데드: 새벽의 황당한 저주>가 조지 A. 로메로의 좀비영화를 패러디한 것임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숀을 연기한 사이먼 페그와 감독 에드거 라이트는 로메로가 만든 좀비영화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 이들은 로메로를 너무나 존경하여 인터뷰 때마다 “그의 다음 작품에 좀비로 출연하고 싶다”라고 어필을 했는데, 결국 이것이 로메로의 귀에 들어가게 되어 페그와 라이트는 신작 <랜드 오브 데드>에서 소원성취를 하게 된다. DVD에는 이들의 촬영 과정을 담은 유머러스한 단편다큐멘터리 <숀이 로메로를 만났을 때>가 들어 있다. 영국에서 촬영지인 캐나다까지의 여정을 기록한 이 다큐멘터리에서 페그와 라이트는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어린이들마냥 들뜬 모습을 숨기지 않는다. 이들에게 로메로는 존경하는 ‘사부님’이자 좋아하는 영화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동지’다. 단 몇컷을 찍기 위해 먼 여행을 마다하지 않은 이들은 처음 마주하게 된
[서플먼트] 숀이 로메로를 만났을 때, <랜드 오브 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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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쇼는 계속된다. 아홉명의 스턴트 달인들이 펼치는 위험천만의 스턴트 쇼를 구성한 <잭애스> 극장판.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MTV를 통해 방영된 원조격인 텔레비전 시리즈가 나왔다. 이번 DVD 타이틀에 수록된 방영분은 2000년 10월부터 방송을 탄 것으로, 극장판 못잖게 강도 높은 스턴트 장면을 담고 있다. 총 4장의 디스크로 구성되며, 본편만큼 흥미로운 부가영상들을 수록했다. 음성해설과 <잭애스 더 무비> 시사회 직후 관객의 반응 인터뷰 같은 것들이다.
엽기 다큐 스턴트 쇼, <잭애스 TV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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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을 유려한 영상으로 살려낸 <토니 타키타니>. 외로운 유년 시절을 거치며 성공적인 일러스트레이터로 성장한 토니의 사랑과 이별, 고독에 관한 이야기. 영화는 끝없이 우울하며 공허하지만, 메이킹 다큐멘터리 <맑은 집>에 수록된 촬영현장을 살짝 엿보면 분위기는 역전된다. 총 2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어 촬영의 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감독과 배우 인터뷰도 지나칠 수 없는 부록이며, 극영화로서는 드물게 LPCM 2.0 음향으로 듣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피아노 선율이 가슴을 울린다.
하루키의 소설을 읽듯이, <토니 타키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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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애니메이션 <보글보글 스폰지 밥>. 좁은 텔레비전에서 뛰쳐나와 극장용으로의 여정은 성공적이다. 짧은 이야기에서 장편으로 변한 것 외에는 네모난 팬티를 걸친 스폰지와 뚱이의 모험은 TV에서 보던 그대로다. DVD 타이틀은 한국어 더빙을 수록해 팬들을 배려한다. 부록으로 바닷속 물고기들에 대한 정보를 수록한 해양다큐멘터리, 목소리를 연기한 이들이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설명해주는 극장판의 숨겨진 이야기, 스토리보드 등을 수록했다.
네모바지 스폰지밥과 놀자, <보글보글 스폰지 밥: 극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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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으로 눈을 사로잡은 <태양의 서커스>는 내한공연과 TV 방영을 통해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그들의 DVD는 예전부터 볼 만한 공연물 DVD로 손꼽혀왔는데, <퀴이담> <쌀땡방꼬> <드라리온> 등 유명 작품이 뒤늦게 국내 출시된다. 그중 TV시리즈 <솔스트롬>은 유명세에서 다소 밀리지만 10시간에 육박하는 규모만으로도 눈에 띄는 작품이다. <솔스트롬>은 태양의 서커스가 그간 선보인 90분 내외의 무대공연을 확장시키려는 시도 중 하나다. 기존 출연진에 각종 묘기의 달인들이 가세한 13개의 에피소드는 원형무대에서 벗어나 각각의 거대한 세트에서 진행된다. 물론 종합선물세트의 한계로 인해 응집력이 떨어지고 라이브 공연의 현장감과 긴장감이 덜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가 뒤섞인 이 초호화판 버라이어티쇼가 초현실적인 순간을 보여줄 때(사진)면 여전히 입이 떡 벌어진다.
‘태양의 서커스
모험과 환상의 세계로 오라, <태양의 서커스: 솔스트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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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를 볼 때마다 든 생각은 참 잘생겼다는 것이다. 그런 ‘사진빨’ 아무나 나오지 않는다. 선한 웃음과 성실한 자세는 세계 최초로 맞춤형 인간배아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과학적 업적에 더해 아우라를 만들었다. 한데 언제부턴가 이런저런 ‘윤리’(라기보다는 연구 절차상의 ‘매너’라는 표현이 나을 듯)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그가 ‘지나치게’ 말을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섀튼 아저씨가 떠난 뒤 “(난자를 제공한) 성스러운 여성들” 운운한 표현과 <PD수첩> 인터뷰에서 수백개의 난자를 사들인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을 두고 “숭고한 뜻을 가진 분”이라고 한 대목에서는 특히 그랬다. 성스럽고 숭고하니까 “난자들 중 일부는 특별한 방법으로 조달되지 않았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에 대한 호감과 내가 뭘 잘 모른다는 자각과 ‘글로벌 스탠더드’적인 성찰을 하지 못한 관계로, 하릴없이 시간만 보냈다. 내가 그런다고 누가 답답해하지는 않았지만
[이슈] 황 교수님 진짜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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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광식이 동생 광태> 광식, 광태 형제가 친구라면?
[헌즈다이어리] <광식이 동생 광태> 광식, 광태 형제가 친구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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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스페인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독재자와 나 사이에>가 스페인 사회에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류감독 산드라 루에스카가 연출한 <독재자와 나 사이에>는 40년간 스페인을 통치한 파시스트 독재자 프랑코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작품. 감독은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프랑코의 무덤을 방문했던 기억을 돌아보며 “침묵에 의해 물려받은 왜곡된 역사”를 폭로하기 위해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역사의식 부재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민의 1/3은 프랑코가 민주정부를 파괴시켰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으며, 집권당인 사회노동당은 양민 학살에 가담한 프랑코 지지자들에 대한 기소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 그런 가운데 역사를 돌리려는 우파의 목소리는 점점 힘을 키워가고 있다. <독재자와 나 사이에>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스페인 사회의 역사의식을 꼬집는다. 프랑코 시절 장관을 지낸 프라가는 “죽은 자들을 평화롭게 내버려두라.
[What's Up] 나쁜 기억은 잊는 게 장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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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명예의 거리(Walk of Fame)에 있던 그레고리 펙의 별 모양 동판이 도난당한지 며칠 만에 복구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사라진 동판을 찾지 못해 새로이 제작해 복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11월30일 할리우드 명예 시장 조니 그랜트는 땅에 무릎을 꿇고 “우리는 그레고리 펙을 다시 명예의 전당에 모시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할리우드 스타’의 복원을 선언했다.
<앵무새 죽이기>(1962)로 잘 알려진 명배우 그레고리 펙의 스타는 40년 이상 명예의 거리에 안치돼 있었다. 며칠전 누군가 시멘트톱으로 파내가기 전까지는. 그랜트 시장은 어딘가에 있을 도둑에게 ‘너그러운’ 제안을 했다. “이번 사건이 전세계에 알려졌으므로 훔친 물건을 팔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이제라도 그것을 제자리에 돌려놓는다면 이번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고.
이번 도난 사건은 명예의 거리가 만들어진 이래 4번째다. 지미 스튜어트와 커크 더글러스의
“그레고리 펙의 별 도둑은 자수해서 광명찾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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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의 전 세계 누적 출하량이 1억대를 돌파했다.
29일자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I)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 및 아시아 지역에서 2,222만대, 북미지역에서 4,065만대, 유럽지역에서 3,714만대를 기록, 2000년 3월 첫 시판된 이래 5년 9개월 만에 1억대를 달성했다. 이는 초대 플레이스테이션이 9년 6개월 만에 1억대를 기록한 것에 비해 3년 9개월이나 빠른 속도라고 덧붙였다.
검정색 바탕에 파란색 로고로 대표되는 심플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수많은 인기 게임들을 자랑하는 플레이스테이션2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엑스박스, 닌텐도사의 게임큐브 등 경쟁사들의 기기를 압도하며 전 세계 게이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콘솔 게임기. 발매 초기에는 저렴한 가격의 DVD 플레이어로서도 각광을 받아, <매트릭스> DVD와 함께 일본 DVD 시장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플레이스테이션2, 전 세계 출하 1억대 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