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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손택은 “오늘날, 인간이라는 종의 삶과 희망을 꺾는 가장 무시무시한 징계는 에이즈”라고 말했다. 그것은 한 인간을 육체적으로 죽음으로 내몰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질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에이즈는 결핵이나 암과는 전혀 다른 메타포를 갖는다. 결핵이 창백한 피부와 빨간 입술로 인해 병약한 아름다움을 환기시키고, 암이 경로를 알 수 없는 병인 때문에 불운을 상기시키는 것과 달리 에이즈는 성적 방종과 범죄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한때는 동성애자와 마약중독자들이, 이 신이 내린 천벌과도 같은 질병인 에이즈의 원인이자 병원균인 것처럼 여겨져 마녀사냥을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오해와 편견 때문에 HIV/AIDS 보균자와의 접촉은 물론, 이 질병에 대해서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조차 금기시되었다.
이 페스티벌의 제목이기도 한 ‘레드리본’은 HIV/AIDS에 대한 사회적 교육을 강조하는 상징이며, HIV/AIDS 환자들과 그들을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지지의 표현
에이즈에 한 걸음 더 가까이, 제1회 레드리본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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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할리우드 스튜디오들과 전자기업들은 디스크 한장에 시트콤 한 시즌 전체를 넣을 수 있는 차세대 DVD에 관해 논쟁 중이다. 두개사에서 경쟁하는 포맷을 개발해왔는데, 업계에서 새로운 표준으로 소니의 Blu-ray를 채택할지 아니면 파나소닉의 HD-DVD을 채택할지에 논쟁의 관심이 쏠려 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은 이 모든 논쟁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지적을 한다. 오래지 않아 지금처럼 작은 플라스틱에 인코딩된 영화를 가지고 다닌다는 생각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보게 될지도 모르는 일. 어쩌면 우린 소장하고 있는 모든 영화들을 다 저장할 수 있는 신용카드만한 전자장치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더 큰 가능성은 대중에게 공개되는 영화라면 인터넷에 저장되어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지구상 어디에서나 무선으로 접속하기만 하면 될 일이다.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에 웹페이지를 저장하려고 다운로드하는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도 그렇게 될 가망성이 크다.
그런
[외신기자클럽] 유비쿼터스 영화 (+영어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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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복수 시리즈 3부작의 마지막 편 <친절한 금자씨>가 지난 11월16일 프랑스에서 개봉했다. 모두 9개 상영관에서 개봉해 개봉 첫주에 약 1500명의 관객 수를 기록하며 실망스럽지도 만족스럽지도 않은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칸영화제 수상 감독의 영화”라는 라벨과 함께 프랑스 관객을 만난 <친절한 금자씨>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악평과 호평을 동시에 받고 있다.
<누벨 옵세르바퇴르>나 <포지티브> 등은 색다른 미장센과 스타일에 점수를 주는 반면, <카이에 뒤 시네마> <르몽드> <프리미어> 등은 개연성 없는 플롯과 감독의 스타일리즘을 조악하고 식상한 것으로 평가했다. 관객의 평가도 비평과 마찬가지 형세이다. 즉 <올드보이> 이후 프랑스에 생긴 박찬욱 영화 마니아들은 색다른 비주얼과 리듬에 손을 들어주었지만, 주연의 성별만 바뀌었을 뿐 전작에 비해 달라지거나 뛰어난 점은 없고, 오히려 또
[파리] <친절한 금자씨> 찬반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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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극장가에는 근 몇년 동안 오스카 후보작들이 12월 말에야 개봉하는 풍토가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구체적인 후보작 타진은 평론가들의 톱10 리스트와 각종 시상식의 결과나 후보가 발표되는 1월에나 가능할 정도이다. 하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가을까지 극장에 개봉하거나, 해외영화제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뒤 지속적인 ‘입소문’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작품들이 많다. 또 기존 감독이나 작가들이 오스카가 편애(?)하는 ‘심각한’ 내용의 작품들을 대거 발표하고 있어, 성급한 면은 있으나 조심스럽게 평론가나 미디어에서 후보작 타진에 나서고 있다.
작품상 후보로는 72년 올림픽 참사를 그린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을 비롯, 첫 번째 걸프전을 그린 샘 멘데스의 <자헤드>, 대기업 제약회사들의 음모를 다룬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의 <콘스탄트 가드너>, 저널리스트들의 ‘모럴’을 다시 상기시키는 조지 클루니의 <굿 나이트 앤드 굿 럭>, 대석유회사와 미 정부의
[뉴욕] 조금 이른 오스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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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오브 뮤직>의 히로인 줄리 앤드류스(70)가 차기 마리아 수녀로 카메론 디아즈를 꼽았다고 <AP통신>이 11월28일 전했다. 줄리 앤드류스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탄생 4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에 참석해 “만약 이 영화가 리메이크된다면 어떤 배우가 마리아 역에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카메론 디아즈가 완벽한 적임자”라고 답했다. 이런 앤드류스의 생각에 대해 영화팬들은 그리 동의하지 않는 듯 하다. 영화 관련사이트 <cinematical.com>은 “디아즈도 사랑스러운 외모와 금발, 보조개를 지니고 있지만 그녀가 연기하는 마리아 수녀는 상상이 안간다"고 꼬집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랑받은 영화로 꼽히는 <사운드 오브 뮤직>은 1965년에 만들어졌다. <메리 포핀스>(1964)로 막 주목받기 시작했던 당시 서른살의 줄리 앤드류스는 <사운드 오브 뮤직>을 계기로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그녀는 이
줄리 앤드류스, “카메론 디아즈가 마리아 역에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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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왕의 왕관을 되찾는 임무를 완수한 스폰지밥. 이제 비키니 시티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데 그만 뚱이의 실수로 유일한 교통수단인 요술 주머니를 잃어버리고 만다. 절망감에 빠져든 순간 구세주처럼 등장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전격 Z작전>의 주인공이자 <SOS 해상구조대>의 근육질 스타 데이비드 핫셀호프다. 배 따위는 필요 없다며 스스로 인간 모터보트를 자처한 그는 스폰지밥 일행의 운송수단이 되어주는 동시에 기상천외한 대결의 장소를 제공한다.
자식들과 함께 자신도 스폰지밥의 팬이라고 말하는 데이비드 핫셀호프는 <스폰지밥 극장판>에 카메오로 출연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황당한 캐릭터 연기에 도전했다. 해상구조대원 모습으로 나와 바다 위를 질주하는 괴연을 펼쳤는데 실제로는 데이비드 핫셀호프의 모습을 본 딴 2배 크기의 마네킹이 큰 몫을 담당했다고. 4미터 크기에 260kg에 달하는 마네킹에는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들소 털을 재료로 머리카락은
<스폰지밥 극장판> 데이비드 핫셀호프의 거대 마네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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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스폰지밥>의 인기 요인은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어린이 프로그램 전문 제작사 니켈로디언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언뜻 한없이 유치한 애니메이션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어른들도 빠져들 만한 매력적인 요소들로 가득하다.
네모난 신체의 스폰지밥이 사는 비키니 시티는 말이 바다 속 마을이지 인간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할 만한 장소. 물고기들이 두발로 걸어 다니고 말을 하는 그곳은 직원들을 착취하는 구두쇠 집게 사장과 매사에 냉소적인 징징이 등 인간 이상으로 속물적인 캐릭터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반면 어린이 같은 감수성을 지닌 스폰지밥과 단짝 친구 뚱이는 자유분방한 행동으로 늘 예측불허의 사건들을 저지르고 다닌다. 때론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소동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웃는 이는 언제나 쾌활한 스폰지밥이다.
바다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정도로 기발한 유머와 풍자로 가득한 <스폰지밥>의 창조자 스티븐 힐렌버그는 아이러니하게도 해양학 전공자.
<스폰지밥 극장판> 우리말 더빙이 있어 더욱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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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작 <이클립스>의 실패, 자존심은 구겨지고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라이트 하우스라는 영화사를 차렸고, <이클립스>라는 제목의 카지노 딜러와 마약 수사관의 사랑 이야기를 창립작으로 택했다.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제작지원을 받기도 했고, 당시 명필름에서 프리 프로덕션 비용을 감당해줬다. 그러기를 2년. “욕심이 생기더라. 영화의 스케일이 애초 계획했던 것보다 점점 커졌다.” 프로듀서를 맡기로 했던 친구와 시나리오를 함께 썼지만, 정작 결과물은 자신이 봐도 신통치 않았다. 투자를 하기로 했던 곳에서도 시나리오를 보고서 곤란하다며 모두들 고개를 저었다. “동료들과의 반목도 생겼고, 더이상 민폐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회사를 접었고, 동료들은 떠났고, 빚만 남았다. 은행과 카드회사에서는 빚 독촉 전화가 하루에도 몇 십번씩 쏟아졌다. “자존심이라는 게 아주 못된 놈이다. 나를 새카맣게 태우더라고.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건데, 꿀리지 않겠다는
<연애>의 오석근 감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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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근 감독은 세 번째 영화 <연애>를 만들기까지, 지난 몇년을 털어놓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두달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상영되는 한국영화 7편을 소개하는 특집 기사 때도 그는 “그냥 세상 공부했다”는 모호한 답변만 흘렸을 뿐이다. 12월9일, <연애> 개봉을 앞두고 오석근 감독의 터전인 부산을 찾았다. <연애>는 생계를 위해 몸을 팔아야 하는 30대 주부 어진이 주인공이지만, 영화 속 그녀를 둘러싼 지옥 같은 세상이 허구의 고통 같진 않아서다. 자갈치시장 꼼장어집에 앉아 쓴 소주 없이는 듣기 어려운 과거사를 묻고 또 캐물었다. 혼자서 목구멍으로 넘긴 시원소주는 2차로 택한 선술집까지 합해 족히 5병은 돼 보였지만, 불편한 과거의 시간들은 자신의 취중언이 누군가에게 비수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그의 신중함 때문에 느리게 토해져 나왔다.
“누구라꼬?” 영화감독이라고 일러줘도, 좀처럼 믿지 않는 눈치다. 어디 부산 자갈치 아지매들뿐일까. 오석
<연애>의 오석근 감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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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 크로프트 캐릭터와 <툼 레이더> 게임 시리즈의 판권사인 SCI가 <툼 레이더>의 세 번째 영화판 제작을 타진 중이라고 외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SCI는 영화판 <툼 레이더> 시리즈를 배급한 파라마운트와 최근 교섭을 시작하였으며 영화에서 라라 크로프트를 연기했던 배우 안젤리나 졸리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지난 2001년과 2003년에 각각 공개된 <툼 레이더> 영화 시리즈는 대부분 비평적으로는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라라 크로프트로 대표되는 게임 팬들의 지지를 받아 미국에서만 4억달러 이상의 흥행 수입을 거둔 바 있다.
영화판의 공개 시기는 현재 논의 단계인 관계로 미정이지만 SCI는 플레이스테이션 2와 XboX 360용 신작 게임 <툼 레이더 레전드>를 내년 봄 출시할 예정이다.
SCI, <툼 레이더> 3편 제작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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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죽음의 연습이라고 소크라테스 선생님이 아테네 청년들에게 가르쳤지만, 실은 가까운 이의 죽음은 가장 강렬한 철학의 연습장이다. 시월의 마지막 전날 오병철 감독은 우리에게 그런 선물을 주고 갔다. 그의 급작스런 죽음은 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공부를 한 인연으로 간간이 만나 영화와 세상살이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1기 동기들)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친지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외로이 투병하다 간 것도 매우 그다운 선택이다. 그래서 더욱 서운하고 슬퍼진 우리는 시월의 마지막 날 그의 빈소와 화장장을 지켰으리라. 인간은 고결하게 살 권리만 있는 게 아니라 고결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는 타르코프스키의 말이 오 감독 특유의 진지한 영정사진을 보며 불현듯 헤아려진다.
올해 봄 영화아카데미 동기 감독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성국극 영화작업을 진솔하게 말하던 그의 모습, 봄날 꽃잔치가 벌어지던 동국대 극장에서 ‘에코가무’ 생태환경주의 콘서트에 참석하고, 그 감회와 여성국극 영화건을 담은 그의 이메일이
[추모기획] 고 오병철 감독을 향한 유지나의 추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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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석/ 이 영화를 부산영화제에서 처음 보면서 나라면 저 부분에서 많은 것을 소진했을 텐데 훌쩍 생략한 부분도 눈에 띄고, 또 슬쩍 건너갈 수 있는 부분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궁금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첫 장면을 동규의 꿈, 그러니까 판타지로 시작한 이유가 뭔가.
안슬기/ 시작 부분에서 동규가 왜 집을 나왔는지를 설명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동규의 모습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게 싫었다. 한번에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거다. 그리고 그 첫 장면과 영화 중간 두번에 걸쳐 반복되는 복수장면은 영화 전체의 흐름에서 벗어나더라도 다른 장르로 느껴졌으면 했다.
노동석/ 동규가 영화 속에서 고2라는 설정인데, 그 나이는 원래 성에 대해서도 민감한 나이 아닌가. 하지만 시내와 동거를 시작하는 부분에선 그런 묘사가 전혀 없더라.
안슬기/ 고2 남자애들은 자기들끼리 있으면 그런 얘기뿐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가만히 보면 초등학생처럼
안슬기 감독 vs 노동석 감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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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25일. 현재 고등학교 수학 교사로 근무 중인 안슬기 감독은 자신의 첫 번째 장편영화 <다섯은 너무 많아>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로부터 1년 전. 그가 출연한 첫 장편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했다. 지난해 12월3일 개봉한 노동석 감독의 <마이 제너레이션>이 바로 그 작품. 노동석 감독과 안슬기 감독은 사실 6년 동안 관계를 지속해온 사이로, 안슬기 감독은 그 영화에서 사채업자로 출연하여 능청스런 연기를 선보였다. 처음엔 조교와 학생이었고, 그뒤로 오랫동안 언제나 믿을 만한 선배요 후배였으며, 지금은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료가 된 이들을 한자리에 불렀다.
둘은 같은 한겨레 문화센터 영화제작학교 수강생 출신에, 수료 이후에도 끝없이 단편 작업을 이어나갔으며, 결국은 각종 사전제작지원금에 사비를 보태 디지털 장편을 완성하고 끝내 개봉까지 성사시켰다. 주류영화와 구별되는 감식안으로 쉽게 영화화되지 않았던 인물과 상황을 자신의 영화 속에 담아냈다는 것 역시
안슬기 감독 vs 노동석 감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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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 오브 데드>의 조지 A. 로메로 감독이 속편 제작 가능성을 언급했다.
로메로는 최근 <랜드 오브 데드>의 영국판 DVD 출시(12월 26일 예정)에 관한 엠파이어 온라인과의 인터뷰 도중 후속작을 묻는 질문에 대해 ‘시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그에 따르면 <랜드 오브 데드>는 미국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었지만 유럽과 일본 시장에서 예상 외의 호응을 얻었으며, 특히 DVD 판매량이 매우 높아 속편 제작이 자연스럽게 거론되고 있다고.
로메로는 만일 속편이 나오게 된다면 <랜드 오브 데드>의 직계 속편이 될 것이며, 전편의 결말에서 남쪽 지방으로 떠난 <랜드 오브 데드> 등장인물들의 뒷이야기를 다루게 된다고 밝혔다.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로메로의 작품 이력에서 전편과 명확하게 연결되는 첫 번째 속편이 탄생하게 된다. 더욱 반가운 것은 다른 시체 시리즈와는 달리 속편의 제작
로메로 감독 '<랜드 오브 데드> 속편 가능성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