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아나’는 지도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다. 워싱턴의 정치가와 중동의 석유재벌, 헤즈볼라 지도자 등을 취재해 <시리아나>의 시나리오를 쓴 감독 스티븐 개건은 이 영화의 제목이 실제 워싱턴의 싱크 탱크가 사용하는 단어라고 말했다. “그들은 언제든지 중동 지역의 국경을 재조정할 수 있다는 은유적인 의미로 그 단어를 썼다.” 그러므로 머나먼 이국 중동과 미국에서 일어난 별개의 사건을 다루는 <시리아나>는 그 두 지역 사이의 보이지 않는 사슬을 폭로하는 영화이기도 할 것이다.
베테랑 CIA 요원 밥 반즈(조지 클루니)는 개혁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중동 산유국의 왕자 나시르(알렉산더 시디그)를 암살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 임무에 실패해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은 밥은 누가 나시르의 죽음을 원했는지 추적하기 시작한다. 명민하고 지도력이 있는 나시르는 제네바에서 에너지 분석가로 일하는 브라이언 우드먼(맷 데이먼)을 경제고문으로 영입해 석유에서 얻는 부(富)를 늘리고 국민에게 재
냉정한 시선과 충격에 가까운 분노, <시리아나>
-
가뭄이 들어 온 국민이 물 대신 수박주스를 마시며 살고 있는 타이베이의 어느 날. 여자(천샹치)는 개천에서 수박 하나를 건져 집에 갖고 가는 도중에 공터에서 잠을 자고 있는 남자(이강생)를 발견한다. 둘의 애정은 그렇게 시작된다. 정황으로 보면 이 둘은 이미 과거에 알고 지내던 사이인 것 같지만, 영화는 그걸 속시원히 알려주지 않고 혹은 몰라도 괜찮다는 투다. 그런데 이 둘 사이에도 모르는 것은 있다. 남자의 직업은 포르노 배우다. 여자는 그 사실을 모른다. 어느 날 여자가 우연히 남자의 직업을 알게 될 때쯤 이미 영화는 종반에 다다랐고, 기묘하게 완성되는 둘 사이의 포르노그래피적 애정 행위는 그 순간 펼쳐진다.
<흔들리는 구름>은 차이밍량의 일곱 번째 장편영화다. 동명의 1960년대 번안대중가요에서 제목을 따왔고, 그 노래는 마지막 장면에서 유유히 흐른다. <흔들리는 구름>에서 두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라고는 여자가 남자에게 던지는 한마디뿐이다. 그러나 대
포르노그래피, 뮤지컬과 만나다, <흔들리는 구름>
-
2005년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미카엘 하네케의 <히든>은 앞서 국내에 소개된 <퍼니게임>과 <피아니스트>만큼 오감과 이성을 후벼대지 않지만, 의문들이 끝까지 지속되는 스릴러 속에 개인적 죄의식과 사회적 죄의식을 동시에 질문하는 틀거리가 여전히 무시무시하다.
TV문학토론 프로그램의 사회자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조르쥬(다니엘 오테이유)는 중산층 주택, 중산층 자동차, 중산층 친구 등을 지닌 지적 부르주아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아내 안느(줄리엣 비노쉬)와 아들 역시 이에 걸맞은 ‘수준’이다. 그들에게 비디오테이프 하나가 배달돼온다. 집 정면을 고정된 카메라로 응시하며 자신들의 출입을 그저 지켜보는 롱테이크가 전부다. ‘당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이 명백한 메시지에 조르쥬와 안느가 불안해하는데, 이어지는 비디오테이프와 그림이 명백한 상징을 띠기 시작한다. 테이프와 그림이 상기하는 건 조르쥬의 40년 전 과거다. 사리 판단이 온전하기 힘든 여섯살의 나이에
무시무시하고 지적이며 예술적인 하네케의 화살, <히든>
-
죽은 사람들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추억을 나눌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사람들의 죽음은 살아 있는 사람들을 아프게 만든다. 그가 남기고 간 짧은 기억들이 아쉽고, 그 먼 길을 혼자 보낼 수밖에 없었던 산 자들의 무관심이 죄책감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가 버리고 간 무정한 세상을 꿋꿋하게 살아내야 한다. 송일곤의 <마법사들>은 불안한 젊은 날의 꿈과 거기에 얽힌 죽음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남녀 혼성 밴드였던 ‘마법사들’의 멤버들은 기타리스트였던 지은(이승비)을 추모하기 위해 3년 만에 재회한다. 그동안 드러머였던 재성(정웅인)은 강원도 숲속 카페의 주인이 되어 있고, 베이시스트였던 명수(정현성)는 음악과 사랑에 실패하고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계획하고 있다. 그들은 재성의 카페 ‘마법사’에서 옛 기억을 더듬으며, 더이상 노래하지 않게 된 밴드의 보컬
불안한 젊은 날의 꿈과 죽음과 사랑, <마법사들>
-
-
<브로크백 마운틴> 원정대가 출정했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열성 관객 30여명이 모여 3월25일 6시30분에 극장 CGV용산 골드클래스관을 대관하여 영화를 관람한 것. 대관에 필요한 1인 3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에도 30명 정원을 모두 채웠다. 상영회를 찾은 관객은 출장차 서울에 올라와 시간을 낸 제주도민, 고등학생 등 직종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다. 이 상영회가 특별한 건 수입·배급사의 홍보 차원이 아닌 영화를 좋아하는 한 열혈 관객에 의해 기획됐다는 점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감독 리안의 이름을 빌려 ‘김안’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김재혜(33)씨는 영화 상영을 하루 앞둔 24일 전화통화에서 “이번이 네 번째다. 16번 봤다는 사람도 있다. 영화가 아니라면 주인공들을 더이상 못 보게 되는 거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함께할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에서밖에 없다. 꼭 마약 같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소감을 말했다.
좋아하는 영화를 좀더 나은 관람
[충무로는 통화중] 출동! <브로크백 마운틴> 원정대
-
5위 <피도 눈물도 없이>의 독불이
선정 이유: 엘리트 악당이 판을 치는 요즈음, 참으로 단순하고 무식하여 돋보이는 악당. 더불어 작명 또한 독창적이다.
그는 누구인가: 한때 권투선수였던 독불이는 투견꾼이 되어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대박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그러나 기다리다 못해 직접 대박을 만들기로 결심하면서 단순하고 난폭하기만 했던 독불의 인생은 함정과 사기가 뒤엉킨 미로처럼 변해버린다. 주먹밖에 없는 독불이가 어찌 미로 속에서 길을 찾을 수 있겠는가. 뭐가 뭔지도 모르는 채 투견장의 개처럼 날뛰는 모습이 고색창연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남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여자 패는 깡패는 영화 속에서 많이 보았지만, 독불이처럼 스펙터클할 정도로 주먹을 날리는 남자는 많지 않았다.
경쟁자: <나쁜 남자>의 한기. 돈이든 여자든 한번 꽂히면 지독하게 물고 늘어지는 남자들은 역시 무섭다.
4위 <배트맨2>의 펭귄맨
선정 이유: 펭귄 닮은 외
최고의 악당 베스트 10 [2]
-
가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당황할 때가 있다.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해야 하는 것이 바른 관객의 자세일 텐데, 남몰래(어차피 아무도 모르겠지만) 악당을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저 인간은 주인공보다 잘생겼잖아, 잘생긴 남자가 이겼으면 좋겠어!” “흥! 착한 척하기는.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사랑 타령이란 말이냐!(아 참, 저 영화는 조선시대지)” 그러다보니 마음에 드는 악당 리스트도 차곡차곡 쌓여가게 마련이었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편파적이지만, 미움받는 악당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우기다보면 공정해질 수가 없다. 마음 내키는 대로 뽑은 멋진 악당 베스트 10이다.
10위 <반지의 제왕>의 나즈굴
선정 이유: 검은 두건을 쓰고 검은 말을 탄 반지의 악령. 말없는 카리스마와 외모에서만은 따라올 악당이 없다.
그는 누구인가: 절대반지를 만든 사우론은 인간과 요정과 난쟁이를 위해서도 몇개의 반지를 만들었다. 나즈굴은 그 반지의 힘에 매혹되어 영혼을 잃어버리고
최고의 악당 베스트 10 [1]
-
많은 사람들이 밥 딜런을,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전설적인 포크 <Blowin’ in the wind>를 부른 사람으로 기억한다. 평소 그에게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밥 딜런은, ‘시대와 사회에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저항음악의 선봉장’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처절한 전쟁을 벌인 인물이었다. 데뷔 뒤 몇개의 포크앨범을 발표하여 인기를 얻은 그는, 이내 록음악으로 전향했다.
<노 디렉션 홈: 밥 딜런> DVD를 샀다. 기이한 인물의 일생을 다루는 데 본능적인 직관을 발휘하는 마틴 스코시즈는 밥 딜런의 탄생부터 언급하는 이 영화의 마지막 순간을, 1966년 5월17일, 밥 딜런과 그의 밴드가 영국 맨체스터에서 가졌던 라이브 공연으로 설정했다. 그날 그는 팬들이 사랑하는 포크를 부르기 전에는 “지금은 포크를 부를 겁니다”라는 말로 야유를 진정시켜야 했고, 자신이 사랑하는 록을 부르기 위해 밴드를 이끌고 무대에 섰
[칼럼있수다] 일관성은 예술에 해롭다
-
ME 검색 영화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면 벌금을 무나요?
저작권법 제27조에 따르면 영리 목적을 위해 다운로드하는 것이 아니라면 면책 대상, 영리를 취하거나(마일리지 누적이나 포인트 포함) 저작권자의 경고에도 계속 공유할 경우 처벌 대상이다. 일부 영화사들에게 저작권 고소 대행 업무를 위임받은 사이트가 2월1일부터 영파라치 제도(불법 영화파일 신고 포상제)를 시행했는데, 업로드 네티즌만 신고 대상이며(다운로드 네티즌 제외) 현재 벌써 8만7500건이 신고되었다. 정부기관이 나서지 않고 저작권자가 나서는 것은 저작권법이 친고죄이며,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건당 1만원인 포상금이나 영화표를 노리고 1천건 이상 신고하는 이들도 있으며, 비디오대여점 주인 등 피해자들도 영파라치 대열에 나서고 있다. 아직은 안심하셔도 되지만(업로드 네티즌이 아니시라면), 이런 불법파일 다운로드가 한국영화 시장을 죽이고 있음은 아셔야겠다. 국내 영화시장 피해액은 최대 2800억원이나 된다.
[영화지식검색] 영화를 다운로드하면 벌금을 무나요?
-
개봉 초읽기에 들어간 <모노폴리>는 금융 사기를 통한 두 남자의 엇갈린 욕망을 다룬 범죄영화다. 경호(양동근)는 사업과 존과 함께 자신의 천재적인 해킹 능력을 이용해 국내 계좌에서 소액을 인출할 음모를 꾸민다. 이들의 계획이 성공했는지 여부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모노폴리>를 보는 이들은, 영화 속 경호의 직업에 더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요즘 컴퓨터깨나 한다는 이들 사이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직업, 해커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전에 하고많은 직업 중 하필 해커냐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당신이라면 해커(hacker)와 크래커(cracker)의 의미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 해킹이란 용어는 특정 시스템에 침투해 그것을 파괴하거나 어지럽히는 것을 의미하는 게(이게 바로 크래킹이다) 아니기 때문이다. 해킹의 시작은 MIT 대학원생들이 교환기 시스템의 동작원리를 알아내기 위해 회로를 분석하면서였다. 컴퓨터가 발명되면서는 원하는 연산을 더 쉽게 할
[배워봅시다] <모노폴리>의 양동근 같은 해커가 되고 싶어요!
-
<바람난 가족>의 은호정
호정은 의무감 때문에 남편과 섹스를 하긴 하지만 연애 때의 오르가슴을 느낄 순 없다. 그를 흥분시키는 것은 마스터베이션과, 이웃의 고삐리. 그런 그에게 남편은, 몸도 마음처럼 변해가는 것이라서 그렇다고 일축해버린다. 하지만 호정은 몸이, 머리보다 마음이 하는 말을 더 잘 알아들어서 그런 것임을 증명해낸다. 그래서 호정이 잘해보자는 남편을 뿌리치고, 자신의 욕망을 좇는 모습은 사랑스럽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조은숙
모든 남성의 관심을 받아야 사는 여자. 실제로도 그들의 모든 관심을 받고 사는 여자. 하지만 은숙은 허공 위의 삶을 사는 듯 보인다. 잊고 싶은 과거를 가진 그는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없다. 그가 남자들(의 관심)에 목을 메는 이유다. 그들이 없으면 은숙은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시종일관 당당하고 뻔뻔한 은숙이 불안하고, 애처로워 보이는 이유다.
[VS]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두 여자, 문소리
-
<브로큰 플라워>에서는 빌 머레이가 아들 찾아 삼만리더니, <돈 컴 노킹>에서는 샘 셰퍼드가 아들을 찾아 떠난다. 고향 찾아가는 철새처럼 나도 몰랐던 내 아들을 찾아가는 시즌이 찾아온 걸까. 그렇다면 이 아버지들 보고 아들 혹은 딸들은 심봉사 찾은 심청이마냥 쌍수 들고 환영만 할까? 수십년 만에 돌아온 아버지들. 이 정도는 되어야 환영받지 않을까 해서 뽑아봤다. 20년 만에 돌아와도 이런 아버지면 OK 베스트5.
5위는 <어바웃 어 보이>에서 윌 프리먼(휴 그랜트)의 아버지. 아들이 평생 놀아도 먹고살 만큼의 유산을 남겨준 것이 무엇보다도 훌륭한 아버지. 그런 아버지라면 다시 살아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반갑지 않을까. 물론, 좀비가 되어 돌아온다면 곤란하겠지만.
4위는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그 유명한 대사 “내가 니 아비다”(I’m your father)를 남긴 그 아버지. 심지어 아들 루크의 적수이자 검과 검을 맞댄 혈투에서는
[Rank by Me] 돌아온 아버지
-
최강희_ “큰일에 대범하고, 작은일에 집착해요”
<러브 미 이프 유 대어>의 소피 역, 꼭 해보고 싶어요. 엉뚱한 게임과 질투에 빠지는 모습이 좋았어요. 저랑 안 어울린다고요? 그래요. 사람들은 다 제가 매우 밝고 명랑하기만 한 줄 알아요. 그런 이미지를 좋아하시고요. 라디오 프로그램(현재 최강희는 <최강희의 볼륨을 높여요>를 진행한다)에 나오신 게스트 분들도 “강희씨, 생각했던 거랑 달리 성격이 내성적이에요”라고 하세요. 제가 내성적이죠. 먼저 누군가에게 다가가서 말을 거는 성격이 못 돼요. 새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싫고요. 물론 ‘얇고 넓게’는 할 수 있어요. 그건 누구나 할 수 있죠. 하지만 그건 싫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할래요.
그렇다고 제가 어둡기만 한 건 아니에요. 저는 낮과 밤의 모습이 매우 다르거든요. 낮에는 활발하기도 하고 사람들과 웃고 잘 지내요. 그런데 밤에는 칙칙해요. 그냥 방 한쪽에 웅크리고 있어
<달콤, 살벌한 연인>의 박용우·최강희
-
패션은 곧 메시지다. 3월12일 웨스틴조선호텔, 오다기리 조는 마치 히미코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듯, 영화 속 히미코 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그는 매우 침착하고 조용했으며, 간단한 질문에도 신중한 태도로 임했다. 때로는 <박치기!>의 사카자키 같고 때로는 <메종 드 히미코>의 하루히코 같았던 그와의 인터뷰를 아래 싣는다.
-<메종 드 히미코>에서 게이 하루히코 역을 맡았다. 어떤 준비를 했나.
=게이 연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말투나 앉는 자세, 이런 걸 게이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루히코는 게이라서 히미코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우연히 사랑을 하게 된 대상이 히미코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가지는 일본의 술집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긴 담배를 피운다. 길고 가는 담배. 그래서 ‘에세’ 담배를 한국에서 가져와서, 그걸 피웠다.
-게이인 하루히코가 사오리에게 끌리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인간이기 때문에. 밥
오다기리 조를 만나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