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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의 주인공들은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냥 남자, 여자로 불러달라고 한다. ‘묻지마 연애’를 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누구든 영화를 보면 남녀주인공의 상황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는 제작진의 믿음 때문이다. <애인>의 보도자료 첫머리에는 한 설문 조사를 빌려 이렇게 쓰여 있다. 40% 넘는 기혼여성이 교제 중인 애인이 있다고, 현재 애인이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애인을 갖고 싶다는 의견도 60% 가까이 된다고.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인 결혼. <애인>은 캐묻지 않아도 현재 한국의 남녀들이 결혼에 대해 갖고 있는 딜레마를 겨냥해서 기획된 영화로 보인다.
결혼을 앞둔 한 여자(성현아)가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한 남자(조동혁)는 한 여자에게 접근한다. 한 여자는 한 남자의 느닷없는 제안을 물리치지만, 한 여자와 한 남자는 다시금 우연히 재회하고, 서로에 대한 호감을 몸으로 확인한다. 한 남자는 어차피 내일이면 비행기 타고 아프리카로 떠
서사도, 감정도 없는 그들만의 섹스,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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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다하르>(2001)를 만들고 난 다음에도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이라는 문제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이란 땅에 넘어온 아프간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대한 다큐멘터리 <아프간 알파벳> 을 이듬해에 만든 그는 이후로는 아예 이 다큐멘터리가 다룬 문제 속으로 직접 발벗고 뛰어드는 활동을 하며 몇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얼마 동안 그의 필모그래피는 누적의 기회를 갖지 못했지만 그는 아프간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벌이는 활동이 영화를 만드는 것보다 나은 일이라고 주저없이 말했다. 이 뜨거운 심장을 가진 행동주의자 마흐말바프가 3년 만에 신작을 내놨으니 그것이 바로 <섹스와 철학>이다. 그런데 유별난 제목에서도 이미 그 분위기를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듯이 이것은 앞에서 지적한 마흐말바프의 최근 행보와 합치하는 유의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섹스와 철학>은 마치 그가 그간의 참여적 달음박질을 멈추고 잠시 숨고르기를
인간의 조건으로서 사랑의 문제를 탐구하다, <섹스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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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에 수록된 단편 <미라>는 잔잔하지만 매우 극렬한 연애담이다. 재밌는 건 1인칭 화자인 여성이 가진 연애의 기준이다. ‘그 사람이 추잡한 상상 속에서 나를 어떤 식으로 다루든 내가 용납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그녀는 추잡한 상상을 허용하는 남자와만 연애를 해왔다(그렇다고 추잡한 상상을 실천에 옮겨왔는지는 알 수 없다). 사건은 그녀가 이 기준을 처음 어기면서 벌어졌다. “용납을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공격적인 섹스에만 몰두하는 남자와 짧고 굵은 만남을 갖게 된 거다. 가능성 높았던, 극단적인 결말은 두 가지였다. 18년간 함께 살았던 고양이를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미라로 만들었듯 그가 그녀를 미라로 만들거나, 그녀가 그의 머리를 으깨 죽이거나. 긴 시간이 흐른 뒤, 그녀는 어느 쪽이든 그리 나빴을 것 같지 않다고 회고한다.
<연애>의 어진(전미선)은 <미라>의 그녀와 다르면서도 비교할
연애는, 미친 짓이다,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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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바람이 분 건지 올해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계는 ‘아부지 어무니’의 손을 부여잡고 5편이나 되는 영화를 내놓았다. <미트 페어런츠>의 속편 <미트 페어런츠2>, <미트 페어런츠>의 재탕 삼탕 격인 <게스 후?> <퍼펙트 웨딩>, 현실을 담백하게 풀어낸 <인 굿 컴퍼니>. 그리고 ‘37살의 이혼녀가 23살의 남자와 사랑에 빠졌는데 알고 보니 자기 카운슬러의 아들이더라’는 줄거리의 <프라임 러브>다.
<게스 후?>와 <퍼펙트 웨딩>이 같은 이야기의 남녀 버전처럼 보인다면 <프라임 러브>는 여러 면에서 <인 굿 컴퍼니>와 닮았다. 나이든 A와 젊은 B가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고, B가 A의 아들(딸) C와 사랑에 빠지면서 세 사람은 껄끄러운 입장이 된다. ‘로맨틱’을 담당하는 것은 서로 사랑하는 B와 C요, 그들을 못마땅해하는 A가 ‘코미디’를 감당한다. ‘갈등 해소
인생을 성숙시키는 로맨틱코미디, <프라임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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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모르는 여인으로부터 편지가 도착하고 아는 여자는 떠난다. 이것이 <브로큰 플라워>의 이상한 시작이다. 돈 존스턴(빌 머레이)에게 당도한 편지는 말한다. 19년 전 그가 알지 못하는 동안 옛 애인이 낳아기른 아들이 생부를 찾으러올 테니 놀라지 말라고. 한편 동거를 청산하고 떠나는 여자 셰리(줄리 델피)는 그에게 말한다. “나는 마치 당신의 정부(情婦)처럼 느껴져요. 당신은 결혼도 안 했는데 말이죠.” 이중의 곤혹스런 사태를 맞은 이 남자의 대처라곤, 소파에 털썩 눕는 것이 전부다. “컴퓨터 사업으로 돈을 꽤 벌었다”는 언급 외에 그가 왜 화려한 연애 편력과 사업에서 은퇴했는지 암시하는 단서는 거의 없다. 아니, 어쩌면 있다. 여자들은 이 남자가 ‘쿨한’ 방식으로 걸어잠근 마음의 문 뒤쪽에 정작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고 떠났을 것이다.
짐 자무시의 영화에서는 흔히, 순수하고 열정적인 이방 출신이 무감동한 미국인을 충동질해 인생의 정
배우 빌 머레이가 베푸는 향연, <브로큰 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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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상장시대’에 먹구름이 낄 것인가. 11월23일 증권선물위원회는 팬텀과 선우엔터테인먼트를 주가 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팬텀은 올해 초 이가엔터테인먼트와 우성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인수하면서 코스닥 시장에 우회 등록한 기업으로, 이후 이병헌, 이정재, 장진영 등이 소속된 플레이어엔터테인먼트를 합병하면서 영화, 음악, 매니지먼트 등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를 아우르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팬텀의 최대주주인 이모씨와 김모 대표이사 등이 팬텀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 주식을 위장분산한 뒤 주가를 310원에서 4100원으로 끌어올려 고가에 처분하는 방법으로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팬텀의 주식은 1월3일 최저가 270원을 기록했었지만, 한때 4만원 이상으로 올랐으며 검찰 고발 이후에도 3만7천원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선우엔터테인먼트도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강모씨가 주식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업
[충무로는 통화중] 충무로 상장시대 ‘노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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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화들의 마지막 프러포즈가 시작된다. 동숭아트센터의 연말기획 영화제 ‘마지막 프로포즈’가 오는 12월16일부터 한달여간 계속된다.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는 ‘마지막 프로포즈’의 상영작은 허우샤오시엔의 오즈 야스지로 헌정영화 <카페 뤼미에르>와 지난해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인 <아무도 모른다>, 빔 벤더스의 2004년작 <랜드 오브 플렌티>를 비롯해 <과거가 없는 남자>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 <루시아> <몽상가들> <바이브레이터> <빙 줄리아> <사이드웨이> <사랑은 타이밍> <시티 오브 갓> <69> <어떤 나라> <이터널 선샤인> <천리마 축구단> <추방된 사람들> <킨제이 보고서> <토니 타키타니> 등 외국영화 19편과 <녹색의자> <러브 토크&
당신이 놓친 영화, 보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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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이 석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수상이 유력한 영화 또는 배우를 저울질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 <USA투데이>는 배우들의 ‘외모 변신’에 초점을 맞춘 글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USA투데이>가 소개한 아래 영화들은 모두 현재 미국에서 상영중이거나 곧 개봉할 예정이다.
먼저, 조지 클루니는 <시리아나>(Syriana)에서 중후한 중년 CIA요원을 연기하기 위해 체중을 15kg이나 불렸다.
반대로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은 17kg을 뺀 경우다. 그는 전기영화<카포테>(Capote)에서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자로 유명한 작가 트루먼 카포테를 연기하기 위해 감량했다.
<위기의 주부들>로 얼굴을 알린 중견 배우 펠리시티 허프먼은 <트랜스아메리카>(Transamerica)에서 가짜 남자 성기를 달고 ‘여장 남자’를 연기했다.
<나이트 플라이트>의 킬리언 머피
체중과 성별을 바꾼 연기로 오스카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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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사의 최신 게임기로 주목을 받고 있는 X박스360이 내년 2월 24일 국내 출시된다.
출시일과 기타 세부사항은 5일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주최로 열린 기자 간담회를 통해 알려졌는데, 이 자리에서는 동시 발매될 게임 타이틀과 패키지 사양 등이 함께 공개되어 큰 관심을 모았다.
인기 격투 게임 시리즈의 최신작 <데드 오어 얼라이브 4>를 비롯해 <카메오: 엘러먼츠 오브 파워> <프로젝트 고담 레이싱 3> 등 화제작들이 한글화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며 <헉슬리>, <나인티 나인 나이츠> 등 국내 제작사들이 제작하고 있는 기대작들도 대기 중이라고 발표됐다.
X박스360 패키지는 북미 지역 출시 때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 버전으로 나올 전망. 본체와 함께 탈착식 하드 디스크, 무선 컨트롤러 등이 포함된 ‘일반판’, 본체와 유선 컨트롤러 등 기본적인 구성물만 갖춘 ‘코어판’으로 각각 출시된다.
출시일과 더불어 게이머들이 가장
X박스360, 내년 2월 국내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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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홍콩 영화 <이니셜 D>가 내년 2월 15일 일본에서 출시된다.
<무간도> 신화를 창조한 유위강, 맥조휘 감독과 진관희, 여문락 등 인기 스타들이 참여한 작품으로, 시게노 슈이치의 원작과 마찬가지로 운전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주인공이 강력한 라이벌들과 다운힐 레이싱을 벌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본편만 수록한 일반판과 부록 디스크가 추가된 스페셜 에디션, 그리고 마니아들을 위한 콜렉터스 박스로 선보일 예정. 콜렉터스 박스에는 ‘재팬 버전’과 ‘아시아 버전’으로 나뉜 두 장의 부록 디스크에 일본을 방문한 제작진들의 모습과 해외 영화제 초청 모습 등 다채로운 부가영상이 수록된다. 여기에 해설책자, 주인공이 입었던 것과 같은 모양의 티셔츠 등 영화팬들을 위한 특별 아이템도 곁들여진다. 가격은 9,975엔에 책정됐다.
인기 만화 원작 <이니셜 D> 일본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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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주말연속극 <슬픔이여 안녕>과 KBS1의 일일연속극 <별난여자 별난남자>가 각각 31.1%, 30.8%의 시청률을 기록, 나란히 30%대를 돌파하며 지난 주 1,2위를 차지했다. SBS의 주말극장 <하늘이시여>는 이보다 한참 떨어진 21.8%의 시청률로 3위에 올랐다.
오락 프로그램인 SBS <일요일이 좋다>와 KBS2의 <해피투게더-프렌즈>가 드라마의 뒤를 이어 각각 4위와 5위에 올랐으며, 20%대를 향해 가고 있는 SBS <백만장자와 결혼하기>는 19.2%로 6위에 올랐다. 그밖에 청룡영화상 시상식 2부가 18.4%로 9위에 올랐다.
최근 <PD 수첩>의 보도와 관련하여 홍역을 치르고 있는 MBC는 3주째 시청률 20위 안에 단 한 프로그램도 들지 못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BC 3주째 시청률 20위권에서 전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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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용산 CGV에서 열렸던 <태풍> 언론시사회 현장 사진.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연출을 맡고, 장동건, 이정재, 이미연이 출연하는 <태풍>은 150억원 이상의 순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으로 <태극기 휘날리며>보다 더 많은 스크린수를 확보하여 개봉할 예정이다.
<태풍> 언론 시사회 현장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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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별을 잇는 자>에 이어 일본 극장가에서 호조를 보였던 SF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2: 연인들>이 내년 2월 24일 일본에서 DVD로 발매된다.
1985년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었던 <기동전사 Z건담>을 극장용으로 재편집한 삼부작 가운데 두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 반지구연방조직 ‘에우고’에 합류한 소년 카미유가 적대조직 ‘티탄즈’ 소속의 신비한 소녀 ‘포’와 만나 겪는 사랑의 아픔을 주된 내용으로 담고 있다.
전작 <별을 잇는 자> DVD와 마찬가지로 1.85: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에 돌비 디지털 5.1 음향을 지원. 초회 생산품에 한해 40분 분량의 제작관련 부가영상이 담긴 부록 디스크가 추가된다.
지난 10월 28일 출시된 <별을 잇는 자>가 발매 첫 주만에 10만장에 가까운 판매고를 기록한 전례로 볼 때, 이번 <연인들> DVD 역시 일본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 것으로 기
<기동전사 Z건담 2> 내년 2월 日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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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DVD의 12월 출시 라인업이 공개됐다.
조폭 코미디물로서 전작 <가문의 영광>을 뛰어넘는 흥행을 기록한 <가문의 위기 SE>와 이미숙, 이대근의 열연이 돋보인 토속 에로 영화 <뽕>, 그리고 세익스피어 원작의 <베니스의 상인>과 성룡 주연의 모험물 <용형호제 1, 2 박스>가 출시를 앞둔 작품들.
<가문의 위기 SE>는 HD 텔레시네 과정을 거친 고화질 영상으로 선보일 전망이며 정용기 감독의 음성해설과 메이킹 필름 등 부록을 포함한 2디스크 디지팩 패키지로 구성된다. 출시예정일은 오는 23일.
21일 발매되는 <뽕> 역시 HD 텔레시네 과정을 거쳐 제작되는데 제작시기가 비교적 오래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앞서 출시된 <서편제>가 그랬듯, 이제껏 보지 못했던 준수한 화질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1.85: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과 돌비 디지털 2.0 음향을 지원하며 예고편, 오리지널 포
스펙트럼DVD, 12월 출시작 라인업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