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건(28)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소녀들은 환호했다. 호리호리한 몸매, 커다란 눈망울, 조각 같은 옆 모습까지, 마치 순정만화에서 그대로 빠져나온 듯하다고. 가슴속에 뭔가 내밀한 상처를 품고 있는 듯해, 그냥 애처롭고 가슴 저리다고. 장동건은 그렇게 90년대를 대표하는 청춘스타가 됐다. 그에겐 어질고 순한 사람일 거라는 믿음도 따라붙는다. 그래서 그가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 “전 외모에 콤플렉스 있어요”라고 말해도, 그 거짓말 같은 참말을 그냥 믿게 된다. 진정한 ‘배우’가 되고 싶은 장동건에게 잘생긴 외모는 거추장스러워진 지 오래다. “외모로 인기 얻은 배우 중에 나중에라도 연기력을 인정받은 경우는 드물어요. 그렇다고 정말 연기를 못한 건 아닐 텐데요.” 그러나 얄궂게도 그의 이미지에 환호하는 이들은 늘어만 간다. 십년 전 한국에서 주윤발이 그랬듯, 지금 저 멀리 베트남에선 장동건이 최고의 ‘해외 스타’다. 베트남까지 전파를 탄 드라마 <의가형제> 덕이다. 조만간
“저 외모에 콤플렉스 있어요”, <연풍연가>의 장동건
-
해적 영화 촬영현장에 해적, 아니 도적이 떴다.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의 속편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을 촬영하고 있는 바하마 제도에서 배우들의 숙소에 한달 동안 무려 4차례나 도둑이 들면서, 신변에 위협을 느낀 일부 배우들이 촬영지를 떠나가는 등 촬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도적이 가져간 물품은 노트북과 여권을 비롯해 출연료로 지급된 수표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적으로 11월11일 네 번째 도난 사건으로 2만달러가량의 손실이 발생하자, 두 배우가 짐을 꾸려 집으로 돌아가기에 이르렀다. 제작진은 이것이 특정배우를 노린 범죄였는지에 대해선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 채로, 바하마 경찰과 영상위원회를 동원,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다시 도난 사건이 재발하면, 촬영을 철수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은 바하마 촬영 내내 현지인들과 잡음을 빚는 등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도미니카의 캐리비안
[What's Up] 해적 잡는 도적
-
러시아산 판타지 <나이트 워치(12월 8일 국내 개봉 예정)>의 감독이 할리우드에 진출한다.
버라이어티지는 러시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으며 전 세계 장르 영화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 <나이트 워치>의 티무어 베크맘베토프 감독이 유니버설에서 제작하는 <원티드>의 감독으로 결정되었다고 보도했다.
<원티드>는 마크 밀라와 J. G. 존스 원작의 만화 시리즈를 각색한 작품으로, 한 어수룩한 화이트 컬러가 전 세계를 장악한 킬러 조직의 일원으로 변모하는 내용을 다루었는데 작중의 과도한 폭력과 성 묘사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영화판 각본은 <패스트 & 퓨리어스 2>의 데릭 하스와 마이클 브랜트가 맡았다. 이들은 파라마운트가 제작할 톰 클랜시 원작 영화 <레드 래빗>을 집필 중이기도 하다.
<원티드>는 베크맘베토프가 처음으로 연출하는 영어권 영화. 그는 현재 <나이트 워치>의 속편인 <
<나이트 워치> 감독 할리우드 진출
-
나는 서른을 3주 앞둔 77년생이다. 독이 한창 오른 음력 8월 뱀띠라 손녀딸 ‘시집 못갈까’ 우려한 할머니 덕에 호적상으로는 78년생이다. 77년생이나 78년생이나, 뱀이나 말이나 드세기야 오십보 오십일보지만, “내일 모레 서른인 애가 왜 그러니”라는 핀잔에 “대한민국은 법치 국가거든, 민증 까, 나 스물 여덟이야”할 때만큼은 78로 시작하는 주민등록번호가 철딱서니 없이 흐뭇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부쩍 줄어든 주량과 퍼질러지는 몸매를 보며 생물학적으로 코 앞에 닥친 ‘서른’을 불안해 하는 것은 사실이다.
스물 아홉이 서른된다고 인생이 순식간에 나빠지거나 혹은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서른이 되면, 그래서 삼십대가 되면 왠지 인생의 ‘선택지’가 줄어들 것 같은,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내가 입을 수 있는 옷도, 그리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남자도 줄어들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이 나도 모르게 슬쩍 똬리를 트는 건 어쩔 수 없다. 30살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팝콘&콜라] 연하 사랑한 언니들 보니 심통나네
-
-
단 세 컷으로 이뤄진 충격의 영화
처음 본다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충격을 받거나 구토를 하거나 화를 내거나 눈을 감거나. 김경묵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얼굴 없는 것들>이 만들어내는 쇼크효과는 작은 편이 아니다. <얼굴 없는 것들>은 서울독립영화제 2005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을 몰고 올 영화임이 틀림없다.
64분30초짜리 <얼굴 없는 것들>은 단 세컷으로 이뤄져 있다. 40분이 넘는 첫컷은 여관방 안을 무대로 한다. 카메라가 ‘몰카’ 앵글로 한구석에 처박혀 방 내부를 비추는 가운데, 우리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30대 남성을 보게 된다. 이윽고 교복을 입은 남자 고등학생 민수가 들어오고, 두 사람은 애정행위를 벌이기 시작한다. 30대 남자는 민수를 섹스 파트너 정도로 생각하는 듯 보이지만, 민수에게 아저씨는 사랑의 대상인 것 같다. 더 센 자극을 위해 검은 마스크를 쓴 채 민수의 항문을 탐하는 아저씨는 중학생 아들만큼은 “정상적인 남자”라고
서울독립영화제 2005 [4] - 김경묵 감독
-
<씨네21>을 줄을 치며 읽고 <열려라 비디오> 같은 가이드북을 머리맡에 두고 자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당연히 남자 친구도 심야 영화제에서 우연히 만난 감독 지망생이어야만 마땅할 것 같았다.
나는 그만큼 영화를 좋아했던가? 물론 좋아했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열정이 100% 순수였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한때는 영화였지만 지금은 ‘아는 척’ 하기에 와인만큼 좋은 아이템이 없는 듯 하다. 와인의 역사는 영화의 1백년 역사보다 유구하고, 그 장르(포도 품종만 40종이 넘는다)와 종류는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 오랜 역사와 다양한 품종은 섬세한 취향을 요구하고, 그 취향이 곧 문화가 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사이드웨이>다.
<사이드웨이>를 보기 전까지 나는 카베르네 쇼비뇽과 샤도네이로 만들어진 와인을 무척이나 신뢰하고 있었다. 무슨 수학 공식처럼 레드 와인은 역시 카베르네 쇼비뇽이고,
[김경의 영화교양백서] 와인 애호가처럼 보이는 법
-
복제인간의 생존을 위한 싸움을 다룬 블록버스터 <아일랜드>가 내년 1월 DVD로 출시된다.
마이클 베이 감독,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이 SF 액션 영화는 지난 7월 국내 개봉되었는데, 복제인간이 등장한다는 극중 내용과 때마침 공개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복제 뉴스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흥행에서 선전한 바 있다.
DVD는 2.35대 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가 수록되며 부록으로는 약 15분 분량의 메이킹 다큐멘터리가 제공된다. 영화 속의 화려한 액션 장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다루었다고.
출시사는 워너 브라더스, 출시일은 2006년 1월 6일로 예정되어 있다. 정가 11,900원.
복제인간 블록버스터 <아일랜드> 1월 국내 출시
-
거친 살갗을 보듬는 내면의 풍경화
시작은 <마리 이야기>가 개봉했던 2002년 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이성강 감독은 그의 첫 장편애니메이션이 대중과의 소통에 실패했다고 생각했고, (훗날 안시영화제 대상 수상으로 재평가되는 반전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몹시 심란하고 암울한 상태에서 ‘뭔가’ 떠오르는 대로 써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당시 그의 복잡한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온 존재가 ‘귀신’이었다. “주변에서 멀쩡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걸 봤다. 이명이 있다든지 환상을 본다든지 하는. 그런 초현실적인 일들이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이 세상에서 우린 귀신과 함께 살아가는 셈이다. 생각해보면, 귀신을 본다는 것은 자기 삶에 결핍이 있고, 그런 마음이 반영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모든 이야기들을 한 남자의 경험으로 수렴하면서, 이성강 감독의 시나리오 <살결>은 틀을 잡아갔다. 옛 애인과 시한부적인 관계를 맺던 남자가 자기 곁을 맴도는 한
서울독립영화제 2005 [3] - 이성강 감독
-
희망을 연주하는 앙상블 드라마
우연히 흰 상어를 잡은 어부 영철은 친구 준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뜨거운 여름날 대구로 향하지만, 큰 판돈을 걸고 한창 노름을 벌이고 있는 준구는 도통 나타나지 않는다. 도시를 방황하던 영철은 교도소에서 출소했지만 자기 집이 어딘지 몰라 헤매는 유수를 만나게 되고, 영철 가방 속에 든 상어가 자신의 아기라고 착각하는 미친 여자 은숙의 추격을 당한다. 서울독립영화제 2005의 개막작인 디지털 장편영화 <상어>는, 이를테면 앙상블 영화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채 영화 안에서 뒤얽히는 존재는 이들 네명 외에도 수상한 다방 여종업원 홍양과 노름판의 아저씨 등이 있다. 세상의 주변부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상어>는 영철의 가방 안에서 썩어가는 상어의 악취와 함께 이들의 내밀한 욕망과 갑갑한 소통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상어>가 비루한 삶의 풍경을 잔인하게 드러내기만 하는 건 아니다. 서로에게 낯선 존재인
서울독립영화제 2005 [2] - 김동현 감독
-
연중 가장 마지막에 열리는 독립영화 축제인 서울독립영화제(SIFF) 2005가 12월9∼16일 서울 CGV 상암에서 열린다. 한해의 독립영화를 정리, 평가하는 역할을 해온 그동안의 행사와 달리, 서울독립영화제 2005는 54편의 본선 경쟁작 중 17편이 첫선을 보이는 데서 알 수 있듯, 새로운 독립영화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성격이 강해졌다.
총 515편의 응모작 중에서 선정된 본선 경쟁작은 단편 31편을 비롯해 중편과 장편이 각각 15편과 8편을 차지하고 있다. 중·단편의 비중이 높아지는 최근의 추세를 반영한 결과.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영화제 쪽은 머지않아 중·단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본선 경쟁작 중 우선 눈에 띄는 작품은 독립영화계 스타 감독들의 신작이다.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첫선을 보이는 김종관 감독의 단편 <낙원>, 김곡·김선 감독의 장편 <뇌절개술>, 도내리 감독의 <고백>을 비롯해 이지상 감독의 <십우도2-
서울독립영화제 2005 [1]
-
나는 장동건이다. 6mm짜리 독한 담배를 피운다. 1mm짜리 담배는 목만 간질간질해져서 도무지 담배 같지가 않다. 나는 장동건이다. ‘씬’이다. 남북에 버림받은 기억을 안고 복수심에 불타는 남자, 한반도를 날려버릴 핵무기를 안고 남한으로 향하는 해적, 영혼을 잃어버린 누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남동생이다. 사실 ‘씬’은 주변에서 흔하게 살아 움직이는 인물은 아니다. 그가 겪는 감정의 폭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처음엔 피상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인물의 내적 깊이보다는 외적인 매력에 더 끌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어느 날, 탈북자를 만난 적이 있는 영화 관계자를 만났다. 내가 연기하는 ‘씬’이라는 역할에 대한 설명을 듣더니, 탈북자분이 그 자리에서 왈칵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그도 ‘씬’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비슷한 감정을 가진 적이 있었다고.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갑자기 <태풍>과 ‘씬’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촬영 초반의 그 일은, 아마도,
나는, 장동건이다, <태풍>의 장동건
-
<형사 이야기>는 이상하게도 주연배우 커크 더글러스보다 조연을 맡은 세 여배우가 눈에 더 밟히는 작품이다. 엘레노어 파커와 캐시 오도넬은 <황금 팔을 가진 사나이>(1955)와 <그들은 밤에 산다>(1948)에서의 역이 워낙 마음을 아프게 했기 때문인데, 한 여자는 거짓으로 휠체어에 의지해 살다 몸을 던져 죽는 인물로, 다른 여자는 연인이 총에 맞아 죽는 걸 봐야 했던 비운의 인물로 등장했다.
우연인지 <형사 이야기>에서도 두 여배우는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 파커는 비밀을 숨긴 채 결혼을 유지하려는 메리 역을 맡았으며, 오도넬은 범죄를 저지른 남자를 사랑하는 가련한 수잔으로 분했다. 다행이라면 결말이 전혀 다르다는 것. 메리는 구제불능인 남편을 당당히 떠나며, 수잔은 연인과의 미래를 약속받는다. 반면 리 그랜트는 갓 데뷔한 조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나, 이후 블랙리스트에 올라 1960년대까지 영화에 제대로 출연하
<형사 이야기> 냉혈한 형사 이야기의 대명사
-
리우데자네이루의 외곽에 형성된 빈곤층 집단거주지인 ‘신의 도시’. 영화 <시티 오브 갓>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그곳에서 실제 벌어졌던 범죄의 연대기다. 속도와 열기와 아이디어와 범죄와 현란한 영상의 조합품인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쿠엔틴 타란티노를 떠올리게 되는) <시티 오브 갓>은 세계적으로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카메라의 눈을 자처하는 <시티 오브 갓>은 어쩐지 감각적인 작품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시티 오브 갓>은 몇몇 범죄자의 타고난 악마성에 더 큰 관심을 가진 듯하며, 그 결과 현실은 있으나 눈에 보이질 않는다. 우린 헥토르 바벤코의 <피쇼테>(1981)에서 브라질 부랑아들의 처참한 현실을 이미 목격한 바가 있다. 두 영화는 모든 친구가 사라진 뒤 홀로 걸어가는 주인공을 보여주며 끝나는데, <시티 오브 갓>은 <피쇼테>가 주었던 감동의 깊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시티 오브 갓> 빈민가 소년들이 배우로 만들어지기까지
-
<EBS> 12월10일(토) 밤 11시30분
샘 페킨파 감독의 <와일드 번치>(1969)는 폭력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흔히 ‘수정주의’ 서부극이라 불리는 이 영화는 인물들 선악의 구분이 따로 없으며 총격전 장면을 빼어나게 찍은 작품으로 꼽힌다. 서부의 총잡이들이 피비린내나는 총격전 끝에 장렬하게 숨을 거두는 <와일드 번치> 속 장면은 이후 서부영화의 전통 자체를 바꿔놓기도 했다. <킬러 엘리트>는 현대 폭력영화의 대부라 할 수 있는 페킨파 감독의 1975년작이다.
마이크 로켄과 조지 한센은 같은 조직의 정보원들이다. 마이크는 한 망명 정치가의 호위임무 도중 동료인 조지의 총에 맞는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던 그를 조지가 의도적으로 쐈던 것이다. 이후 마이크는 기나긴 수술을 받고 보행조차 곤란한 몸이 된다. 상사들은 마이크에게 퇴직할 것을 강요한다. 이후 다시 건강을 되찾은 마이크는 콜리스를 만난다. 콜리스는 일본 암살단이 목숨을
폭력미학의 거장 샘 페킨파의 버디무비, <킬러 엘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