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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아이반 라이트먼의 대표작인 유령 잡는 사냥꾼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가 디럭스에디션 DVD 타이틀로 돌아왔다. 비교적 안정적인 화질과 더이상 흥겨울 수 없는 주제가의 경쾌함을 잘 살린 사운드, 감독과 배우의 음성해설을 필두로 영화 제작 과정, 삭제 장면 등 풍성한 부가영상의 수록으로 80년대 영화 팬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젊은 시절의 빌 머레이와 시고니 위버도 만나보시길. 보너스로 수록된 애니메이션은 필견!
빌 머레이, 시고니 위버의 젊은 시절, <고스트 버스터즈 1&2 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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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데자네이루의 외곽에 형성된 빈곤층 집단거주지인 ‘신의 도시’. 영화 <시티 오브 갓>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그곳에서 실제 벌어졌던 범죄의 연대기다. 속도와 열기와 아이디어와 범죄와 현란한 영상의 조합품인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쿠엔틴 타란티노를 떠올리게 되는) <시티 오브 갓>은 세계적으로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카메라의 눈을 자처하는 <시티 오브 갓>은 어쩐지 감각적인 작품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시티 오브 갓>은 몇몇 범죄자의 타고난 악마성에 더 큰 관심을 가진 듯하며, 그 결과 현실은 있으나 눈에 보이질 않는다. 우린 헥토르 바벤코의 <피쇼테>(1981)에서 브라질 부랑아들의 처참한 현실을 이미 목격한 바가 있다. 두 영화는 모든 친구가 사라진 뒤 홀로 걸어가는 주인공을 보여주며 끝나는데, <시티 오브 갓>은 <피쇼테>가 주었던 감동의 깊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빈민가 소년들이 배우로 만들어지기까지, <시티 오브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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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 줄리아>는 ‘극장이 현실이고 바깥 세상은 허상이다’라고 믿으며 살아온 여인의 이야기다. 오래전에 죽은 연기 선생은 유령이 되어 곁을 맴돌고, 주변인들은 그녀의 모습이 진심인지 연기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무대와 배우와 연기에 관한 작품으로 <빙 줄리아>를 관심있게 본 관객이라면 DVD 음성해설을 놓치면 안 되겠다. 이스트반 자보와 두 배우는 주제를 늘려 영화와 연극과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 연극무대에서 경력을 시작한 아네트 베닝과 제레미 아이언스가 드라마틱한 목소리로 경쟁하듯 풀어내는 연기론은 관객에게도 유용하다.
시대와 인물을 섬뜩하게 묘사하던 시절의 이스트반 자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서머싯 몸의 <극장>을 영화화한 <빙 줄리아>를 어색한 문예영화로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영화의 힘은 배우의 표정에 달려 있다’고 믿게 됐다는 자보의 말처럼, <빙 줄리아>는 배우들의 명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
아네트 베닝, 제레미 아이언스의 ‘나의 연기론’, <빙 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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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자라면 연애를 잘할 수 있는 방법 몇 가지. 하나, 여자에게 기습 키스를 한다. 둘, 여자의 의사가 어떻든 여자에게 비싼 옷을 입히고 화려한 파티장에 데려간다든가 하면 된다. 그러면 여성들은 처음엔 불쾌하거나 당황할지 몰라도 혼자 있을 때 그 순간들을 기억하며 당신에 대한 감정을 깨달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당신은 최소한 외모는 정지훈이나 데니스 오쯤 돼야 하고, 당장의 신분은 보잘것없더라도 여느 액션스타 뺨치는 격투 실력에 여자를 위해 목숨을 걸 정도의 마음가짐은 가져야 한다. 아니면 수천만달러쯤은 손쉽게 버는 국제적인 스파이가 되든가. KBS2 <이 죽일놈의 사랑>과 MBC <달콤한 스파이>에서 캐릭터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왜’가 아닌 ‘얼마나’의 문제다. 상대방이 얼마나 멋진 순간을 만들어내는가, 그리고 그 남자는 또 얼마나 멋진 남자인가. 남자의 강압적인 키스는 불쾌할 수 있지만 그게 정지훈이라면 멋지게 보일 수도 있다. 또
사랑의 과정만 있고 원인은 없는 <달콤한 스파이> <이 죽일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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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어떤 싱글들이 등장할까? ‘메트로섹슈얼’(패션과 외모에 관심이 많은 남성), ‘콘트라섹슈얼’(결혼보다 사회적 성공에 가치를 두는 여성) 등 시즌마다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 <싱글즈 인 서울>이 이번엔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이름하여 <싱글즈 인 서울-인투 더 월드>. ‘서울’이 아닌 ‘해외’에서 자신의 꿈을 펼쳐가는 싱글 남녀의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삶, 사랑, 일 그리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온스타일은 “각 도시에서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삶에 대한 목표와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시즌4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소개되는 싱글은 총 6명. 프랑스 파리에서 의상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장민희(26)씨와 일본 도쿄 온라인게임 퍼블리셔 안우성(27)씨, 미국 뉴욕 의류브랜드 피알매니저 이나나(26)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수인 피아니스트 정지원(36)씨 등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에서 학교 혹은
싱글생활백서: 해외편, <싱글즈 인 서울-인투 더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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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나 애인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 같다면? 물어본다고 말할 리 없으니, 가장 좋은 방법은 뒤를 캐는 것이다. 직접 할 수도 있겠지만 해외에서는 주로 탐정들에게 부탁한다. 탐정이 없는 한국에서는 흥신소나 심부름센터를 이용한다. 그런데 미국에는 <치터스>라는 아주 유용한 프로그램도 있다. 의심이 가면, 그저 전화해서 부탁을 하면 된다. 부정이 확실하면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얼마나 기특한 프로그램인가.
일단 상대를 미행하고 확실한 심증을 잡으면, 도청기나 몰래카메라를 설치하여 물증을 확보한다. 상대가 바람을 피우는 순간, 의뢰인이 전화를 하여 어떤 거짓말로 둘러대는가를 보는 것도 빠지지 않는다. 모든 증거가 갖추어지면 의뢰인과 함께 현장을 급습한다. 진행자는 바람 피운 이유를 물어보고, 당사자들은 대부분 재빨리 자리를 뜬다. 시간이 흐른 뒤에,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인터뷰도 한다. 완전히 관계가 끝장나는 경우도 있고, 상대를 용서하고 행복한 삶
[B딱하게 보기] 벗겨진 일기장의 모호한 욕망, <치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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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옆집에 사는 김성일씨는 스타일리스트이다.
그리고 그는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박희진이 연기했던 ‘안성댁’의 실제 모델이다.
나는 안성댁의 대사를 쓸 때가 가장 쉬웠다.
그냥 ‘과연 김성일씨라면 이 상황에서 뭐라고 말했을까?’를 고민하면 되는 거였다.
나는 아직 그보다 더 재밌고 유쾌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예를 들면 김성일씨의 차를 얻어 타고 삼성동을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화려한 조명에 하늘까지 솟은 으리뻔쩍한 고층 아파트를 지나며
아직도 월세를 벗어나지 못한 나는 부러움에 치를 떨고 있었다.
“아∼ 아이파크에 살고 싶다∼ 그치 형?”
그러자 김성일씨는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난 갤러리아 백화점.”
황당한 표정의 나를 바라보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 명품관… 그나저나 그렇게 되면 매월 둘째, 넷째 화요일은 집에 못 들어가겠구나….”
아∼ 그의 정신세계는 이런 것이다.
얼마 전 영화 <가문의 위기> 포스터 의상을 맡
[이창] 안녕하세요 김성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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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의 영웅 범려가 두 번째 부를 일궜을 때 둘째 아들이 체포됐다. 초나라에서 사람을 죽인 것이다. 범려는 막내인 셋째 아들에게 거금의 구명금을 맡겨 초나라로 보내려 했다. 그러자 사실상 집안일을 도맡아 해온 큰아들이 그런 중대사를 자기에게 맡기지 않는다며 반발한다. 절망한 끝에 차라리 죽어버리겠다고까지 한다. 부인까지 나서 부추기자 범려는 어쩔 수 없이 장남을 보낸다. 그리고 이렇게 신신당부한다.
“가서 장생이라는 사람을 만나라. 그분에게 황금을 모두 맡기고 그분 말대로 해라. 일체 간섭하지도 말고 쓸데없는 일도 하지 말아라.”
큰아들은 처음에는 아버지 말대로 했다. 장생이 말했다.
“빨리 이곳을 떠나시오. 절대로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동생이 풀려나더라도 그 경위는 묻지 말고….”
큰아들은 그러나 초나라 수도로 들어가 별도로 권세가들을 상대로 석방운동을 펴기 시작했다. 장생은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왕과 공자들로부터 스승으로 존경받으면서도 청빈하게 살고 있었다.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영원한 제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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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는 매혹적이지 않다. 적어도 나에게는. 엘리베이터나 계단 없이 1층에서 10층으로 훌쩍 옮겨갈 수 있으리라 희망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안토니아스 라인>의 아름다운 결말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허기지다 못해 허망해했던 기억도 그렇다. 끝내 이뤄낸 안토니아스의 공동체가 과연 나 같은 놈을 받아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별 부질없는 망상을 다 한다 싶었다. ‘능력에 따른 노동, 필요에 따른 분배’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보다 더 불가능해 보였으니까.
‘콩나물’이라는 공동체가 있다. 콩나물 한명이 “나라고 만날 콩나물만 먹으란 법 있냐. 오늘은 스테이크 먹으러 간다”고 했던 데서 생겨난 이름이다. 풀어 말하면, 콩나물은 비슷한 계급의 술친구를 가리키고, 스테이크는 신분이 다른 동네를 지칭한다. 때맞고 뜻맞으면 되는 대로 모여 알코올을 나누는 만남이니 공동체라는 표현보다 준알코올중독자들의 그저 그런 친교라는 표현이 더 적확하긴 하다. 특별한 가입 절차나 탈퇴가 없음은 물론이다
[오픈칼럼] 콩나물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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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수능 레이스 폐막일에 맞춰 개봉된 <나의 결혼원정기>. 당 영화는, ① ‘순박무쌍한 농촌 노총각’과 ‘사회적 약점을 가지고 있는 여성’간의 연애라는 기본설정뿐만이 아니라, ② 노총각의 빤쓰 세척에 관한 문제, 그리고 심지어는 ③ 사과꽃 만개한 과수원에 누워 벅찬 가슴 안고 하늘을 바라보는 남자주인공 신 등의 디테일에서마저도 <너는 내 운명>과 본의 아닌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나의 결혼원정기>는 그 나름의 매력과 장점을 갖춘 영화였다. 특히 장정구 선수형 파마마저 감행해가며 최선의 경주를 한 유준상의 연기는, 지난해 감우성에 해당될 정도로 우리나라 영화판이 건진 굵직한 왕건이었다 사료되는데, 아니 이거 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 거야, 이래서는 안 되지, 이쯤 해두고 필자는 이제 투덜인의 본분으로 돌아오고자 한다.
<나의 결혼원정기>가 가진 여러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갓 시험을 마친 따끈따끈한
[투덜군 투덜양] 사투리도 통역이 되나요, <나의 결혼원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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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동 올림픽>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신도시 개발 때문에 자신들의 보금자리에서 내쫓기는 상계동 철거민들을 그린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대목 하나는 상계동에서 내몰린 그들이 부천시의 고속도로 근처에 자리를 잡은 다음 벌어진다. 당시 정부가 철거민 대책으로 내놓은 것은 그들을 서울 외곽으로 이주시키는 것이었다. 부천의 고속도로 옆이 그곳. 그들은 정부가 지정한 장소에 판잣집을 지어놓고 살지만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진다. 부천시 공무원들이 불법건축물이라며 판잣집을 헐러 온 것이다. 철거민들은 정부에서 시킨 대로 이주한 것이라고 하소연했지만 소용없었다. 상계동에서 철거 깡패들과 힘든 싸움을 벌였던 그들은 이곳에서도 여전히 약자였다. 기가 막힌 것은 철거의 이유다. 관계자는 고속도로로 올림픽 성화가 지나가는데 서울의 낙후된 모습을 보여줄 순 없지 않겠냐고 말한다. 국익을 위해 도시 빈민쯤은 짓밟아도 좋다는 끔찍한 논리다.
최근 황우석 교수의 연구를 둘러싼 논
[편집장이 독자에게] 국익이를 내버려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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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란은 여성의 몸 왼쪽 오른쪽 2개의 난소에서 번갈아가며 한달에 한개씩의 난자를 배출하는 것이다. 과배란은 한달에 한개씩 나오는 난자를 호르몬제 등을 써서 한꺼번에 많이 나오게 하는 것으로, 한번에 12개의 난자를 얻으려면 2년치에 해당하는 난자를 한꺼번에 뽑아내야 한다. 채취 과정의 고통을 차치하고라도 이것이 여성의 몸에 미치는 영향은 안 봐도 비디오다. 이 때문에 많은 유럽국가에서는 불임시술 등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인위적인 난자 채취를 문제삼고 있다. 일부 나라에서는 자발적인 난자 ‘기증’도 불법으로 하고 불임시술 뒤 남은 잉여난자의 ‘공유’에도 태클을 걸고 있다. 한국에선 이와 관련한 데이터가 없지만 유럽에서는 인위적인 난자 채취 뒤 많게는 20%가량의 여성들이 후유증과 부작용을 호소하고 1%가량은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황우석 파동으로 촉발된 난자기증운동의 ‘선의’를 백번 이해한다 해도 우리가 얼마나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있는지는 염려된다. 이건 피를 좀더
[이슈] 가부장성이라는 난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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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해리 포터와 불의 잔> 가장 기대했던 요정의 모습?
[헌즈다이어리] <해리 포터와 불의 잔> 가장 기대했던 요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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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괴수 캐릭터 가메라의 탄생 4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 이벤트가 지난 11월 27일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신주쿠역 동쪽 출구 방면에 있는 광장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의 제막식에는 시리즈 신작 <작은 용사들 - 가메라>에 출연한 아역 배우 도미오카 료와 가호, 그리고 90년대 헤이세이 시리즈 3부작의 헤로인 후지타니 아야코 등이 참석했다.
11월 27일은 가메라 시리즈 제1편 <대괴수 가메라>(1965)의 개봉일로 가메라의 '생일'에 해당되는 날. 참석자들은 거북 모양의 생일 케이크와 기념 촬영을 했으며 시대별 가메라 수트 3체와 이번 신작 촬영에 사용된 5m짜리 가메라 실물 모델이 전시되었다.
신작에서 주인공 도오루 소년 역을 맡았던 도미오카 료(11)는 '특촬에서의 연기는 무척 힘들었지만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주제로 한 신작은 매우 훌륭하게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제법 어른스러운 소감을 밝혔다.
제막식 후에는 감독, 조형 담당 등 가메라 시리즈
가메라 탄생 40주년 축하 행사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