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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옥상. 도심 속 15층짜리 건물에서 바라본 해질녘 서울이 왠지 낯설다. 성큼 다가온 겨울이 무색한 복장으로, 리듬에 몸을 맡기는 이국의 여배우 덕분에 이질감은 절정에 달한다. 그래도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여자는 좀 낫다. 옥상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몸을 의지한 남자배우는 이미 녹음된 노래를 따라 입맛 뻥긋뻥긋, 완벽한 열창모드를 연기한다. 낯선 외모의 스탭들은 타국에서 맞닥뜨린 추위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도, 어느새 ‘자나깨나 너만 생각한다’는 내용의 노래에 박자를 맞춘다. 과연, 낭만적인 사랑과 따뜻한 가족애가 넘치는 발리우드영화(인도 뭄바이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대중영화)의 현장답다. 그러나 잠시 뒤, 이는 다소간의 위장이었음이 밝혀진다.
지난 11월11일, 서울영상위원회의 도움으로 서울 한복판에서 발리우드영화가 촬영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갱스터>의 현장. <갱스터>는 한국에서 댄서로 일하는 심란(강나 라모르)과 갱스터 데이아(
발리우드 인 서울, <갱스터>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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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박광현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필름있수다)이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은 <너는 내 운명>의 전도연과 황정민이 가져갔다.
지난 12월 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4회 대한민국영화대상 시상식에서 <웰컴 투 동막골>은 최우수작품상 외에도 감독상, 신인감독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을 수상해 6개 부문을 석권했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황정민은 <달콤한 인생>으로 남우조연상도 동시에 수상했으며, 여우조연상은 <웰컴 투 동막골>의 강혜정에게 돌아갔다. 청룡영화제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는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단 한부문도 수상하지 못했다.
나머지 수상 내역은 다음과 같다. △공로상=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신인남우상=박건형(댄서의 순정) △신인여우상=김지수(여자, 정혜) △촬영상=황기석(형사) △조명상=신경만
<웰컴 투 동막골> 대한민국영화대상 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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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이 끝나고 한산한 미국 극장가에서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의 1위 행진은 계속됐다. 별다른 대작이 없었던 데다가 유일한 신규 개봉작 <이온 플럭스>(Aeon Flux)이 1310만달러로 2위에 그쳐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이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12월2일부터 3일간 거둔 입장수입은 지난주보다 64% 떨어진 2045만달러였다. 개봉한지 17일만에 2억2984만달러의 총수입을 워너브러더스에게 안겨줬다. <워크 더 라인>과 <당신과 나와 우리들의 아이들>은 한 계단씩 하락해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 개봉하는 다음주에나 상위권 물갈이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2위 <이온 플럭스>는 MTV에서 방영됐던 만화시리즈를 바탕으로 제작된 실사영화다. <몬스터>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미녀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처음 출연한 SF액션영화이기
<해리 포터>가 <이온 플럭스> 누르고 3주째 美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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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만한 속편은 없다’는 속설은 적어도 <토이 스토리 2>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만장일치의 평가와 함께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둔 최초의 장편 3D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의 속편은 전편의 주제를 변주, 확장시키는 데 성공함으로써 속설을 멋지게 깨 버렸던 것이다.
1편이 ‘장난감은 갖고 놀아야 가치가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2편에서는 전편의 주제와 함께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이들이 점차 자라게 된다면 장난감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새로운 물음을 던진다. 이것은 단지 인간의 관점이 아닌 장난감의 관점에서 진행된다는 <토이 스토리> 특유의 세계관에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성장’이라는 체험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관객들도 보다 깊은 공감이 가능했을 것이고, 바로 그 점이 이 영화의 성공 요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0주년 기념판으로 새롭게 DVD로 출시된 <토이 스토리>와 함께 특별판
<토이 스토리 2 SE> 전편만한 속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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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스타인 컴퍼니가 80년대 TV 시리즈 <이퀄라이저>를 장편 영화로 리메이크한다고 발표했다.
영화판은 잭 라이언 시리즈 등으로 잘 알려진 메이스 뉴펠드와 원작 시리즈의 창안자 마이클 슬로운 그리고 토니 엘드리지 등이 프로듀서를 맡을 예정으로 캐스팅 등의 상세 정보는 현재 미정이다.
<이퀄라이저>는 1985년부터 4년간 미국 CBS에서 방영된 범죄 스릴러로 우리나라에서는 <맨하탄의 사나이>라는 제목으로 심야 시간대 방영된 바 있다. 전직 스파이인 사립탐정 맥콜이 매회 냉철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주인공 맥콜 역은 <위커 맨> 등에 출연한 영국 배우 에드워드 우드워드가 연기했다.
공식 발표에서 하비 와인스타인은 <이퀄라이저>에 대해 “항상 영리하고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점이 좋다”고 호평했으며, 프로듀서 메이스 뉴펠드는 “잭 라이언 시리즈의 뒤를 이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로서 <이퀄라이저&
80년대 TV극 <맨하탄의 사나이> 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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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 홈 비디오의 <폴라 익스프레스>가 미국 DVD 판매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닐슨 비디오스캔이 조사,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연출한 이 3D 애니메이션은 약 400만장에 가까운 판매고를 보여 추수감사절 연휴가 낀 지난 주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DVD로 집계되었다.
2위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블록버스터 <우주전쟁(드림웍스 홈 엔터테인먼트)>으로 300만장 정도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두 작품은 11월 22일 동시에 출시되어 격렬한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측되었는데, 가족들이 한데 모이는 추수감사절 연휴의 특성과 크리스마스, 연말 시즌을 앞둔 분위기에 힘입어 보다 넓은 연령층에 어필할 수 있는 <폴라 익스프레스>가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월마트 등의 대형 할인점에서의 대폭 할인 판매도 가족 단위의 소비자들을 성공적으로 유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번 주 차트는 한참 전에 10위권 밖
<폴라 익스프레스> 전미 DVD 판매 순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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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영상과 음악, 한결같이 높은 완성도로 전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을 사로잡고 있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 국내에서는 일본문화 개방 이전부터 해적판으로 명성을 떨쳤던 작품들이 이제는 정식 DVD로서 우리 곁에 보다 친숙히 다가와 있다. 최근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출시로 다시금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내년 1월 선보일 예정인 기대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발매에 앞서 국내 소개된 지브리 애니메이션 타이틀들을 점검하고 향후 출시될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기로 했다.
흥행불패 지브리 애니메이션 DVD
2005년 한해는 대한민국 DVD 시장에 있어 특히 암울한 시기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불법복제로 위축된 시장과 제작사들의 무차별적인 할인, 그로 인해 등을 돌리는 마니아들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업계 전반의 분위기는 극히 침체된 상태다. ‘이래도 안 살까’ 싶을 정도로 할인에 할인을 거듭해도 일부 타이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비자
2005년 지브리 애니메이션 DVD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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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년 전, <댕기>라는 잡지에서 만화가 김진이 어두운 고교 시절을 회고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내가 버렸다고 마음먹었다 치더라도 그건 그냥 버려진 시간이 아니었고, 어느 순간 죽어도 아무 남을 게 없으리라던 외로움들은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기저가 될 것이다”라고 그는 썼다. 증오도 향수도 풍화된 그 문장에 나는 크게 위로받았다. 김진과 그녀의 만화는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일부러 위안하려고 애쓰지 않음으로써 위로했고, 꽃 속 같이 천진한 영혼들이 기어코 심연을 들여다보게 하는 가혹한 성장담을 통해 살아갈 기운을 주었다. 슬픔과 기쁨 사이에 복잡한 표정으로 멈추어선 이야기를 통해 남들이 표현한 감정을 외워 말하는 것은 좋은 버릇이 아니라는 것을 엄격히 가르쳐주었다. 언젠가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다.
1983년 11월 월간 <여고시대>에 <바다로 간 새>로 데뷔한 김진은 다양한 작품으로 작가의 자리를 굳혔다. 내성적인 대학생 윤하의 이야
<레모네이드처럼> <1815> <바람의 나라>의 만화가 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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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성형을 믿느냐, <닙턱>
<닙턱>은…
조물주보다 미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을 믿어라. 돈의 힘을, 성형의의 힘을.
의사들을 소개합니다
‘아름다움은 피부 한 꺼풀’이라던 선조들의 말은 옳았다. 피부 한 꺼풀만 들어올리면 당신은 황신혜의 코를, 김혜수의 눈을, 안젤리나 졸리의 입술을 가질 수 있다. 40대라 해도 20대의 팽팽한 이마를 가질수 있고, 볼록한 아랫배를 쏙 집어넣을 수 있다. 유전과 시간을 모두 거부하는 현대사회의 총아인 성형수술 전문의들의 이야기를 그린 <닙턱>은 성형수술의 화려함과 그 이면을 보여준다. 2005 골든글로브 최우수 TV드라마상을 받았다.
‘닙턱’(nip/tuck)은 성형수술을 지칭하는 표현. 크리스찬 트로이와 션 맥나마라는 함께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의사들이다. 션은 답답할 정도로 착실하고 모범적이고, 크리스찬은 보기 불안할 정도로 대담하고 자유롭다. 죽음의 경계에서 신음하는 응급실 환자들과도 이름 모를
메디컬 드라마 [2] - <닙턱>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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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인간이 평등함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은 죽음 앞에서뿐이다. 아름다워도 죽고 젊어도 죽고 돈이 많아도 죽고 인기가 많아도 죽는다. 죽음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현대 의학이 발전하기 전까진 그랬다는 것이다. 사람은 이제 쉽게 죽지 않는다.
메디컬 드라마는 바로 그 생사의 기로에서 탄생한다. 중환자들을 살려내기 위해 흰 가운을 입은 의사들은 분주히 움직인다. 환자들은 죽음의 기로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메디컬 드라마에서 감동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메디컬 드라마는 전통적인 <종합병원>(제너럴 호스피털) 식에서 여러 변형으로 다시 태어났다. 의사들은 더 위험한 환자의 시술을 하기 위해 경쟁하기도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신원도 불분명한 외국인의 성형수술을 해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병원 내에서 연애질을 하다가 떼로 매독에 걸리는 일도 있다. 때로 천사 같고 때로 신 같던 의사들의 이중생활을 즐겨보시라.
결국 의사도
메디컬 드라마 [1] - <그레이 아나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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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실패한 사랑의 기억을 지우고 싶은가? 헤어진 연인을, 완전히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가 아니면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가. ‘지워버리자’고 생각했던 실패의 기억을 되짚어보니 사실 기쁨으로 충만했던 시간도 많다는 것을 머리와 마음으로 깨닫게 하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공감각적 방식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이유 중 하나는 음악에 있다. 이 영화는, 정말 놀랍게도, 줄거리만 읽고서는 이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펼쳐놓을지, 어떤 분위기로 흘러갈지,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가슴저리고 애틋하여 슬프기만 할 것 같던 영화는 사실 명랑하며, 그 음악은… 그보다 훨씬 다채롭다.
프로듀싱을 맡은 존 브라이언은 <매그놀리아> <펀치 드렁크 러브> O.S.T 프로듀싱을 맡으며 확실한 자리매김을 한 인물이다. 이 음반에서 귀기울여들을 두곡은 바로 코기스의 80년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벡의 <Everybody Gotta Learn Sometime
쓰린 상처를 위안하는 리듬, <이터널 선샤인>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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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시를 처음 본 건 8년 전 모로코에서다. <인샬라> 촬영현장 취재로 찾아간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소국이 알코올을 금해서였을까. 담배 한 보루를 들고 길가를 서성이는 청년들은 해시시도 팔았다. 하필 모두들 말보로 담뱃갑을 들고 섰는데 새빨간 브랜드 무늬가 자꾸 호기심을 자극했다. “담배 말고 해시시?”라고 말문을 열긴 했으나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는 상대방 표정에 왠지 겁먹어버렸다. 같은 대마에서 나오기는 했으나 일반 대마초보다 약용효과가 훨씬 강한 해시시(대마수지)의 거무틱틱한 색깔이 이성의 금지명령을 강하게 불러일으켰다고나 할까. 하물며 대마초조차 절대악의 유혹으로 주입받아온 터에 철통 이성의 규율에 익숙해진 몸이 얼마나 일탈할 수 있을까. <해시시 클럽>의 면면은 이런 조건반사를 무안하게 만든다.
한달에 한번, 파리의 피모당 호텔에 모여 정신의학을 공부한 자크 모로가 반죽해 건네는 해시시로 파티를 열었던 이들 중에 천재과에 가까운 예술가들의 이름을 쉽게
해시시를 아시나요, <해시시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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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의 마지막은 일종의 평행우주로 결말을 짓는다. 아직도 창창대로인 원작만화는 다르겠지만, 선택과 책임을 말해왔던 <강철의 연금술사>로서는 나름 타당한 결말이었다. 아라카와 히로무는 <강철의 연금술사>를 통하여 ‘자신의 행동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고, 그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는 것’을 말한다. 평행우주는, 일종의 자기 선택이다. 자신의 선택이, 자신의 우주를 만든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최근 나오는 소년만화 중에서는 정점에 서 있는 작품이다. <원피스>가 소년만화의 필수 요소를 극한까지 밀고 나간 걸작이라면, <강철의 연금술사>는 성인만화의 주제를 소년만화에 끌어들여 그 세계를 확장시킨 걸작이다. 에드와 알은, SF호러영화의 단골 캐릭터인 ‘미친 과학자’와 유사하다. 그들은 죽은 어머니를 보고 싶어 인체 연성을 시도하고, 지옥을 맛본다. 알의 육체는 사라지고, 에드는 자신의 팔을 희생하여 알
[B딱하게 보기] 아이들을 위한 독약, <강철의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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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씨네21> 독자들이라면 아마도 홍상수 감독 영화에 나오는 오리배를 떠올릴 분이 많을 테고 요즘 뉴스 많이 보시는 분들이라면 그 무섭다는 조류독감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리궁둥이, 오리발, 오리주둥이, 오리너구리 같은 복합어들도 줄줄이 떠오른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 같은 속담도 있다. 좋은 이미지라고는 거의 없는, 한마디로 우스꽝스럽고 코믹한 이미지를 모아 만든 날짐승이 바로 오리인 것이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바웃 어 보이>라는 영화에서 보면 히피 엄마를 둔 어린아이가 엄청나게 큰 빵을 호수 위의 오리에게 던져 오리를 죽이는 장면이 나온다. 죽은 오리는 살아 있을 때와는 달리 궁둥이를 물 위로 내놓은 채 떠 있다. 영화에서 동물이 죽으면 원래 슬프게 마련인데, 빵에 맞아 죽은 그 오리는 어쩐지 무척 웃겼던 것 같다. 그러니 만약 백일장 같은 데에서 누군가가 ‘오리’를 시제로 주고 뭘 쓰
[이창] 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