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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가장 친근하기로 말하자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동물, 개. 개와 인간의 관계는 양을 돌보거나 썰매를 끌거나 하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시작했겠지만, 어린 시절 개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 것이다. 개들은 실용적인 목적 그 이상의 존재라는 것을. 때로는 이 녀석들의 따뜻한 온기가 백 마디 위로의 말보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것을. 그래서일까, 영화나 만화 등에는 유난히 개가 많이 등장한다. 때로는 주연으로 때로는 주연보다 존재감있는 조연으로. 병술년, 개의 해를 맞아 가장 충직한 개부터 가장 뻔뻔스러웠던 개까지 영화·만화 속 최고의 개 캐릭터를 뽑아봤다.
알고 보니 해결사
<형사 가제트>의 브레인 가제트 형사는 운 좋은 사나이다. 헬리콥터형 머리, 길게 나오는 팔, 늘어나는 다리 등등 로봇 기능이 동양의 <도라에몽> 수준의 이 탐정은 어떤 상황에도 만능임에 틀림없는데 어쩐 일인지 아주 열심히 일을 하고 진지하게 추리해도 항상
최고의 개 캐릭터는? 2006 DOG A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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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작가 타무라 시게루의 아트 애니메이션 <판타스마고리아>가 오는 19일 뉴타입DVD를 통해 출시된다.
<은하의 물고기> <고래의 도약>으로 잘 알려진 타무라 시게루의 화집 ‘판타스마고리아’를 바탕으로 15개의 작은 에피소드를 묶은 단편 애니메이션 모음집. 유리 바다에서의 일상, 눈사람의 남쪽 여행, 인공 달의 부상 실험 등, 작가 특유의 상상력이 빚어낸 환상적인 세계와 감미로운 음악으로 보는 이들을 매료시키는 작품이다. 30분 내외 분량으로 출시된 이전작들에 비해 늘어난 러닝타임(75분)도 눈에 띈다.
4:3 화면비와 오리지널 일본어 LPCM 사운드, 그리고 우리말 더빙을 지원하며 타무라 시게루의 작품 소개 영상이 부가영상으로 포함된다. 초회 생산분에 한해 슈퍼주얼케이스, 컬러 부클릿, 슬림다이어리가 제공될 예정이다.
타무라 시게루 작품 <판타스마고리아>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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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지만 따뜻한 진실의 눈
“싫다는 감정에는 삶을 달리게 하는 에너지가 있다.” 너무 다른 두 직장동료가 주춤거리며 서로에게 기대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잘돼가? 무엇이든>의 연출의도로 감독이 밝힌 문구다. 이것은 심드렁한 반어법일까 혹은 적대적인 강조법일까. 짐짓 차갑고 확신에 찬 태도로 주변 사람들을 적대시하는 지영과 순진무구한 얼굴로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고도 모르는 척 상처를 주는 희진은 정말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이경미 감독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싫어하는 것 역시 대단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고, 그런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삶에 대한 애착도, 잘살고 싶은 의지도 강할 거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그의 연출의도는 수사가 아닌, 진심이다. 그는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하고 부족한 인물을 있는 그대로 찬찬히 이해하고 연민하며, 무관심보다는 부딪침을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 맞다고 믿는다. 할머니의 임종까지 연기의 재료로 삼는 배우지망생을 주
발견! 여성감독 기대주들 [4] - 이경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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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확실하고, 부드럽지만 강한 시선
당연한 말이지만 중요한 것은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그 무엇이다. 그것은 순간에 담긴 안타까운 과거일 수도 있고, 자꾸만 움직이고 흘러가지만 분명히 실재하는 감정 혹은 관계일 수도 있다. 송혜진 감독은 그것이 전달되는 가장 올바른 길이 가장 현란한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다고 믿는다. 흑백의 스틸사진으로만 만들어진 그의 단편 <원피스>는 감독 자신이 버스 안에서 눈길을 줬던, 가판을 지키는 여인을 기어이 카메라 앞에 불러 세워, 본인도 인식하지 못했을 과거와 욕망을 재현한 영화다. 2002년 국내외의 국제영화제에서 거듭 상영됐던 <안다고 말하지 마라>는 절대로 소통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사촌동생 장철과 그 누나 장주가 결국은 서로에게 희미하지만 굳건한 흔적을 남기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장담하건대 두 영화 모두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감독 스스로 혹은 주변인들이 쉽게 확신할 만한 프로젝트가 아니었을 것이
발견! 여성감독 기대주들 [3] - 송혜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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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함에서 절대성을 발견한다
살다보면 거창한 모험이라도 한 듯 감정의 진폭이 커지는 어느 날이 생기곤 한다. 그저 포기하거나 놓아버릴 수도 있던 무언가에 매달리고 집착하여, 찢어진 마음이 바닥을 헤매다가, 바람처럼 가볍게 날아오르기도 하는. 박은영 감독이 영상원 졸업작품으로 만든 <Rendez-vous>는 돌이켜보면 아무렇지 않겠지만 그 순간만은 절대적이었을 시간을 발견하고 느끼는 영화다. 초여름 햇살에 달아오르고만 젊은 여인. 새로 산 원피스를 비닐봉지에 넣어 흔들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햇살을 타고 치마폭 밑으로 살그머니 새어들어간 열정이 눈물로 폭발하기까지 그녀의 리듬에 맞추어 함께 떠다닐 수밖에 없다. 마치 그 거리를 함께 걷고 있는 듯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감정이 회오리를 일으키는 절묘한 순간을 잡아낸 <Rendez-vous>는 어디든 나가고 싶어하는 이십대 초·중반의 여자, 은주의 반나절을 담은 영화다. 그녀는 친구를 따라
발견! 여성감독 기대주들 [2] - 박은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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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씨네21>은 네명의 신인감독과 네명의 평론가의 대담을 진행했다. 내일의 영화와 미래의 감독을 발굴하는 기쁨이 유난히 컸던 자리였고, 올해도 역시 평론가들에게 주목하고 있는 신인감독을 추천해달라 부탁했다. 그런데 그 명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감독들이 여성감독이었다. 새해 벽두부터 앞으로가 기대되는 네명의 여성감독을 만나게 된 것은 그 때문이었다. 단지 국가고시 합격자 중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고 여학생들의 학력이 신장되며 여성들의 사회참여 비중이 높아졌다는 등의 재미없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밝힌다. 게다가 이들을 묶을 수 있는 공통점은 성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비교적 늦게, 우연한 기회에 영화를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강단있는 발걸음을 내디뎌왔다. 영화를 보는 것에 매혹된 영화광 시절을 겪지 않은 이들은 모두 30대 초반, 인생을 돌아간다는 것과 무언가 진심을 다할 만한 것을 발견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있다. 김선민 감독의 &
발견! 여성감독 기대주들 [1] - 김선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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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인기 장수 애니메이션 <꼬마 마루코>가 오는 4월 실사 드라마화 된다.
‘마루코는 아홉 살’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방영되기도 했던 <꼬마 마루코>는 사쿠라 모모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한 TV 애니메이션. 귀엽고 발랄한 초등학생 소녀 마루코를 중심으로 가족들의 코믹한 일상생활을 그린 작품으로 일본에서는 15년 넘게 꾸준히 방영되면서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초 방송사인 후지TV를 통해 방영 15주년을 기념한 지난해 1월에 드라마화 될 예정이었으나 당시 마루코 역에 맞는 아역 배우를 찾지 못해 기획을 포기해야만 했다고. 그런 가운데 작년 말 재차 오디션을 통해 8살 모리사코 에리 양을 선발하였는데, 500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뽑힌 그녀에게 원작자도 만족감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日, <꼬마 마루코> 실사 드라마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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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뉴욕에서 미용실을 꾸리던 미용사 제라드 다미아노는 아줌마 고객들의 남편과 성생활 따위에 대한 불만을 날것 그대로 듣는다. 결국 그는 1969년 하드코어 영화 감독으로 나서고, 72년 희대의 <목구멍 깊숙이(딥 스로트)>를 찍는다. 미국 최초로 극장 개봉한 포르노 영화다.
흥행 돌풍이 이어질수록 미국 사회의 미성숙한 담론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엮여 나왔다. 영화는 포르노 논쟁을 극단으로 모는 도화선이었다. 주류 보수들에겐 재앙, 금기 본위의 사회에 질린 이들에겐 혁명이었다.
12일 개봉하는 <인사이드 딥 스로트>는 <딥 스로트>의 문화적 파급력을 되짚고 30여년을 아우르는 영화적 의미의 전말을 숙고하는 다큐멘터리다.
반대와 옹호 사이=성적 에너지가 가득한 여성, 린다는 도무지 ‘만족’이란 걸 맛볼 수 없다. 의사를 찾았더니 음핵(클리토리스)이 목구멍에 있단다. “없는 것보단 낫다”며 시답지 않게 진단하는 의사에게 “당신 고환이 귀에
목구멍에 걸린 성…되훑어본 미국의 속살, <인사이드 딥 스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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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 지브리 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는 명감독 다카하타 이사오는 우리에게 흔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제일 친한 친구 또는 파트너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연출을 맡은 작품을 들여다보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세계와는 많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최근 코드3 DVD로 출시된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를 비롯해 지금까지 소개된 다카하타 감독의 작품을 보면 유독 인간들의 삶에 대한 묘사와 갈등이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는 단순히 웃고 즐기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던 것이다.
1968년 제작된 <태양의 왕자 호루스의 대모험>은 일본 애니메이션 50년사에 있어 태풍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악마의 침략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려는 인간들의 투쟁과 갈등 그리고 단결로 향해가는 과정을 치밀하면서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 일본 애니메이션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애니메이션도 영화 못지않은
박창선의 애니산책 <태양의 왕자 호루스의 대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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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초등학교 교사가 11일 영화 <올드보이>에서 근친상간을 한 것으로 묘사된 사람의 고등학교 졸업앨범 사진에 자신의 얼굴이 나와 명예가 훼손되고 초상권이 침해됐다며 영화 제작사인 ㈜쇼이스트를 상대로 초상권 침해금지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조아무개(50)씨는 소장에서 “영화 속 주인공 오대수는 남동생과 근친상간을 했던 이수아의 고교 졸업앨범에서 단체사진을 찾아내는데, 이 때 클로즈업된 사진 속 이수아의 바로 옆에 내 학창시절 얼굴이 나온다”며 “교편을 잡고 있는 처지에서 이 장면 때문에 주변의 오해를 사고 사회적 평가도 저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비디오 등으로 유통되는 영화의 앨범사진 가운데 자신의 얼굴 부분을 삭제할 것과 함께 사진 무단사용에 대한 위자료 6천만원을 청구했다.
영화 ‘올드보이’ 졸업앨범 인물 손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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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호가 생긴 이래 불과 5년여 만에 스타벅스는 매장수가 145곳으로 늘어났다. 외국 사례에 견주면, 번개가 콩을 볶는 속도다. 스타벅스의 커피를 찾는 이가 반, 그곳의 풍광, 분위기 따위 ‘격’을 소비하는 이들이 또 반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상가 주인들은 스타벅스를 건물에 들여놓으면 분양가가 뛴다며 스타벅스 유치에 열심이다.
비슷한 때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국내에 생겼다. 1998년, 동쪽 한강 앞에 우뚝 선 강변씨지브이(CGV)다. 사실 복수상영관으로만 치면 1987년 문을 연 다모아 극장(3개관)이 먼저지만, 상가와 위락 시설을 끼고 있는 서구형 멀티플렉스는 ‘강변’이 처음인 것이다. 지금은 씨지브이,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3개 대표 브랜드의 멀티플렉스만도 64곳에 이른다. 빠르다.
이제 대개는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고 하지 않고, 씨지브이나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에서 봤다고 한다. 이들이 들어선 대형 상가들 또한 값어치가 뛴다. 유치에 열심이고, 브랜드
[팝콘&콜라] 같으면서도 다른, 멀티플렉스와 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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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어쩌면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뻔했던 내 영혼이 구원을 받았고 숨을 쉴 수 있었다. 길거리에서 배운 세상에 대한 낙담을 위로받았고 삶에 대한 무료함도 그곳에 가면 활기와 흥분으로 바뀌었다. 시네마테크는 나의 도서관이자 학교이며 절간이자 놀이터였고 은밀한 비밀 아지트였고 영혼의 해방구였다.”(김지운 감독)
“나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나처럼 영화밖에 사랑을 모르는 인간들과 만나고 싶다. 그건 세상에서 여기서만 가능한 일이다. 시네마테크는 우리들에게 세상의 중심이다.”(정성일 영화평론가)
시네마테크를 학교 삼아 다니며 영화광으로 자랐고 결국 영화에 인생을 건 9명의 감독, 평론가, 배우들이 시네마테크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특별한 축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1월19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은 시네마테크의 소중함을 일반 관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결성된 후원 모임으로 김홍준, 박찬욱, 김지운, 오승욱, 류승완(
‘영혼의 해방구’ 서 만난 ‘내 인생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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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변신을 잘 하는 배우들이 부럽고, 아무리 스타여도 한 이미지로 10년 넘게 먹고 사는 사람들 짜증나요. 개인적으로 연기든 뭐든 똑같은 일 반복하는 거 싫증 잘 내기도 하구요.”
지난 여름 하느님의 착하고 순한 양이었다가(<신부수업>), 계절이 두번 바뀌는 동안 야수로 돌변해(<야수>) 나타난 권상우(31)의 첫 마디는 단순하고 명쾌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신부’가 되기 전 그의 필모그래피에서도 변화에 대한 욕구가 엿보인다. 똑같이 교복을 입었어도 <화산고>(2001)와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와 <말죽거리 잔혹사>(2004) 속 그의 모습은 각기 달랐다. 변주의 횟수에 비례해 영화와 하모니를 이루는 수준도 높아졌다.
<야수>에서 권상우는 물불 가리지 않고 일단 덤비고 보는 형사 장도영 역을 맡았다. 폭력 조직 도방파를 와해하는 데 모든 것을 건 검사 오진우(유지태)와 함께 정·재계 거물이 된 도
‘야수’ 주연배우 권상우 “똑같은 연기는 싫증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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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난 스무 살 전엔 공부만 했고, 스무 살 이후엔 너만 바라보며 산 게 분명해! 아무도 생각이 안 나!” 선언 같은 나의 외침에 마누라는 만족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글생글 웃는다. 원고청탁을 받고 맨 먼저 한 것이 바로 이런 안전장치 심어놓기이다. 마침내 “써도 돼. 용서해줄게”란 농담 같은 허락이 떨어지고서야 나는 ‘연인’이라는 아주 위험한 단어에 대해 비로소 조금 자유로워졌다.
<화양연화>. 인생의 골목을 스치고 지나간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왕자웨이(왕가위)의 충혈된 집중은 나에게 아주 긴 진동을 남겼다. 차우와 수리첸의 거짓같은 진짜 사랑이 비처럼 붉은 커튼처럼 또는 가로등 불빛처럼 내 중년의 초입에 내린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나에게 의미 있는 이유는, 이 영화의 여주인공 수리첸이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스크린 속 인물 중 유일하게 섹시하다고 느낀 여자라는 점이다. 초점이 흐려진 가구와 벽 사이로 그녀의 얼굴
[스크린 속 나의 연인] 장만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