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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 여공들의 대선배
최초의 여성노동 운동가 강주룡(?∼1932)
평양 명승 을밀대 옥상에 체공녀가 돌현하엿다.
“나는 죽음을 각오하고 이 지붕우에 올라왓습니다. 나는 평원고무사장이 앞에 와서 임금감하의 선언을 취소하기까지는 결코 내려가지 않겟습니다. 끝까지 임금감하를 취소치 않으면 (중략) 노동대중을 대표하야 죽음을 명예로 알 뿐입니다. 그러하고 여러분, 구타야 나를 여기서(집웅) 강제로 끄러내릴 생각은 마십시오. 누구든지 이 집붕우에 사닥다리를 대놓기만 하면 나는 곳 떠러져 죽을 뿐입니다.”(<동광> 1931. 7)
평양의 명물이라는 정자 을밀대에 야밤을 틈타 올라선 이 ‘체공녀’는 새벽이 밝자 산보를 나온 100여명의 사람들 앞에서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회사쪽의 일방적인 임금인하 통고에 맞서 파업을 감행했으나 일본 경찰에 의해 공장에서 쫓겨났으며, 이대로 지고 만다면 전염병 퍼지듯 평양지역 고무공장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인하가 시작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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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선 여성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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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라는 말에는 거짓말이 많다. 그것은 기록이라는 허점투성이 기억방식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근대까지만 해도 화자는 ‘남성’의 시선이었음에야 ‘최초’ 무언가를 해냈던 여성들에 관한 기록이 튼실할 리 없다. 윤심덕, 나혜석, 김일엽, 최승희 등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여성들 외에도 ‘최초’의 여성들은 발굴되고 있다. 곧 개봉할 영화 <청연>이 주목한 비행사 박경원도 그중 하나다. 기실, 누구일지라도 그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불과 20∼30년에 걸친 짧은 삶 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편력이다.
펜으로, 행동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전사
최초의 여기자 최은희(1904∼83)
1920년 봄 막 창간을 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서로 좀더 특색있는 신문을 만드느라 혈안이었다. 특히, 만화 <멍텅구리>를 통해서 독자층의 호응을 받은 <조선일보>는 이제 여기자를 채용하는 색다른 아이디어를 두고 고민 중이었다.
시대를 앞선 여성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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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왕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아서 왕 이야기를 제대로 읽은 사람은 많지 않다. 켈트 문화 전문가인 장 마르칼은 40년에 걸친 연구의 결과물로 아서 왕 연대기를, 아서 왕과 그를 둘러싼 켈트의 전설을 흥미진진한 소설로 내놓았다. 8권에 달하는 <아발론 연대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책의 만듦새다. 시인이자 교수이며 번역가인 김정란의 번역은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편하게 책을 읽게 해주고, 곳곳에 실린 관련 그림들은 내용의 이해를 돕는다. 주요인물 소개와 권두언(서평과 저자의 말, 편집자의 말 등), 저자가 쓴 권말의 해설 등은 아서 왕 이야기를 신화적으로, 문화적으로 좀더 풍부하게 읽을 수 있는 가이드가 되어준다. 아서 왕 전설은 다른 모든 전설(혹은 신화)이 그렇듯 수많은 예술작품의 원형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다는 예언에서 싹트는 비극이나 근친상간, 국가의 평안을 뒤흔든 연애담과 같은 이야기가 책장을 술술 넘기게 만든다.
아서 왕의 전설 제대로 보기, <아발론 연대기> 1∼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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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그가 나타났다. 여전히 더벅머리에 순한 눈동자. 아직도 열쇠가 잘 맞지 않는 옥탑방에 살고 있으며, 지금도 누군가와 주절대는 버릇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동안 무얼 하고 지냈냐니까 싱긋 웃는다. 변하지 않은 그를 보면서, 변한 우리가 던질 만한 질문이 아니었던 게다. 장경섭도 그의 분신인 <장모씨 이야기>도 그때 그 모습 그대로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가 누군가의 손, 우리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벌레의 손을 잡고 있다는 정도다.
1990년대 중반, 대한민국 만화계에는 언더 혹은 인디라는 젊은 기운이 용솟음친 적이 있다. 그중 <화끈>에 연재된 장경섭의 <장모씨 이야기>는 단연 발군의, 적어도 나의 기준으로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화면 안에 절대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수봉이 형과의 독특한 대화법, 작가의 분신인 주인공을 다시 여러 분신으로 나누어 서로 자조하고 위로하게 만드는 복합적인 연출법 등은 ‘장경섭표
아직도 거기 살고 있었네, <‘그’와의 짧은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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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작 <다빈치 코드>의 랭던 교수 역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톰 행크스가 인기 SF 시리즈 <스타트렉>에 나올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러한 소문이 나온 계기는 <스타트렉> 시리즈의 11번째 작품으로 제작 중인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각본가 에릭 젠드레센이 톰 행크스와 절친한 친구 사이이기 때문. 그는 톰 행크스가 제작을 맡았던 전쟁 미니 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 각본을 맡아 작품을 성공시킨 바 있다.
만일 톰 행크스의 출연이 성사된다면 <스타트렉: 더 비기닝>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캐스팅이 될 전망이다.
톰 행크스가 SF 시리즈 <스타트렉>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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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준 주연의 <외출> DVD가 일본 내에서 판매된 한국 영화 타이틀 중 최다 판매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오리콘 DVD 차트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 12월 29일부터 판매가 시작된 <외출>은 당초 전체 DVD 판매 순위 중 35위로 출발했으나 하루만에 1위로 등극, 이후 일주일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한국 영화 타이틀은 18만장을 기록한 전지연, 차태현 주연의 <엽기적인 그녀>. 2위는 배용준 주연의 <스캔들>로 13만장을 팔아치웠다.
배용준이라는 스타성과 함께 일본 극장가에서도 선전한 <외출>인 만큼 역대 판매 순위 1위 등극은 무난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배용준 주연 <외출> 일본 판매 기록 세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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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테이션 3의 블루레이 탑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HD DVD 프로모션 그룹이나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인텔의 지지에 큰 힘을 얻은 모양이다. 오는 3월부터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HD DVD 관련 하드웨어와 함께 영화 소프트를 선보이게 될 HD DVD 진영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블루레이 진영에도 참여했으나 HD DVD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 워너브라더스 측은 3월 28일부터 <배트맨 비긴즈> <콘스탄틴> <밀리언 달러 베이비> <오페라의 유령> 등을 출시할 예정. 향후 <해리포터와 불의 잔> 등의 히트작과 2006년 극장 개봉 예정인 <슈퍼맨 리턴즈> <포세인돈> 등 50종류 이상의 작품들을 선보일 전망이다.
유니버설픽쳐스는 <자헤드 - 그들만의 전쟁> <둠>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U-571> <본 슈프리머시> 등 10 작품을 우선 선보
HD DVD, "연내에 200 타이틀 이상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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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귀들이 판을 치는 에도시대. 전직 퇴마사로 명성을 날렸던 이즈미는 어두운 과거를 떨쳐버리기 위해 가부키 배우가 되어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정해진 숙명에 따라 비밀을 간직한 여자 츠바키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윽고 비극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자신도 기억 못하는 과거에 이즈미와 깊은 인연을 맺었던 츠바키는 요괴들의 왕, 아수라의 환생이었던 것이다.
<아슈라>는 1987년 초연된 이래 현재까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연극 <아수라성의 눈동자>를 영화화한 것으로, 연극무대에서도 큰 갈채를 받았다는 가부키 배우 이치가와 소메고로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이다. 감독은 다키타 요지로는 비슷한 분위기의 일본식 판타지 사극 <음양사>를 연출했던 인물. <아슈라> 역시 <음양사>와 마찬가지로 국내 관객들에게는 대단히 낯설게 느껴질 법한 영화다. 가부키 스타일의 과장된 연기와 고전 찬바라(칼싸움) 영화를 연상케
<아슈라> 가부키 스타일의 독특한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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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가 개봉 2주차임에도 각종 예매사이트에서 예매율이 2배정도 상승하며 극장가를 점령중이다. 이미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한 관객들의 입소문의 영향으로 오히려 예매율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벌써 각종 극장에서 매진 행렬이 이어져, 인기의 이유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으신 분들은 빨리 극장으로 달려가야 영화를 관람할 수 있을 듯 하다. 단, 예쁘게 생긴 남자에게 심한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시는 분들은 영화를 보기 전 마음에 준비를 단단히 하시길. 방학 기간 동안 아이들에게 점수따고 싶은 부모님들은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을, <반지의 제왕>, <쥬라기 공원>을 잊지 못 하는 팬이라면 <킹콩>이 볼 만 하다. 개봉작 중 유일하게 예매율 탑5에 오른 <싸움의 기술>을 보면 배우 백윤식에게 ‘싸움의 고수’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을지도.
<싸움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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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려봐... 뚫어
[주말극장가] ‘왕의 남자’와 한판 신나게 놀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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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6일자 <조선일보> 만평의 제목이다. 일군의 여성들이 황우석 박사 연구팀에 꽃다발을 건네며 외친다. “힘내세요.” ‘1천명 난자 기증식’이 벌어지는 현장은 한바탕 눈물바다, 감동의 도가니다. 그뿐인가? 그 광경을 지켜보는 외신 기자들도 눈물을 흘리며 말하기를 “감동 먹었다…”. 한쪽 구석으로 시민들에게 쫓겨다니는 MBC 취재진의 모습도 보인다.
만평에 묘사된 것은 대부분 사실이다. 난자를 주는 이들도 울었고, 받는 이들도 울었다. 현장에 있던 MBC 취재진이 몰매를 맞을 뻔한 것도 사실이다. 한 가지 내가 동의하지 못하는 것은 외신 기자들까지 울며 “감동 먹었다”고 했다는 대목. 애국적 난자 기증에 감동 먹는 이상한 감성은, 내가 아는 한, 매우 한국적인 현상이다.
<연합뉴스>의 기사를 인용해보자. “독일 언론은 이 과정 속에서 나타난 한국 국민들의 과잉반응과 황 박사에 대한 맹목적 지지 현상을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기괴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황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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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풍>도, <킹콩>도, <해리 포터와 불의 잔>도, <광식이 동생 광태>도 아직 보지 못했다. 영화기자로서 너무 태만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어느 쪽도 내가 미치게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그렇다고 극장에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는 벌써 주말 2주 동안 근처 멀티플렉스를 찾아 오늘은 어떤 영화를 볼까 시간표만 들여다보다 집에 돌아왔다. 역시 핑계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시간은 맞지 않았고, 기다려서 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고, 무엇보다 몸이 그렇게 하라고 말하질 않았다. 가긴 가는데 보고 싶지는 않다… 그건 고통스런 가수면 상태다.
그렇게 집에 들어오던 날이었나. 엘리베이터 앞에서 깻잎머리 소녀는 상대방인 그녀 혹은 그에게 꼭 보아야 할 영화들을 전화로 찍어주고 있었다. “그래, 그 영화 봐라. 그게 진짜 스케일이 커.” 스케일이 커… 스케일이 커… 몇초간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올라오며 그 소
[오픈칼럼] 다양한 영화를 위해 봉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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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2등을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광고 카피가 있었다. 비열하고 잔인하지만, 우리 사회의 속성을 분명하게 드러낸 말이었다. 타고난 신분을 수긍하고 가난을 감수했던 20세기 이전과는 달리, 현대사회는 ‘모든 사람이 돈과 권력, 명예, 명성, 메달을 향해 끊임없이 경쟁을 벌이는 체제로 바뀌었고, 그로 인해 다수가 낙오하고 패배할 수밖에 없’는 곳이 되었다. 당연히 ‘패배자’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종으로서 인간은 진화의 무수한 굴곡을 넘어온 고독한 승자이지만, 개인으로서 인간은 모두 실패하고 좌절한 사람에 가깝다.’
<위대한 패배자>는 그 패배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패배자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당대에는 패배자였지만 역사의 승리자가 된 롬멜과 체 게바라가 있고, 라이벌에게 처절하게 짓밟혀 이름마저 잊혀진 하인리히 만과 렌츠, 라살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 자신을 지옥으로 끌어내린 오스카 와일드와 크누트 함순 같은 이들도 있다. 그저 웃음거리 이상이 아닌 멕
[B딱하게 보기] 진정한 패배란 무엇인가, <위대한 패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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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말하셨지, 12월엔 건져라’(<작업의 정석> 광고 카피).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현대카드 광고 카피) 두개의 카피는 상당히 많은 연애들이 최후의 순간 봉착하는 딜레마를 꽤 잘 보여준다. 어머니가 건지라고 하는 건, 아마도 싱글남·싱글녀들을 해마다 설 때면 해외여행 가고 싶게 만드는 집요하고도 끈질긴 덕담일 것이다. 올해는 시집(장가)가야지 라는…. 아무리 뜯어봐도 한판 걸지게 놀고 털어버릴 애인을 건지라는 말은 아니다. 반면 잘나가는, 스스로 잘나간다고 생각하는 남녀들에게는 어머니의 이 애타는 호소 뒤에서 ‘인생을 즐기라’는 환청이 더 크게 메아리치게 마련이고 과년한 남녀의 연애는 항상 어머니의 호소와 아버지의 권유 사이에서 삐걱거리다가 한명만 먼저 기차에서 뛰어내리게 되는 종착역에 도착한다.
<작업의 정석>은 한마디로 잘나가는 선수들의 기싸움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한 가지 미스터리한 건 이 영화의 깜찍한 패러디 광고문구처럼
[투덜군 투덜양] 작업의 목적, <작업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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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컨셉 모조리 우겨넣으려는 부담스런 의욕이 난무하던 피터 잭슨의 신작 <킹콩> 또는 ‘왕고릴라’…. 여튼 당 영화는 매우 교훈적인 영화였다.
우선 당 영화는 건강의 척도 중 하나인 악력이 삶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공룡 3마리와 사생결단의 결투를 벌이며 천길 낭떠러지를 동반 추락하는 와중에서도, 한손으로는 나무뿌리 넝쿨을 붙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여인을 결코 놓치지 않던 킹콩의 모습은 우리에게 강력함만이 능사가 아니요 미묘하고도 섬세한 힘 조절이 우리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만일 킹콩이 여인을 잡은 손과 넝쿨을 쥔 손을 한순간이라도 혼동하여 반대로 힘을 주었더라면, 비극적 결말의 주인공은 킹콩이 아닌 여인이 되었을 터, 섬세한 악력 조절 능력이야말로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낸 궁극적 열쇠였던 것이다.
더불어 <킹콩>은 지나친 식탐은 결국 큰 화를 부른다는 매우 전통적인 교훈 또한 우리에게 남기고 있다. 여기에
[투덜군 투덜양] 집착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 <킹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