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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어머니는 사랑하는 이와 베니스를 떠난다. 소년에게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편지를 남긴 채로. “이것은 뜨겁고 피가 끓는 사랑입니다. 저항할 수 없는.” 저항할 수 없는. 그 짧은 단어는 단박에 소년을 사로잡는다. 매력적인 남자로 자란 소년은 여자와, 여자들과, 수많은 여자들과 사랑을 속삭인다. 여자가 말한다. “당신이 진짜 카사노바라는 걸 어떻게 아나요?” 곧 이어지는 환희의 섹스신이 그 대답을 대신한다. 그는 저항할 수 없는 사랑의 화신. 모든 남편들의 적이며 조롱거리인 동시에 길들여지지 않는 반영웅, 베니스의 우상이다.
함축적으로 전개되는 초반부가 지나면 더이상 카사노바(히스 레저)의 난봉을 구경할 수 없다. 그가 한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탓이다. 그는 자신의 심장을 들끓게 만든 프란체스카 브루니(시에나 밀러)의 뒤를 밟는다. 그녀에게 파프리치오(올리버 플랫)라는 돈 많은 정혼자가 있음이 밝혀지고, 카사노바는 가짜 파프리치오 행세를 할 계획을 세운다. 그의 명성에
아름다운 베니스를 배경으로 한 로맨틱한 소극, <카사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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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범죄조직에서 살아온 박의(정우성)는 암스테르담에서 한 인물을 살해하는 임무를 맡는다. 첫 살인을 저지른 뒤 충격에 휩싸인 그는 은거하는 집 앞을 매일같이 지나는 화가 혜영(전지현)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삶의 위안처럼 그녀를 지켜보던 그는 혜영이 다리를 건너다 물에 빠지는 모습을 본다. 그는 다리를 수리하고 혜영이 물에 빠뜨린 이젤을 건져 다리 위에 놓는다. 그때 혜영의 화폭을 수놓고 있던 것은 만발한 데이지 꽃밭. 박의는 혜영에게 매일 4시15분이면 데이지 꽃이 담긴 화분을 보내고, 혜영은 자신을 아끼는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된다. 박의는 혜영을 볼수록 사랑을 느끼지만 킬러라는 신분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
데이지의 꽃말은 ‘숨겨진 사랑’이다. <데이지>에 등장하는 하나의 숨겨진 사랑은 혜영을 향한 박의의 애정이고, 다른 하나는 인터폴 요원 정우(이성재)가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정우는 암스테르담에서 활동 중인 아시아계 범죄조직을 감시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두 남자의 숨겨진 사랑이 뒤얽히는 러브스토리, <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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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에서 빨간 헬멧들이 비처럼 쏟아진다. 죽은 할머니가 도마뱀으로 환생해서 말을 한다. 귀여운 테디 베어는 담배를 피운다. 플라스틱 통들이 쌓여 산이 된다. 하늘에서 하얀 책이 떨어진다. 시체가 오토바이를 운전한다. 잘린 손가락이 통통 튀어다닌다. 이 귀여운 판타지들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일까. 도시, 쓸쓸함, 사랑, 그리고 상상력. 희망이 없는 외로운 도시인들이 스스로를 구원하는 방법은 꿈을 꾸고 상상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동화같이 따뜻한 그들의 판타지는 슬프고 비현실적이지만, 여전히 삶에 대한 희망을 내재하므로 유쾌하다. 타이 영화계의 샛별, 위시트 사사나티앙은 방콕을 배경으로 방콕의 매력적인 풍경들을 극대화하여 초현실적인 도시의 그림을 완성했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 방콕으로 이사 온 청년 팟(마하스무트 분야락). 그는 통조림 공장의 직원, 기업의 경비원, 택시 운전사 등을 전전하는 도시의 노동자이다. 무료한 눈빛으로 언제나 다른 세계를 꿈꾸는 듯한 그의 표정
차가운 도시 속 꿈과 희망의 노래, <시티즌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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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5일 LA 코닥극장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은 LA의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크래쉬>에게 최우수 작품상을 안겨줬다. 제78회를 맞은 이번 시상식에서는 여러 영화가 상을 골고루 나눠가졌고, 큰 이변도 없었다. 굳이 분석하자면, <브로크백 마운틴>과 <크래쉬>를 배급한 라이온스게이트가 결과적으로 최대 수혜자가 됐다고 할 수 있겠다. <크래쉬>가 <브로크백 마운틴>을 제치고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다소 의외의 결과로 보인다.
남녀 주·조연상은 모두 예측 가능했던 결과를 낳았다. <카포티>에서 실존했던 저술가 트루먼 카포티를 그대로 되살려낸 연기로 두루 호평을 받았던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앙코르>에서 자니 캐시의 동반자이자 평생의 사랑 준 카터를 연기한 리즈 위더스푼은 여우주연상을 받아 오늘 오스카 수상식에서 가장 긴 수상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최초의 후보지명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리즈
[오스카] <크래쉬>가 작품상 등 3개상 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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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윈에서 3월 중 장진영, 김주혁 주연의 <청연>과 스릴러 영화 <쏘우 2> 등 화제작들을 출시한다.
최초의 민간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삶을 영화화 한 <청연>은 <소름>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윤종찬 감독의 작품. 막대한 제작비를 투여한 대작이면서 동시에 완성도 높은 수작으로 평가받았으나, 영화의 모델인 박경원의 친일 행적이 논란을 빚으면서 흥행면에선 참패를 거두었다. DVD로 재평가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작품. 러닝타임 133분에 2.35:1 아나모픽 화면비와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를 지원하며 부록으로는 가수 이승철의 노래가 담긴 뮤직비디오가 제공된다.
<유주얼 서스펙트> <식스 센스>에 이어 기막힌 반전을 선보였던 <쏘우>. <쏘우 2>는 그 후속작으로서 전작에 뒤지지 않는 재미와 볼거리를 갖춘 영화다. 카리스마적인 연쇄 살인마 ‘직쏘’가 마침내 검거되고 경찰들은 그를 추궁하지만,
비트윈, <청연> <쏘우 2> 등 3월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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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SF 애니메이션 시리즈 ‘기동전사 건담’의 두 작품이 일본 DVD 차트를 점령했다.
6일자 오리콘 DVD 차트 주간 종합 랭킹에 따르면 극장용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Z건담 2 - 연인들>과 TV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시드 데스티니 Vol. 13>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고(두 타이틀 모두 2월 24일 출시).
<Z건담 2>의 경우 최근 일본 극장가에 개봉된 완결편 <기동전사 Z건담 3 - 별의 고동은 사랑>의 흥행과 맞물려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으며, <시드 데스티니>의 경우 주 시청자인 젊은 여성들로부터 꾸준한 지지를 모으는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보고 있다.
한편 랭킹 탑 10 가운데에는 재패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홍콩 영화 <이니셜 D>가 3위에 올라왔으며, <블리치> <작안의 샤나> 등 최신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20위 권내에 포진되어 있어, 일본인들의 유별난 애니메이션
건담 시리즈 두 작품 일본 차트 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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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한풀 꺾였다고는 해도 바람 부는 강가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트레이닝복만 입고 차가운 땅바닥에 모여앉은 단역배우들과 바람을 맞아 휘날리는 마라톤 대회 천막은 눈으로 느껴지는 체감온도를 한층 낮추어놓는다. 그러나 그 사이 어디에선가 온기가 느껴지는 건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다정하게 웃고 있는 배우들 때문이다. 신현준과 김수미, 임하룡, 탁재훈, 김효진, 그리고 다랭이 마을 주민들. 차가운 강변에 수십명의 단역배우를 배치하고 스테디캠을 들고 뛰어야 하는 심란한 장면이었지만, <맨발의 기봉이>는 그처럼 얼굴 찌푸리지 않고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맨발의 기봉이>는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서 소재를 얻은 영화다. 권수경 감독은 조감독으로 <비천무>를 찍으며 친구가 됐던 신현준에게서 팔순 노모를 위해 맨발로 뛰어다니는 <맨발의 기봉씨> 이야기를 들었고 “나도 시골 출신인데다가 어머니 생각도 나서” 유독 마
달려라, 효자, <맨발의 기봉이>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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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오브 뮤직>과 <왕과 나> 등으로 유명한 뮤지컬 작가, 콤비 리처드 로저스와 오스카 해머슈타인의 대표작들을 모은 박스세트가 5월 26일 일본에 출시된다.
‘로저스 & 해머슈타인 뮤지컬 컬렉션 박스’라는 이 타이틀에는 <사운드 오브 뮤직> <왕과 나> <회전목마> <오클라호마!> <남태평양> <어느 박람회장에서 생긴 일>의 6작품이 각각 2장씩 총 12장의 디스크로 수록된다. 기발매된 싱글 패키지 타이틀과 달리 영어 싱어롱 자막이 수록되며 <남태평양>과 <어느 박람회장에서...>에는 일본어 더빙이 새로 추가된다.
타이틀 스펙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형태의 케이스. 원형으로 펼칠 수 있는 종이 케이스에는 각 작품들의 명장면 일러스트들이 그려져 있어, 장식용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19,800엔.
日, ‘로저스 & 해머슈타인’ DVD 박스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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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키는 일이 어디 영화인들만의 일입니까. 농산물 지키는 일이 어디 농민들만의 일입니까?” 지난 2월17일 저녁 6시부터 광화문 열린시민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 ‘쌀과 영화’. 3천여명에 달하는 농민, 영화인들이 자리해 눈길을 끌었던 이날 행사는 전국민중연대 등 113개 시민사회단체가 결집한 ‘스크린쿼터 사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가 마련한 자리였다. 안성기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 공동위원장과 문경식 전농 의장은 “쌀과 영화는 꼭 지켜내야 한다”는 말로 연대의 뜻을 다졌다. 이날 문화제는 “농약으로 코팅한 미국 쌀은 쥐도 안 먹는다”고 일갈한 횡성댁 공연, “대감, 나라의 국익이 약소합니다∼”라고 미국에 머리를 조아리는 정부를 비꼬는 <왕의 남자> 패러디 공연 등으로 채워졌다. 가수 정태춘은 지지 공연 도중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 위기에 맞서 싸우고 있는 평택 사람들을 무대 위로 초대하기도 했다
식량주권, 문화주권 사수하자! 촛불문화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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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코미디 <마디아 가족의 재결합>이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신작 4편을 제치고 2주째 정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3월 셋째주말 미국 극장가는 5일 저녁(한국시간으로는 6일 낮) 오스카 시상식을 앞두고 뜨거운 할리우드의 열기과는 대조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타일러 페리가 제작, 연출, 각본, 주연을 도맡은 <마디아 가족의 재결합>은 지난주보다 57%나 하락한 1300만달러의 성적으로 전반적인 박스오피스 약세를 틈타 1위를 지켰다. 이로써 개봉 열흘간 총수입 4809만달러를 배급사 라이온스게이트에 안겨주게 됐다. 동명 연극이 원작인 <마디아 가족의 재결합>은 과격한 할머니 마디아가 가정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코미디물이다. 배급사 대표 스티브 로텐버그에 따르면, 주 관객층이 35세 이상 흑인 여성들이라고.
새로 개봉한 4편은 모두 1위를 차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미리부터 예상됐던 ‘소품’들었이다. 4편 중 가장 좋은
코미디<마디아 가족의 재결합> 美 흥행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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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게 눌러 그냥.” “아아∼, 잠깐 잠깐.” 킬라(신하균)의 매정한 손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다리를 쭉 찢은 발레(김민준)의 입에서는 외마디 비명이 새어나온다. 금세라도 뜯어질 듯 팽팽히 당겨진 정장 바지가 잔뜩 일그러진 표정만큼이나 불안하다. 2월20일 처음 공개된 서울 당산동 <예의없는 것들>의 촬영현장. 민망한 자세 탓에 조금은 얼굴을 붉힐 법도 하건만, 다리를 벌리는 김민준의 동작에는 망설임이 없다. 그 진지함에 감염된 것일까. 킥킥대며 웃음을 터뜨리던 신하균의 얼굴에서도 어느새 장난기가 사라졌다. “점차 벌어지는 느낌이 나면 되지 완전히 안 벌어져도 되니까.” 한발 떨어져 상황을 주시하던 박철희 감독이 이내 안쓰러운 듯 말을 던진다.
<예의없는 것들>은 무례한 세상 속 더럽고 추한 것들을 ‘청소’하려는 두 킬러, 킬라와 발레의 이야기다. 킬라는 선천적으로 혀가 짧은 콤플렉스 탓에 아예 말을 하지 않는 캐릭터. 대사없이 표정만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하
그냥 쭈∼욱 찢으세요, <예의없는 것들>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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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운명>의 박진표 감독, 안수현 프로듀서, 황정민씨까지 죄다 먼저 했으니 제가 막차를 타는 셈인가요? (웃음) 작은 보탬에 불과하겠지만 행복한 일에 동참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해요. 이 참에 내가 해야 할 더 뜻깊은 일은 없나 둘러볼까 해요. 제 다음은 송강호 선배. 서로의 허물까지 속깊이 이해해주며 친하게 지내는 송강호 선배가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마침 <괴물> 촬영도 끝났으니 한숨 돌리고 있을 테고.”
[만원 릴레이] 영화배우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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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를 사랑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거기에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다. 시네마테크를 지지한다고 말하면서 거기에 가지 않는 것은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그 여자에게 온갖 핑계를 대면서 전화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믿는다. 지금 시네마테크에 갖고 있는 불만은 왜 심야영화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나는 거기서 밤을 새워 영화를 보고 싶다. 그리고 당신을 여기서 만날 때 비로소 나는 영화를 사랑한다는 당신의 말을 믿을 것이다. 내가 그곳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 그건 당신보다 더 열심히, 한번이라도 더, 그곳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다.”
[서울아트시네마 후원 릴레이] 정성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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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 역대 중국 외화 흥행 3위 등극
피터 잭슨의 <킹콩>이 역대 중국 박스오피스 외화부문 3위에 올랐다. <킹콩>은 1월12일 개봉해 2월27일까지 1,250만달러를 벌어들였으며, 이는 <타이타닉>(4천만달러)과 <진주만>(1300만달러)의 뒤를 잇는 성적이다. <킹콩>의 중국 내 배급 관계자는 “<킹콩>이 중국의 최대 명절인 설을 겨냥해 개봉했으며, 당시 별다른 경쟁작이 없었다”는 점을 영화의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제임스 카메론의 또 다른 차기작, <다이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차기작 목록에 또 한편이 추가됐다. 이번에도 물과 관련된 작품으로, 프리다이버 프란시스코 페레라스와 잠수기록 경신 도중 사망한 그의 아내의 실화에 바탕을 둔 <다이브>다. 카메론은 현재 <배틀 엔젤> 시나리오를 함께 쓰고 있는 라에타 칼로그리디스에게 <다이브>의 시나리오 집필
[해외단신] <킹콩>, 역대 중국 외화 흥행 3위 등극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