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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하루가 실패작이라 해도 제2, 제3의 하루를 수술시켜서 성공하면 돼.” 어라? 이거 어디서 들어본 얘긴데. KBS <안녕하세요 하느님>에서 천재 의사 동재(이종혁)는 정신지체를 앓는 하루(유건)를 수술해 천재로 만든다. 동재를 지원한 허 원장(나영희)은 이를 빌미로 거액의 투자를 받으려 하고, 한편에선 하루의 수술에 대한 윤리 문제가 제기된다. 이는 줄기세포가 하나면 어떻고 세개면 어떻냐던 황우석 박사의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안녕하세요 하느님>의 풍자 대상은 황우석 박사가 아니다.
하루와 동재는 수술만 잘되면 모든 게 잘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자신이 언제 어느 때나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뿐이다. 천재가 된 하루가 바라본 세상은 의사가 이기심으로 인해 환자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고, 돈이면 뭐든지 다 된다고 말하는 곳이다. 세상 사람들은 하루가 바보일 때나 천재일 때나 ‘정상’ 취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하루는 좌절한다
어른들을 위한 속깊은 동화, <안녕하세요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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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표’ 드라마가 온다. ‘노희경’ 이름만으로도 끌리는 작품인 <굿바이 솔로>는 주인공 7명의 세상살이를 따스한 시선으로 그린다. 날라리 바텐더 민호(천정명), 설치미술가 수희(윤소이), 카페의 월급 사장 미리(김민희), 뒷골목 건달 호철(이재룡), 이중인격자 지한(이한), 외로운 중년 영숙(배종옥), 청각장애인 미영 할머니(나문희)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씩씩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모두 ‘메인’이다. 주류보다는 비주류에 가까운 ‘어둠의 자식’들이지만 그들에게도 희망과 사랑이 있다. “사람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는 드라마의 주제처럼 그들이 못났거나 잘났거나 그 모습 자체로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강조한다.
노희경 작가는 이 드라마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 여러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한데 묶는 다중 스토리 형식을 보여줄 계획이다. 드라마판 <러브 액츄얼리>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각 인물들이 안고 있는 상처, 어긋난 사랑 등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갈 것이다.
커밍순! 노희경표 러브스토리, <굿바이 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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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걸작 <분노의 주목>이 2디스크 SE 버전으로 3월 중 국내 출시된다.
1940년대 활약했던 실제 권투선수 제이크 라모타의 굴곡진 인생역경을 통해 미국 사회의 맹점을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이 흐르는 잊을 수 없는 오프닝과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로버트 드 니로의 열연이 빛나는 20세기의 명작이다.
디스크 1에는 러닝타임 129분의 본편이 1.85: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과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로 수록. 디스크 2에는 ‘권투 경기전’, ‘링 안에서’, ‘링 밖에서’, ‘경기 후’로 구분된 제작과정과 제이크 라모타의 실제 권투 경기 장면, 극장용 예고편 등이 부록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작 <분노의 주먹> 3월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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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인터뷰는 www.indielondon.co.uk, www.afterelton.com, www.blackfilm.com에 나온 리안 감독 인터뷰를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이 작품이 영화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나.
=거의 4년 전이었다. 나는 프로듀서 제임스 샤무스가 내게 추천해준 애니 프루의 소설과 대본을 읽었다. 30쪽의 소설을 읽은 순간 숨이 막혔다. 특히 주인공 중 하나가 “우리가 가진 건 브로크백 마운틴뿐이야. 모든 게 거기서 시작된 거야”라고 했을 땐. 결말 즈음에는 내 눈에도 눈물이 고여 있었다. 여태껏 한번도 본 적 없는 미국의 리얼한 시골 생활을 다룬 매우 독창적인 작품이었다.
-히스 레저와 제이크 질렌홀을 어떻게 캐스팅하게 됐나.
=나는 20대 초반의 젊은 배우들을 원했다. 그들이 20년 전과 후를 연기하기에 더 낫다고 판단했다. 그들은 최고였기에 선택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레저는 웨스턴적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그는 좀더 남성적이고 수
<브로크백 마운틴>의 리안 감독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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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행간과 고백의 어휘
리안이 작가보다는 장인으로서 설명되는 이유는 주로 그에게 미학적인 어떤 구조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그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리안의 영화적인 풍부함은 비밀과 상실이 어떻게 전달되는가에 달려 있다. 그것은 ‘고백과 침묵’으로 드러난다. 리안의 영화에는 언제나 이 두 양면의 순간이 들어 있다. 왜 아닐까. 비밀은 고백하거나 침묵하거나 해야 하는 것이고, 상실은 뱉어내거나, 마셔버리거나 해야 한다.
리안의 영화는 명확한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더 특이한 건 영화를 주의 깊게 볼 때만 이 공백들을 눈치 챌 수 있게 되어 있고, 만약 그렇게 보지 않더라도 그냥 아귀가 맞고 의문은 없어 보이도록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이 점이 대중영화 안에서 리안의 실력이다. 예를 들어, <와호장룡>에서 관객은 왜 리무바이가 수련을 사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 알 길이 없다. 그가 청명검을 버리려는 이유도
<브로크백 마운틴>의 리안 감독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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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비밀과 상실의 집단
에니스와 잭은 산을 내려와 헤어진다. 그건 곧 체계와 편견의 땅으로 들어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을 형성하고, 그들도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에니스는 약혼자 알마와의 결혼 생활을 시작하고, 잭은 생존을 위해 거부 농기구상의 딸 루린과 원치 않는 살림을 차린다. 그들에게 일반 여성과 가정을 꾸리고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허식과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다. 결국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4년 만에 다시 만난 에니스와 잭은 낚시를 핑계로 일년에 한 두 번씩 브로크백으로 둘만의 여행을 간다. 그럼으로써 가족은 점점 더 위태로워진다.
가족은 리안의 영화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고리다. “(이전의 삼부작으로 구성된) 가족 드라마와 <센스, 센서빌리티>는 모두 가족 의무 대 자유 의지의 충돌에 관한 것이다”라고 리안은 말한 적이 있다. 동시에, “가족 드라마에 말싸움이 있는 거라면, <와호장룡>에는 발차기가 있는 것일 뿐”이라고
<브로크백 마운틴>의 리안 감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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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 <브로크백 마운틴>이 방문했다. <와호장룡>의 신기를 뒤로하고 <헐크>를 만들었던 리안이 이번에는 눈부신 풍광의 서부로 들어간 것이다. 여기에는 남녀의 사랑이 아니라, 남자와 남자의 사랑이 있다. 그것도 거친 카우보이들의 사랑이다. 그런데, 애달픔이 한없다. 먼저 개봉된 미국에서는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얻었고, 아카데미 시즌 최고의 화제작으로도 떠올랐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전개를 따라 리안이 만든 과거 영화들을 하나씩 조우시켜 그의 세계를 되짚었으며, 몇몇 매체에서 나눈 인터뷰도 묶어 실었다.
리안이 장편 데뷔작 <쿵후 선생>을 만든 것은 1992년이었다. 같은 해에 차이밍량 역시 장편 데뷔작 <청소년 나타>를 완성했다. 한눈에도 둘은 달랐다. 리안은 유연했고, 따뜻했다. 차이밍량과는 또 다른 대만영화의 작가주의가 나온 것 아닌가 싶었다. 대중과의 친화력에서만
<브로크백 마운틴>의 리안 감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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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영화 본상
-황금곰상(최우수 영화상)
야스밀라 즈바니치의 <그르바비차>(Grbavica)
-은곰상(심사위원 그랑프리)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의 <엔 소프>(En Soap), 자파르 파나히의 <오프사이드>(Offside)
-은곰상(최우수 감독상)
<관타나모로 가는 길>(The Road To Guantanamo)의 마이클 원터보텀
-은곰상(최우수 여우주연상)
<레퀴엠>(Requiem)의 산드라 횔러
-은곰상(최우수 남우주연상)
<소립자들>(The Elementary Particles)의 모리츠 브라입트로
-은곰상(예술공헌상)
<자유의지>(The Free Will)의 주연배우, 공동 각본가, 공동 제작자로서의 율겐 보겔
-은곰상(최우수 영화음악상)
<이사벨라>(Isabella)의 피터 캄
-알프레드 바우어상(베를린영화제 창설자 기념상)
로드리고 모레노의 <엘 쿠스토디오>(El Custod
제5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결산 [5] - 수상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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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일렁인 작은 물결들
베를린영화제는 칸이나 베니스와는 달리 기자로서가 아니라 관객으로서 찾아가야 더욱 흥미로울 영화제다. 경쟁 부문과 비경쟁 부문에 섞여 있는 함량미달의 작품들을 보느라 회고전, 포럼 부문과 특별상영 부문의 성찬을 놓쳐야 했던 각국 기자들의 한숨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왔으니 말이다. 오드리 헵번부터 더글러스 서커까지, 가슴이 떨리는 클래식들이 모여 있는 회고전은 경쟁 부문 못지않은 매진 사태를 불러일으켰지만, 특히 올해 베를린의 진짜 재미는 ‘테디 20주년 회고전’, 아동영화 부문인 ‘킨더필름’과 포럼 부문이었다.
테디 어워드와 베를린의 퀴어 시네마
데카당스한 기운을 지닌 진짜 베를린을 보기 위해서는 언더그라운드(지하)로 내려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베를린을 진짜로 맘껏 즐기다 간 이들은 테디의 친구들이었을 것이다. 게이-레즈비언 시상식인 테디상이 20주년을 맞아 기념파티 밎 각종 부대행사를 화끈하게 준비해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
제5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결산 [4] - 한국영화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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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이란산 뜨거운 감자
<관타나모로 가는 길>이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킨 초반에 이어 후반기 베를린영화제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경쟁 부문에 참가한 두편의 이란영화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자파르 파나히와 라피 피츠에게도 이란의 정치 상황과 검열 문제에 대한 서구 기자들의 질문이 끊임없이 쏟아졌는데, 두 감독이 비슷한 대답을 들려준 것은 주목할 만하다. 파나히는 “나는 정치적이지 않고 다만 사회적일 뿐이다. 특정한 정치적 방향을 따르는 영화는 만들지 않는다. 물론 나도 정치적 의견이 없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사회 내부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답했으며, 피츠는 “나는 국가와 세계보다는 인간의 상태(Human Condition)에 더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서구 기자들은 두명의 감독이 정치적인 논쟁거리를 덥석 물어주기를 바랐을 테지만, 파나히와 피츠는 이란도 심장이 박동하고 피가 흐르는 인간의 땅임을 보여주는 두편의 영화로 현자의 대답을 들려준
제5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결산 [3] - 이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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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영화에 봄이 오는가
“독일영화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새로운 물결이라도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프리 윌>로 예술공헌상을 받은 율겐 보겔은 한 유럽 기자가 흥분한 어조로 던진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새로운 물결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3편의 독일영화가 은곰상을 받았고, 현재 독일영화가 정말 좋은 시간을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관타나모로 가는 길>을 제외하면 화제작이 드물었던 올해 경쟁 부문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4편의 독일영화였다. 특히 영화제 후반을 장식한 <갈망>(Longing/Senchct)과 <레퀴엠>은 황금곰상의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며 평단의 호평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레퀴엠>(Requiem) 감독 한스 크리스챤 슈미트/ 출연 산드라 휼러, 부르가트 클라우스너
지난 2002년 <불빛>(In Lichter)으로 베를린의 레드카펫을 밟았던 한스-크리스챤 슈미트가 엑소시즘(
제5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결산 [2] - 독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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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다이어리] <브로크백 마운틴> 내 인생의 ‘브로크백 마운틴’은?
[헌즈다이어리] <브로크백 마운틴> 내 인생의 ‘브로크백 마운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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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선택은 예상 밖이었다. 하지만 모든 영화제의 선택은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게 마련이다. 올해 베를린영화제는 “심사위원들은 세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 작품들 중에서도 간접적으로 돌아 말하지 않고, 가장 심플하고 직접적으로 이런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고른 모양”이라는 <디 벨트>의 말처럼, 세상에 대해 명쾌하게 발언하는 영화들에 상을 안기며 열흘간의 축제를 마무리했다. 제56회 베를린영화제의 수상 결과를 점검하고, 후반기 화제작들을 한데 모았다.
영화제가 딱 8일째 되는 날, <버라이어티>가 발간하는 데일리 매거진은 “베스트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사실 <관타나모로 가는 길>을 제외하고는 화끈하게 영화제를 달아오르게 만든 영화가 드물기는 했다. <사이트 앤드 사운드>의 닉 제임스는 “베를린영화제가 잘해왔던 막판 뒤집기 전술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2년 전에도 모두가 실망스러운 경쟁부문이라고 불평이 대단했는데 막판에 &
제5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결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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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인은 언제나 스크린 밖에 있었지, 스크린 안에 존재한 적은 없다. 만질 수 없고 체취를 맡을 수도 없고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는 상상 속의 연인에게 나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나는 다만, 스크린 속 배우들의 어떤 이미지에 간혹 감동할 뿐이다. 이를테면, 삶의 상처를 담고 냇물처럼 흐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주름, 눈빛 하나만으로도 시끄러움을 표현해내는 잭 블랙의 기괴한 표정 아니면, 소리 없는 움직임으로 악기가 되는 버스터 키튼의 정직한 몸? 그래서 내겐 죽도록 싫어하는 배우는 있어도, 죽도록 사랑하는 배우는 없다. 그러므로 이 글은 ‘스크린 속, 나의 연인’이 아니라 그나마 일관되게, 그것도 매우 가늘고 긴 시간동안 나의 관심을 끌어왔던 어느 배우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의 이름은 스티브 부세미다.
어느 날인가, 나의 건장한 룸메이트는 자신의 소심함에 어이없어 하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이 시대, 남자의 소심함이 얼마나 큰 미덕인지 모르는군.” 자기성찰을 할 줄
[스크린 속 나의연인] 스티브 부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