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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부산이 3월24일부터 4월16일까지 세계영화사의 걸작 21편을 상영하는 ‘세계영화사의 위대한 유산-월드시네마 III’를 연다. 찰리 채플린의 <키드>를 비롯, 하워드 혹스의 <리오 브라보>, 라울 월시의 <화이트 히트>, 니콜라스 레이의 <그들은 밤에 살다>, 칼 드레이어의 <분노의 날>, 자크 타티의 <윌로씨의 휴가>, 리노 브로카의 <네온 불빛 속의 마닐라>, 허우샤오시엔의 <펑꾸이에서 온 소년> 등 걸작영화가 소개될 예정이다.
한편 3월31일부터 4월2일까지는 영화 평론가 김영진씨가 상영 전 영화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곁들이는 ‘3일간의 세계영화사 오디세이’도 개최된다. 문의는 051-742-5377이나 cinema@piff.org를 통하면 된다.
세계영화사의 위대한 유산-월드시네마 III 상영작 목록
1. <지난해 마리앵바드에서> : 알랭 레네 감독, 1961,
시네마테크 부산, 영화사 걸작 21편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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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8회를 맞이하는 서울여성영화제가 기자회견을 갖고 상영부문과 상영작, 게스트 명단을 발표했다. 오는 4월6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신촌 아트레온에서 열리는 여성영화제는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피해자와 이들을 돕는 법조계 여성의 연대를 그린 다큐멘터리 <법조계의 자매들>로 시작한다. 33개국 97편의 여성영화가 포진한 이번 행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각종 특별전. 여성영화의 고전 <안토니아스 라인>을 만든 마를린 호리스 감독 특별전이 눈에 띈다. 1960~1970년대 미국과 유럽 페미니스트 뉴스릴 및 다큐멘터리를 모은 ‘페미니스트 다큐멘터리의 선구자들: 천 개의 목소리’를 통해, 전투적 페미니즘과 이를 실천에 옮긴 정치적 다큐멘터리가 주류를 이뤘던 시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9개국의 여성영화 13편을 관람할 수 있는 ‘아프리카 특별전: 나의 아프리카들’을 통해, 미지의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시대 여성문제가 어떻게 영화로 표현되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 기자회견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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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모든 남자를 사로잡는 매력(?)을 소유한 여교수의 이야기,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이 3월8일 기자시사를 가졌다. 지방대학 교수이면서 환경단체에서 활동 중인 조은숙(문소리)을 중심으로, 박석규(지진희) 등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그녀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는 또다른 남자 교수들과 지방방송국 PD가 등장하는 <여교수…>는 익숙한 듯 낯설고, 얄밉지만 왠지 정이 가는 캐릭터들을 향한 묘한 시선이 인상적인 영화다. 은숙과 석규, 문소리와 지진희의 야릇한 관계가 중심에 놓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드는 홍보전략과 달리, 실제 공개된 영화 속 주인공은 은숙과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 모두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상업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는 탓에 배우들의 익숙한 이미지가 묘하게 변주되는 모습을 맞닥뜨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의 모든 남자들과 관계를 가지면서 자신이 가진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이 때론 측은하고 때론 웃음을 유발
지진희, 문소리 주연의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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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주의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참석해야 할 영화제가 열렸다. 올해로 24회를 맞는 퀘벡영화를 위한, 퀘벡영화에 의한, 퀘벡영화의 축제 ‘퀘벡영화와의 만남’이 2월16일부터 26일까지는 몬트리올의 시네마테크 퀘벡쿠아즈를 비롯한 주변 극장에서, 20일부터 26일까지는 퀘벡의 시립미술관과 클랩영화관에서 열렸다. 캐나다에서 가장 성공적인 영화산업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퀘벡영화는 지난해 제작된 거의 모든 영화가 흑자를 기록했으며 다른 지역에 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른 캐나다의 ‘영어’영화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자꾸 성장해가는 퀘벡의 ‘불어’영화는 퀘벡의 모든 영화광들에게 무척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일 것이다. 190개 영화가 상영된 이번 영화축제는 애니메이션, 픽션,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의 퀘벡영화를 선보였다.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퀘벡영화 중 하나인 <C.R.A.Z.Y.>는 영화 상영과 더불어 DJ와 함께하는 댄스파티로 그 영광을 되
[몬트리올] 퀘벡영화와의 뜨거운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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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5일 저녁, 51회를 맞는 인도 최대의 영화제 ‘페어 원 필름페어’(Fair One Filmfare Awards)가 발리우드영화의 1번지 뭄바이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영화는 단연 <블랙>(Black)이었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한 소녀와 그녀가 정상인과 같은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해 평생을 헌신하는 특수학교 선생과의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그린 영화 <블랙>은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을 비롯하여 총 11개 부문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아미타브 바흐찬은 비평가들이 뽑은 주연상까지 거머쥐며 2관왕에 올랐다. <블랙>은 이미 개봉 때부터 상업성과 예술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영화라고 평론가의 극찬을 받으면서 인도의 각종 영화제에서 좋은 성적이 기대되었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올라갔었던 <데브다스>의 산자이 릴라 반살리 감독 작품. 현재 인도에서 최고 배우로 통
[델리] 인도의 오스카는 감동 드라마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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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괜찮아요?>(제작 마술피리)가 3월7일 용산CGV에서 언론 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오랫동안 ‘영화감독이 되는 법‘이라는 가제 아래 시나리오 단계에 머물렀던 <모두들, 괜찮아요?>는, 10년 넘는 시간을 입봉 준비로 보낸 남선호 감독 자신의 경험담에서 출발한 영화다.
상훈(김유석)은 유학까지 다녀와 10년째 감독 지망생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자. “나는 거짓말쟁이지만 성실한 인간이다”라고 상훈은 첫 대사를 읊조린다. 하지만 진정 성실한 것은 무용가의 꿈을 접고 무용 학원를 운영해 남편과 아들, 치매에 걸린 아버지 원조(이순재)를 부양하는 그의 아내 민경(김호정)이다.영화는 민경과 상훈 부부가 반복하는 싸움과 화해를 따라간다. 얄미워서 소리를 지르다보면 애틋하고, 다정한 마음이 드는가 싶으면 상처가 덧난다. 아버지의 바람기가 만들어놓은 복잡한 친정의 가족관계도 민경의 또다른 짐이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아버지를 모시다보니 후련히 싸
<모두들, 괜찮아요?> 기자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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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도 비밀은 있다
성형미인의 좌충우돌 인생역정 그린 코미디 <미녀는 괴로워>
원작 <미녀는 괴로워>/만화/서울문화사 펴냄/ 스즈키 유미코 지음
원래는 이랬는데 누가 보더라도 눈부신 쭉쭉빵빵 미인 칸나즈키 칸나에겐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칸나즈키는 뚱뚱한 몸매와 못생긴 얼굴의 소유자였지만 수백만엔짜리 전신성형을 통해 남들이 알아보지 못할 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소유하게 된 것. 졸지에 미인이 된 그는 ‘뚱녀’ 시절에 비해 180도 바뀐 주위 사람들, 특히 남성들의 대접을 실감한다. 단지 외모가 비호감이라는 이유만으로 칸나즈키를 괄시하던 사람들은 칸나즈키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를 보내며 그녀를 떠받든다. 사실, 칸나즈키가 전신성형을 감행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흠모해왔으나, 뚱녀 시절엔 감히 꿈도 꾸지 못했던 꽃미남 코스케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는 코스케 앞에 나타나 자신의 외모를 뽐내지만, 코스케는 칸나즈키가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뚱녀 시절
충무로 日流 열풍 [4] - 일본원작 한국영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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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뺏고 나는 주고
두 여자친구의 애증의 성장기 <어깨 너머 연인>
원작 <어깨너머의 연인>(肩ごしの戀人)/소설/유이카와 게이 지음
원래는 이랬는데 루리코는 참느라 앓느니 뺏고야 만다는 신념의 소유자. 그녀에게 결혼은 ‘약탈 전쟁’에서 승리한 뒤 치르는 자축 의식이다. 소꿉친구인 모에의 남자친구를 가로채서 세 번째 결혼식을 올리면서도 그녀는 당당하다. 반면, 모에는 남자, 명품, 스캔들 외에 관심이 없는 시샘과 질투로 가득한 루리코를 속물이라고 여긴다. 섹스는 그저 “상대의 몸을 이용한 마스터베이션일 뿐”이라고 여기는 모에는 루리코와 정반대다. “마음에 들 것 같은 무엇을 발견했을 때는 반드시 트집을 잡고야 마는” 모에에게 결혼은 그저 공인된 섹스 파트너를 확보하는 불편한 허례일 따름이다. 126회 나오키문학상 수상작인 <어깨너머의 연인>은 타인을 점함으로써 자신을 확인하는 루리코와 타인을 배제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는 모에가 함께 쓰는
충무로 日流 열풍 [3] - 일본원작 한국영화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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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소설이 풍기는 개인주의의 향기
그런데 우리는 일본의 무엇에 매혹될까, 그들의 이야기는 이곳에서 어떻게 현재성을 띠게 될까. 텍스트로의 여행에서 만화와 드라마, 영화는 살짝 제쳐두자. 편의성 때문이 아니라 일본 현대소설이 일류 현상의 눈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내 대형서점들에서 다른 어떤 외국서적보다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충무로 제작자들의 가장 열정적인 러브콜 대상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무라카미 하루키 이후의 일본 문학을 순문학의 상실로 여기며 무척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문학의 역할은 과거와 미래를 포괄하는 동시대의 모델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델을 창조하는 것”이라는 그의 명제를 전제처럼 들고 출발해야 할 듯싶다.
“나도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영화화하고 싶어하는 사람 중 하나”라는 이윤기 감독(<여자, 정혜> <러브토크>)은 영화화를 검토 중인 일본 소설 몇편을 갖고 있다. 그의 예민한 시선이 닿은 곳은 어딜까. “일상의 묘사나 감
충무로 日流 열풍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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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란>의 원작이 일본 소설이고, <올드보이>의 원작이 일본 만화이며,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원작이 일본 드라마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쩌다 뿌리가 닿았다고 열매의 시큼달콤한 맛과 꽃의 향기에 시비를 걸 수 없다. 어느덧 그 뿌리에 젖줄을 대려고 경합하는 충무로의 모습이 심상치 않게 변했다. 일본 판권 확보 경쟁과 이에 따른 가격 상승의 풍경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입도선매하려는 한때의 한류 열풍과 닮은 구석이 있다. 그러니 이를 두고 일류(日流)라 이름 붙여도 이상할 게 없다. 충무로의 일류 현상을 불러온 이유는 무엇이고, 그 기대효과는 어떤 것일까. 섣부른 판단이 곤란한 진행형 흐름이나 산업과 텍스트 양면에서 중간점검을 해본다.
일본 아사다 지로 원작, 홍콩 장백지 출연의 ‘선구적인’ 범아시아프로젝트 <파이란>이 성공했던 2000년대 초반의 풍경 두 가지. 하나, 일본 프로듀서가 박찬욱, 김지운, 정지우 세 감독에게 동
충무로 日流 열풍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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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다음 주에 개봉하는 <브로크백 마운틴>은 단순히 영화라기보다 미국 현실의 단면이거나 리안 감독이 제안하듯 할리우드의 ‘마지막 신천지’를 개척하려는 교두보일지도 모른다. 편리하게 ‘동성애 서부극’으로 불려지는 리안의 영화가 진정한 문제작일까 아니면 단지 부풀려진 안개에 불과할까?
미디어에 밝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듯이 <브로크백 마운틴>은 1997년 <뉴요커>에 실렸던 애니 프루의 단편소설을 잭 트위스트(제이크 질렌할)와 에니스 델 마(히스 레저)가 서로의 비극적 사랑이 돼버린 미국 서부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로 변형되었다. 벌써 <드러지 리포트>는 작가가 한번도 동성애 카우보이를 만난 적이 없으며, 와이오밍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매튜 세퍼드(와이오밍주에서 1998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살해된 21살의 청년 - 역주)의 고장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 초를 쳐댔다. 8년이나 묵혀 있던 (서부극 전문작가인 래리 맥머트리와
범우주적인 로맨스, <브로크백 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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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남다은의 ‘1968의 청춘, 그 박제된 역사’(<씨네21> 541호)에 대한 반론이다. 남다은은 재일조선청년들이 박터지게(!) 싸우는 이유를 ‘영화 속에서’ 찾을 수 없으며, 다만 장례식 장면을 통해 외부적 역사와 슬쩍 만나게끔 한다고 비판하고, 68의 풍경을 차용하고는 있으나, 68의 정신은 없고, 노래 <임진강>을 사랑의 세레나데로 변질시킴으로써 <임진강>의 정치성을 탈각시킨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나는 싸움의 이유를 영화를 통해 ‘매우 잘’ 알 수 있었으며, 일본사회가 그들 안의 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진정한 68정신이며, 노래 <임진강>이 사랑의 세레나데로 거듭남으로써 새로운 (미시)정치성을 획득한다고 생각한다.
1. 자이니치
일본 남학생이 치마저고리를 입은 경자의 저고리 동정에 잉크를 묻히며 시비를 건다. 조선학교 남학생들이 몰려오고, 두 집단 사이에 ‘조센징’, ‘쪽발이’라는 욕설이 오가고, 피튀기
새로운 정치성을 주목한다, <박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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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열풍이 처음에는 브라운관을 잠식하더니, 이제 스크린까지 장악하고 나섰다. <반칙왕>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의 시나리오 작가였던 김대우의 감독 데뷔작 <음란서생>도 외관상 사극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사극의 ‘사(史)가 사실로서의 역사, 실제로 존재했던 과거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작품은 사극보다는 ‘시대극’(costume drama)이라는 용어가 더 적합해 보인다. 영웅과 거대 서사가 지배하던 ‘대문자 역사(History)’의 시대는 가고, 평범한 개인과 미시 서사를 다루는 ‘소문자 역사(history)’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영화 속에서 역사를 조망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현재까지도 극장가의 가장 큰 화제를 불러모은 <왕의 남자>도 ‘왕’보다는 ‘남자’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나 연산과 광대 공길간의 동성애적 관계가 허구이든 진실이든 간에 그 작품이 여전히 ‘사극’인 이유는 ‘사료’(史料)가 있고 그에
사랑했으므로 만사형통? <음란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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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조르주 바타유의 인용. “(중략) 그러나 금기를 범하는 순간 우리는 고뇌를 느끼며, 고뇌와 함께 금기가 의식되고, 죄의식도 체험하게 된다. 이러한 고뇌와 죄의식 끝에 우리는 위반을 완수하고 성공시킨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우리의 의식은 그 위반을 즐기기 위해 금기를 지속시킨다는 것이다. 금기를 어기려는 충동과 금기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고뇌를 동시에 느낄 때 비로소 에로티시즘의 내적 체험은 가능한 것이다….”
그 다음 바타유에 기댄 미셸 푸코 글의 인용. “… 그러므로 위반과 한계의 관계는 검은색과 흰색, 금지된 것과 허용된 것, 외부와 내부, 제외된 것과 주택이라는 보호된 공간의 관계와 다르다. 오히려 어떤 고지식한 가택 침입도 이겨낼 수 없는 나선형의 관계에 따라 위반은 한계에 연결된다. 어쩌면 밤중의 섬광 같은, 시간의 밑바닥에서, 밤이 부인하는 것에 짙고 검은 존재를 주고, 내부에서 그리고 그것을 송두리째 그것을 비추고, 그러면서도 그것에 자체의 생기있는 빛, 자
금기와 위반, 그리고 한계, <남자들이 모르는 은밀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