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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장의 가장 초보적인 단계는 소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이 오브 비홀더>의 조안나가 대표적인 케이스. 가발, 선글라스, 머플러 등을 적극 활용한다. 소품을 이용하면 두 가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첫째는 얼굴을 가리는 것이고, 둘째는 특정 부분에서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이다. 사람은 상대의 인상적인 부분을 기억하게 마련. 따라서 긴 머리를 짧게 자른다거나, 생머리를 폭탄머리로 바꾼다거나, 금발로 염색한다거나 하면 한순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변장이 평소 생활이 아니라면 이런 부분은 일상을 고려해서 하길 바란다. 모자나 선글라스 정도를 추천한다.
소품을 이용하는 것은 효과적이지만 속여야 할 상대와 장기적으로 같이 지내야 한다면 어려움이 크다. 매일 선글라스와 머플러를 쓰고 다녀서야 미친X 소리를 듣지 않겠나. 이쯤 되면 둘째 단계가 필요하다. 성 전환이나 나이 전환을 시도하는 것. <빅 마마 하우스: 근무중 이상무>나 <화이트 칙스>를
[배워봅시다] 변장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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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서생>의 김민정
어려 보이지만 속이 꽉 차 보이고, 가녀린 듯하지만 당찬 태도의 김민정은 단아한 한복과 나비 문신의 이중적 이미지에 걸맞은 여자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맺힐 듯한 크고 슬픈 눈을 하고 있지만, 팜므 파탈적인 치명적인 매력도 옷섶 깊숙이 숨겨놓았을 듯한 이중적인 여자. 남자들이여, 그녀를 영감의 원천이라고만 믿지 말라. 위험의 원천일 수도 있다.
<스캔들>의 전도연
김민정의 단아함이 발칙한 폭발력을 숨기고 있다면, 전도연은 한층 성숙하고 깊은 내면에서 퍼올린 아름다움으로 남자의 마음을 흔든다. 배용준과 책방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보여주는 수줍음, 길가에서 치한을 만났을 때 놀라는 모습, 그리고 배용준 앞에서 허물어지는 모습까지 한 순간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고결한 매력이다. 그래서 그녀의 최후는 더욱 마음이 아프다.
[VS] 외유내강의 두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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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어느 날,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사실 난 숨겨진 천재 피아니스트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체르니 100번으로 넘어가면서 피아노 교습소를 나와야 했다. 결혼하고 요리에 맛들이기 시작했던 또 어느 날, 다시다로 맛낸 알탕을 끓이며 ‘엄마의 요리재능을 내가 쏙 빼닮았구나’ 했지만, 물김치가 되어버린 깍두기를 보면서 역시 요리는 저∼기 오버 더 레인보우의 세계에 속한 것이라며 나를 위로했었다. 누구나 한번쯤 이런 착각해본 적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나처럼 착각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진짜 재능을 발견한 사람들이 여기 있다.
5위는 <워터보이즈>의 ‘보이즈’가 차지했다. 예쁜 선생님 하나 보고 시작했다가 그 학교의 명물이 되어버린 남자 수중발레부 소년들. 수중발레가 밥을 준 것도 대학 입학 자격증을 준 것도 아니지만, 좋아하는 소녀의 마음을 얻게 되었으니, 사랑을 쟁취하게 한 재능만큼 값진 것이 또 있을까.
4위는 <누구나 비밀은 있다>의 한선
[Rank by Me] 숨은 재주꾼 베스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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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과 <왕의 남자>는 동성애영화인가? 누군가는 동성애 대신 퀴어(queer)하다는 표현을 쓸 것이다. ‘queer’의 사전적 뜻은 이렇다. ‘괴상한, 의심쩍은, 찌뿌드드한, 나쁜, 가짜의, 망쳐놓다, 동성애의’ 등등. 이 중 ‘동성애’란 뜻의 포스가 워낙 강해서 ‘나쁜’ ‘가짜의’ 같은 뜻은 쓰이지 않게 됐다고 한다. 다행한 일인가?
하지만 미안하게도 <브로크백 마운틴>은 ‘동성애영화치고는’ 괴상하지 않다. <흐르는 강물처럼>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대자연과 절제된 드라마, 엔딩에서 흐르는 봅 딜런의 음악까지. 관객을 깜짤 놀랠 잔인한 장면도, 시끄러운 소란도 별로 없다. 대신 로미오와 줄리엣 부럽지 않은 애틋한 러브신은 많이 나온다. 이것은 한편의 훌륭한 러브스토리다. 단지 두 남성이 서로 몸을 섞는다는 사실만 뺀다면.
한편 <왕의 남자>는 어떤가? 영화가 1천만 관객 몰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이성애자
[칼럼있수다] 괴상보다 일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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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타탄 영화·DVD 배급사 사장 헤이미시 맥알파인은 오래전부터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다. 영화제를 따라 계속 여행하고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다시 말해 일년 내내 거의 한곳에 머물러 있는 일이 드문- 이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타탄사의 홍보책임자에게 떼를 쓰기 시작한 게 지난해 8월부터였다. 그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가 스코틀랜드 최고의 건축 재벌 맥알파인사의 손자라서도, <키즈>(Kids)의 감독인 래리 클라크과 런던의 한 클럽에서 주먹다짐을 벌였다는 영화계의 가십 때문만도 아니었다. 그것은 타탄사가 배급해온 한국영화의 물량이나 성공적인 브랜드 마케팅, 획기적인 배급 방식 때문이었다. 더 정확히는 그가 도대체 어떤 생각에서 이런 일들을 벌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원초적인 관심 때문이었다.
영국의 주요 인디 배급사 중 하나인 타탄의 ‘아시아 익스트림’ 브랜드는 영국 영화·DVD 배급업계에서는 전설적인 성공 신화로 자리잡았다. 아류라고 말하는 것은 좀 미안하
타탄 배급사 사장 헤이미시 맥알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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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42)을 보고 있노라면 굉장히 오랫동안 만나온 배우라는 착각에 빠진다. 그건 어쩌면 그가 아주 짧은 기간 동안 굉장히 많은 영화에 얼굴을 보여준 탓인지도 모른다. 2003년 <대한민국 헌법 제1조>로 영화에 데뷔한 뒤, <황산벌> <시실리 2km> 등으로 얼굴을 알렸고, TV시트콤 <올드 미스 다이어리>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작업의 정석> <왕의 남자> <음란서생>에 차례로 등장했고, <잘 살아보세> <도마뱀> <가족의 탄생>을 곧 선보일 예정이다. 비록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신부, 전당포 주인, 내관, 모사화가 등 비중이 적은 역할을 맡아 잠깐씩 스크린을 스쳐갔지만,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인상만큼은 머릿속에 진득하게 들러붙어 있다. 아마도 관객과 배우 사이의 거리감을 없앨 만큼 친숙함을
<왕의 남자> <음란서생>의 배우 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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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나도 <TV동물농장> PD가 되고 싶다
4년 가까이 <TV동물농장>을 만든 최정호 PD는, 한번 타는 데 10만원이 드는 특급 사파리를 5천만∼6천만원어치는 탔을 거라고 말한다. 총각 PD들은 여자친구가 생길 때마다 에버랜드 특별 방문을 잊지 않는다. 원없이 특급 사파리 타기, 인공 포육실에서 깜찍한 새끼 동물과 대면하기 등의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기자는 대상을 알 수 없는 부러움에 휩싸인다. 나도 <TV동물농장> PD가 되고 싶다. 아니 아니, 나에게도 <TV동물농장> PD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제작진이 부러운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거짓말을 모르는 동물들과 함께한다는 점이다. 웬만하면 개인의 취향을 반영해 소동물, 대동물, 유인원, 사파리 등 영역을 나누어가진 이들은 어떻게 하면 동물과 친해질 것인지를 고민하고, 때로 섬에서 개를 키우는 사람들(‘섬과 개’)을 취재하기 위해 한달 가까이 꿈에
제작과정 추적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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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한 마리를 덜컥 집안에 들여놓았던 2001년 어느 날. 졸린 눈을 비비며 마루로 기어나온 오양은 무심코 TV를 틀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와 고양이, 그리고 그들과 동거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물 프로그램이 거기 있었다. 평소 고양잇과 맹수들이 초원을 휘젓는 동물다큐멘터리를 즐겨보긴 했지만, 그것들과는 또 달랐다. 그야말로 발상의 전환. 애완동물과 함께하는 일상에서 경험했던 특별한 공감, 애완동물이 보여줬던 그만의 버릇을 TV에서 확인하는 것 등은 소소한 희열이 되었다. <TV동물농장>은 그 이후 오양의 일요일 아침을 점령했다. 그 뒤로 5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오 기자로 불리게 된 오양은, 입사 이후 호시탐탐 <TV동물농장>을 취재하길 갈망했으나 기회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는 일이 살다보면 생긴다. 뒤에 이어지는 글은, 열혈 시청자의 ‘집요한 궁금증 해소기’다. 제작진을 따라 동물원을 방문하여 새끼
제작과정 추적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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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국내 최초 상영되어 영화팬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던 샘 페킨파 감독의 서부극 <와일드 번치 디렉터스 컷>이 오는 3월 22일 DVD로 선보인다.
<와일드 번치 디렉터스 컷>은 1995년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주도하에 개봉 당시 삭제되었던 8분이 추가된 복원판. 최근에 다시 디지털 리마스터링되어 최초 공개 된지 40년 가까운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시각적 충격을 안겨준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3월 1일 상영회 현장에는 폭력미학의 절정으로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던 <와일드 번치>를 아끼는 영화인들이 다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찬욱 감독과 이현승 감독, 영화배우 백종학 씨가 관객으로 참여한 모습을 보였으며, 영화가 끝나고 이어진 ‘감독과의 대담’에서는 김영진 영화평론가의 진행으로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유승완 감독, 그리고 <킬리만자로>의 오승욱 감독이 감동어린 소감과 영화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도
폭력미학의 진수 <와일드 번치> 디렉터스컷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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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제이씨지브이(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3대 멀티플렉스극장과 서울극장 등 서울시극장협회 회원사들이 2일 ‘극장 경영인 대표 당·정 간담회’에서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과는 별개로 현행 스크린쿼터 비율을 자율적으로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영화계는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한 용인일 뿐만 아니라, 한국영화 제작·투자·배급과 상영을 동시에 하는 대기업 자본들의 기회주의적인 ‘자본의 논리’를 드러낸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씨제이·롯데·동양 등 3개 대기업은 한국 영화계에서 제작·투자·배급 부문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각 씨제이씨지브이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극장체인도 운영하는 등 수직계열화를 통해 막대한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스크린쿼터가 축소 될 경우, 한국영화 제작·투자 관계사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것과 반대로, 할리우드 영화든 한국 영화든 관객만 들면 되는 배급·상영 부문의 경우
3대 복합상영관·서울극장협 “스크린쿼터 자율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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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베스트셀러가 된 스티븐 레빗의 <괴짜경제학>이란 책이 있다. 내용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한 마약 갱단의 장부를 통해 그들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장면이었다. <대부>나 <좋은 친구들> 같은 영화에서는 보여준 바 없는 것들이었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그 위험한 마약 갱이 되려고 할까?” ‘멋있어 보여서’ ‘청소년의 영웅심리로’ ‘결손가정에서 자라나서’ 같은 설명을 경제학자는 아마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별로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장부를 분석해봤더니 그 갱단 조직은 놀랍게도 맥도널드 같은 프랜차이즈 기업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더라는 것이다. 마치 ‘패밀리마트’ 신촌점을 내듯이, 새로 갱단의 지부를 설립하려는 자는 ‘검은 사도단’ 이사회의 승인을 받는다. 수익의 50%를 납부하기로 하고 대신 이름을 빌리는 것이다. 자, 이제 계약도 하고 이름도 빌렸으니 뭘 한다? 패밀리마트와 똑같다. ‘알바’를
[이창] 별의 임무 - 그저 빛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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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한국 공연을 가졌던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또 한번 한국을 찾아왔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화려한 무대장치와 의상에 공을 들이는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다르게 무대가 미니멀하고, 유머와 해피엔딩의 강박도 걷어낸 뮤지컬이다. 그 때문에 <노트르담 드 파리>는 낯설고 건조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첫 공연이 성공을 거두어 일년 만에 한국 무대에서 노트르담 성당의 종을 울리게 되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앤서니 퀸이 출연한 영화로도 유명한 빅토르 위고의 소설이 원작이다.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부주교 프롤로는 괴물 같은 외모 때문에 버려진 갓난아이 콰지모도를 주워 성당 종지기로 키운다. 콰지모도는 프롤로를 아버지처럼 생각하여 학대와 감금을 견뎌낸다. 그러나 두 남자가 성당 앞 광장에서 춤추는 아름다운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를 발견하면서 지배와 복종의 관계는 깨진다. 프롤로의 명령을 받고 에스메랄다를 납치하려던 콰지모도
노래와 춤으로 지은 성당,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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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에 들어가 ‘소심’이라는 단어를 한번 입력해보라. 소심한 성격 때문에 고민이라는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차고 넘친다. 심지어 소심지수 테스트를 측정해주는 사이트마저 있다. 세상에 나만 소심한 성격인 줄 알고 고민했더니, 거대한 조직을 만들어도 될 정도로 세상엔 이렇게 소심한 인간들이 많다. 하지만 소심한 사람들의 일상이 늘 불안감에 쪼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세상에 대한 냉소로 자신의 소심함을 극복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숨어 있는 1cm의 행복을 느끼며 나름의 행복론을 펼친다. <씨네21> 온라인에서 <올드독의 TV 감상실>을 연재 중인 정우열의 일기장 혹은 낙서장 같은 만화 <올드독>은 소심한 사람들의 이런 희로애락이 아주 ‘아티스틱’하게 그려져 있다.
<올드독>의 화자 올드독은 도시 생활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늙은 개. 그는 도서관 옆자리에 앉은 메뚜기족에 괜한 불안감을 느끼고, 방귀라는 단어에만 적용되
어느 늙은 도시 개의 일기장, <올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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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이수영의 <GRACE>와 장혜진의 <마주치지 말자>를 연이어 듣고 있다. 이수영의 노래는 한결같으면서도 여전히 가슴을 울리고, 5년 만에 돌아온 장혜진의 노래는 요즘 유행을 따르면서도 진한 여운이 담겨 있다. 가창력에서는 이미 인정받은 가수들답게, 이수영과 장혜진의 음반은 들을 가치가 있는 수작이다.
그런데 <마주치지 말자>의 뮤직비디오를 케이블 채널에서 보면서, 뭔가 복잡한 감흥이 일었다. 전미선과 김윤진, 박준규가 출연한 <마주치지 말자>의 뮤직비디오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깡패가 나오고, 총격전과 자동차 추격전까지 벌어지는 아수라장을 보여준다. 너무나 과장되고 전형적이지만, 그것만 보기에는 나쁘지 않다. 배우들의 연기도 안정적이고, 장혜진의 애절하면서도 강단있는 노래에도 그런대로 어울린다.
그런데, 그런데 이상하다. <마주치지 말자>의 가사는, 전형적인 이별을 그리고 있다. 자신을 버리고 떠나간 이에게 두번
[B딱하게 보기] 따로국밥도 아닌 것이, 뮤직비디오 <마주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