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중 독일에서 반나치 활동을 하다 검거, 투옥, 재판, 처형된 소피 솔의 마지막 몇일을 그린 영화이다. 그녀는 명예로운 죽음을 택한다. 그녀로선 사실 해볼 만한 일이었다. 기독교적 신앙과 자유주의적 정치신념은 물론, 함께 활동한 오빠를 비롯한 가족의 지지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거기다 신체적 고문이나 가족을 이용한 회유나 강제 전향이나 성적 모욕 같은 더 악랄한 폭력도 없이, 검거에서 처형까지 꽤나 '젠틀하게' 진행된다. 그만하면 양반이다. 속전속결의 전 과정은 그녀의 단호한 태도만큼이나 단조롭다. 오히려 그녀의 위대함은 신고(辛苦)를 견디고,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는 초인적 용기가 아니라, 파시즘 광풍이 휘몰아치는 독일의 대학생으로서, '위대한 국민되기'에 휩싸이지 않고, '양심적 개인되기'를 추구하는 '올곧은 제정신'을 유지한데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는 다루어지지 않는다.) 이 영화의 가치 또한 유대인이나 레지스탕스의 시각으로 나치즘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독일내 반나치 세력이 있었음을 증명하고 기념하는데 있을 것이다. 전후 독일의 역사적 욕망인 모양이다.-황진미/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