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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2월. 일본의 게임 제작사 고나미가 3D 어드벤처 게임을 하나 출시했다. 별 기대없이 게임을 구입한 사람들은 플레이스테이션에 디스크를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고, 즉시 전세계 수백만 게임광들이 소스라치게 비명을 지르며 잔혹한 모험에 빠져들었다.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된 <바이오 하자드>와 쌍벽을 이루는, 이른바 호러 게임의 금자탑이 탄생한 것이다.
사실 <사일런트 힐>은 조지 로메로의 세계를 미래에 대입한 듯한 <바이오 하자드>와는 조금 다르다. 괴생물체와 완력 다툼을 벌이는 액션 히어로는 여기에 없다. 대신 평범한 딸과 아버지가 비일상적인 공간에 휘말려들어 벌이는 조용한 사투가 있을 뿐이다. 딸 셰릴과 여행을 떠난 해리는 조용한 휴양도시 ‘사일런트 힐’로 차를 몰다가 사고를 당한다. 도로 옆으로 굴러버린 자동차에서 깨어난 해리는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고 사일런트 힐로 급히 향한다. 그리고 악마
플레이! 지옥의 문이 열린다, 3D 호러 게임 영화화한 <사일런트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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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의 만화에서처럼 비가 조금 흩날리던 5월18일 목요일 오후. 부산 동서대학교의 <아파트> 세트에 도착하자마자 어두운 힘이 감지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안병기 감독이 다크 서클을 눈 밑에 부여잡고 세트에 들어선다. “너무 어려워. 이번 영화가 제일 힘든 것 같아.” 예상했던 일이다. 10고가 넘도록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촬영 가능한 아파트를 찾아 몇 개월을 헤매고, 그렇게 올해 3월에야 촬영에 들어간 힘겨운 프로젝트였다.
사실 <아파트>의 내용은 원작에 매료된 수백만 독자라면 이미 잘 알고 있을 터이다. 밤 9시56분. 아파트의 불이 하나둘씩 꺼지면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고, 주인공들은 죽음의 비밀에 점점 접근해간다. 그러나 원작과 안병기의 영화는 상당히 다르다. “다른 감독이라면 블랙코미디 색깔을 남겨두었을 테지만, 나는 다르게 가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주인공은 여자로 바뀌었고, 이야기는 간결하게 정리되었으며, 강풀 만화의 썰렁한 유머도 싹
불꺼진 아파트, 그곳에선 무슨 일이? <아파트>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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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입은 소년의 등에 땀이 밴다. 서늘한 복도와 달리 창문을 꼭꼭 닫은 교실 안은 조명이 쨍하게 내리쬐는 한여름이다. 방학 같은 한적한 일요일, 경기도 구리시 동구동 인창중학교 2학년 7반 교실에서는 이스트만 코닥 지원작 <도둑소년>이 촬영 중이다. “병준이 나왔다.” 출연을 기다리는 중학생 민철과 정일은 모니터에 잡힌 병준을 보며 키득거린다. 주인공 도둑소년 역의 조유한을 제외하면, 모든 배우는 인창중학교 학생이라 교실 안팎을 드나드는 아이들의 발걸음에 망설임이 없다. 이날 촬영은 내용상으로는 첫 장면, 촬영 스케줄로는 마지막이다. 유한의 짝으로 출연한 원성효가 영어 교과서의 삽화에 낙서하며 유한의 눈자위의 동그란 점을 놀리는 장면. 바특한 시간에 쫓기는 현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민용근 감독은 나지막이 상세하고 친절하게 소년들에게 연기를 지도한다. 민 감독이 “다시”라고 말할 때마다 촬영을 기다리는 학생들이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쉰다. 책상에 나란히 앉은 유한과 성효의
소년은 어떻게 도둑이 되었나, <도둑소년>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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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 <씨네21> 표지 촬영 현장 스케치 및 인터뷰 동영상 보기
낯설었다. 조인성이 조폭, 그것도 삼류 조직의 2인자란다. 애써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건 아닐까 하는 근심이 생긴 것은 조인성이라는 이름에 흔히 덧씌우곤 하는 ‘꽃미남’이라는 얄팍한 수사 때문도, 몇몇 드라마에서 맡았던 ‘부잣집 아들’ 역할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에게는 언제나 순수함이 뇌관처럼 존재했다. 비뚤어진 척 잔뜩 날을 세우다가도 한순간 폭발하듯 울음을 터뜨리며 가슴속 가장 여린 부분까지 무방비로 내보이고 마는 순수함. <발리에서 생긴 일>의 재민이 그랬고, <봄날>의 은섭이 그랬다. 사람들은 그 정제되지 않은 ‘선함’을 사랑했다. 떼인 돈을 받아내기 위해 노련하게 파렴치한 수단을 동원하는 <비열한 거리>의 삼류 건달 병두는 그 대척점에 놓여 있었고, 단번에 건너뛰기엔 그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티저 예고편을 보았을 때, 의아함은 단호한 충격에
완성을 향해 한걸음씩, <비열한 거리>의 조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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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마지막 주말 극장가 역시 할리우드 영화들의 잔치로 끝났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가집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인 26~28일 3일간 전국 박스오피스 1, 2위를 차지한 영화는 각각 <다빈치 코드>와 <미션 임파서블3>. 개봉2주차를 맞은 <다빈치 코드>(전국 420개 스크린)는 48만9000여명, 개봉4주차를 맞은 <미션 임파서블3>(전국 323개 스크린)는 31만7000여명의 서울관객을 끌어모았다. 두 편이 주말 3일간 동원한 관객수는 약 80만명에 이른다.
반면 개봉 첫주를 맞은 국내영화들의 성적은 다소 부진한 편이다. 흥행순위 3위에 오른 류승완 감독의 <짝패>(전국 280개 스크린)는 서울관객 26만2000여명, 전국관객 32만4000여명을 동원했고, 엄정화 주연의 <호로비츠를 위하여>(전국 273개 스크린)는 서울관객 14만9000여명, 전국관객 18만7000여명을 불러들이며 4위에 올랐다.
5월 마지막 주말, 할리우드 영화들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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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연예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으로 굳건히 자리잡게 된 데에는 30년대 대공황의 여파가 매우 컸다. 문화소비의 기회를 박탈당한 대중에게 기계 복제로 싼값에 무한 보급할 수 있는 영화는 유일무이한 오락도구였고, 대중의 빈곤에 기대 황금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할리우드는 반대로 현실의 어려움을 잊게 해주는 현실도피적인 오락거리를 제공하였는데 그 대표적 장르가 뮤지컬이다. 원래 오페레타의 전통에서 발전되어온 뮤지컬은 대공황 동안 더 화려하고 새로운 스타일로의 변화를 추구하게 되는데, 그 중심에는 워너브러더스와 브로드웨이 출신 안무가 버스비 버클리가 있었다. 할리우드에서 워너 뮤지컬의 안무가로 영화 경력을 시작한 버클리는 기존 뮤지컬에서 탈피해 새로운 것을 추구한 워너 경영진의 의중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는데, 그가 브로드웨이에서 워너 뮤지컬로 가지고 온 것은 쇼걸과 코러스라인, 그리고 대칭의 미학에 기반을 둔 엄격히 통제된 안무 등이었다. 이것이 할리우드 특유의 화려한 복장과 스타
[해외 타이틀] <버스비 버클리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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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핀처는 <에이리언3> 특별판 DVD 제작에 일체 참여하지 않았다. 촬영 과정 자체가 그에게 악몽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딱히 매력적이지 않았던 3편의 기획안은 레니 할린과 빈센트 워드를 거치면서 방향성을 잃었고, 축구장만한 스튜디오를 가득 채운 어마어마한 규모의 세트와 공황 상태에 빠진 스탭들, 거의 바닥난 제작비 그리고 제대로 마무리되지도 않은 너덜너덜한 각본이 핀처를 기다리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는 ‘이런 대작을 맡겨주시다니 감지덕집니다. 시키는 대로 뭐든 하겠습니다’며 굽실거리는 대신 ‘지금부터는 내 방식대로 작업하니, 모두 협조해줘요’라며 현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어 그가 어리숙한 초짜감독일 줄만 알았던 이십세기 폭스 경영진의 간섭이 시작됐고, 극심한 혼란 속에 간신히 완성된 영화는 극장 흥행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핀처는 <쎄븐> 등을 거치며 성장했고, <에이리언3> 역시 4부작 가운데 가장 극적으로 재평가받은 작품이 되었다.
[코멘터리] 데이비드 핀처는 말이 없다, <에이리언3 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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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수십살 어린 시절이었음에도 <오만과 편견>을 내놓고 읽기는 겸연쩍었다. 그리고 ‘수다쟁이 노처녀’의 작품이라고 결론지었다. 얼마 전 극장에서 <오만과 편견>(2005)를 신나게 웃으며 본 뒤, 새로 번역된 <오만과 편견>을 단숨에 읽었고, 다시 10년 전에 에서 만든 미니시리즈 <오만과 편견>을 박수까지 쳐대며 보았다. 결론은? 역시 ‘수다쟁이 노처녀’의 작품이다. 그러나 의미는 달라져, 수다쟁이라는 건 말하는 재주가 좋아 그 이야기가 즐겁다는 것으로, 노처녀(제인 오스틴이 <첫사랑>을 <오만과 편견>으로 개작한 건 서른을 훌쩍 넘긴 뒤였다)라고 함은 세상을 제대로 알 만큼 살았다는 걸로 바뀌게 됐다. 아무리 유쾌하고 재미있는 소설이라도 물경 500페이지를 넘기는 게 고역인 사람에겐 뭐가 좋을까? 원작의 역동성을 느끼기엔 영화도 좋긴 하지만, 단시간에 뛰기가 숨찬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미니시리즈가 낫겠다. 제시와
[명예의 전당] 오스틴의 수다와 통찰은 걸작! <오만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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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만 수록했던 일반판에 이어 기나긴 제작과정의 일부와 특별한 선물로 구성된 한정판 DVD 타이틀이 나왔다. 타이틀에 수록된 부가영상은 윤종찬 감독에게 들어보는 박경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제작발표회를 지나 세트와 의상디자인, 영화에 쓰인 정교한 시각효과들의 비밀, 좋은 장면을 얻기 위한 항공 촬영에 이르는 제작의 세세한 과정들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한정판 구입시 영화 명장면을 담은 24쪽의 화보집과 엽서가 포함된다.
항공 촬영은 어떻게 했을까, <청연 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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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걸의 마지막 무술영화로 알려진 <무인 곽원갑>은 오랜만에 만나는 정통 쿵후영화로 이연걸의 건재함을 증명했다. 실존 무술인의 일대기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부가영상의 수록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곽원갑에 대한 어떤 정보도 이 타이틀에는 없다. 하지만 이연걸과의 인터뷰를 통해 무술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고, 이연걸을 소개하는 짧은 영상에서는 어린 시절의 그를 만날 수 있다. 화질과 음향은 홍콩영화로서는 흔치 않게 대단히 우수하다.
곽원갑은 없고, 이연걸만 있다, <무인 곽원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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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지환과 달래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청춘만화>. 가볍고 유쾌한 코믹멜로에서 갑작스러운 극의 변화가 당혹스럽긴 해도 캐릭터에 딱 어울리는 배우들의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DVD에 수록된 부가영상은 권상우와 김하늘의 매력을 계속 이어가는 역할을 한다. 극중에서 두 사람의 환상 호흡을 보여준 댄스 시퀀스의 촬영현장과 메이킹 필름에서 만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영화처럼 오랜 시간 함께해온 이들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두 배우의 환상 호흡, 즐거워, <청춘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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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비>는 한국에서 개봉한 첫 번째 일본영화다.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가 그간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는 없으나, 데뷔작과 신작 <다케시들>을 제외한 모든 영화가 개봉된 걸 보면 그가 우리에게 대표적인 일본 감독으로 인식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데 여건상 제작 순서와 어긋난 채 개봉이 맞춰지다보니 DVD 또한 뒤죽박죽 선보일 수밖에 없었고, 그 품질도 일정하지 않았다. 이번에 출시된 <기타노 다케시 컬렉션>은 한 제작사가 그 DVD들을 공들여 모아놓은 결과물이다. <돌스>는 기출시된 DVD의 화질이 안 좋았던 점을 감안해 새로 제작됐으며, <자토이치>와 <돌스>의 경우 부록(사진)이 보강됐다. 전체적으로 영상과 소리, 부록이 평균 수준을 보여주고 있지만 기타노의 작품 세계를 경험하기에 당분간 더 좋은 선택은 없지 싶다. <3-4×10월> <그 여름 조용한 바다> <소나티네> &l
다케시 세계를 위한 최선의 안내서, <기타노 다케시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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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세이돈 어드벤쳐>는 ‘재난영화’로 불리는 장르의 원형이다. 물론 이전에도 <에어포트> 같은 영화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그들 영화는 규모와 성과에서 <포세이돈 어드벤쳐>만한 여파를 미치진 못했다. 할리우드의 불도저식 제작자인 어윈 앨런은 <포세이돈 어드벤쳐>의 성공에 힘입어 <타워링>을 연속 제작하면서 스타군단이 연기하는 그럴싸한 인간관계, 눈이 휘둥그레지는 어마어마한 규모, 적당한 드라마와 연속되는 사건의 결합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내며 재난영화를 포함해 이후 만들어지는 블록버스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제는 드라마가 뒤로 밀리면서 올해 만들어진 <포세이돈>에서 보듯 ‘포세이돈’호만 있고 ‘어드벤쳐’는 없는 기이한 결과를 낳았지만 말이다. 30년이 지난 지금 모형티가 나는 몇몇 장면이 어색한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포세이돈 어드벤쳐>는 극중 셸리 윈터스의 죽음이나 <모닝 애프터>의
공식을 만들어낸 재난영화의 원형, <포세이돈 어드벤쳐: 특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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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주변을 배회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홍대 앞은 언젠가부터 쿨함을 강요한다고. 약간 어슷하게 쓴 모자나 스카프, 치렁치렁한 목걸이와 스타일리시한 구두 혹은 어깨가 드러나는 끈없는 티셔츠. 이중 하나라도 착용하지 않으면 왠지 ‘젊은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벗어난 느낌이 든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벼룩시장에 가서 기웃거리기는 민망하기보다 괴롭다. 누군가가 뒤에서 내게 용감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당신은 어떻게 그런 비호감 패션을 한 채 감히 홍대 앞을 돌아다니는가요?
나처럼 길거리 패션에 뽑힌 적도 없고, ‘옷 너무 예쁘다’란 말도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홍대 앞이란 괴롭기 짝이 없는 길이다. 일본의 패션거리 다이칸야마나 하라주쿠, 가깝게는 로데오 거리나 뜨고 있는 청담동 앞을 걷는 것만큼이나 괴롭다. 이들 화려한 거리를 걷는 자들이란, 일주일에 한번은 부티크에 들러 드레스를 고르고 네일아트숍이나 미용실에서 언니처럼 지내는 ‘선생님’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이창] 개성없는 거리는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