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부터 한국영화가 이렇게 길어졌을까? 예전에는 일본영화가 과도하게 긴 러닝타임으로 유명했는데, 요즘에는 이런 묘사가 한국에도 잘 들어맞는 것 같다. 저예산 독립영화는 제쳐두고 보면, “짧고 산뜻한”이란 개념은 한국 영화산업에서 사라진 듯하다.
수치를 보면 그 증거가 드러난다. 2001년 극장에서 개봉한 65편의 한국영화 중 단 3편만이 2시간을 넘어섰다. <킬러들의 수다>는 120분, <엽기적인 그녀>는 123분, <무사>는 157분이었다. 지난해에는 상대적으로 2시간을 넘어선 영화가 13편 있었고, 2006년 1월과 2월에는 5편 이상 있었다. 요즘은 100분 이하의 한국영화는 드물 정도다.
긴 러닝타임이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7인의 사무라이> 같은 훌륭한 영화는 보는 동안 시간 가는 것을 거의 눈치채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친구 중 한명이 말한 것처럼 관객의 관심을 두 시간 이상 유지해나가는 것은 대단한 감독의 재
[외신기자클럽] 비대한 영화의 빈약한 자신감 (+영어원문)
-
황량하다기보다, 외져서 아늑한 곳이다. 샌프란시스코 외곽 에머리빌에 위치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전경은 그렇듯 텅 비어 보이는 가운데 묘하게 생기를 풍긴다. 까만 철구조물 기둥 세개로 간소하게 세워진 정문 위에 ‘PIXAR’라는 다섯개 알파벳이 놓여 있다. 군더더기없이 명료한 이 입구는 <토이 스토리>(1995)부터 <몬스터 주식회사>(2001), <니모를 찾아서>(2003) 그리고 <인크레더블>(2004)에 이르기까지 작품마다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사냥하는 데 무리없이 성공해온 픽사 스튜디오의 자신감처럼 보인다.
6월5일 개봉을 앞두고 일찌감치 완성된 픽사 스튜디오의 신작 <자동차>(Cars) 프리미어와 함께 한국은 픽사 스튜디오 방문 티켓을 받았다. 몬스터 설리와 카우보이 우디, 광대어 니모를 직접 만나는 듯 설렌다. 실제는 설리와 우디, 니모의 조물주들을 만나는 것이겠지만 그들과 악수를 나누더라도 설리의
[현지보고] 디지털로 꿈을 빚는 공장, 픽사를 찾아서
-
세계 최초로,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한 장편영화가 등장했다. <버라이어티>는 남아프리카 출신 감독 아리안 카가노프가 <SMS 슈거맨>이라는 90여분짜리 장편영화를 100%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완성했다고 보도했다. 카가노프 감독이 이 영화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11일, 들인 제작비는 약 16만5천달러다. 감독은 소니 에릭슨 W900i 기종의 휴대폰 8대를 동원해 영화를 찍고 극장 상영이 가능한 버전으로 블로업까지 마쳤다. 카가노프 감독은 “블로업 결과도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좋았다”며 “휴대폰 카메라가 35mm카메라의 독재로부터 영화감독을 해방시켰다. 나는 기술적인 제약없이 정말 마음껏 내가 찍고 싶은 것을 찍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흥분을 감추지 않고 있다.
<SMS 슈거맨>은 3분짜리 에피소드 30개를 엮어낸 옴니버스 형식의 장편영화다. 크리스마스 이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도시 요하네스버그에서 두명의 고급 창부와 포주가 선박여행을 즐기는
순도 100% 휴대폰 카메라 영화 등장
-
<브로크백 마운틴>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놓친 데 대한 불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원작 단편소설을 쓴 작가 애니 프루는 <가디언>에 ‘블러드 온 더 레드 카펫’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해 3월6일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퓰리처상을 타기도 했던 프루는 1천 단어가 넘는 이글에서 “작품의 진가로 판단한 결과를 보고 싶다면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건너뛰고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에 관심을 가지라”고 충고했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프루는 한발 더 나아가 작품상 수상작인 <크래쉬>의 배급사 라이온스 게이트까지 비난했다. 그녀는 “라이온스 게이트가 투표마감 몇주 전에 아카데미 선정위원들에게 쓰레기(Trash)- 앗, 실례- <크래쉬> DVD를 뿌렸다는 소문이 있다”고 썼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공동작가인 래리 맥머트리는 이 영화의 패인에 대
<브로크백 마운틴>은 억울하다
-
-
제4강. 진심 전하기
후끈녀: 리즈(<오만>)는 바보같이 기다리기만 하고, 마리안(<센스>)은 얼굴에 좋아한다는 게 벌써 다 써 있고, 어디 ‘센쑤’있게 진심을 전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오스틴: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되지 않겠어요? 게다가 리즈는 마음을 열어놓고 기다리잖아요. 리즈는 다시가 슬며시 마차에 올라탈 때 손을 잡아주는 걸 눈여겨보고, 춤출 때 좋아하는 음악이 같은 걸 확인하잖아요(<오만>). 마리안처럼 솔직한 것도 좋죠. 남자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16번을 함께 외울 수 있는 것에 감격해 하잖아요. 자기 자신을 다 보여줬다고 창피해하지 마세요. 진심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솔직한 태도를 더 사랑스러워 할 겁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해야지, 후회도 덜 하고 다치기도 덜 다치겠죠. 어설프게 남 흉내내다가 상처받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을까 해요. 다만 먼저 유혹하기보다는 유혹하게끔 만드는 게 더 현명한 건 사실인 것 같
제인 오스틴의 연애특강 [2]
-
<오만과 편견> <엠마> <클루리스>(<엠마>가 원작), <센스, 센서빌리티> <설득>…. 할리우드와 영국에서 쉬지 않고 TV 미니시리즈와 영화를 만드는 이 작가는 연애소설, 로맨틱드라마의 원조 소리를 듣는다. 오늘도 밤잠 설치며 백마 탄 남자의 노크 소리를 기다리는 이라면 이 언니를 만나야 한다. 아직도 결혼할 생각이 없지만, 연애와 결혼에 관해서는 척척박사요, 뭇 관객을 울렸다 웃겼다 로맨틱한 결혼의 판타지로 관객을 집단 익사시키는 데 귀재인 이분을 특별히 모셨다. 230년 전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여전히 연애와 결혼의 비밀에 관해 목말라 하는 전 세계 언니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안겨주는 제인 오스틴 언니를 소개한다. 평소 궁금한 것, 사정없이 질문 던지시라. 제인 오스틴 언니, 준비되셨나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제인 오스틴의 연애 방향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담자로 ME의 골수 애독자 언니들을 모셨
제인 오스틴의 연애특강 [1]
-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이 <데이지>의 향기를 밀어내고 개봉 첫 주에 박스 오피스 1위 자리를 차지했다. 3월16일, 전국 260개 관에서 개봉한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서울에서 13만명, 전국에서 약 40만 5천명(이하 배급사 기준, 3월 19일까지 전국 누계)의 관객수를 기록했다. 문소리와 지진희의 색다른 연기가 관객들의 눈을 사로 잡고 있음이 입증된 셈이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에 밀려 주말 박스오피스 수위를 놓친 영화는 봉태규 주연의 코미디 학원물 <방과후 옥상>. 같은 날 216개관에서 개봉하여 32만 3천 2백명을 불러 모았다. 그 뒤를 이어 역시 3월16일 개봉한 김지수, 조재현 주연의 <로망스>가 전국에서 21만 4천명의 관객을 끌어들여 3위를 차지했다. 반면,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한 외국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3편의 한국영화에 밀려 개봉 첫 주 4위에 그쳤다. 전국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박스오피스 1위
-
일상 속에서 ‘문득’을 찾다
그가 논리 대신 황당한 사건을 통해 영화를 전개해가기 때문에 관객도 쉽게 일탈에 동참한다. “사람들은 보통, 내가 보는 것이 이만큼이면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 안에 재즈나 수중발레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 좁은 공간 안에 황당한 것들이 끼어들고, 정말 그 일을 하게 된다. 주인공들이 이후에도 밴드를 계속할 것인가까지는 모른다 해도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아, 이런 일도 할 수 있구나…’ 하고 생각의 가능성이라도 열게 된다면, 나는 충분하다.”
황당하고 유쾌한 전개 때문에 그의 영화는 만화처럼 느껴진다. 밴드부가 상한 도시락을 먹고 단체로 식중독에 걸리고, 소녀들은 보충수업을 빼먹으려고 대신 밴드를 하게 된다. 소년들을 수중발레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여선생님은, 임신 8개월이라는 폭탄선언을 던지고 신나게 휴가를 떠나버린다. 지도자도 없는 아이들은 건널목에서 투포(2·4)리듬의 본질을 깨닫고, 펌프를 하면서
야구치 시노부를 만나다 [2]
-
2002년. 심상치 않은 다섯명의 꽃총각들이 한국에 상륙했다. 섹시하기보단 어딘지 안쓰러운 몸을 흔들어대며, 수중발레를 하겠다고 고집하던 그들은, 야구치 시노부라는 한 감독의 이름을 한국에 알리고 돌아갔다. 야구치 시노부는 첫 장편 <맨발의 피크닉>으로 데뷔한 뒤 일련의 짝패 영화들을 만들어왔다. 스즈키 다쿠지와 공동 작업한 <원피스 프로젝트>와 <파르코 픽션>, 소심한 남녀와 돈가방을 둘러싼 사건을 그린 <비밀의 화원>과 <아드레날린 드라이브>, 그리고 코믹 학원 청춘물이라 할 <워터 보이즈>와 <스윙걸즈>다. <워터 보이즈>를 재미있게 보았던 이에겐 그 소녀 버전이라는 <스윙걸즈>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기대는 헛되지 않았다. <스윙걸즈> 국내 개봉은 일본 현지보다 2년이나 늦었지만, 한국 시사회장은 단박에 웃음의 도가니로 변했다. 이번엔 꽃처녀들이, 야구치 시노
야구치 시노부를 만나다 [1]
-
박신양, 백윤식 주연의 범죄 스릴러 <범죄의 재구성>이 5월 24일 일본에서 출시된다.
<파리의 연인>으로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모은 박신양이 1인2역의 범죄자 역할을 맡았다는 점과 실제로 있었던 한국은행 사기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 일본 개봉 당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포토 카드가 포함되는 1장의 디스크로 구성되며 오리지널 한국어(DTS, DD 5.1)와 함께 일본어 더빙(DD 5.1)이 수록. 부록으로는 감독, 출연진의 음성해설과 주연배우 다섯 명의 좌담회, 삭제장면, 일본을 찾은 최동훈 감독의 인터뷰 등이 제공된다. 가격은 3,990엔.
日, 박신양 주연 <범죄의 재구성> 5월 출시
-
슈퍼비트 버전으로 재출시되는 재패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 극장판>의 사양이 확정됐다.
예고편을 비롯한 일체의 부록은 물론 동영상 메뉴까지 배제한 대신에 화질과 음질을 향상시킨 것이 특징. 1.85: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은 기존 출시판보다 정보량이 많아져서 더욱 안정적인 화질을 보여줄 전망이다.
하지만 화질보다도 더욱 관심을 모으는 것은 우리말 음성이 추가된 사운드 쪽이다. 돌비 디지털 5.1 방식의 일본어, 영어 더빙과 함께 비밥 팬들이 원했던 우리말 더빙이 DTS와 돌비 디지털 5.1 방식으로 포함되었다. 구자형, 김기현, 정미숙 등 <카우보이 비밥> TV판에 참여했던 국내 일류 성우들에 의해 녹음된 것인 만큼 만족도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자막은 한글과 영어, 두 가지가 수록. 기존 출시판에서의 한글 자막이 영어 더빙을 기준으로 번역되어 작품의 팬들에게 아쉬움을 안겨줬는데, 이번 자막은 오리지널 일본어 음성을 기준으로 새롭게 번역되었다. <
<카우보이 비밥 극장판> 슈퍼비트 사양 확정
-
최순희(류연희)는 거리에서 김치를 파는 조선족 여인이다. 남편이 감옥에 가서 고향을 떠나온 그녀는 어린 아들 창호(김박)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애쓰지만, 노점상 허가서조차 받지 못해 생계수단인 자전거를 압수당하고 만다. 파출소 순경 왕위의 호의로 노점상 허가서를 받은 다음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순희와 관계를 맺어온 조선족 김씨(주광현)는 정사 현장이 아내에게 들통나자 그녀가 창녀라고 거짓말을 하고, 파출소에 끌려가도록 방치한다. 성관계를 요구하는 왕위에게 몸을 주고 집으로 돌아온 순희에게는 그보다도 더한 비극이 기다리고 있다.
중국 농민에게 망종은 가장 바쁜 시기 중 하나라고 한다. 보리를 베어내고 볍씨를 뿌리는 절기 망종을 놓치면 보리 이삭이 지나치게 무거워져 쓰러지기 때문이다. 순희는 고향에서나 의미가 있었을 망종을 도시에서 통과하면서 차례로 닥쳐오는 고난을 겪고, 끝내는 세상을 향해 독극물을 살포하기에 이른다. 보리밭을 향해 발길을 재촉하는 순희의 뒷모습은 그 모든 고
무표정하게 가두어둔 침묵과 슬픔의 무게, <망종>
-
“1895년, 뤼미에르 형제는 영화라는 위대한 것을 발명했다.” 체육대학 학생 지환(권상우)의 목소리로 영화 <청춘만화>는 시작한다. 성룡을 보며 자란 지환의 꿈은 최고의 액션배우가 되는 것. 사실 그는 아르바이트 삼아, 경험 삼아 겸사겸사 다니는 액션스쿨에서 자잘한 스턴트 역을 맴돈다. 영화는 달래(김하늘)에게도 목소리를 내준다. 거울 앞에서 어설픈 연기를 해보이는 달래는 사실 심장이 콩알만 해서 오디션만 봤다 하면 탈락이다. 그녀와 지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10년 넘게 우정을 유지해왔다. 늘 티격대면서도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이 각별하다.
<청춘만화>는 서로 비슷한 꿈을 가진 두 남녀의 청춘드라마이자 그들의 오랜 우정이 사랑이었음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담은 로맨틱코미디다. 꿈과 사랑, <청춘만화>는 이 두 가지 주제에 모두 방점을 찍고 시작한다. 만화적 상상력을 대담하게 끌어들여 지환과 달래의 꿈을 꼼꼼히 그려내는 초반부를 보고 있으면 사랑은 둘째치
꼭 맞는 캐릭터를 찾아 낸 권상우의 빛나는 재능, <청춘만화>
-
상훈(김유석)은 7년째 데뷔작을 기다리는 만년 영화감독 준비생이다. 하지만 그를 응원하는 어린 아들 병국(강산)의 웅변을 빌려 말하자면, 그도 엄연히 영화감독이다. “영화 한편도 안 만든 영화감독이 어디 있느냐”는 친구의 놀림에도 병국은 “수박장수가 하루 종일 수박 한개를 못 팔았다고 수박장수가 아니냐”고 응수하며 아버지를 변호한다. 한편 상훈에게는 아들 병국처럼 힘이 되는 응원 가족이 있는가 하면, 함께 사는 장인처럼 애먹이는 가족도 있다. 치매에 걸려 툭하면 가출하는 장인(이순재)은 시간 많은 상훈이 주로 돌보아야 하는 골치 아픈 보호대상이다. 장인은 젊은 시절 역마살 낀 삶을 살았고, 가무를 낙으로 여기며 살아온 소문난 한량이었고,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서로 배다른 아들딸을 낳았지만, 지금은 치매로 그들을 구별조차 못하며 막내딸 민경(김호정)의 집에 얹혀산다. 민경, 남편 상훈의 소개에 의하면 그녀는 촉망받는 무용가 지망생이었지만, 지금은 아귀같이 소리지르며 학원생들을 호통치는
서로 사랑하는 개털 인생에 대한 영화, <모두들,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