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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늦봄과 초여름이 교차할 무렵, 영국을 덮친 때이른 더위에 빅밴의 시계마저 오작동을 일으켰다. 갑작스럽게 팽창한 수은주만큼 스톱모션애니메이션 판 또한 팽팽한 긴장감 속에 돌아갔다. 당시 런던 모처에서는 팀 버튼의 <유령신부>가, 브리스톨의 아드만 스튜디오에서는 <월래스 앤 그로밋: 거대토끼의 저주>가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쌍방에 대한 견제와 함께 3D애니메이션 기술에 밀려 어쩌면 이것이 극장용 스톱모션애니메이션 프로젝트의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깔려 있었다. 같은 시기, 런던의 또 다른 모처에서는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의 이단아이자 기린아인 퀘이 형제도 분주히 스케줄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앞서 말한 두 블록버스터가 할로윈 시즌을 겨냥해 박차를 가한 반면, 퀘이 형제는 당장 코앞에 닥쳐온 소극장 오페라의 미술 작업 때문에 여유가 없었다.
두편의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또다시 대치한 시점에서 퀘이 형제의 장
[런던] 퀘이 형제의 신작 애니메이션, <지진 속 피아노 조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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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 찍어보기는 했지만
한강변에서의 첫 촬영날.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강풍에 장성미 조감독은 눈물을 질질 흘리며 딱딱이를 친다. 황대진 촬영감독의 손은 얼어붙어 있다. 강도높은 리허설 덕인지 ‘새가슴’(이종도)과 여자친구인 ‘얼굴값’(홍하얀)의 주거니받거니가 나름 괜찮다. 일정이 빠듯해서 모니터를 켤 시간도 없다. 부리나케 한신을 해치우고 현장에 공수된 뜨거운 국물과 김밥과 홈메이드 유부초밥을 스탭들과 나누어 먹다. 와이프와 장모와 처형의 정성이다. 유일하게 스탭들 모두를 만족시킨 건 감독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과단성 따위가 아니었다. 아내의 손맛이었다. 꽥!
한강변 신을 다 해치우고 주유소 옆길에서 한신을 찍다. 전기 끌어오는 일을 김효창이 능란하게 해낸다. 역시 관록이 중요하다. 지옥에서 헤매던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 비하면 촬영은 소풍 같았다. 준비한 대로 찍으면 되니까. 영화사 봄의 김민정과 그의 친구 이은하가 핫팩과 도넛을 싸들고 왔고 내친김에 행인과 잡상인 연기
왕초보의 영화 만들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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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나도 정재영처럼 ‘원정’을 떠나기 전에, 내 첫 ‘영화원정’을 떠나기 전에, <욥기>의 구절이라도 외웠어야 옳았다, 돌이켜보니. 그냥 나는 김기덕의 영화와 경쟁하겠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초저예산과 초긴박 촬영일정을 김기덕적인 의지로 다 맞추겠다, 그것 말고는 아무런 욕심이 없었다. 카메라 시점은 어떻게 만드는지, 180도 가상선은 어떻게 지키는지 또는 창의적으로 어기는지, 대화신에서 카메라는 어떻게 이동해야 긴장감이 생기는지, 거울과 유리창에 끈질기게 달라붙는 붐마이크는 어떻게 치울 것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도대체 내가 욕심을 낼 수 있는 게 뭐가 있으랴. 겨우 2회차 촬영에 뭘 할 수 있었으랴.
그러나 설령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더라도 욕심은 다부졌어야 옳았다는 생각이, 상영회를 하는 청평산장에서 퍼뜩 들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연쇄살인극이 일어나면 딱 어울릴 으스스하고 휑하니 넓은 산장
왕초보의 영화 만들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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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가격의 유료화가 필요하다
씨네21/ 유료화를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다.
조성규/ 올해 베를린에 갔는데 모바일 판권을 계약서에 넣어달라고 했더니 상대가 좀처럼 이해를 못하더라. 그들 입장에선 그게 수익모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반면, 우리 입장에선 거대 통신회사들의 요구가 있는 거고. 인터넷 판권만 하더라도 지금은 다 계약서에 명시하는데, 실은 한국 때문에 그렇게 된 거다.
조광희/ 초고속 인터넷이 발전한 한국 같은 멋진 신세계에서 발생하는 곤란한 문제인데. (웃음) 개인적으로는 결국엔 극장, DVD와 비디오 그리고 인터넷 정도로 윈도가 압축될 것이라고 보는데. 현재는 이용하고 싶고, 이용하기 쉬운데, 자꾸만 묶어두려고 한다는 것이다. 인간행동 차원에서 볼 때 법이 있고 그 법을 사람들이 얼마나 잘 지키느냐 하는 문제는 얼마나 법을 쉽게 어길 수 있느냐, 법을 어겼을 때 리스크는 어느 정도냐, 합법적 대안은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그런데
영파라치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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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영화파일을 신고하면 포상한다는 영파라치 제도가 시작된 지 한달이 넘었다. 2월1일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둔 듯하다. 3월9일 현재 10개 영화사들의 위임을 받아 영파라치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온라인 업체 씨네티즌의 사이트에는 7만6천여건에 달하는 신고 건수가 접수된 상태다. 그동안 복제 파일이 무성했던 이름난 공유 사이트들은 초토화됐다. 뒤져봤자 별 볼일 없는 ‘야동’투성이다. 반면, 영파라치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3월부터서는 씨네티즌쪽에서 법무법인 일송과 함께 불법 영화파일을 인터넷에 올린 이들이 합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씨네21>이 긴급좌담을 마련한 것도 그 때문이다. 김혜준(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 이원재(문화연대 사무처장), 조광희(변호사·법무법인 한결), 조성규(영화사 스폰지 이사) 등 관련 업계 종사자와 저작권 관련 전문가들이 3월7일 좌담에 참석했
영파라치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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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눈이 시릴 정도로 찬 푸른색의 하늘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침묵과 푸른색의 고립된 들판에 그 하늘색만큼이나 푸른 옷을 입은 잭(제이크 질렌홀)이 시커먼 고물 지프를 타고 나타난다. 이동버스로 만든 어느 간이사무실 앞이다. 먼지를 뒤집어쓴 사무실 현관의 계단에는 잭보다는 온화한 느낌을 주는 카키색 상의를 입은 에니스(히스 레저)가 앉아 있다. 첫눈에 봐도 과묵해 보이는 에니스는 꼼짝도 않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고, 잭은 지프의 사이드 미러를 통해 면도를 하며 힐끗힐끗 에니스를 훔쳐본다.
거울을 통해 타인을, 그것도 이성이 아니라 동성의 인물을 바라보는 이 장면에서 두 남자의 관계의 변화를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시선의 주체에 잭이, 그 대상에 에니스가 자리잡고 있어, 관계의 주도권을 누가 먼저 행사할지도 알 수 있다. 결국 그 관계는 차가운 푸른색만큼이나 고통스럽게 두 남자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멍을 새겨놓을 것이다.
나르시스의 치명적인 동일시
순수로의 불가능한 회귀, <브로크백 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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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와 뮤지컬과 호러와 멜로가 뒤섞인 <시티즌 독>은 더 판타스틱하고 더 그로테스크한 타이판 <아멜리에>다. 대도시를 배회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입을 모아 노래를 부르고, 정어리 통조림에 실려나간 손가락은 주인을 찾아온다. 죽은 오토바이 택시기사는 착한 좀비가 되어 다시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며, 초라한 곰 인형은 소녀에게 버림받아 운다. 할머니는 죽어서 벼와 메뚜기와 메기를 거쳐 도마뱀으로 돌아온다.
<시티즌 독>은 <아멜리에>가 그런 것처럼 결핍과 외로움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 아니며, 그저 손가락이 베인 것처럼 아플 뿐 누군가 따뜻하게 감싸준다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고 위안한다. 사랑은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애타게 찾기를 멈출 때 불현듯 가까이서 나타난다. 거기에 더해 <시티즌 독>에선 사물은 사람의 손길로 생명을 얻으며 죽음조차도 비극이 아니어서 죽은 할머니는 마침내 주인공의 아이로 환생한다. 비현실적인 원색으로 가득
쓰레기 속에서 별을 볼 수 있네, <시티즌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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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무인 곽원갑> 체조인 곽기남의 고별무대
[정훈이 만화] <무인 곽원갑> 체조인 곽기남의 고별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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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재패니메이션 <우주전함 야마토>의 주제곡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 미야가와 히로시가 21일 오전, 도쿄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75세로 사인은 허혈성 심부전인 것으로 전해졌다.
1931년 홋카이도 출생인 그는 대학시절부터 연주활동을 개시하였으며, 도쿄로 이주한 뒤에는 재즈밴드의 피아니스트 등을 거쳐 작곡가로 변신했다. 이후 ‘사랑의 바캉스’, ‘우나 세라 디 도쿄’ 등의 히트곡을 내놓는 한편, 일본에서 일대 붐을 일으켰던 SF 애니메이션 <우주전함 야마토>의 주제곡을 작곡해 많은 인기를 얻었다.
<우주전함 야마토> 작곡가 미야가와 히로시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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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GO>로 잘 알려진 쿠보즈카 요스케가 대만영화 <amour~LEGENDE>에서 주연을 맡은 사실이 공개됐다. 대만의 신예 오미삼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영화로 쿠보즈카로서는 첫 해외출연작이 될 전망.
영화 속에서 쿠보즈카가 맡을 역할은 한 기업의 우수 사원인 ‘오시마’ 역. 불륜관계의 직장동료와 환상적인 섬으로 도피하지만, 그곳에서 여자는 행방불명되고 자신은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된다는 설정의 캐릭터다.
관계자에 따르면 <GO>의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과 친분이 있는 오미삼 감독이 쿠보즈카의 주연을 열망해왔다고. 영어, 일본어, 중국어의 세 나라 말이 섞여서 나오는 이 영화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촬영에 들어간 상태다.
쿠보즈카는 2004년 6월 자택에서 추락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기도 했으나 이후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면서 2005년 영화 <같은 달을 보고 있다>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다.
쿠보즈카 요스케, 대만영화 주연으로 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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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우, 최강희 주연의 <달콤, 살벌한 연인>이 3월 21일 CGV 용산에서 언론 시사회를 가졌다. 시사회장을 찾은 손재곤 감독은 “로맨틱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는데 결과를 보니 다른 장르(코미디, 스릴러)도 있더라고요(웃음). 저희가 만들면서 즐겼으니까, 보시면서도 즐길 수 있으시리 바랍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달콤, 살벌한 연인>은 ‘30살까지 못해본 남자’ 황대우(박용우)와 ‘지적이고 우아하지만 어딘가 미심쩍은 여자’ 이미나(최강희)의 달콤(했다가) 살벌(해지는) 연애담이다. 대학에서 영문학 강의를 하고 있는 대우(박용우)는 독서를 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연애질’을 하고 다니는 이들이 한심하다. 눈에 하트를 띄우며 혈액형학과 별자리학에 목을 메는 여자들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한데, 침대를 옮기다 허리를 다치면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갑자기 외로워진 거고, 그동안 시덥지않다고만 여겼던 사랑나부랭이가 하고 싶어진 거다. 그런 그에게 운명은 이탈리아
박용우·최강희 주연 <달콤, 살벌한 연인> 언론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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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률 감독의 <망종>이 벨기에 노보영화제의 경쟁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지난 3월 9일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와 함께 노보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망종>은 영화제 최고상인 경쟁부문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재중동포 장률 감독이 연출한 <망종>은 중국 변방에서 아들 창호와 근근히 살아가는 조선족 최순희라는 여인을 통해 삶의 질곡을 그려낸다. 국내영화사 두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망종>은 3월 24일 국내개봉한다.
<망종>, 벨기에 노보영화제 경쟁부문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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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서울 환경영화제가 첫발을 내딛었다. 오는 5월 4일부터 10일간 펼쳐질 서울 환경영화제는 개막작 <9시 5분>의 제작발표회를 한국일보사 12층에서 열었다. 지난해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키아로스타미의 길>에 이어 올해 제작될 환경옴니버스 영화 <9시 5분>의 연출자는 <나의 결혼원정기>의 황병국 감독, <미녀와 야수>의 이계벽 감독, 단편 <핵분열가족>의 박수영·박재영 감독으로 결정됐다. 최열 서울환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4인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신선하고 재기발랄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9시 5분>의 안철호 총괄프로듀서는 “이들 네명의 감독은 젊은 신인 감독이라는 것과 모두 장르적으로는 코미디영화를 주무기로 한다는 점”에 착안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황병국 감독이 연출할 <어느 봄날 09:05>은 한적한 출장소에 근무하던 경찰 성국이 어느날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찾아온
제3회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 <9시 5분> 제작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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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의 스크린 데뷔작이 홍상수 감독의 신작 <해변의 여인>(제작 영화사봄)으로 결정됐다. 드라마 복귀작 <봄날>의 종영 이후 1년만이다. 상대역은 나카하라 슌 감독의 신작 <멋진 밤>을 촬영중인 김승우다. 고현정은 <해변의 여인>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평소 신뢰하던 홍상수 감독님과 영화사 봄이 만나서 만드는 작품이라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이제는 신인의 자세로 영화 배우로써의 봄을 맞고 싶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밝혔다. 김승우는 “스크린에 있어서는 내가 선배라 책임감도 느껴진다. 선배 역할을 하며 (고현정의) 촬영 부담을 덜어주어야겠다"고 전했다. <해변의 여인>은 200년마다 한번 돌아온다는 쌍춘년(음력상, 입춘이 일년에 두 번 돌아오는 해)의 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홍상수 감독은 “처음으로 봄을 배경으로 봄 느낌이 물씬 나는 영화를 찍게 되었다. 새로운 각오로 이 작품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고현정, 홍상수 감독의 신작 <해변의 여인>으로 스크린 데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