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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존스-스트로크 오브 지니어스>는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는 브리티시 오픈, US 오픈, 브리티시 아마추어, US 아마추어의 4개 메이저 대회를 한해 동안 모두 우승한 대기록을 세운 골프 선수, 바비 존스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이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예수 짐 카비젤의 연기가 실감난다. 부록 중 눈에 띄는 것은 생전의 바비 존스 모습이다. 그가 남긴 연설, 서신, 지병, 이스트 레이크 골프 클럽에 관한 이야기 등을 통해 골프의 전설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한글자막이 지원되지 않는다.
필드 나가기 전 보시라, <바비 존스-스트로크 오브 지니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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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영화 관련 사진사로 일하는 이슬람 출신의 알림은 영국 남자친구 자일스와 함께 산다. 어느 날 알림 엄마의 방문은 작은 소동을 일으킨다. <터치 오브 핑크>는 전형적인 게이 커플의 커밍아웃에 대한 부담감을 이야기하지만 방식이 유쾌하고 귀엽다. 특히 알림에게만 보이는 수호천사(카일 맥라클란)의 등장과 영화 속 캐리 그랜트의 출연작(<진정한 사랑> <서스피션> <필라델피아 스토리> 등)을 보는 재미도 솔솔.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들의 해설과 에피소드가 제공되나 한글자막은 지원되지 않는다.
남남커플의 유쾌한 핑크빛 러브, <터치 오브 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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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조폭의 신분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해 학교를 발칵 뒤집어놓은 계두식이 이번에는 윤리 담당 교생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정 트리오에 김상중까지 가세한 <투사부일체>는 전편보다 가벼운 웃음을 제공한다. 감독과 배우들의 음성해설과 제작현장, NG장면, 촬영 뒷이야기, 조연들의 활약상 등이 제공되는 부록에서는 촬영 동안의 애환과 고생한 스탭들과의 끈끈한 정을 엿볼 수 있다. 참, 룸살롱에서 계두식이 대가리를 벨트로 때리는 장면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신이라 걸 아시나요?
웃음폭탄 정 트리오가 돌아왔다, <투사부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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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포인트>를 보았다. 우디 앨런의 영화에서 영국식 악센트보다 더 낯선 건 슬픔의 감정이었다. 내내 흘러나오던 (질리와) 카루소의 아리아처럼 구슬픈 앨런의 영화를 보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을 때의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곧, 앨런과 그의 영화가 구속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앨런의 영화엔 자기반영성이란 딱지가 곧잘 붙는다. 극중에 감독 역할이 없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영화 속 신경질적인 앨런의 모습을 근거없이 진짜 앨런으로 착각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이전 앨런의 영화에서 ‘비극의 시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 앨런이 만든 영화는 대부분 잉마르 베리만의 냄새를 짙게 풍긴다. 우울하고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그 시기의 대표작 <부부일기>를 이야기할 때 베리만의 <결혼의 풍경>이 같이 언급되는 건 우연이 아닌 게다. 다시 자기반영성으로 돌아가, <부부일기>는 감독이 아닌 진짜 앨런의 모습이 직접적으로 반
우리 시대 코미디언의 자기분열적인 투영, <부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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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트렌드’라고 제목에 썼지만, 일본 대중문화에 관한 책이다. 대부분의 글은 <씨네21>과 웹진 <채널 예스> 등에 실었던 원고를 손본 것이다. 기본적으로 저자의 글은 ‘좋아하는 것에 대한 묘사’이고 즐거움의 공유가 목표다. 문화상품 몇개를 접해보고는 일본 대중문화가 한 덩어리로 뛰어나다거나 형편없다고 단정하는 태도를 경계하는 저자는, 자신이 재미있게 본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를 소개하고 그들이 일본사회의 무엇을 말하는지, 나아가 인간과 세계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해설한다.
선별된 작가들은 익히 알려진 스타들이다. 우라사와 나오키, 이토 준지, 사사키 노리코, 히로카네 겐시, 오토모 가쓰히로, 안노 히데아키, 이누도 잇신, 미야자키 하야오, 오시이 마모루, 후카사쿠 긴지의 작업이 작품론과 작가론을 넘나드는 37편의 글로 다루어졌다. 특히 저자가 직접 인터뷰한 적 있는 이누도 잇신, 구로사와 기요시, 이와이 순지 등의 감독론은 명쾌하고 정확하다
일본 대중 문화랑 놀자, <컬처트렌드를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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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에 시작된 화성연쇄살인사건은 공소시효 만료를 앞둔 지금까지도 미결로 남아 있다. 범죄는 많아도 연쇄살인은 드물었던 한국에서, 그것도 80년대 한국에서, 사람들은 비오는 날 빨간 옷을 입은 여인만 골라 살해했던 그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으로 유명해진 <날 보러와요>는 시골 지서의 좁은 사무실 안에만 머무르며 복잡한 시선과 입장의 교차를 만들어내는 연극이다. 1996년 처음 무대에 올랐던 <날 보러와요>는 비록 공간은 화성이 아니지만 그 배경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태안 지서 형사계는 잇따라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뒤숭숭하다. 서울에서 자원해 내려온 김 반장과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시를 쓰는 김 형사, 지역 토박이인 박 형사, 무술 9단인 조 형사가 이 사건을 수사하며 차례로 용의자를 체포하고 있다. 가장 먼저 잡혀온 용의자 이영철은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 정신병원에서 도망나온 그는 횡설수설하며 범행을 자백
’살인의 추억’이 가져온 폐소공포, <날 보러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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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사랑을 지향하는 최근 아시아영화의 경향은 동물영화의 부활로 더욱더 순수해진 사랑의 형식을 향해 변화하고 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트레인 맨> 같은 일본영화들이 수출되는 가운데 적어도 한쪽 상대가 과도하게 복잡한 인간이 아닌 것으로 설정된 영화도 같이 나가고 있다.
그러는 동안 허스키 개가 나오는 미국 어드벤처영화 <에이트 빌로우>는 홍콩에서 총 18억원으로 올해 세 번째 높은 수입을 올리며 흥행에서 성공을 거뒀다.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과 <무인 곽원갑>의 뒤를 이어 개봉 18일차에 1위를 지키고 있다. <에이트 빌로우>가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버린 경쟁작에는 <브이 포 벤데타> <인사이드 맨>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이 있다.
<에이트 빌로우>는 일본의 1983년 블록버스터인 <남극>
[외신기자클럽] 아시아 영화는 지금 순수한 사랑 중 (+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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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한 분량이 편집되는 것은 배우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비극이다. 가위질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을 지닌 배우들을 기리기 위해 인터넷 영화사이트 ‘FILM THREAT’가 삭제된 연기 베스트 10을 꼽았다. 1938년부터 1986년까지 시대순으로 꼽은 리스트의 첫 번째는 전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차지했다. 무명배우였던 레이건은 B급영화인 <잠수함 D-1>(Submarine D-1)에서 라디오 아나운서를 맡았으나 완전히 삭제되는 바람에 더없이 슬퍼했다고. 그가 이후 <다크 빅토리> 같은 메이저영화에 출연한 건 그러한 수모 이후의 심기일전 덕분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알코올 중독으로 몰락한 뒤 간만에 캐스팅된 영화 <새로운 달>(New Moon)에서 코믹연기를 선보였던 버스터 키튼, 친구의 죽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중년의 동창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새로운 탄생>(The Big Chill)에서 죽은 친구로 출연하여 중간중간 회상장면에서 연기했던 케빈
[What's Up] ‘잘린’ 배우들에 대한 심심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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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분 토론> 출연을 전격 취소한 뒤 손석희와의 인터뷰에서 “지지도 1위인 후보 초청이므로 방송 출연은 선거법상 문제가 없지만, 출마선언하면서 정치공세 그만하자고 했는데 1위인 후보자로서 포용력으로 양보하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며, 한 문장에서 두번씩이나 자기가 지지도 1위라는 것을 강조하는 센스! 지금의 인기가 거품일지 모른다는 얘기에 대해선 “서울시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받아치면서 시민의 대표자로 자신을 부각시키는 순발력! 보라색을 상징색으로 좌·우 빨강·파랑 경계를 허물겠다고 의미부여했지만 실제로는 자기에게 제일 잘 맞는 색을 띄우는 동시에 열린우리당의 노랑과도 선을 긋고 어차피 쏟아질 화장발·옷발 관심을 역이용하는 생존력! 이쯤 되면 그녀의 영리함은 거의 동그라미 별 다섯개 수준이다. 4월5일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이렇게 공세적으로 화려하게 무대 위에 재등장했다.
오죽하면 ‘고독한 독고다이(좋게 말해 단독자)’ 홍준표 의원
[이슈] 영리한 금실씨의 색깔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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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예술영화전용관 100개를 짓겠다.” 정부가 스크린쿼터 축소결정을 한 다음날 문화관광부 장관이 밝힌 영화진흥책 가운데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대한민국을 예술영화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이 놀라운 발표는 그러나 일고의 가치도 없는 웃음거리가 됐다. 영화계에 몸담은 사람들 모두가 이것이 현실성 0%의 제안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런 발상의 전제에는 공장을 만들면 생산이 는다는 제조업 중심의 마인드가 있다. 과연 영화도 극장만 있으면 관객이 생기는 것일까? 지금 예술영화전용관의 실태가 어떤지 보면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올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선정한 극장은 전국 12곳이다. 한번 가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이들 극장은 흥행작에 집중하는 극장에 비해 훨씬 한산하다. 흑자는커녕 적자를 면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12개라도 이런데 100개로 늘리면 어떻게 될까? 기초적인 경제학만 알아도 공급과잉으로 인해 파리 날리는 극장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답이 나온다. 전체 관객 수가 좀 늘
[편집장이 독자에게] <넥스트 플러스>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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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그렇다고 비웃을 것까지야. 그놈의 <브로크백 마운틴>이 문제라니까.
얼마 전 내가 일하는 잡지를 위해 게이들의 수다회를 열었다. 고매하신 게이 게스트 세분을 모시고 ‘한·미·일·불, 호모 4부작’에 대해 수다를 떨어달라고 부탁했다. <왕의 남자> <브로크백 마운틴> <메종 드 히미코> <타임 투 리브>, 별로 상관없는 작품들이 단지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 개봉한 게이가 나오는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호모 4부작으로 ‘작명질’당했다. 수다회가 끝나갈 무렵, 쪽팔릴까봐 저어했으나 결국은 뱉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여러분의 브로크백 마운틴은 어디에요?” 나름대로 우회해서 ‘여러분의 이상향이 어디냐고’ 진지하게 물었으나, 세분께서는 흠칫 놀라시더니 허걱하는 비웃음으로 즐해버리셨다. 사태 수습을 위해 서둘러 다음 질문, “그러면 오다기리 조 하고 히스 레저 중에 누가 더 예뻐요?” 다행히 고매하신 여러분들의 불꽃같은 논쟁은 썰렁
[이창] 브로크백 드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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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이 아니라 <크래쉬>에 작품상을 준 건 아카데미 최악의 실수라고 말한 사람들에게 한표 던진다. 누가 이번 아카데미의 선택을 이변이라고 했는가. 뭔가 있어 보이는 이야기를 꺼내서 결국 ‘우리 모두 마음을 열고 착하게 잘살자’고 마무리짓는 건 아카데미의 딱 떨어지는 입맛이 아니었나.
이 영화에는 열댓명의 사람이 등장한다. 대체로 양면적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약간의 똘아이들이다. 뭐, 이해한다. 폴 해기스 말마따나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라고 해서 다큐멘터리에 등장할 법한 인물들을 내세울 필요는 없으니까. 등장인물들 가운데 걸리는 사람이 둘 있다. 지방검사의 아내인 백인 중산층 대표주자 진(샌드라 불럭)과 열쇠 수리공인 히스패닉 서민층(빈곤층?) 대표주자 대니얼(마이클 페나)이다. 둘은 등장인물 가운데 사실 가장 덜 거슬리는 사람들이다. 물론 진은 징징대고 집 열쇠를 고치던 대니얼에게 히스테리를 부리기도 하지만 어쨌든 자신의 불안을 응시할 줄
[투덜군 투덜양] 기다리면 해뜰날이 올거라고? <크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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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작품상이 <브로크백 마운틴>이 아니라, <크래쉬>에 돌아간 것에 말들이 많다. 하지만 이상하다. 아카데미가 그렇게 공정한 상이었던가? ‘아카데미용 영화’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카데미는 자신의 구미에 맞는 영화에게만 상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적당한 감동과 거대한 스펙터클, 거기에 애국주의가 있으면 더 좋다. 모든 법칙에 예외가 있는 것처럼 아카데미에도 많은 일탈이 있었지만, 대체로 아카데미는 편식 경향이 심했다. 그런 역사를 생각해본다면 동성애를 정면으로 다룬 <브로크백 마운틴>보다는 사회적 이슈를 건드리면서도 용서와 구원으로 무난하게 결말을 맺는 <크래쉬>가 더욱 아카데미상에 적합하다.
논란이 있건 말건, <크래쉬>는 잘 만든 영화다. 풍성한 캐릭터와 인종간의 다사다난한 충돌은 설득력이 있고, 성찰할 거리도 있다. <크래쉬>에서 맷 딜런과 라이언 필립이 연기하는 LA 경찰의 캐릭터와 유색인종간에 가지고
[B딱하게 보기] ‘다름’도 어떻게 보느냐의 ‘차이’, <크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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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남자친구는 어떤가요?” 얼마 전 모 웹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질문이다. 우문에 현답이라고 답변이 더 기가 막혔다. “강동원이냐, 이윤석이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순간 적확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왠지 모를 불편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한국사회에서 남자의 신체는 남성성의 상징이다. 큰 키와 강인한 체력, 키는 작더라도 탄탄한 체구는 남성이기 위한 필요조건이며, 남성성에 대한 온건한 비유다. 이정재, 송승헌, 권상우로 이어지는 몸짱 계보와 꽃미남의 외모를 지녔음에도 가슴 두짝만은 우람한 이완, 정경호, 온주완 등. 이들은 한국 남성들이 얼마나 ‘갑빠’에 대한 강박관념에 묻혀서 지내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신화의 이민우가 왜 그토록 몸을 불려야 했는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하지만 최근, 한국 남자의 신체 구조에 작은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압구정 갤러리아에 디올옴므 매장이 오픈했고, 강동원-주지훈 라인이 형성됐으며, 스키니 진이 유행하고 있다. 진정 이제 대한민국
[오픈칼럼] 강동원과 이윤석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