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클 더글러스가 오리발을 내밀었다. 지난 4월10일 TV프로그램 <엑스트라>에 출연한 그는, 얼마 전 <GQ>에 실린 그의 인터뷰 기사 중 “브래드 피트가 안젤리나의 고아나 키우려고 아름다운 아내를 버린 이유를 모르겠다”, “그게 도대체 얼마나 가겠냐”는 부분과 관련해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GQ> 편집장은 “그를 위해 우리가 뭐하러 그런 말을 지어내겠냐”며 “(기자의) 수첩에 그 말이 다 적혀 있다”고 곧바로 반격했다. 진실은 언제나 저 너머에 있다.
마이클 더글러스, “이미 다 적어놨다고요”
-
톰 크루즈가 ‘할리우드에서 관객 동원력이 가장 높은 파워맨’ 1위에 올랐다. 전직 연예 칼럼니스트인 제임스 알머가 “12개월 동안 1천명이 넘는 스타들에 대한 서류들을 일일이 살펴보고 선정한” ‘알머 스케일’에 따르면 “톰 크루즈는 출연 사실만으로도 관객이 줄을 설 인물”이라는 것. 톰 행크스와 짐 캐리는 각각 2, 3위에 올랐다. 조니 뎁, 주드 로 등이 언급된 올해의 10위에서 여배우로는 줄리아 로버츠, 니콜 키드먼만이 이름을 올렸다. 한편, 톰 크루즈는 미국 대중잡지 <퍼레이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싸움꾼’, ‘겁쟁이’로 표현해 구설수에 오르는 불명예도 동시에 안았다. 당분간 톰 크루즈만큼 다양한 방면에서 이야깃거리를 제공할 스타는 없어 보인다.
톰 크루즈, ‘할리우드 파워맨’ 1위
-
<파니 핑크>(1994)로 대중적 호응과 컬트적 인기를 동시에 얻은 독일 여성감독 도리스 되리가 2005년작 <내 남자의 유통기한>을 들고 서울여성영화제를 찾았다. <내 남자의 유통기한>은 그림 형제의 동화 <어부와 그의 아내>를 현대식으로 각색한 영화로, 사회적 성취욕이 없는 남자와 야심찬 그의 아내가 티격태격하면서 함께 살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그렸다. 4월7일 신촌 아트레온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도리스 되리 감독은 영화감독, 소설가, 오페라 연출가, 교수, 아내이자 엄마로 사는 삶이 오히려 현실에 기반을 둔 영화를 찍게 도와준다고 밝혔다. 너무 자신만의 속도로, 지나치게 빠른 삶을 살아가는 여자주인공이 등장하는 <내 남자의 유통기한>이 여성에게도 반성을 요구하는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 도리스 되리 감독은 “남녀가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 역시 현재 영화제작자로 일하고 있는 남편과 아이를
<내 남자의 유통기한>으로 서울여성영화제 찾은 도리스 되리
-
최진실이 돌아왔다. <단적비연수> 이후 6년 만에 영화계로 컴백한 것이다. 그런데 그 선택이 뜻밖이다. 그가 출연을 결정한 영화 <실종>은 네 아이의 갑작스런 실종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는 서스펜스스릴러다. 게다가 최진실이 맡을 혜정이라는 캐릭터는 ‘<헨젤과 그레텔>에서 과자의 집에 살고 있는 마녀를 연상시키는’ 사이코다. 혜정은 외딴섬에서 펜션을 운영하면서 자기만의 세계 속에 빠져 사는 여성으로, 갑자기 펜션으로 찾아온 네 아이를 감금하고 괴롭히는 인물이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미스터 맘마> <마누라 죽이기>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고스트 맘마> <편지> 등의 영화를 통해 만인의 연인 또는 만인의 아내 역할을 했던 최진실로서는 의외의 방향전환인 셈이다. 그러고보면 최진실의 ‘변신’은 지난해부터 예고된 바였다. TV드라마 <장밋빛 인생>에서 최진실은 남편의 외도와
<실종>으로 6년만에 영화에 복귀하는 최진실
-
-
영화 <사생결단>에서 황정민이 형사이고 류승범이 마약상이라기에, 역할을 뒤집어봤다. 두 배우 모두 1분의 시간도 어기지 않고 스튜디오에 나타났을 때 우리는 중고 철제책상과 타이프라이터를 준비해놓고 어설프게 써내려간 짧은 쪽대본을 쑥스럽게 내밀었다. 용의자 황씨는 체리주빌레 맛 브라보콘을 훔치지 않았다고 우기고, 황씨를 잡아온 류 형사는 “내가 형사만 안 했으면 전과 20범 되고도 살아남았을 놈이야”라고 윽박지른다는 내용이었다. 막판 반전을 포함해 기자가 준비한 시나리오는, 오직 두 배우 덕분에 너무나 그럴싸한 누아르로 만들어지고야 말았다. 취조가 다 뭐냐는 듯 라면을 후루룩 먹더니 짜증난다고 인상쓰면서 다리나 떨고 앉아 있는 뺀질이 용의자 황씨. 목소리 깔고 바르게 앉아서 “조사하면 다 나와~” 하다가 “저놈 어떻게 잡지” 하는 수십 가지 표정을 짓고 나서 결국 신발을 냅다 벗어버리는 류 형사. 두 배우는 쪽대본의 미완성된 캐릭터를 완성시키고 주어진 상황을 애드리브 주고받
인정사정 볼 것 많다, <사생결단>의 황정민 & 류승범
-
<안녕, 프란체스카3>의 김수미는 유쾌했다. 시도 때도 없이 내뱉는 욕설과 흥겨운 <젠틀맨송>은 일용 엄니 이미지를 거침없이 벗어버렸다. 그리고 <맨발의 기봉이>, 포스터 속 그녀의 모습은 일용 엄니를 연상시킨다. 흰머리와 굽은 어깨, 순박함이 묻어나는 얼굴의 미소는 다시 <전원일기>의 한 페이지를 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한바탕 코미디의 난장을 끝내고 휴먼드라마로 돌아온 김수미, 비오는 주말 그녀를 만났다.
-<맨발의 기봉이>는 어떻게 출연하게 되셨나요?
=일용 엄니랑 비슷할까봐 망설였어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다보니 신현준씨 역할이 참 좋더라고요. 또 현준씨가 꼭 엄마가 되어달라고 부탁도 했고. 일용 엄니는 주책도 없고 가벼운데 기봉이 엄마는 전혀 달라요.
-애드리브를 많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그런 게 강해요. 제가 생각하기에 저의 가장 큰 강점은 순발력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리허설할 때는 잘되다가도 촬영만
중년의 카리스마 김수미 [3] - 인터뷰
-
김수미의 여성성, 모성과 도발적 설정의 충돌
김수미의 엄니, 엄마, 어머니 연기에서 특징적인 것은 그녀의 모성이 여성성과 충돌하는 지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귀엽거나 미치거나>이다. 그녀는 이 시트콤에서 1인2역을 맡아 자신의 일용 엄니 이미지를 패러디한다. 그녀는 미술관 관장인 우아한 김수미와 말 농장을 운영하는 그녀의 엄마 역을 맡았다.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는 수시로 충돌했고, 그 둘 사이의 화학작용은 웃음을 유발했다. 이는 곧 다양한 이미지의 충돌과 결합이 나타내는 시너지 효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 웃음의 내부에는 예상외로 간단한 구도의 대립항이 존재한다. 하나는 일용 엄니로 대변되는 모성의 이미지고 다른 하나는 여성성의 표현이다. 김수미에게 여성성은 언뜻 가깝게 다가오지 않지만, 실제로 그녀는 매우 여성적이다. “저는 옷 치장하고, 액세서리 사는 거 좋아해요. 그래서 <안녕, 프란체스카3> 하면서는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구나 생각했죠.”
중년의 카리스마 김수미 [2]
-
훌륭한 중년 배우는 많다. 김혜자, 백윤식, 나문희, 김해숙, 고두심 등. 이들의 연기는 안정적이며 믿음을 준다. 하지만 이들이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기억은 거의 없다. <순풍산부인과>의 오지명과 “니들이 게맛을 알어?”의 신구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2005년, 김수미는 한국영화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마파도>의 성공과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3>에서의 이사벨이 결정적이었다. 그녀가 부른 <젠틀맨송>은 화제가 되었고, 관객은 그녀의 욕설을 듣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전원일기>의 일용 엄니로만 기억됐던 김수미는 이제 중고생들에게 이사벨과 수미 언니로 불리고 있다. 올해에만 개봉하는 영화가 6편이다. 그녀는 이제 중년 배우이기에 앞서 스타 배우가 되었다.
조역이거나, 코미디거나. 지난 몇년간 한국 영화계에서 중년 배우들이 소비되는 방식은 단 두 가지였다. 선남선녀 주인공들의 부모가 되거나, 작심하고 망가져 웃음을 주거나.
중년의 카리스마 김수미 [1]
-
국내 애니메이션 감독들의 단편 작품들로만 구성된 상영전이 열린다. 오는 4월20일부터 23일까지 4일간 열리는 CGV한국단편애니메이션영화제 2006이 바로 그것. CJ CGV,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키즈’, ‘CGV’, ‘매니아’ 3개 섹션으로 나눠 총 26편의 단편애니메이션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은주 외 6인이 만든 <초혼>, 박기완 감독의 <형이상학적 나비효과의 예술적 표현> 등 국내외 애니메이션 행사들을 통해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 이번 행사의 주요 상영작이다.
상영작 대부분이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 입소문을 거친 수작들이지만, 이중 눈에 띄는 작품은 ‘매니아’ 섹션에 자리잡은 이명하 감독의 <스페이스 파라다이스>. 쉽게 사용하기 힘든 밝은 유채 계열의 색상을 작품 전체에 걸쳐 능숙하게 사용하는 탁월한 색감, 캐릭터나 소품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디자인 센스는 작품을 보는 내내 굉장히 인
단편애니 축제, CGV한국단편애니메이션영화제2006
-
이 시대의 신경증적 뉴요커, 소심한 유대인의 대명사, 우디 앨런 영화제가 4월22일부터 28일까지 필름포럼에서 열린다. 슬랩스틱코미디에서 일명 ‘도시극’에 이르기까지, 그는 스스로 시나리오를 쓰고 주인공이 되어 마치 자신의 가치관과 삶의 태도를 반영하는 듯한 남성 캐릭터를 끊임없이 창조하고 풍자해왔다. 이 유사 우디 앨런들은 정서불안과 애정결핍에 시달리며 ‘쉴새없이 수다를 떤다, 고로 존재한다’.
아카데미 감독상, 작품상, 각본상, 여우주연상(다이앤 키튼) 수상작인 <애니 홀>(1977)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희극작가인 남자와 가수가 꿈인 여자의 로맨틱코미디다. 여전히 배경은 뉴욕이며, 영화의 대부분이 두 남녀 사이를 오가는 부조리한 대화들로 채워진다. 무엇보다 인물들이 자신의 과거를 훔쳐보는 설정이나 화면 밖을 향해 말을 거는 모습, 애니메이션 삽입, 과감한 화면분할 등의 형식적인 실험으로 가득하다. <애니 홀>과 더불어 우디 앨런 특유의 대사가 홍수
정곡을 찌르는 소심함, 우디 앨런 영화제
-
는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남녀가 떠난 1박2일간의 여행을 그린 영화다. 여행 내내 함께하기는 하지만 둘 사이는 계속 어색하다. 서로 적절한 말을 고르며 조심스럽게 대화를 만들어가는 남녀의 여정은 이 영화 자체의 연출 방식과도 일맥상통한다.
남자가 김포공항에서 여자를 차에 태우는 영화의 첫 장면은 실제로 여자배우인 박명신을 2시간 동안 기다리게 했고, 횟집 시퀀스는 실제 손님들이 있는 장소여서 배우들의 대사보다 주위의 소음이 더 크게 들린다. DV 카메라의 오토 포커스 기능 때문에 얼굴의 포커스가 종종 나가는 컷들은 다른 영화라면 여지없이 잘렸겠지만 감독은 오히려 마음에 든다며 그대로 썼다.
동작 리액션의 타이밍이 맞지 않아 테이크가 늘어진 컷이나 음질이 떨어지는 데모 버전을 그대로 사용한 스코어 역시 마찬가지 맥락이다. 구체적인 시나리오없이 상황만 주어진 장면을 촬영하며 배우들은 자연인과 캐릭터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을 경험했지만, 오히려 감독과 더 많은 대화
<낙타들> '작은 영화’만의 살아 있는 매력
-
스티븐 개건이 쓰고 감독한 <시리아나>는 부시 행정부의 스릴러 후속편처럼 보인다. <시리아나>는 이라크라는 큰 요리만 없을 뿐 텍사스 석유사업가와 아랍의 수장들, 회교 테러리스트들, 교활한 법률가들, CIA, 이란해방위원회, 중국에 대한 두려움, 규제에 대한 증오, 수상스러운 계약과 잃어버린 미사일 등을 둘러싼 조사와 음모의 복잡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건은 2000년 호평을 받은 스티븐 소더버그의 마약극 <트래픽>의 시나리오를 썼으며 <시리아나>(로버트 베어의 CIA 회고록에서 영감을 받았고 새로 개편될 중동을 가리키는 정책연구소 용어에서 제목을 따왔다)는 그에 견줄 만한 입체적인 모노폴리 게임이다. 실제 개건은 석유를 마약에 비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많은 캐스트, 국제적인 배경에 깊이있는 이야기를 언뜻언뜻 보여주는 영화는 <프론트라인>에 존 르 카레식 이야기를 합쳐놓은 듯하다(<프론트라인>은 미국 <PBS&
입체적인 모노폴리 게임, <시리아나>
-
<달콤, 살벌한 연인>의 장르는 독특하다. 로맨스, 코미디, 스릴러가 결합된 영화는 드물다. <베리 배드 씽>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 <그래서 난 도끼 부인과 결혼했다> 정도인데, 그중 <달콤…>의 로맨스가 가장 살아 있으며 코미디, 스릴러와의 배합도 가장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정한 특이점은 여성살인자를 그리는 방식이다. 섹스나 폭력장면이 거의 없는데도 18세 관람 등급을 받은 건 순전히 이데올로기적 판단에 의한 것이다. 죄의식도 모성애도 없는 여성킬러가 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며 처벌도 받지 않는 이 영화가 남성 중심 이데올로기를 얼마나 위협하는지 생각해보면 자명한 일이다. 여성살인자의 존재는 낯설다. 흔히 폭력은 남성의 것으로 성별화되며, 여성은 ‘피해자다움’의 성역할로 고정된다(<살인의 추억> <여자, 정혜> 등). 그러나 여자도 살인을 한다. 2005년 현재, 여성 살인재소자는 249명이
그녀의 무한한 자기 긍정에 경배를! <달콤, 살벌한 연인>
-
<무인 곽원갑>의 이연걸과 <원초적 본능2>의 샤론 스톤을 비교해 생각해보려한다.
둘 다 영화에서 몸을 많이 써야 하는 사람들인데, 통상적인 의미로 젊은 몸을 가진 사람들은 아니다. 나이 들어가는 무술의 고수와 더이상 젊지 않은 원초적 본능의 상징, 이 두 사람은 대규모 제작비가 든 블록버스터에서 가장 스펙터클한 신체로 영화의 중앙에 놓인다. 무엇이 이들을 그 중앙 무대에 서게 하며, 또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이들을 보게 만드는가?
1. 이연걸의 몸 - 과거에 대한 강력한 향수
우선 이연걸. <무인 곽원갑>에서 중국 무도 정무문을 창시한 훠위안자라는 인물로 등장한다. 20세기 초, 당시 반식민지였던 상하이에서의 일이다. 영화는 곽원갑의 어린 시절, 19세기 후반 톈진에서 시작한다. 알다시피 톈진은 북부 최대의 항구 도시로, 중국 근대사에서 강제 개방의 역사를 가진 곳이다. 현재도 만국 건축물의 박람회장으로 불린다.
영화가 시작되면 영국인들
중년의 신체를 내세운 영화의 정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