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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달빛처럼 찬란하지만 핏빛처럼 잔혹하다. 여름날의 애틋한 밀어로 시작한 <달빛 속삭임>의 연애담은 시간이 흐를수록 집착과 사랑이 뭉뚱그려진 혼돈으로 빠져든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붕괴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도 끝없이 뒤바뀐다. <달빛 속삭임>은 사랑의 감정과 현실의 광기를 뒤섞어놓고, 관객을 생각하도록 만드는 영화다.
고등학생 타쿠야(미즈하시 겐지)는 동급생 사츠키(쓰쿠미)를 좋아한다. 두 사람은 매일 아침 함께 검도 연습을 하고 등하굣길에서 스쳐 지나간다. 타쿠야가 친구 마루켄의 러브레터를 전해준 사건을 계기로 그들은 사귀기로 한다. 자전거로 함께 등교하고 키스를 나누며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타쿠야의 집을 방문한 사츠키는 책상 서랍에서 몰래 찍힌 자신의 사진, 자위의 흔적, 화장실에서 자신이 용변을 보는 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를 발견한다. 모멸감을 느낀 사츠키는 결별을 고하지만 타쿠야는 그녀 주위를 맴돌며 집착한다.
두려워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삶, <달빛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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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날의 오후. 월 스트리트의 은행에 무장 강도들이 들이닥친다. 직원과 손님들은 순식간에 강도들에게 제압당하고, 은행 문을 걸어 잠근 강도들은 금고로 향한다. 이르게 언급하자면 <인사이드 맨>은 하이스트영화(Heist Moive: 도둑질영화)다. 그러나 뉴욕 한가운데에서 태연히 은행을 점령하는 강도들의 이야기는 좋은 하이스트영화감이 아니다. 강도들의 무모한 시도는 경찰력에 의해 쉽사리 제압당할 것이고, 그때까지 남은 것은 지루한 협상과 인질극의 가능성이다. 자연히 로저 애버리의 <킬링 조이>(1994)나 시드니 루멧의 <개같은 날의 오후>(1975)가 중첩된다. 게다가 이것은 스파이크 리의 영화다. 은행을 점거한 사람과 점거당한 사람들 사이의 인종적인 역학관계에 대한 삽화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지레짐작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사이드 맨>은 결코 하이스트영화의 기본기를 잃는 일이 없다. 곧 공금 유용의 혐의를 받고있는 협상가
일급 배우들로 장식한 일급의 상업/장르영화, <인사이드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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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말아톤>의 제작사인 시네라인-투가 뮤지컬 제작에 뛰어든다. 시네라인-투의 석명홍 대표는 4월1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뮤직 인 마이 하트>의 성재준이 극작과 연출을 맡는 창작 뮤지컬 <폴인러브>를 6월2일부터 8월27일까지 연강홀 무대에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헤드윅>의 김다현과 <겨울연가>의 박홍주가 출연하는 <폴인러브>는 동생의 약혼녀를 사랑하게 된 형과 결혼공포증에 빠진 동생의 이야기. 석 대표는 “뮤지컬은 영화와 비슷한 점이 많아 공감이 중요하다. 창작뮤지컬은 아직 <아이다> <오페라의 유령> 같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에 뒤지고 있지만,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성공하리라고 본다”고 공연 사업에 진출하게 된 취지를 설명했다.
시네라인-투는 뮤지컬을 장기적인 사업으로 바라보고 있다. 고우영의 만화가 원작인 <무대&무송
[충무로는 통화중] 충무로와 대학로, 뮤지컬로 맺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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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촬영장이 만개하고 있다. “올해 제작하는 영화가 90∼100편”이라는 충무로의 관측에 걸맞게 최근 촬영을 시작하는 영화가 쏟아지고 있는 것. 먼저 홍상수 감독의 신작이자 고현정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은 <해변의 여인>이 4월14일 촬영에 돌입했다. 영화사 봄이 제작하는 <해변의 여인>은 17일에 제작발표회를 가진 뒤, 고현정과 김승우의 출연장면을 집중적으로 담을 계획이다. 주된 촬영지는 서해 부근이 될 전망. 4월15일에는 <왕의 남자>를 만든 이준익 감독의 신작 <라디오 스타>의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 6년 만에 안성기, 박중훈 콤비가 결합한 <라디오 스타>는 강원도 영월을 배경으로 한물간 록스타와 매니저의 우정과 애환을 다룬다. 일본 아뮤즈엔터테인먼트가 직접 투자했고 싸이더스FNH가 제작하는 <어깨 너머의 연인>도 4월16일부터 강남에서 촬영에 돌입했다.
충무로 현장에 봄바람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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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성격, 지독한 일중독자
마이클: (트레일러 문을 두드리며) 안에 있는 거 다 아니까 대답 좀 하지요? 사람을 오라고 했으면 대꾸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스칼렛: (문을 열더니) 들어오세요.
마이클: 무슨 일인데 그래요.
스칼렛: 이완하고 찍을 베드신 말인데요, 감독님. 저요, 이 빌어먹을(motherfucker) 싸구려 브래지어 도저히 못 입겠어요. 벗고 할래요, 젠장(fucking naked).
-2005년 미국 어딘가, <아일랜드> 촬영장
스칼렛 요한슨은 활달한 것 이상으로 직선적이고 거침없는 성격의 소유자다. 유명세를 얻음과 동시에 사생활을 모두 뺏긴 삶이 너무 싫다고 인터뷰마다 길게 불평을 늘어놓는다. “하물며 남동생이랑 외출을 해도 다음날 신문에 남자친구 생겼다고 사진이 실린다. 난 그런 데 적응 못한다. 적응하고 싶지도 않다.” 반면에 그는 “차 안에서 섹스를 하는 건 정말 섹시하다고 생각한다. 이왕 화끈하게 할 거면 뒷좌석이 좋다”든가 “얼
액자를 부수고 나온 21세기형 비너스, 스칼렛 요한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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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위더스푼, 커스틴 던스트, 내털리 포트먼, 키라 나이틀리, 린제이 로한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21세기 할리우드를 책임질 여배우 군단이라는 점이다. 한명이 빠졌다. 스칼렛 요한슨이다. <판타스틱 소녀백서>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에 이어 지난해 마이클 베이의 블록버스터 <아일랜드>를 찍으면서 이른바 ‘작은 영화’와 ‘큰 영화’의 영역을 모두 흡수하기로 한 스칼렛 요한슨은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기대주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5명의 무리에 스칼렛 요한슨을 탁 끼워넣기가 어딘가 석연찮다. 국내 개봉하는 우디 앨런의 신작 <매치포인트>를 본다면 이 석연찮은 느낌은 굳어질지도 모른다. 대체 스칼렛 요한슨이 지금 할리우드를 달구고 있는 또래 여배우들과 차별되는 점은 무엇일까. 천진하면서도 깊고 복잡한 눈빛 뒤에 있는 스칼렛 요한슨의 개성을 뜯어보기로 했다.
우디 앨런의 신작
액자를 부수고 나온 21세기형 비너스, 스칼렛 요한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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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선지연 감독의 <그녀의 핵주먹>, 대만 창 나이윈 감독의 <별난 엄마>, 이스라엘 달리트 엘리라즈 감독의 <라디오 연애상담> 등 세 편의 단편영화가 우수상을 받았다. 14일 이 영화제 폐막식에서 발표된 아시아 단편경선 부문 심사 결과 최우수상 수상작은 나오지 못했다.
특별상 중 여성신문상은 인도 파로미타 보라 감독의 <속도 무제한 페미니즘>과 손현주 감독의 <생리해주세요>, 여성저널 이프상은 이애림 감독의 <육다골대녀>에 각각 돌아갔다.
<그녀의 핵주먹> 등 3편 여성영화제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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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코미디와 스릴러를 독특하게 엮은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은 지난 15일 개봉 2주만에 전국 108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순제작비 10억원 안짝의 작은 예산과 신인 감독에 톱스타 없는 캐스팅으로 제작 당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으며 18살 이상 관람가 등급까지 받은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공이다.
<왕의 남자>처럼 일반 시사회를 본 관객들의 입소문이 흥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스타성은 크지 않지만 찰떡처럼 딱 맞아 떨어지는 캐스팅과 엽기적이면서도 ‘오버’하지 않고 재기발랄한 대사들이 주효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첫 연출까지 맡은 손재곤(34) 감독은 한겨레영화학교 동기들과 팀을 이뤄 찍었던 <너무 많이 본 사나이>가 2000년 부천국제영화제에 초청받으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재밌는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도 했다. 둘다 코미디다. 어처구니없는 상황과 대사를 태연하고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녹이는 유머감각은 손 감독과
열흘만에 108만명 동원 <달콤, 살벌한 연인> 손재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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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가 백상예술대상의 최고상인 대상을 받았다. 1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제42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 대상은 문화방송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차지했다. 영화 부문 남자 주연상은 <달곰한 인생>의 이병헌, 여자 주연상은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가, 드라마 부문 남자 주연상은 <프라하의 연인>의 김주혁, 여자 주연상은 <장밋빛 인생>의 최진실이 각각 받았다. 영화 감독상은 <형사>의 이명세 감독에게, 드라마 부문 연출상은 <장밋빛 인생>의 김종창 피디에게 돌아갔다.
왕의 남자·김삼순 백상예술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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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ABC> 인터넷에 <로스트> 등 인기 드라마 무료제공
디즈니 계열사인 미국 <ABC>가 자사 인기 드라마 <로스트>와 <위기의 주부들> 등을 인터넷으로 무료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황금시간대 시청률이 점점 감소하는 추세에 대응하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해보겠다는 의도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5월부터 2개월간 방영한 지 하루가 지난 에피소드를 ABC.com에서 마음껏 볼 수 있다. 이번 무료 시범 서비스가 방송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흑사회>, 홍콩영화제 시상식에서 작품상 비롯, 주요상 석권
4월8일 열린 제25회 홍콩영화제 시상식에서 두기봉 감독의 <흑사회>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양가휘) 등 주요 상을 휩쓸었다. <흑사회>는 홍콩 암흑가의 권력다툼을 그린 작품으로, 지난 1월 홍콩비평가협회에서도 2005년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 바 있다.
[해외단신] 인터넷에 <로스트> 등 인기 드라마 무료제공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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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마음이 다른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사실, 이런 일은 남에게 알리지 않고 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다 아는 분들이 참여하는 일이니 기꺼이 하겠다. 다른 분들도 이 지면을 보고 참여했으면 좋겠다. 이 행사가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좋은 일을 했으면 한다. 적은 돈이지만, 우리 영화의 내용을 생각하면 보육원쪽으로 갔으면 한다. 다음은 배우 박희순씨를 추천한다. <귀여워>에서 함께 연기하기 이전에도 뮤지컬 등을 통해 오랜 친분을 쌓은 사이다. 그의 따뜻한 마음을 생각해 그를 이 릴레이에 동참시킨다.”
[만원 릴레이] 영화배우 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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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유학 시절 시네마테크의 혜택을 누린 뒤 서울에 돌아와 절실했던 것은 다양한 영화를 작은 극장, 단관에서 오래도록 볼 수 있는 문화였다. 워낙 게으른 사람이라 1, 2주만 머뭇거리면 영화를 놓쳐버리는 일이 안타까웠다. 또 언제 어디서나 무심코 신문, 잡지를 펴들어도 시네마테크 상영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환경도 아쉽다. 기획전으로 묶지 않더라도 옛날 영화, 리마스터링된 영화 한편씩 볼 수 있는 시네마테크는 귀한 공간이다. 그래서 몸으로 때우는 일은 다해서 도우려 한다. (웃음) 뉴욕에서 사온 DVD, VHS 자료도 기증하고 싶고 뉴욕 필름포럼의 홍보와 운영기법 체험담을 기획팀과 공유해 보탬이 되고자 한다.”
[서울아트시네마 후원 릴레이] 김성호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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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도 남지 않은 월드컵을 앞두고 영화사들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월드컵의 위력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극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그해 6월 전국 관객 수가 5월에 비해 44% 정도 줄었던 것. 영화계는 6월9일부터 시작되는 독일월드컵의 경우 개최국이 아닌데다 대부분의 경기가 심야와 새벽에 중계되는 탓에 “2002년만큼 타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대중의 관심을 월드컵에 뺏길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상당수 영화사가 월드컵을 ‘선방한다’는 자세로 임하는 것도 당연하다. 6월1일 <헷지>, 15일 <삼거리 극장>, 22일 <착신아리 파이널>을 개봉하는 CJ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헷지>는 그전주 미국에서 개봉되면 동영상 파일이 유통될 수 있고, <착신아리…>는 한·일 동시개봉일이 잡혀 있으며, <삼거리 극장>은 비교적 저예산이라 개봉을 결정했다”고 설명한다. 쇼박
월드컵, 피할까 맞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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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주먹>은 1970년대의 마감인가 아니면 1980년대의 포문을 연 작품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현재 할리우드영화 혹은 미국 작가주의영화의 위치를 가늠해보는 것과 같다. <분노의 주먹>은 분명 <대부> <내슈빌> <애니 홀>을 잇는 1970년대의 적자이며, 이후에 만들어진 어떤 할리우드영화도 이들 작품의 명예를 되살리지 못했다. 권투영화에 별 관심이 없는 마틴 스코시즈를 부추겨 <분노의 주먹>을 연출하게 만든 사람은 라모타의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은 로버트 드 니로였으며, <록키>로 재미를 본 어윈 윙클러와 로버트 차토프는 색다른 권투영화에 주사위를 던졌다.
영화광 스코시즈가 존경하는 선배들이 영화를 발명했다면 <분노의 주먹>은 그 모든 기술과 영감, 관습, 기교를 한꺼번에 몰아넣은 결과물 즉 퇴층 같은 작품이다. <분노의 주먹>은 손 때문에 흥하고 손 때문에 몰락한 남자
<분노의 주먹 SE> 마틴 스코시즈가 빚어낸 완벽한 영화문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