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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범죄들> Crimes of the Future
데이빗 크로넨버그 / 캐나다, 그리스, 프랑스, 영국 / 2021년 / 108분 / 아이콘
10월12일 20:00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고도로 기술이 발달해 신체의 소유와 통제, 자유로운 변종이 가능한 어느 미래, ‘진화의 가속 신드롬(Accelerated Evolution Syndrome)’을 맹신하는 공연 예술가 사울(비고 모텐슨)은 새로운 장기를 삽입하고 제거하는 전위극을 올린다. 특히 그의 조수 카프리스(레아 세두)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장기에는 멋진 타투를 새기고 암으로 번지는 종양은 주기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이들의 메인 퍼포먼스다. 사울과 카프리스가 해부 작업을 자진하고 이에 관중이 몰리는 이유는 쾌락 때문이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 종으로 진화한 인류에게 “수술은 새로운 섹스”가 된다. 평범한 자극에 만족할 수 없는 미래의 호모 데우스는 극단적인 촉각적 감각을 통해서만 흥분할 수 있다. 크로넨버그가
BIFF #7호 [프리뷰]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미래의 범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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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엔드> No End
나데르 사에이바르/독일, 이란, 튀르키예/2022년/113분/뉴 커런츠
10월08일/15:30/영화의전당 중극장
10월10일/12:00/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10월12일/10:00/영화의전당 중극장
건축직 공무원 아야즈는 아내와 함께 장모를 돌보며 살고 있다. 20년 넘게 성실히 근무한 끝에 평생의 숙원이던 내 집 마련의 꿈을 달성하기 직전이다. 그런데 비보가 떨어진다. 정부의 눈 밖에 나 독일로 도망쳤던 처남이 30년 만에 귀국한다는 소식이다. 문제는 거주 중인 집이 처남의 소유라는 점이다. 처남이 집을 팔아버리면 세입자 신세가 되고, 이내 아파트 매입 계획에 차질이 갈 것이라 두려워한 아야즈는 궁책을 짜낸다. 처남의 귀국을 늦추기 위해 가족들에게 국가정보기관이 집을 수색했다고 거짓말하는 방법이다. 예상대로 처남의 일정에 차질은 생기지만, 아야즈에게 더 큰 비극이 시작된다. 그에게 정부 요원이 찾아와서 처남과 처남 주변 인물의 신상을
BIFF #4호 [프리뷰] 나데르 사에이바르 감독, ‘노 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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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에 번쩍 서에 번쩍> A Wing and a Prayer
이광국/한국/2022년/101분/지석
10월09일/16:30/영화의전당 소극장
10월11일/16: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7관
10월12일/19: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10월13일/14: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7관
도움과 참견의 차이는 묘하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남 일에 끼어든대도 왜 오지랖을 부리냐며 질책받기 일쑤다. 타인의 속내란 곰곰이 생각해봐도 쉽사리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탓이다. 그렇게 몇 번의 실패를 겪다 보면 괜히 남을 돕는 일에 소극적으로 굴게 된다. 이런 문제가 세상이 점차 각박해지고 예민해지는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의 주인공 설희와 화정을 보노라면 도움과 참견 사이의 거리감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에 관한 꽤 유용한 단서를 얻게 된다. 설희와 화정은 일출을 보고 소원을 빌자며 밤바다로 떠나지만 무심코 잠드는 바람에 일출
BIFF #4호 [프리뷰] 이광국 감독, ‘동에 번쩍 서에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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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 Beyond
이하람/한국/2022년/95분/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10월09일/16: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10월11일/20: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10월12일/18: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서사는 퍽 단순하다. 전쟁통에 남동생을 돌보던 누나가 음식을 구하러 나가면서 눈이 먼 할머니에게 동생의 끼니를 부탁한다. 그런데 한 탈영병이 할머니가 가져다 놓은 소년의 밥을 훔쳐 먹는다. 원체 몸이 허약한데다 언어 장애인인 소년은 누워서 굶주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운 누나는 영 돌아오질 않는다. 그런 소년에게 갑자기 처녀귀신이 찾아온다. 몸짓과 마음으로 소통하며 친밀해진 둘은 처녀귀신의 제안으로 기이한 여행길에 오른다. 그렇게 소년은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은 단테처럼 지옥과 연옥, 천국을 경험한다.
반면 연출은 과잉이라 할 만큼 화려하다. 시작은 흑백 화면을 무참히 절단하는 투박한 컷 편집과 불안정한 줌 인-아웃, <국가의 탄생
BIFF #4호 [프리뷰] 이하람 감독,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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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슬립> Big Sleep
김태훈/한국/2022년/112분/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10월08일/13:00/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10월10일/19: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
10월11일/19:30/CGV센텀시티 스타리움관
10월11일/20: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기영(김영성)이 길호(최준우)를 처음 마주한 건 집 앞 평상에서였다. 조그마한 온열기에 의지해 잠든 아이를 지나치지 못해 기영은 차비를 쥐어준다. 오갈 데 없는 가출 청소년 길호가 자꾸만 평상 주위를 서성이자 결국 기영은 길호를 집으로 들인다. 유년 시절의 경험으로 인해 길거리 생활이 얼마나 참혹하고 사람을 좀먹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호가 다른 가출 청소년들을 허락 없이 집에서 재우자, 기영은 불같이 화를 내며 아이들을 내쫓는다. 협박으로 인해 길호가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줬다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김태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 <
BIFF #3호 [프리뷰] 김태훈 감독, ‘빅슬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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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Scarlet
피에트로 마르첼로/프랑스, 이탈리아, 독일/2022년/105분/갈라 프레젠테이션
10월13일/16:30/CGV센텀시티 5관
“우리는 우리 손으로 기적을 만들 수 있다.”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그린의 단편 소설 <스칼렛 세일즈>(1923) 중) 목수 라파엘(라파엘 띠에리)의 손을 거치면 장난감, 조각물, 심지어 악기까지 탄생할 수 있다. 그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후 돌아왔을 때 부인은 강간당하고 낳은 딸 줄리엣(줄리엣 주앙)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마을 사람들은 부녀를 범죄자 가족이라 비난하며 배척하고 특히 줄리엣은 어렸을 때부터 또래에게 마녀라고 불리지만 동화적인 평온함을 잃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줄리엣은 하늘을 나는 주홍 돛을 단 배에 관한 계시를 받고 어느 누추한 행색을 한 남자 비행사가 그의 앞에 나타난다. 오프닝에 인용된 문장의 출처이기도 한 <스칼렛 세일즈>를 원작으로 삼았지만, 백마 탄 왕자
BIFF #6호 [프리뷰]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 ‘스칼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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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삼각형> Triangle of Sadness
루벤 외스틀룬드/스웨덴,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그리스/2022년/148분/아이콘
10월08일/09:00/CGV센텀시티 스타리움관
10월10일/09:30/CGV센텀시티 스타리움관
모델이자 유명 인플루언서인 야야(샬비 딘)에게 호화 크루즈선의 협찬이 들어온다. 야야는 연인인 칼(해리스 디킨슨)과 함께 배에 올라 한가로이 휴가를 즐긴다. 칼은 밖에선 디자이너에게 선택받아야만 런웨이에 설 수 있는 모델이지만, 배 위에선 불평 한마디로 직원을 자를 수 있는 고객이 된다. 두 사람은 크루즈에서 다종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데 사고로 인해 크루즈가 폭파하면서 야야와 칼을 포함한 몇몇만 살아남는다. 이들이 당도한 무인도에선 화폐가 무용해지고 수렵이 가능한 크루즈선의 청소 직원이 단번에 권력자로 탈바꿈한다.
<슬픔의 삼각형>은 SNS를 통해 존재 증명을 하며, 부를 과시하고 젊음과 아름다운 신체를 탐닉함에
BIFF #3호 [프리뷰]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 ‘슬픔의 삼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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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맨> Paper Man
기모태 / 한국 / 2022년 / 130분 /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10월09일/16: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10관
10월10일/09: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10월11일/16:00/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10월13일/19:30/CGV센텀시티 5관
“열심히 산 거 같은데, 우리 왜 이러냐?” <페이퍼맨>의 주인공 인목(곽진)은 젊었을 적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정도로 건실한 삶을 살던 청년이었지만 지금은 몸 하나 뉘일 집조차 없는 신세다. 신세를 질 가족이나 지인 역시 없어 보이는 인목은 보다 안락한 노숙 장소를 찾다 어느 다리 밑에 자리를 잡게 되는데, 그곳에서 다른 노숙자의 박스로 만든 보금자리를 보고 영감을 받아 박스를 주우러 다니더니 이내 온 동네의 폐지를 끌어 모아 용돈을 벌기 시작한다. 그렇게 인목은 이 동네의 ‘페이퍼맨’이 되어 끼니라도 해결할 수 있게 되지만, 경쟁자의 약한 잽 한 방
BIFF #4호 [프리뷰] 기모태 감독, ‘페이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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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땅> Mother Land
박재범 / 한국 / 2022년 / 69분 /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10월10일/20:30/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10월11일/17: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10관
10월12일/17:30/CGV센텀시티 4관
10월13일/13:30/영화의전당 중극장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땅은 어머니로 비유된다. 생명을 잉태하고 품어주는 땅의 포용력이 지구의 어느 곳에서나 느껴지는 탓이다. 이는 흔히 험지로 언급되는 시베리아의 툰드라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 속 예이츠 부족은 툰드라 지역의 환경적인 특수함에도 불구하고 부족의 땅을 어머니로 여기고 지켜가며 살고 있다. 툰드라의 자연환경은 외려 예이츠 부족을 강인하게 만들고, 땅과의 관계를 더욱더 긴밀하게 만드는 요소로 여겨진다. 심지어 연합국이 부족의 영토를 점령했음에도 예이츠 부족은 땅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위기가 겹친다. 주인공 소녀 그리샤의 어머니가 몸져눕고 설상가상으로 연합국
BIFF #5호 [프리뷰] 박재범 감독, ‘엄마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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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겟돈 타임> Armageddon Time
제임스 그레이/미국/2022년/115분/아이콘
10월8일/09:00/소향씨어터
10월10일/16:30/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10월12일/14: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이야기는 1980년 뉴욕 퀸스에서 시작된다. 예술가를 꿈꾸는 폴은 공립학교 6학년이 되자마자 수업 시간에 엉뚱한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선생의 눈밖에 난다. 마찬가지로 짓궂은 장난을 치다 선생의 심기를 건드린 조니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더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 교내의 트러블메이커로 공감대를 형성한 두 사람은 음악 취향을 나누고 공상과 모험과 일탈을 즐기며 급속도로 가까워지지만 그 관계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아마겟돈 타임>은 나치 학살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유대인의 후대가 직면하는 계급 딜레마를 소년의 시점으로 풀어낸 자기 반성적 드라마다. 폴의 가족은 반유대주의의 피해자인 동시에 폴의 형만이라도 비싼 사립학교에 보낼 수 있는
BIFF #3호 [프리뷰] 제임스 그레이 감독, ‘아마겟돈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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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더 도어> Open the Door
장항준 / 한국 / 2022년 / 72분 / 파노라마
10월07일/13: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10월08일/13: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10월13일/20: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10관
늦은 밤, 비밀의 문이 열린다. 미국 뉴저지의 평범한 가정집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던 문석(이순원)은 처남인 치훈(서영주)이 찾아오자 함께 맞이한다. 함께 행복했던 과거를 추억하던 두 남자의 대화는 어딘지 불안하다. 치훈은 강도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 생각에 슬픔을 토로하고 문석은 그런 치훈을 위로하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알코올의 기운을 빌려 마음의 문을 열수록 감정은 격해지고 끝내 해야 하지 않아야 할 비밀이 스며 나온다. 장항준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오픈 더 도어>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비밀의 문을 두드리는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의 영화다.
네 개의 챕터가 마치 네 개의 무대처럼
BIFF #2호 [프리뷰] 장항준 감독, '오픈 더 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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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Close
루카스 돈트 /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 / 2022년 / 104분 / 월드 시네마
10월07일/11:30/CGV센텀시티 7관
10월08일/11:30/CGV센텀시티 4관
10월11일/16:30/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숲과 들판을 자유로이 뛰노는 레오(에덴 담브린)와 래미(구스타브 더 바엘러)의 모습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이들의 걸음을 집요하게 쫓지 않더라도 둘 사이의 애틋함을 파악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학교로 돌아간 뒤 레오와 래미의 관계에 묘한 거리감이 생긴다. 둘 사이를 감지한 친구들의 조롱으로 인해서다. 레오는 아이스하키를 시작하면서 교내 남성 그룹 안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애쓴다. 반면에 단짝 래미에겐 조금씩 거리를 둔다. 서운함을 감추지 못한 래미가 레오와 다툼을 벌이고 결국 둘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진다. 그로 인해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짐에도 레오는 별 일 아니라는 듯 태연한 척 일상을 유지한다.
함부로 감정을 발화
BIFF #2호 [프리뷰] 루카스 돈트 감독, '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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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셈버> December
안슐 차우한 / 일본 / 2022년 / 99분 / 아시아영화의 창-지석상 후보작
10월07일/16:30/영화의전당 소극장
10월08일/15: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10월13일/14: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소설가 히구치(쇼겐)가 딸 에미의 죽음을 견디는 방식은 오로지 술에 의존하는 것이다. 절필한 채 무의미하게 시간을 죽이는 히구치를 스미코(메구미)는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그와 이혼한 뒤 새롭게 가정을 꾸린다. 어느 날, 그런 둘에게 한통의 편지가 날아든다. 딸을 살해한 범인 카나(마쓰우라 료)가 형량이 부당하다는 소송을 내겠다는 것. 히구치는 부인 스미코를 찾아가 그 ‘괴물’이 다시 밖으로 나오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외친다. 고민 끝에 스미코는 히구치와 함께 법정에서 카나를 마주한다.
소송을 기점으로 히구치와 스미코, 카나는 사건이 벌어졌던 7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에미의 죽음은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안겼으나 이를 곱씹으
BIFF #2호 [프리뷰] 안슐 차우한 감독, '디셈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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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등장인물> Six Characters
M. L. 뿐드헤바놉 데와쿤/태국/2022년/128분/아시아영화의 창-지석상 후보작
10월07일/12:30/영화의전당 소극장
10월09일/13: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대본 설정과 다르게 의상을 화려하게 차려입은 배우들이 촬영 현장에 도착한다. 의상에 관한 의견 차이로 감독과 배우가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조명이 나가 촬영을 이어갈 수 없게 된다. 때마침 수상한 손님들이 촬영 현장을 방문한다. 이들은 자신을 한 작가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라고 소개한다. 본인들은 불멸의 존재이나 작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고아’가 됐다며, 감독에게 자신들의 삶을 극화하고 이야기를 마무리해주길 바란다고 청한다. 코웃음을 치던 감독은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홀린 듯 듣고 계획했던 호러물 대신 이 6명 캐릭터의 기묘하고 매혹적인 가족 서사로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선언한다.
<6명의 등장인물>은 극작가 루이지 피난델로의
BIFF #2호 [프리뷰] M. L. 뿐드헤바놉 데와쿤 감독, '6명의 등장인물'